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을이어온이어령한국문화대탐사의완결편!
다시밟고선붉은들판에서생명의울음소리를듣다
‘한국인’이란누구일까.‘한국적’이란무슨의미일까.한국에서그물음은1962년최초로던져졌다.“어둡고살벌하고답답”하던시절,20대청년다운비판적자세를매섭게견지하면서도,한국문화의가치와우리말의아름다움에주목했던이어령작가의‘흙속에저바람속에’가경향신문에연재되었던것.그리고노년이된저자는다시‘한국인이야기’의원고를쓰기시작했다.‘한국인이야기’총4권,‘끝나지않은한국인이야기’총6권으로기획된총10권의시리즈가운데첫번째권만저자생전에출간되었고,나머지책들은유고원고로남아현재출간이진행중이다.
‘한국인이야기’시리즈가운데여섯번째책인《땅속의용이울때》.‘땅’또는‘흙’이라는주제로,시리즈의메인테마인한국문화에서의생명의가치를조명하는책이다.‘땅속의용’이라는제목의정체는사실하찮아보이는흙속의지렁이다.하지만지렁이만큼인류의역사에중요한것은없다고저자이어령은역설한다.진화론의찰스다윈이말년에가장공들여연구한동물이바로지렁이고,소설가박완서가처음문학잡지에내놓은단편제목에등장하는주인공이또한지렁이다.오랜옛날한국인들이그것을토룡(土龍)또는지룡(地龍,땅에사는용,지렁이의어원)이라고부른것은다까닭이있어서다.
지렁이는흙속의무기물을유기물로바꾸어생명의살수있는터전을마련한다.땅속의숨은영웅이라는타이틀이아깝지않은존재다.즉한국의들판에서전설처럼내려오는지렁이의울음소리는곧인간에게,일상에매여삶없는삶을살아가는인간에게진짜‘삶’을요청하는환상의웅변이었던셈이다.
“흙과생명을만들어내는숨은영웅,
땅속에묻혀있는위대한영웅지렁이가역사를만들어갑니다.“
《땅속의용이울때》는이어령의유고작‘한국인이야기’시리즈가운데에서도또다른특별함이있다.한국문화론의효시인《흙속에저바람속에》의관점을직접적으로수정·보완하는,일종의특별판의성격을지니기때문.저자는‘흙속에바람속에’연재당시자신이가졌던창작욕과고민들을털어놓으며,한편으로는당시썼던내용에정정이필요함을솔직하게고백하기도한다.
1963년의책서두에적힌,지프차를보고도망가는노부부의뒷모습에관한묘사는오랫동안명문으로회자되어왔다.그때청년이어령이절절한심정으로토로하는문장들은지금보아도현장감이생생하다.그럼에도60년이지난지금이어령의하는말은‘그때의내가틀렸다’이다.제암리학살사건의생존자인할머니의뒷모습에서,저자는고난에도꺾이지않았던한국인의뒷모습을새로이본다.그것은어쩌면원시시대부터우리를먹여살렸던위대한할머니의모습그것이었는지도모른다.
저자가《흙속에저바람속에》의히트이유로꼽는우리말사랑의정신도《땅속의용이울때》의이야기속에그대로계승되어있다.초판본서문에‘이어영’이라고적어넣었던이야기,문화부장관시절‘갓길장관’이라고불렸던일화,정부청사앞에바람개비를설치했던일화,명조체를버리고안상수체를도입했던일화등이흥미롭다.
●이어령의‘끝나지않은한국인이야기’시리즈소개
소멸하지않는지성의불꽃놀이!
채집시대로부터정보화시대를넘어가는거대한문명의파도타기가시작된다
2022년우리곁을떠난이어령의유작시리즈,‘한국인이야기(전4권)’그리고‘끝나지않은한국인이야기(전6권)’는총10권으로기획된라이프워크다.삶을마무리하는순간에는자신을돌아보기마련이라고이야기하지만,‘한국의대표지성’이라는이름답게,이어령은과거,현재,미래의한국인들로시야를넓혔다.저자는물론한국인하나하나의얼굴이살아있는총체극,이어령생애최후의대작이다.
‘방탄소년단’,‘기생충’,‘오징어게임’등,케이팝,영화,드라마전방위에걸친한류열풍속에서한국,그리고한국문화에대한관심이지구촌곳곳에서뜨겁게일어나는중이다.한국바깥에서도알고싶어하는우리문화의개성과저력을,‘한국인이야기’는우리자신의시선으로조명한다.‘생명자본’과‘문화유전자’두키워드로한국인의미래상을그리는프로젝트다.생전이어령자신이‘백조의곡’이라고평한‘한국인이야기’의집필과더불어저자는자신을‘이야기꾼’으로정의했다.책을펴서덮을때까지그의탁월한스토리텔링은물론,그안에은하수처럼펼쳐지는지식의폭과깊이,시공을넘나드는인문학적통찰,그리고마지막까지치열하게빛났던탐구정신에여전히감동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