굿바이, 동유럽 : 조각난 땅의 천년 서사시

굿바이, 동유럽 : 조각난 땅의 천년 서사시

$33.00
Description
동유럽에 대한 편견에 건네는 작별인사이자
동유럽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천년의 여정
전쟁, 혼란, 후진성 등을 연상시키는 ‘동유럽’이란 말은 동유럽 주민 스스로도 사용하기 꺼리는 용어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서유럽 중심주의에 기반한 편견으로, 《굿바이, 동유럽》은 이러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고 동유럽 고유의 정체성을 보여주고자 나온 책이다.
동유럽은 수많은 민족과 종교가 혼재하고, 오늘날 20여 개 나라가 복잡한 경계를 이루며 존재하는 지역이다. 그런 만큼 이 지역의 역사를 한 권에 담아내기란 여간 어려워 보이지 않는데, 지은이는 이러한 ‘다양성’을 핵심 키워드로 삼는 역발상으로, 복잡다단한 동유럽사를 일관성 있게 꿰어내는 놀라운 통찰을 보여준다. 1천 년 이상의 시간에 걸쳐 종교·민족·제국·전쟁·사상 등 14개 테마로 동유럽 정체성을 풀어낸다.
나아가 수많은 이야기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데, 특히 폴란드 유대인 출신인 지은이 집안의 경험을 들려주는 것도 이채롭다. 이를 통해 구체성이 떨어지는 제국·국가 간의 경쟁이나 정책이 아닌, 역사적 사건과 흐름이 동유럽 사람들의 실제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실감 나게 서술한다.
저자

제이콥미카노프스키

저자:제이콥미카노프스키
미국으로이민온폴란드인부모아래에서태어나폴란드와펜실베이니아에서어린시절을보냈다.동유럽역사를전공하여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에서박사과정을마쳤고,역사,예술,과학등다방면에걸쳐글을쓰고연구하고있다.10년넘게저명한비평가이자저널리스트로활동하며유수매체에기고하고있다.《가디언》,《애틀랜틱》등에기고한글이‘올해의칼럼’에선정되기도했다.
이책《굿바이,동유럽》은그가자신의뿌리에대해20년에걸쳐자료를탐독하고현지를답사하고자기가족을비롯해동유럽역사를직접겪어낸사람들을인터뷰하여펴낸역작으로,《스펙테이터》,《블룸버그》,《북페이지》등에서‘올해의책’으로선정되었다.

역자:허승철
고려대학교를졸업하고미국버클리대학과브라운대학에서수학했으며,1988년브라운대학에서슬라브어학박사학위를받았다.하버드대학러시아연구소에서연구교수(MellonFellow)를지냈으며,고려대학교노어노문학과교수로재직한후현재명예교수로있다.2006년부터2008년까지우크라이나주재한국대사(조지아,몰도바겸임대사)를역임했다.지은책으로《우크라이나현대사》,《코카서스3국의문화와역사》등이있고,옮긴책으로《동유럽사》,《우크라이나와러시아》,《체르노빌히스토리》,《얄타》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신앙
1장토속신앙인들과기독교인들
2장유대인들
3장무슬림들
4장이교도들

2부제국과민족
5장제국들
6장민족들
7장유랑자들
8장민족주의

3부20세기
9장‘아름다운시절’의종식
10장예언자들
11장2차세계대전
12장스탈린주의
13장사회주의
14장해빙

에필로그

감사의말
옮긴이의말

도판출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스펙테이터》,《블룸버그》,《북페이지》2023‘올해의책’선정

우리는왜동유럽의역사를알아야할까?

지금껏우리에게동유럽은거의알려지지않았다.무지와피상적이미지는동유럽에대한편견과오해를낳곤한다.‘서유럽보다수십년뒤떨어졌고유럽연합을통해이제야낙후성을극복하기시작한후진적2등유럽’같은식으로말이다.하지만이는서유럽중심의세계관과역사관이우리에게내화되어있기때문이다.대개서유럽이세계의중심이라는시각에서서유럽역사를‘세계사’라고칭하듯,‘서양사’역시동유럽의역사는배제되어있다.동유럽을제대로알아가는과정은곧반쪽짜리서양사를온전히채워가는일이기도하다.
더욱이동유럽의역사는우리와비슷한면이있다.대제국과강대국사이에끼여생존권과주권을지키기위해몸부림쳐야했던생존투쟁의역사라는점에서말이다.반면우리와사뭇다른면도있는데,수많은민족·언어·종교가혼재된‘다양성’이라는정체성이다.작은마을안에서도저건너편에다른종교를믿는다른민족의이웃이살았고,갈등이없지않았지만대체로서로가서로를용인하며어우러져오랜세월을살았다.사회분열이극단화되어가는최근의사회분위기에서새겨볼만한지점이다.
이처럼동유럽에가진편견을걷어내고그역사와문화를진지하게들여다봐야할필요성이커지는때에시의적절한동유럽사개설서가나왔다.그런데그제목이독특하게도《굿바이,동유럽》이다.동유럽역사를다루는책이왜동유럽과작별하고자하는것일까?

동유럽에대한편견에건네는작별인사이자
동유럽의정체성을찾아가는천년의여정

폴란드계미국인인《굿바이,동유럽》의지은이제이콥미카노프스키는“이책은존재하지않는지역에대한역사다.동유럽같은것은더이상존재하지않는다”라는도발적인선언으로책을시작한다.전쟁,혼란,후진성,중간지대등을연상시키는‘동유럽’이란말은동유럽주민스스로도사용하기꺼리는용어가되었고,최근에는‘중유럽’이이를대체하는경향도있다.그러나이념적·정치적·군사적장벽이제거되고,아무리여행과이동이활발해져도,조각보같이현란해보이는표면밑에잠재한동유럽의정체성과특성은여전히존재한다.
20여개나라가복잡한경계를이루며혼재한동유럽지역은역사적으로는합스부르크제국·독일제국·러시아제국·오스만제국에속했고,종교적으로는가톨릭·개신교·정교회·유대교·이슬람을신봉했다.지은이는이런특징을“동유럽에는독자적인것이있었다.한편으로는서유럽과구별되고,다른한편으로는유라시아와다른무언가가있었다.가장핵심적이고확실한특징은다양성이었다.언어의다양성,인종의다양성,그리고무엇보다도종교의다양성이다”라고〈프롤로그〉에서표현했다.그리고이러한‘다양성’을정체성이자핵심키워드로삼는역발상으로,복잡다단한동유럽사를일관성있게꿰어내는놀라운통찰을보여준다.

14개테마로읽는동유럽의내밀한역사
그거칠고찬란한다양성의만화경

기존에동유럽역사와문화를다루는방식(한국에는동유럽사를다룬책자체가드물지만)은대개이지역에서지배적역할을한제국을중심으로서술하거나,20세기주요국가들의이야기를복합적으로다루는식이었다.그러나이책은1천년이상의시간에걸쳐종교·민족·제국·전쟁·사상등14개테마로동유럽정체성을풀어낸다.
우선1부〈신앙〉에서는토속신앙에서시작해외부종교들(기독교,유대교,이슬람등)과그신봉자들이어떻게중세기에점차동유럽으로밀려들어와정착했는지를보여준다.이런외부집단들은민족적·종교적정체성이한묶음인경우가많았다.
이처럼다양한사람들이유입될수있었던것은이들(특히유럽에서쫓겨난유대인들)을적극받아들이고정체성에따라차별하지않았던오스만제국의정책덕분이었다.그러다점차제국의힘이약해지고계몽주의등의영향으로민족(및종교)마다자신들의땅에서고유한정체성(특히언어)을갖고독립적인정치체를일으키려는민족주의가발흥했다.이러한제국·다민족·민족주의의얽힘이2부〈제국과민족〉에서다루어진다.
3부에서는우리가보통동유럽하면어렴풋하게나마아는역사이자선입견의바탕이기도한〈20세기〉를다룬다.지은이는1,2부에서다룬이전의역사·문화·정체성에기반해20세기사를차근차근다루는데,그일관성의힘이이복잡하고처절한동유럽의현대사를무리없이이해해나가도록이끌어준다.

동유럽사람들은굴곡진역사를어떻게경험하고받아들였는가

이책의또다른특장점은수많은이야기를바탕으로마치에세이같이서술된다는점이다.지은이는설명을아끼고사례를통해그함의가드러나게하는전략을취한다.이것은물론독자들에게더욱재미있고효과적으로설명하려는목적도있겠지만,한편으로동유럽인의후손인지은이가‘동유럽인이공유하고있는유산’을따르고자한의도인듯보인다.

“모든차이에도불구하고동유럽은하나의유산을서로공유하고있는데,그것은비극속에서희극을보는재능이다.극단적으로전개된역사에오랫동안익숙해진경험은우리에게부조리에대한비상한유창함을부여해주었다.…내가보기에갑작스러운재앙,예기치않은반전,기적같은탈출이가득한이러한비극-희극이야기들은동유럽의진정한공용어다.”-〈프롤로그〉에서

나아가폴란드유대인출신인지은이집안의경험을들려주는것도이채롭다.지은이는“이책이가족사는아니지만,나의가족사는이책을묶는끈이다”라고고백하면서,자신-가족-동유럽사람들로이어지는연결고리를자연스럽고도감성적으로엮어낸다.한사건의기술이나역사서술에서당사자나가족이어느정도연관되어있는가는서술자의연구와탐구동기에큰영향을미친다.이에따라독자는동유럽역사와정체성을머리로이해하는것을넘어서가슴으로느끼게된다.

요컨대이책은구체성이떨어지는제국,국가간의경쟁이나정책이아닌,동유럽개인의삶에영향을준사건들을실감나게서술한탁월한역사에세이이다.지은이는동유럽이란거대한지역에서일어난많은일이국가·사회·가족·개인에게어떤영향을미쳤는지를역사가의관점에서잘서술하고있다.동유럽에관심을가진독자라면이책을통해동유럽정체성과문화사에대한소양이한층깊어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