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죄인 만들기 : 결백한 사람은 어떻게 유죄가 되는가

죄 없는 죄인 만들기 : 결백한 사람은 어떻게 유죄가 되는가

$25.00
Description
전직 검사가 고발하는
오판의 정치와 심리학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것보다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사법제도의 금과옥조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잘못된 유죄판결로 억울하게 수감되는 이들이 다수 존재한다. ‘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성여 씨는 20년을 수감하고 가석방된 뒤에야 진범이 밝혀지면서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에서는 15살의 최모 군이 살인범으로 몰려 10년의 형을 살았고,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우리 국민의 93%가 사법제도에 오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실제 재심 사례에서 보듯 오판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왜 이런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나는 걸까? 이 책은 죄 없는 죄인들을 만들어내는 검경 및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관행과 정치적 요인, 그리고 오판에 관여하는 인간의 심리 결함을 탐구한다. 비록 미국의 사례를 다루는 번역서이지만, 검경의 무리한 수사와 유죄를 만들어 내는 정치적 압박이 자주 문제가 되는 우리 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상세 소개]
어느 날 당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로
유죄가 되고 감옥에 간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어느 날 당신에게 경찰이 찾아와 당신을 강간 혐의 용의자로 붙잡아 갔다고 하자. 경찰은 포렌식 분석을 위해 음모를 뽑고, 당신의 행적을 추궁했다. 결정적인 증거는 없었지만, 피해자는 당신이 범인이라고 증언했다. 결국 당신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을 믿어줄 사람이 누가 있을까? 피해자의 증언이 있으니, 당신은 분명 범인 아니겠는가? 이 책의 저자인 마크 갓시 교수도 그랬다. 그는 교수 업무의 일환으로 결백을 주장하는 한 재소자의 구명 운동에 나선 로스쿨 학생들을 지도하게 됐지만, 솔직히 무죄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학생들이 상담한 허먼 메이라는 이 재소자는 분명히 범인일 거라 여겼다.
하지만 그가 틀렸다. DNA 검사를 통해 허먼 메이는 실제 강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그는 13년간의 복역 끝에 무죄 방면된다. 전직 검사 출신이기도 한 갓시 교수는 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고 완전히 눈을 새로 뜨게 된다. 검경과 사법 시스템의 잘못된 수사와 판결로 죄 없는 이들을 감옥에 가두기도 한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이 문제에 뛰어들게 됐다. 그는 동료들과 오하이오 이노센스 프로젝트를 설립하고, 2022년 현재까지 39명을 감옥에서 꺼냈다.
이 책은 그런 그의 활동 기록으로, 전직 검사의 고백록이자, 사법 제도 개선을 위한 제안서이기도 하다.

나는 이 책에서 잘못된 유죄판결로 이어지는 심리적이고 정치적 요인들을 개인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지금껏 그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조명해보고자 한다. 이는 한 사람의 진화에 관한 이야기이자 내가 새로이 눈뜨고 진실을 발견해나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나는 인간 심리의 타고난 결함과 정치적 압력이 어떻게 형사사법 분야의 행위자들 -경찰관, 검사, 판사, 변호사 -을 기이하고도 놀라우리만치 불공정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는 이를 인지하지 못하게 만드는지 설명하려 한다. …… 정말이지, 우리 형사사법제도는 정의의 여신처럼 눈을 가린 채 정의를 실천하는 게 아니라, 그저 불의에 눈감고 있다. -12쪽

오판을 만들어내는 경찰, 검찰 그리고
사법 시스템 전반의 문제점들

그럼 어째서 죄 없는 이들이 유죄판결을 받아 감옥에 갇히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주요 원인을 함께 설명한다.

확증 편향: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심리 경향을 말한다. 형사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과 검찰, 그리고 판사 역시 인간인 이상 이런 확증 편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은 어떤 용의자를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나면, 용의자를 범인으로 만드는 증거에만 몰두하고, 결백을 보여주는 증거는 무시한다. 장모를 강간 살해하고, 조카를 강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클라렌스 엘킨스 사건에서 검경은 피해자에게 남은 정액의 DNA가 엘킨스의 것과 다르다는 명백한 증거도 끝끝내 부정하려고 했다.

‘과학수사’의 오류: 확증 편향은 이른바 ‘과학수사(포렌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검경 등의 수사기관은 과학수사를 의뢰할 때 원하는 결과도 같이 전달하곤 한다. 탄도 검사라 치면, “그 총알들이 피고인의 총에서 나온 게 맞는지 확인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식이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검찰청에서는 분석 결과에서 찾고자 하는 답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런 답은 언제까지 필요한지를 늘 포렌식 전문가에게 알려줬을 뿐 아니라 유죄판결을 내릴 수 있으려면 ‘일치’ 여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그 답이 중요하다는 언질을 주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은 CSI 류의 기관이 지문이나 필적, 치아 흔적을 대조해서 내리는 결론이 객관적인 과학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지문의 경우만 해도, 현장에 남은 지문은 종이에 대고 꾹 눌러 찍은 지문과 달리 뭉개지고 흐릿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를 용의자의 지문과 대조하는 일은 해석이 필요한 작업이며, 당연히 수사기관이 심어준 선입견과 기대가 개입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이뤄진 325건의 무죄 방면 사례에서 잘못된 포렌식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가 47%나 됐다. 우리나라에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에서 국과수의 필적 감정 전문가는 검찰이 원하는 결론을 만들어준 바 있다.

비인간화와 ‘대의를 위한 부패’: 검사와 경찰은 자신들을 정의를 실현하는 좋은 사람들로, 자신들이 수사하는 용의자는 ‘나쁜 놈’들로 사고한다. 그렇게 생각해야 상대방을 처벌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문제는 그럴 때 자신이 수사하는 이가 실제론 무죄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그를 유죄로 만들기 위해 규칙을 위반하는 일도 벌어진다. 강압적으로 자백을 강요하거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와 증언은 기록해두지 않는 식이다. 이런 것이 ‘대의를 위한 부패noble-cause corruption’다.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스트 클리블랜드 3인방 사건에서, 경찰은 3인방 중 한 명을 총을 쏜 사람으로 지목한 목격자 증언은 남겨둔 반면, 그와 상반된 증언을 한 목격자의 증언은 묵살했다.

정치적 야심: 미국에서는 지방 검사장과 주 판사를 선거로 뽑는다. 대중은 범죄에 강경한 후보자를 선호하는 까닭에, 검사장과 판사 들은 흉악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을 유죄판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2015년에 나온 브레넌 보고서에 따르면, 선출직 판사들은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중대 사건에서 더 무거운 판결을 내리는 경향이 있으며, 임명직 판사가 있는 관할권에서는 사형 선고 건 중 26%가 항소심에서 뒤집혔으나 법관 선거 제도가 있는 관할권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단 11%만이 뒤집혔다. 우리나라는 법관을 선거로 뽑진 않지만, 흉악범죄를 빨리 해결하고 유죄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검사들은 선거 외에도 실적(즉 담당한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는 것)에 따라 직장에서 좋은 업무 평가를 받기 때문에 승소하라는 압력과 억세고 공격적인 인상을 주어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국선변호인의 질: 유죄를 이끌어내려는 검경의 의욕에 반해 피의자들은 충분한 수준의 변호를 보장받지 못한다. 사람들은 호화 변호인 군단이 재벌이나 유명인을 변호하는 장면을 주로 보지만, 실제로 다수의 형사피고인들은 국선변호인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국선변호인들은 업무는 너무 과중한데 보수는 너무 적어서 적절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한 일화에서는, 어떤 국선변호인은 비용 청구가 안 된다는 이유로 수감 중인 자기 의뢰인으로부터 걸려온 수신자부담전화도 받지 않았다. 〈60분〉 프로그램에 출연한 국선변호인 5인은 자신들이 변호를 맡았던 의뢰인들 가운데 결백한 이들마저 결국 감옥에 간 건 적절히 변호할 시간과 자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재심으로 무죄가 밝혀진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나 삼례 나래슈퍼 강도치사 사건의 원심은 국선변호인이 맡았었다.

기억의 오류: 놀랍게도 “목격자의 잘못된 범인식별 증언은 단연코 잘못된 유죄판결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미국에서 이뤄진 325건의 무죄방면 가운데 235건, 즉 72%가 목격자의 범인식별 증언에 오류가 있었다. 여러 심리학 연구가 보여주듯이, 인간의 기억은 오염되기 쉽고, 아무리 확신하는 기억도 틀린 것일 수 있다.
강간을 당한 제니퍼 톰슨은 이후 용의자 사진 라인업에서 로널드 코튼의 사진을 지목했고, 실제로 봤을 때도 그가 범인이라고 증언했다. 톰슨은 나중에 진짜 범인이라고 밝혀진 이의 얼굴도 봤지만, 그럼에도 코튼이 틀림없이 범인이라고 확신했다. 코튼은 종신형을 받고 수감 생활을 하다가 DNA 검사로 무죄임이 밝혀져 10년을 복역한 뒤 석방됐다. 톰슨은 결국 진실을 받아들이고, 코튼에게 사과했지만, 강간범의 얼굴을 떠올릴 땐 여전히 코튼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했다. 인간의 기억은 생각보다도 더 부정확하다.


허위 자백: 인간 기억의 취약성으로 인해, 검경의 압박을 받는 피의자는 자신이 실제로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18세의 피터 라일리는 자택에서 엄마의 시신이 발견되고 경찰서로 연행돼 신문을 받았다. 경찰관들이 순번대로 돌아가며 들어와 그를 부정에서 혼란으로, 그리고 다시 자기의심으로 옮겨가게 만들었으며, 라일리는 마침내 경찰 측 주장대로 본인에게 잘못이 있다고 받아들였다. 그는 결국 자기 엄마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무죄가 밝혀지고 몇 년 뒤 라일리는 자신이 왜 그런 자백을 했는지 이렇게 설명했다.

유일한 가족이 죽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혼란스럽고 피곤한 상태로, 그것도 낯설고 위압적인 장소에서 긴 시간 동안 계속 잠을 못 자고 깨어있는 데다 주위에 둘러선 경찰들이 이 끔찍한 짓을 틀림없이 내가 저질렀다고 계속 이야기하고 아무도 나를 걱정해주거나 내 생각을 묻는 사람은 없는 상황인 겁니다. …… 제가 기억을 못하는 거라고 경찰 당국이 장담을 하면 제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게 되죠. 암시하며 유도했던 내용이 얼마 후에는 대화 중에 결국 내 입에서 튀어나오게 됩니다. …… 이런 상황에선 그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말하고 서명하게 되지요. -249쪽

단 한 명의 억울한 사람도 만들지 않기 위해

나는 아들이나 남편이 오심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는 엄마나 아내의 전화를 수도 없이 받는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는 재판이 얼마나 불공정했는지, 검사들이 얼마나 오만하게 굴었는지 그리고 미국에서 이런 식의 마녀사냥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열과 성을 다해 털어놓는다. 마치 자신이 털어놓는 내용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라 엄청난 폭로로 받아들일 거라 여기는 눈치다. 그럼 나는 이렇게 말한다. “맞아요, 다들 그렇듯 선생님도 당황스러우셨을 겁니다. 상상도 못 하셨을 거예요. 우리 다 같은 마음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바닥이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 알게 되신 거예요. 굳이 아실 필요 없는 걸 아시게 돼 유감입니다. -382쪽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특히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법적 판단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고, 검경이 무리한 수사로 범인을 만들어 내는 일도 잦았다. 간첩조작사건만 하더라도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오판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흉악범죄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보면,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않는 것보다는 되도록 많은 범인을 처벌하길 원하는 게 현실인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죄 없는 누군가를 유죄로 만들 수 있는 사법 제도는 바로 ‘나’ 역시도 죄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형사사법제도criminal justice system가 단순히 누군가를 벌주는 제도가 아니라, 진정 정의로운 시스템system of justice으로 변하는 데 이 책이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저자

마크갓시

신시내티대학의법학교수로오하이오이노센스프로젝트(OhioInnocenceProject)의공동설립자다.대학교수가되기전에는연방검사로일하며조직범죄,납치,테러,중대사기범죄및고위정치인의부정부패를비롯해여러건의중대사건을기소했으며,그공로로모범검사상을받기도했다.고향신시내티에대학교수로부임한이후잘못된수사와판결로감옥에갇히는이들이많다는사실에눈을뜨고,그들을구하기위한활동에뛰어들었다.그와동료들이2003년설립한오하이오이노센스프로젝트는2022년현재까지저지르지않은범죄로도합750년이상을복역한39명의무고한사람들을감옥에서석방시켰다.미국언론은그를“감옥에서사람들을구하는슈퍼히어로”또는“결백한이들의대변자”라고부른다.

목차

1장불의에눈뜨다
2장눈을가리는부정
3장눈을가리는야심
4장눈을가리는편향
5장눈을가리는기억
6장눈을가리는직관
7장눈을가리는터널비전
8장인간의한계를직시하고받아들이기

출판사 서평

어느날당신이저지르지도않은죄로
유죄가되고감옥에간다면어떨것같습니까?

어느날당신에게경찰이찾아와당신을강간혐의용의자로붙잡아갔다고하자.경찰은포렌식분석을위해음모를뽑고,당신의행적을추궁했다.결정적인증거는없었지만,피해자는당신이범인이라고증언했다.결국당신은유죄판결을받았다.

이런상황에서당신을믿어줄사람이누가있을까?피해자의증언이있으니,당신은분명범인아니겠는가?이책의저자인마크갓시교수도그랬다.그는교수업무의일환으로결백을주장하는한재소자의구명운동에나선로스쿨학생들을지도하게됐지만,솔직히무죄가능성을믿지않았다.학생들이상담한허먼메이라는이재소자는분명히범인일거라여겼다.

하지만그가틀렸다.DNA검사를통해허먼메이는실제강간범이아니라는사실이밝혀졌고,그는13년간의복역끝에무죄방면된다.전직검사출신이기도한갓시교수는이사건으로큰충격을받고완전히눈을새로뜨게된다.검경과사법시스템의잘못된수사와판결로죄없는이들을감옥에가두기도한다는것을새롭게인식하고,이문제에뛰어들게됐다.그는동료들과오하이오이노센스프로젝트를설립하고,2022년현재까지39명을감옥에서꺼냈다.이책은그런그의활동기록으로,전직검사의고백록이자,사법제도개선을위한제안서이기도하다.

나는이책에서잘못된유죄판결로이어지는심리적이고정치적요인들을개인적인체험을바탕으로지금껏그어떤책에서도볼수없었던방식으로조명해보고자한다.이는한사람의진화에관한이야기이자내가새로이눈뜨고진실을발견해나가는이야기이기도하다.이책에서나는인간심리의타고난결함과정치적압력이어떻게형사사법분야의행위자들경찰관,검사,판사,변호사을기이하고도놀라우리만치불공정한행동을하면서도스스로는이를인지하지못하게만드는지설명하려한다.……정말이지,우리형사사법제도는정의의여신처럼눈을가린채정의를실천하는게아니라,그저불의에눈감고있다.-12쪽

오판을만들어내는경찰,검찰그리고
사법시스템전반의문제점들

그럼어째서죄없는이들이유죄판결을받아감옥에갇히는것일까?이책에서는몇가지주요원인을함께설명한다.

확증편향:확증편향은자신의신념과일치하는정보는받아들이고신념과일치하지않는정보는무시하는심리경향을말한다.형사사건을수사하는경찰과검찰,그리고판사역시인간인이상이런확증편향에서자유롭지못하다.그들은어떤용의자를범인이라고확신하고나면,용의자를범인으로만드는증거에만몰두하고,결백을보여주는증거는무시한다.장모를강간살해하고,조카를강간한혐의로유죄판결을받은클라렌스엘킨스사건에서검경은피해자에게남은정액의DNA가엘킨스의것과다르다는명백한증거도끝끝내부정하려고했다.

‘과학수사’의오류:확증편향은이른바‘과학수사(포렌식)’에도영향을미친다.검경등의수사기관은과학수사를의뢰할때원하는결과도같이전달하곤한다.탄도검사라치면,“그총알들이피고인의총에서나온게맞는지확인해주세요”라고말하는식이다.저자의설명에따르면,“검찰청에서는분석결과에서찾고자하는답이무엇인지그리고그런답은언제까지필요한지를늘포렌식전문가에게알려줬을뿐아니라유죄판결을내릴수있으려면‘일치’여부가필수적이기때문에그답이중요하다는언질을주기도했다”.

보통사람들은CSI류의기관이지문이나필적,치아흔적을대조해서내리는결론이객관적인과학에근거한것이라고믿지만실제론그렇지않다.지문의경우만해도,현장에남은지문은종이에대고꾹눌러찍은지문과달리뭉개지고흐릿한것이대부분이다.이를용의자의지문과대조하는일은해석이필요한작업이며,당연히수사기관이심어준선입견과기대가개입할수밖에없다.미국에서이뤄진325건의무죄방면사례에서잘못된포렌식이주요원인으로작용한사례가47%나됐다.우리나라에도강기훈유서대필조작사건에서국과수의필적감정전문가는검찰이원하는결론을만들어준바있다.

비인간화와‘대의를위한부패’:검사와경찰은자신들을정의를실현하는좋은사람들로,자신들이수사하는용의자는‘나쁜놈’들로사고한다.그렇게생각해야상대방을처벌하는것이정당화된다.문제는그럴때자신이수사하는이가실제론무죄일수있다는생각을하지못하게된다는점이다.그렇게되면그를유죄로만들기위해규칙을위반하는일도벌어진다.강압적으로자백을강요하거나,피고인에게유리한증거와증언은기록해두지않는식이다.이런것이‘대의를위한부패noble-causecorruption’다.살인죄로유죄판결을받은이스트클리블랜드3인방사건에서,경찰은3인방중한명을총을쏜사람으로지목한목격자증언은남겨둔반면,그와상반된증언을한목격자의증언은묵살했다.

정치적야심:미국에서는지방검사장과주판사를선거로뽑는다.대중은범죄에강경한후보자를선호하는까닭에,검사장과판사들은흉악범죄로기소된피고인을유죄판결하려는경향을보인다.2015년에나온브레넌보고서에따르면,선출직판사들은선거일이가까워질수록중대사건에서더무거운판결을내리는경향이있으며,임명직판사가있는관할권에서는사형선고건중26%가항소심에서뒤집혔으나법관선거제도가있는관할권에서는같은기간동안단11%만이뒤집혔다.우리나라는법관을선거로뽑진않지만,흉악범죄를빨리해결하고유죄판결을내려야한다는여론의압력은공기처럼존재한다.검사들은선거외에도실적(즉담당한사건에서유죄판결을받는것)에따라직장에서좋은업무평가를받기때문에승소하라는압력과억세고공격적인인상을주어야한다는압력을받는다.

국선변호인의질:유죄를이끌어내려는검경의의욕에반해피의자들은충분한수준의변호를보장받지못한다.사람들은호화변호인군단이재벌이나유명인을변호하는장면을주로보지만,실제로다수의형사피고인들은국선변호인에의존하게된다.하지만국선변호인들은업무는너무과중한데보수는너무적어서적절한시간과노력을기울이지못한다.저자가들려주는한일화에서는,어떤국선변호인은비용청구가안된다는이유로수감중인자기의뢰인으로부터걸려온수신자부담전화도받지않았다.〈60분〉프로그램에출연한국선변호인5인은자신들이변호를맡았던의뢰인들가운데결백한이들마저결국감옥에간건적절히변호할시간과자원이부족했기때문이라고단언하기도했다.우리나라에서도재심으로무죄가밝혀진약촌오거리택시기사살인사건이나삼례나래슈퍼강도치사사건의원심은국선변호인이맡았었다.

기억의오류:놀랍게도“목격자의잘못된범인식별증언은단연코잘못된유죄판결의가장중요한원인이다”.미국에서이뤄진325건의무죄방면가운데235건,즉72%가목격자의범인식별증언에오류가있었다.여러심리학연구가보여주듯이,인간의기억은오염되기쉽고,아무리확신하는기억도틀린것일수있다.강간을당한제니퍼톰슨은이후용의자사진라인업에서로널드코튼의사진을지목했고,실제로봤을때도그가범인이라고증언했다.톰슨은나중에진짜범인이라고밝혀진이의얼굴도봤지만,그럼에도코튼이틀림없이범인이라고확신했다.코튼은종신형을받고수감생활을하다가DNA검사로무죄임이밝혀져10년을복역한뒤석방됐다.톰슨은결국진실을받아들이고,코튼에게사과했지만,강간범의얼굴을떠올릴땐여전히코튼의얼굴이떠오른다고했다.인간의기억은생각보다도더부정확하다.

허위자백:인간기억의취약성으로인해,검경의압박을받는피의자는자신이실제로하지않은일을인정하게되기도한다.18세의피터라일리는자택에서엄마의시신이발견되고경찰서로연행돼신문을받았다.경찰관들이순번대로돌아가며들어와그를부정에서혼란으로,그리고다시자기의심으로옮겨가게만들었으며,라일리는마침내경찰측주장대로본인에게잘못이있다고받아들였다.그는결국자기엄마를살해했다고자백했다.무죄가밝혀지고몇년뒤라일리는자신이왜그런자백을했는지이렇게설명했다.

유일한가족이죽었다는사실에충격을받아혼란스럽고피곤한상태로,그것도낯설고위압적인장소에서긴시간동안계속잠을못자고깨어있는데다주위에둘러선경찰들이이끔찍한짓을틀림없이내가저질렀다고계속이야기하고아무도나를걱정해주거나내생각을묻는사람은없는상황인겁니다.……제가기억을못하는거라고경찰당국이장담을하면제자신의기억을의심하게되죠.암시하며유도했던내용이얼마후에는대화중에결국내입에서튀어나오게됩니다.……이런상황에선그사람들이원하는대로말하고서명하게되지요.─249쪽

단한명의억울한사람도만들지않기위해

나는아들이나남편이오심으로유죄판결을받았다는엄마나아내의전화를수도없이받는다.그들이가장먼저하는이야기는재판이얼마나불공정했는지,검사들이얼마나오만하게굴었는지그리고미국에서이런식의마녀사냥이일어나리라고는상상도해본적없다는것이었다.그리고어김없이열과성을다해털어놓는다.마치자신이털어놓는내용은난생처음들어보는이야기라엄청난폭로로받아들일거라여기는눈치다.그럼나는이렇게말한다.“맞아요,다들그렇듯선생님도당황스러우셨을겁니다.상상도못하셨을거예요.우리다같은마음입니다.안타까운일이지만이바닥이실제로어떻게돌아가는지이제알게되신거예요.굳이아실필요없는걸아시게돼유감입니다.─382쪽

우리나라는예전부터특히정권의이해관계에따라사법적판단이좌우되는경우가많았고,검경이무리한수사로범인을만들어내는일도잦았다.간첩조작사건만하더라도오래된일이아니다.그럼에도우리사회에서는오판에대한관심과연구가거의없는실정이다.또흉악범죄에대한대중의반응을보면,한명의억울한사람을만들지않는것보다는되도록많은범인을처벌하길원하는게현실인것같다.그러나어떤죄없는누군가를유죄로만들수있는사법제도는바로‘나’역시도죄인으로만들수있다는것을기억해야한다.우리사회에서형사사법제도criminaljusticesystem가단순히누군가를벌주는제도가아니라,진정정의로운시스템systemofjustice으로변하는데이책이기여하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