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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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민병래

저자:민병래
1960년강원출생.생업에종사하면서,1998년부터한글을모르는노인과이주민을상대로문해교실과다문화도서관을운영하는시민단체‘푸른’의이사를맡고있다.2016년촛불광장에서역사의거대한흐름은평범한사람들이만들어나간다는사실을다시한번느끼며,이름없이빛도없이의미있게살아가는사람들이야기를《오마이뉴스》에‘사진과수필로쓰는만인보’라는제목으로연재하고있다.지은책으로『호암미술관에있는아름다운우리문화재』,『민병래의사수만보』,『송환,끝나지않은이야기』가있다.

기획: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
2022년간토대학살의진실을규명하고피해자들에대한명예회복과추도활동을위해결성되었다.1923한일재일시민연대,민족화해범국민협의회,강제동원문제해결과대일과거청산을위한공동행동,겨레하나,민족문제연구소,시민모임독립,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우리학교와아이들을지키는시민모임,정의기억연대,민주노총,한국노총,지구촌동포연대등60여개단체가참여하고있다.이만열전국사편찬위원장과민족문제연구소임헌영소장,이해학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한국위원회대표등이공동추진위원장을맡았다.

목차


들어가며_100년동안의침묵을넘어서4

간토조선인대학살의진실을밝히다|강덕상
학살당한조선인의추모를위한한평생|니시자키마사오
영상으로기록된피맺힌증언과참상|오충공
일본을위해서조선인학살의책임을묻다|야마모토스미코
간토특별법을향하여|김종수
미래의평화를준비하기위한싸움|가토나오키
돌아오지않는가족을기다리다|간토의유족
예술과랩으로저항하고기억하다|이이야마유키
학살현장을기록하는순례의길|천승환

부록_간토대지진조선인학살다크투어안내서
추천의글_간토조선인학살,계속되고있는현실

출판사 서평

간토대학살은왜잊혀졌을까

1923년9월1일,도쿄와요코하마를포함한일본간토지방에진도7.9의대지진이발생했다.사망자가10만명에이르고행방불명자가4만이넘었으며,이재민은무려340만명에달했다.일본역사상최악의재해인간토대지진이다.
그런데이때간토지방에서노동자로일하던조선인들에게는더무서운재앙이닥쳤다.조선인들이지진의혼란을틈타방화,약탈,살인,강간을저지르고있다며,자경단만이아니라경찰과군대까지나서서조선인을잔혹하게학살했다.1923년당시학살피해를조사한이재조선동포위문반은6,661명이죽었다고보고했다.
이간토대학살은식민지시기의가장참혹한비극이지만,안타깝게한국땅에서는잊힌사건이되었다.살아돌아와이일을알린이들도적었으며,그마저도총독부가입을막았다.해방과전쟁으로인한혼란속에피해자조사는요원한일이었고,그후군부독재시기에도피해자들은목소리를내기어려웠다.시간이흐르며학살을직접경험하거나들은이들은모두사망했고,그결과간토대학살은피해자의정확한수도학살당한이의이름도모른채유언비어에의해빚어진비극으로기억되었을뿐이다.
최근에서야언론과방송에서간토대학살이조명되고있지만,아직도많은것이알려지지않았다.100주기인올해이전까지한국작가가쓴간토대학살관련대중서는전무했고,모두일본에서나온책의번역서였다.추모비만해도일본에는20개가넘게있는반면,한국에는한개도없었다.이제부터라도간토대학살은더많이이야기되고논의되어야한다.

간토대학살과관련해우리는무엇을해야할까

이책은간토대학살의전모를다각도로보여주기위해서한국과일본에서조선인대학살의진실을알리기위해노력한9명의이야기를엮고있다.그들각자의삶과활동은다양한결을갖고있지만모두간토대학살의아픔을드러내고일본의국가책임을묻는것으로모아진다.이제는그들의성과를이어받아한국사회가나서야하지않을까?그들이어떤일을해왔고,앞으로남은과제는무엇일지하나씩살펴보자.

①학살의진상규명
일본은학살직후부터지금까지줄곧국가의책임을부정하고있다.학살은유언비어에휩쓸린민중의우발적범행일뿐,정부의관여는없었다는것이다.
일본의이런발뺌을깨뜨리는데가장큰기여를한사람이재일사학자강덕상이다.그는일본정부와군대의자료를파헤쳐일본정부가유언비어의유포부터학살에이르기까지주도적인역할을했음을밝혀냈다.
일본정부는지진이일어난바로다음날인9월2일에‘조선인폭동설’을명분으로계엄령을선포하고군대를출동시킨다.그리곤각지방에다음과같은공문을보낸다.

도쿄부근의지진을이용하여조선인들이각지에방화하고불령(不逞)의목적을수행하려고하며현재도쿄시내에서폭탄을소지하고석유를부어방화하는자가있다.이미도쿄부에서는경계령이시행되고있으므로각지에서는충분하고도면밀한시찰을더하고조선인의행동에대해서는한층더엄밀히단속할것.-26쪽.

이런지시와함께군대와경찰이직접조선인을학살하기시작했다.당시출동한한병사는이런회고를남겼다.

9월2일정오조금전,식량과말먹이,실탄60발을지급받아질풍처럼지바거리를달려갔다.가메이도(龜戶)에도착해행동개시로먼저‘열차검색’을해조선인을모두끌어내렸다.칼날과총검아래그들은차례차례거꾸러졌다.일본인피난민가운데서환호의소리‘원수!조선인은모두죽여라’하는소리가울려퍼졌다.우리연대는이것을‘피의잔치의시작’으로하여그날저녁부터밤중까지본격적인조선인사냥을했다.-23쪽

이렇게정부가조선인을‘적’으로규정하니일본민중들은지진으로인한불안과원망을조선인을향한증오심으로바꾸고자경단을조직해각지에서‘조선인사냥’에나섰다는것이다.분노한민중이천황제등체제에반기를들까두려워조선인을희생양을삼았다는게강덕상의결론이다.
강덕상의선구적인연구는후속연구가이어지면서학계에서정설로인정되었다.그러나일본정부는여전히학살관여에대해입을닫고있고,학살을단순히유언비어탓으로돌리는경향은일본은물론한국에서도여전하다.간토대학살을일본의국가범죄로인정케하는일은남은이들의몫일것이다.

②학살을왜곡,부정하는이들과의싸움
일본에서우익세력이힘을얻어가면서과거사에대한일본사회의기류가변화했다.간토대학살도예외는아니었는데,이전까지는우익이라도학살자체는인정했지만차츰학살은없었고과장됐다는목소리가커졌다.조선인이실제로폭동을일으켜서대응한것이라는주장도나왔다.교과서의기술도‘학살’이‘살해’나‘수난’으로,학살의책임자가‘군경’에서‘자경단’으로,살해된숫자도수천명에서‘○○명’같이모호하게바뀌었다.
일본의논픽션작가가토나오키는이런변화를우려하며,극우세력의역사왜곡과맞서싸우는최전선에섰다.그는2013년재특회(재일조선인의특권을용납하지않는모임)의혐한시위를보고반대행동에나서는한편,간토대학살의진상을알리는블로그를개설하고학살의실제기록을바탕으로글을올렸다.이글들은『9월,도쿄의거리에서』라는책으로나와현재까지2만부가팔렸다.한국에서도2015년번역출판되었다.그는학살부정론을정면으로논파하는『트릭‘조선인학살’을없던일로만들고싶은사람들』이라는책도냈으며,도쿄요코아미초공원에세워진조선인추도비를철거하려는이들에맞서추도비를지키는활동도하고있다.
‘간토대지진때조선인학살사실을알고추모하는가나가와현실행위원회’의대표야마모토스미코는1939년생으로,수십년째간토대학살의진상을알리고일본의반성을촉구하는활동을해왔다.초등학교교사였던야마모토는요코하마시교육당국에조선인학살을교과서에수록하고아동과청소년에게가르치고,학교에서조선인차별을몰아내는프로그램을시행하라고요구했다.학계와시민사회의이런노력덕분에1980년대에는일부교과서는학살의주체가‘군경’이고그원인은일본의‘배외주의’때문이라고기술했다.학살을부정하는역사수정주의가득세하고있는지금도야마모토는꾸준히증언과증거를수집하고일반시민들에게알리는활동을하고있다.

③일본에국가의책임을묻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와강제징용피해자들은오래전부터일본정부에책임을추궁하고사죄와배상을요구해왔다.그덕분에국민들도이두문제에대해서는잘알고있다.그러나간토대학살의피해자들은그렇게하지못했다.죽은이들은말이없고,제대로된조사가이루어지지않아누가어떻게죽었는지도제대로알려지지않았기때문이다.한국땅의유족들도자신이유족인지조차모른채평생을살다죽었다.
현재‘간토학살100주기추도사업추진위원회’의집행위원장을맡고있는김종수목사는간토대학살문제해결을위한한국의시민운동을일깨운선구자다.2000년대초부터전국각지를돌며간토대학살을알리는전시회를열었고,2020년에는‘기억과평화를위한1923역사관’을세워진상규명운동의진지로삼았다.그는지금은정치권과협력해‘간토대학살진상규명과피해자명예회복을위한특별법’제정운동에앞장서고있다.이법이제정되면한국정부는일본에게진상조사와책임추궁에나서고피해자의명예회복과유족지원을위한방안을마련해야만한다.
한편학살희생자의유족2,3세들은현재일본정부에손해배상을청구하는소송을준비중이다.비록100년이나지났지만,제노사이드와반인도적범죄는시간이얼마나지났건반드시처벌하고정의를세워야한다는것이국제사회의원칙이기때문이다.이재판에서유족이승소하면인류의평화에기여하고제노사이드범죄를막는데도움이될것이다.

④기록과기억,그리고계승
일본의집요한은폐작업에도간토대학살의진상이알려질수있었던것은끈질기게기록하고기억을이어간이들이있었기때문이다.
다큐멘터리감독오충공은다큐영화<감춰진손톱자국>과<불하된조선인>에서학살을목격한이들의증언을육성으로담았다.그전까지일본인이글로남긴수기와회상은많았지만학살에관해자기얼굴을드러내고말한경우는처음이었다.올해100주기를맞아오충공의세번째영화인<1923제노사이드,조선인학살100년의역사부정>도개봉될예정이다.
조선인희생자추도모임에서활동하는니시자키마사오는1980년대한국에와아직생존해있던생존자들의증언을담아갔으며,최근에는도쿄에남겨진모든학살관련증언을모아『간토대진재조선인학살의기록―도쿄지구별1,100가지증언』이라는책을펴냈다.
일본의젊은예술가이이야마유키는조선인래퍼FUNI와함께학살의충격으로미쳐버린조선인정신병자를다룬영상작품을만들었다.이런식으로간토대학살의역사는새로운세대들의손으로재창조되고있다.
아마추어사진가천승환은일본간토지방곳곳의학살관련사적지를돌아다니며사진을찍고국내에소개하는작업을했다.학살현장,추도비,묘지등모두70여곳을촬영했으며그곳들을구글지도에표시해관심있는사람이찾아갈수있게안내했다.
학살의기록과기억은앞으로도계승해가야할중요한작업이다.지금까지는소수의개인적인노력으로이루어져왔지만앞으로는사회적인지원과노력이뒤따라야할것이다.

간토대학살은일본의극우화를막는급소다

1923년간토조선인대학살은제국주의와식민통치에서비롯된조선인에대한차별과적대감이근본적인원인이었다.일본내에서,민간인이며,당시일본제국의국민인조선사람을상대로,군대,경찰,자경단이합세해서저지른식민지시기최악의범죄였다.일본인들도이를부끄러워하며추모와진상규명에나서는이유도여기에있다.또한일본정부도외면하고회피할뿐학살을부정하지는않는다.증거가차고넘치기때문이다.
그래서이책은간토대학살이‘극우로향하는일본의급소’가될수있다고이야기한다.현재일본은과거사를부정하고식민지배를정당화하는행보를보이고있다.그렇지만간토대학살은일본인도부끄러워하며,부정하지못하는명백한범죄다.간토대학살의비극을일깨움으로써일본제국주의와식민지배의그릇됨을알릴수있는것이다.그렇게되면불행한역사가반복되는걸막는데도움이되리라.
야마모토스미코는“나는이일을조선인만을위해서하는게아닙니다.일본인을위해서합니다.사죄하지않으면불행이반복되니까요”라고이야기한다.가토나오키는간토대학살을“정면으로마주보고반성하는것이일본의역사를바로잡는첫걸음”이라고바라본다.이처럼간토대학살은미래의평화를위해한일양국의시민들모두가기억해야할역사다.100주기를맞아나오는이책이학살의진상을알리는목소리가커져나가는데일조하기를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