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순례 : 그 높고 깊고 아득한

$17.00
Description
등단 50주년 기념작, 산문집 2종 동시 출판
‘이야기하는 바람’ 박범신의 높고 깊은 산문미학!
삶의 비의와 신의 음성을 찾아가는 머나먼 길
지극한 정신과 육체로 몰아붙인 순수의 여정

박범신 작가가 데뷔 50주년을 맞아 두 종의 산문집 《두근거리는 고요》와 《순례》를 내놓았다. 작가는 1973년 단편 〈여름의 잔해〉로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순례》의 앞의 1, 2장은 오래전 출판했던 히말라야와 카일라스 순례기를 각각 삼분의 일 정도로 압축하고 새로 다듬은 글이며, 뒤의 3, 4장 산티아고 순례기와 폐암일기는 최근에 집필한 글이다. 인생 자체가 결국 순례이며, 육체의 한계를 정면으로 맞닥뜨리면서 겪는 병고의 여정 또한 하나의 순례임을 감안하여 폐암일기를 같이 묶었다. “글 쓴 시기는 사뭇 다르지만, 평생 그리워 한걸음으로 걸어온 날들이 맞춤하니 한통속인지라 어색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작가는 말한다.

박범신 작가는 ‘작가 50년’을 돌아보면서, 자신에겐 오로지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살고 싶었던 ‘문학순정주의’의 가치와 모든 계파에서 자유로운 ‘인간중심주의’ 가치뿐이었으며 오직 그것들을 신봉하며 살아왔다고 술회한 바 있다.
초기의 젊은 시절에는 강렬한 현실 비판적인 단편소설들을 발표했고, 80년대로부터 90년대 초반까지는 수많은 장편 베스트셀러를 펴내 대중의 총아로서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랐으며, 90년대 문화일보에 《외등》을 연재하던 중 시대와의 불화로 돌연 “내 상상력의 불은 꺼졌다”라며 ‘절필’을 선언해 화제가 되었고, 1993년 《흰 소가 끄는 수레》로 문단에 복귀한 뒤엔 ‘영원한 청년작가’로 불리면서 이른바 ‘갈망의 3부작’으로 알려진 《촐라체》 《고산자》 《은교》를 비롯해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뛰어난 소설을 계속 펴내는 한편, 자본주의 세계구조를 통렬히 비판한 3부작 《비즈니스》 《나의 손은 말굽으로 변하고》 《소금》 등을 연달아 펴내 독자를 사로잡은 바 있다.

양극화되어 있는 대중문학과 본격문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왕성한 집필로 동시에 큰 성과를 이루어낸 것은 우리 문단에서 매우 드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우리 시대의 대표적 작가이고, 25편 이상이 영화, 드라마, 연극으로 제작돼 다른 장르에까지 큰 영향을 미쳤으며, 네이버에 최초로 장편 《촐라체》를 연재해 수백만 독자를 사로잡음으로써 인터넷 장편발표 시대를 견인하기도 했다.

명지대학 교수로서 수많은 젊은 작가들을 길러낸 명망 높은 문학교사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그의 작가 ‘데뷔 50년’은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다. 이번 펴내는 산문집에서 그는 지난 50년의 문학을 돌아보면서 “나에게 소설쓰기는 늘 홀림과 추락이 상시적으로 터져 나오는 투쟁심 가득 찬 연애와 같았다”라고 술회하고 있다. 아울러 죽을 때까지 현역작가로 시종하겠다고 말해온 그가 최근 몇 년간 소설을 쓰지 못하게 된 계기와 그것이 불러온 사회적인 파장, 그로 인해 받았던 상처와 고통에 대해 내밀하고 아프게 고백하고 있다.

이 책은 무엇이든 삼켜버리고 살집을 키워가는 자본주의적 욕망을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둥허둥 쫓아가는 우리들의 어깨 위에 가만히 손을 얹는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자신과 세상을 돌아볼 것을, 삶에 대한 순정과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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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범신

1946년충남논산출생으로원광대국문과및고려대교육대학원을졸업했다.1973년중앙일보신춘문예에단편『여름의잔해』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고,1978년까지문예지중심으로소외된계층을다룬중ㆍ단편을발표,문제작가로주목을받았으며,1979년장편『죽음보다깊은잠』『풀잎처럼눕다』등을발표,베스트셀러가되어70~80년대가장인기있는작가중한사람으로활약했다.1981년...

목차

글쓴이의말
005인생이란시간을따라걷는하나의순례이다

1장비우니향기롭다
-히말라야에서보내는사색편지
012들어가는말위대한사랑을꿈꾸며
014왜떠나는가
020천연의사원
026신의창으로들어가다
033우유의강을건너면서
037실패하기위해히말라야에온다
041히말라야는묵음의언어이다
048갈망과염원이솟아날때
054우리가별처럼영원할수있을까
061왜산사람들은정상에오르는가
067색계에서욕계를보다
071빙하위를걸어서간다
080사색을잃어버린근대화의길
085다시,카트만두
088풍요의여신안나푸르나
092티베트불교의성지묵티나트가는길
097천년의바람마르파
102세계에서가장깊은다울라기리계곡
106푼힐언덕에해가뜰때
111부족한‘여기’와그리운‘저기’사이

2장카일라스가는길
-영혼의성소를찾아서
120박수무당이내게한말
122왜카일라스인가
127하늘길
132흔들리는영혼,라사
137옴마니밧메훔
143티베트의젊은꿈과이상
148달라이라마의여름궁전
153티베트사람들의축제
158본성그대로의남쵸호수
165천장
170티베트제2의도시시가체
177길없는길
186마침내신의얼굴을보다
194눈물의돌마라고개에서
202우주의자궁마나사로바
206다시,옴마니밧메훔

3장그길에서나는세번울었다
-산티아고순례
212바람의길에대한예감
217그해봄떠날무렵길앞에서중얼거리다
229아주오래된길
233아주오래된욕망
239아주오래된짐
244바람의숨결
247아주오래된도구
252동행자
257본성의길
262아주오래된침대
267아주오래된행복
272아주오래된갈망
278아주오래된기도
288꽃으로필다른날들을기다리며

4장새로운순례길의황홀한초입에서
-폐암일기
292길이걷는나를보살핀다
296어느더운여름날의추억
299존재의품격
302보자기로싼폭탄을안고
306나의모든사랑에게
308생존율27퍼센트의길
311취꽃
315비밀
316옹골찬파동

출판사 서평

나는왜,무엇을찾아,이낯선길을흘러다니는것일까

누군들그렇지않겠는가.냉혹하기이를데없는경쟁,자학적수준에도달한정신적분열,효율성의구호아래일사불란하게서열화를이룬생명의가치,실패하면죽는다는불안….지금우리가살고있는모습이대충이렇다.육체와정신이서로다른곳을배회하니내가누구인지,어디에있는지모를지경이지만,이것만은알겠다.‘산다는게이건아니지!’

작가는걸핏하면짐을쌌다.짐은헐거웠지만,가슴은열망으로가득했다.초월에대한열망이었고,신성에대한열망이었으며,순수에대한열망이었다.매년떠난히말라야에서고산증으로정신이가물거리기도했고,킬리만자로허리에엎드려울기도했고,캅카스산맥삼나무그늘이나시베리아자작나무숲에서술에취해쓰러져잠든적도있었고,산티아고로향하는멀고도텅빈길에서는또여러번울었다.

히말라야든킬리만자로든피레네산맥이든,그곳이돌밭길이든진창길이든길은모두같았다.자동차도오토바이도소용이없으니빨리가고늦게가는것이별반차이가없다.사람과사람사이에위아래가없고사람과당나귀사이에도높고낮음이없다.살아있는모든것에게공평하게열려있을뿐이니,이곳에서할수있는일은오직걷는것뿐이다.두다리외의어떤이동수단도,편리를제공하는물건도,시중을들어줄사람도없으며오직내앞에놓인길만이나를도울뿐이다.그러니이길위에흐르는존재들은몸은고될지언정불안감에사로잡히지않고영혼은분열하지않는다.

순례는사실걷는게아니다.목적지에도달하기위해아득바득다가가는것이아니다.길위에올라선채길이흐르는대로나를가만히맡겨두는일이다.돌아올날을완주의성취를기약하는것이아니다.설령먼곳에서바람으로떠돌다가혹시집으로돌아오는길을영영잃어버리더라도주저하지않는것,그것이흐르는길에대한예의이며참순례라고할수있다.인생도그렇다.인생도결국하나의순례이니까.

길위에선아무도가면뒤에숨을수없고,누구도불안에떨지않는다.자신이본래그텅빈본성으로부터걸어나왔다는충만감으로마음속이환해지기때문이다.자신의숨결을정밀하게보고듣고느낄수있으며,자신의숨결이본래의자신과일치된것같은느낌을받을때는마치자신안에깃든신이숨쉬는것만같다.살을파고드는배낭끈이속살자체가되는듯한고통마저신비한기쁨으로다가온다.비로소‘고통은업장을쓸어내는가장커다란빗자루’라는말을,뜨겁게고통을바친순례자들의비밀스런축복을알것만같다.

작가는산티아고순례길에서폐렴을얻었고돌아와폐암판정을받았다.이제까지가본적없는새로운길이그앞에펼쳐진것이다.그리고묵묵히병고의순례길을걸었다.흩어진마음을모아진심어린기도를드리며….

“만약내가이세상을떠나게된다고해도사랑하는이여,나의죽음을결코차갑게여기지마소서.내가태어날때와내가죽을때를구별하지마소서.혹슬플지라도‘환하고따뜻한슬픔’으로나를느끼소서.내평생따뜻한물로흐르며살기를간구했으니,갓낳은달걀을두손으로쥐었을때처럼,탄생처럼,죽음으로떠나는나의영혼도부디따뜻한파동으로느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