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의 용이 울 때 -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땅속의 용이 울 때 -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2

$16.80
Description
“회고 속에 묻어두지 마시라. 이어령은 현재진행형이다”
오늘의 시점에서 재창조되는 한국의 흙과 바람의 이야기!
《땅속의 용이 울 때》는 도시적인 허무 사이로 환청처럼 들리는 생명의 울음에 관한 이야기다. 어째서 땅속에 용이 있다는 걸까? 그것에는 무기적 세계를 유기적 생명으로 바꾸는 기적의 마음이 담겨 있다.

현재의 관점에서 기술한 이 책은 기념비적인 고전의 완결편이다. 저자 이어령이 20대 청년 시절 치열한 문제의식으로 기록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1963년 출간)가 그 원전. 이 최초의 한국문화론은 1962년 경향신문에 처음 연재되었고, 이듬해 단행본으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오늘까지 한 번도 인쇄기가 멈춘 적이 없는 스테디셀러로서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일본, 미국 등에서도 한국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자료로 여겨져 왔다. 실로 우리 시대의 고전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책.
따라서 출간 이후 60년간 책 내용의 전면적 개정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가 책에 담으려 했던 당대의 고민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것이니까.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한국이 상전벽해의 변화를 겪는 과정을 지켜보며, 새로운 깨달음과 문제의식이 솟아나는 것도 저자에게는 당연한 일이었겠다.
60년 전 청년 이어령이 비판했던 것이 가난한 농업국가였던 한국의 현실이었다면, 지금의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한국의 휘황한 도시 풍경 속에 숨겨진 무력감이다. 기계문명의 선도적인 사회인 한국은 그만큼 땅과 흙이 상징하는 생물학적 삶과는 멀어지고 말았다. 이어령이 지금 여기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때로는 문자 그대로의 흙이기도 하고, 흙에서 기른 채소이기도 하고, 흙에서 사는 지렁이이기도 하며, 또는 흙이라는 이름으로 비유할 수 있는 것들, 이를테면 어머니에게서 배운 우리말이기도 하다. 문필가이자 국어학자답게, 저자는 특히 우리말의 가치에 집중한다. 한국인의 삶 속에서 우리말을 살리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들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초대 문화부 장관 시절의 일화들, 역사적 전환의 과정에서 목격자로서 또는 참여자로서 함께했던 여러 후일담 등,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창조의 무대를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는 현재성으로 충만한 대화, 《땅속의 용이 울 때》. 한국의 ‘흙과 땅’에 얽힌 이야기를 최종 정리하는 완성의 의미를 가진 책이다. 《별의 지도》(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권)와 마찬가지로, 저자와 생전 가장 많은 인터뷰를 진행했던 지음(知音), 김태완 작가가 정리했다.

저자

이어령

1933년충남아산에서출생.서울대학교문리과대학및동대학원을졸업하고단국대학교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취득했다.서울대재학시절[문리대학보]의창간을주도‘이상론’으로문단의주목을끌었으며,[한국일보]에당시문단의거장들을비판하는「우상의파괴」를발표,새로운‘개성의탄생’을알렸다.20대부터[서울신문],[한국일보],[중앙일보],[조선일보],[경향신문]등의논설위원을두루맡...

목차


이야기속으로꼬부랑할머니가꼬부랑고개를넘어가는이야기·004

1부│흙속에숨은작은영웅
1장지렁이의발견
#다윈이갈라파고스로간까닭은·015
#다윈이발견한생명의비밀·017
#우주에서생명이존재할확률·019
#당신의바보같은실험을사랑합니다·021
#가장강한생명은가장약한생명·023
#지렁이의윤리학·025
#누구를위하여종은울리나·028
2장땅의울음
#땅의울음소리를듣는순간·032
#지렁이울음을인간의언어로쓰다·034
#당신처럼살아서는안돼,그건안돼!·039
#그신음을육성으로들어두지못한건참분하다·042
#“살려줘”라는그런소리·045
#잠들어있는작은거인·046
#다시흙의노래에귀를기울이다·048
#지도에도없던시골길·049

2부│다시쓰는흙과바람의이야기
1장지렁이의발견
#이별하는사람의마지막얼굴·055
#아리랑의유래·057
#쫓겨가던할아버지와할머니·059
#전환기한국사회의자화상으로남다·060
2장이름찾기
#꽤오랫동안‘이어령’이아니었습니다·063
#“선생님!지금선생님의이름을놓고싸움이붙었습니다!”·065
#가슴을울리는말은어머니에게서배운말·067
#한자에갇혀있던느낌·069
#우리의언어를찾다·073
3장다시만난한국인의뒷모습
#다시찾은고갯길·075
#양심적인일본지식인,기무라에이분·078
#정한의밤차·082
#왜떠나는기차에비는올까요·085
#기찻길옆주먹감자·087
#갚을원,푸는한·088
#한국인의마음을풀었던노래들·090
#철도에비친한국인의모습·093
#한을푸는방식을배우다·095
#왜구에쫓기며노모를업고뛰다·097
#가난해도그것은아니다·101

3부│가장약하기에가장강한것
1장부정에서찾은우리의영원
#기미가요·109
#한국과일본이공생하는길·111
#죽는것이먼저,사는것은나중에·114
#그날이오면·117
#부정에서희망을찾다·119
#욕심이크지않았던민족·121
#폐안끼치고이만큼사는나라·125
#한국,한국인의디아스포라·127
2장세계로흩뿌려진다는것
#붉은산·130
#디아스포라·135
#민들레홀씨처럼·138
#로스차일드의화살·140
#한국인의파종·144
#디아스포라로살면서도·148
3장흙을밟지못하는사람들
#토포필리아·151
#다시흙과이별하다·154
#죽고죽이던사이더라도·156
#황토와생명·157
#다들모여앉아식혜를마시며·159

4부│땅에서얻은말로세상을다듬다
1장채집시대의기억
#흙에서캐낸음식,세계의주목을받다·165
#나물캐러다닌시절·166
#채집시대에는게으른사람이좋은사람입니다·168
#채집인의삶·169
#인류를먹여살린영웅,할머니·171
#모성에대한오해·174
#80초메시지-어머니의발·175
2장언어의마술사,혹은창조인
#인간의창작능력과괴테의삶·179
#60년넘게글쓰기를멈추지않는비법·181
#마음에드는별명·184
#한국인의생명이깃든언어를찾아서·188
#한글세대까지도착한채집세대·189
#갓길장관이야기·193
#우리땅,우리언어·196
#어울리는이름,어울리는서체·199
#“그래도중앙청이권위가있어야죠!”·203
#부뚜막위부지깽이·205
#우물가옆두레박·208
#바위위이끼가되자·210
#작지만강한이끼·213
#한국인의마음이그려낸별자리·215
3장흙의울음처럼살자
#국토대장정의추억·217
#걷는다는것은내가인간임을증명하는일입니다·219
#흙을버린로마,흙을택한에티오피아·222
#생명의세렝게티법칙·225
#역사는밟힌자의역사·228
#한밤에눈뜨거든귀를기울여보세요·229

출판사 서평

60년을이어온이어령한국문화대탐사의완결편!
다시밟고선붉은들판에서생명의울음소리를듣다

‘한국인’이란누구일까.‘한국적’이란무슨의미일까.한국에서그물음은1962년최초로던져졌다.“어둡고살벌하고답답”하던시절,20대청년다운비판적자세를매섭게견지하면서도,한국문화의가치와우리말의아름다움에주목했던이어령작가의‘흙속에저바람속에’가경향신문에연재되었던것.그리고노년이된저자는다시‘한국인이야기’의원고를쓰기시작했다.‘한국인이야기’총4권,‘끝나지않은한국인이야기’총6권으로기획된총10권의시리즈가운데첫번째권만저자생전에출간되었고,나머지책들은유고원고로남아현재출간이진행중이다.

‘한국인이야기’시리즈가운데여섯번째책인《땅속의용이울때》.‘땅’또는‘흙’이라는주제로,시리즈의메인테마인한국문화에서의생명의가치를조명하는책이다.‘땅속의용’이라는제목의정체는사실하찮아보이는흙속의지렁이다.하지만지렁이만큼인류의역사에중요한것은없다고저자이어령은역설한다.진화론의찰스다윈이말년에가장공들여연구한동물이바로지렁이고,소설가박완서가처음문학잡지에내놓은단편제목에등장하는주인공이또한지렁이다.오랜옛날한국인들이그것을토룡(土龍)또는지룡(地龍,땅에사는용,지렁이의어원)이라고부른것은다까닭이있어서다.

지렁이는흙속의무기물을유기물로바꾸어생명의살수있는터전을마련한다.땅속의숨은영웅이라는타이틀이아깝지않은존재다.즉한국의들판에서전설처럼내려오는지렁이의울음소리는곧인간에게,일상에매여삶없는삶을살아가는인간에게진짜‘삶’을요청하는환상의웅변이었던셈이다.

“흙과생명을만들어내는숨은영웅,
땅속에묻혀있는위대한영웅지렁이가역사를만들어갑니다.“

《땅속의용이울때》는이어령의유고작‘한국인이야기’시리즈가운데에서도또다른특별함이있다.한국문화론의효시인《흙속에저바람속에》의관점을직접적으로수정·보완하는,일종의특별판의성격을지니기때문.저자는‘흙속에바람속에’연재당시자신이가졌던창작욕과고민들을털어놓으며,한편으로는당시썼던내용에정정이필요함을솔직하게고백하기도한다.

1963년의책서두에적힌,지프차를보고도망가는노부부의뒷모습에관한묘사는오랫동안명문으로회자되어왔다.그때청년이어령이절절한심정으로토로하는문장들은지금보아도현장감이생생하다.그럼에도60년이지난지금이어령의하는말은‘그때의내가틀렸다’이다.제암리학살사건의생존자인할머니의뒷모습에서,저자는고난에도꺾이지않았던한국인의뒷모습을새로이본다.그것은어쩌면원시시대부터우리를먹여살렸던위대한할머니의모습그것이었는지도모른다.

저자가《흙속에저바람속에》의히트이유로꼽는우리말사랑의정신도《땅속의용이울때》의이야기속에그대로계승되어있다.초판본서문에‘이어영’이라고적어넣었던이야기,문화부장관시절‘갓길장관’이라고불렸던일화,정부청사앞에바람개비를설치했던일화,명조체를버리고안상수체를도입했던일화등이흥미롭다.

●이어령의‘끝나지않은한국인이야기’시리즈소개
소멸하지않는지성의불꽃놀이!
채집시대로부터정보화시대를넘어가는거대한문명의파도타기가시작된다

2022년우리곁을떠난이어령의유작시리즈,‘한국인이야기(전4권)’그리고‘끝나지않은한국인이야기(전6권)’는총10권으로기획된라이프워크다.삶을마무리하는순간에는자신을돌아보기마련이라고이야기하지만,‘한국의대표지성’이라는이름답게,이어령은과거,현재,미래의한국인들로시야를넓혔다.저자는물론한국인하나하나의얼굴이살아있는총체극,이어령생애최후의대작이다.

‘방탄소년단’,‘기생충’,‘오징어게임’등,케이팝,영화,드라마전방위에걸친한류열풍속에서한국,그리고한국문화에대한관심이지구촌곳곳에서뜨겁게일어나는중이다.한국바깥에서도알고싶어하는우리문화의개성과저력을,‘한국인이야기’는우리자신의시선으로조명한다.‘생명자본’과‘문화유전자’두키워드로한국인의미래상을그리는프로젝트다.생전이어령자신이‘백조의곡’이라고평한‘한국인이야기’의집필과더불어저자는자신을‘이야기꾼’으로정의했다.책을펴서덮을때까지그의탁월한스토리텔링은물론,그안에은하수처럼펼쳐지는지식의폭과깊이,시공을넘나드는인문학적통찰,그리고마지막까지치열하게빛났던탐구정신에여전히감동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