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없는 사진가

카메라 없는 사진가

$17.50
Description
이용순 고품격 사진 작품 24점 수록!

고통을 사진 찍듯 써 내려간 글,
삶의 고독과 슬픔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책!
고통을 사진 찍듯 써 내려간 글,
삶의 고독과 슬픔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책!

저자 이용순은 사진가이다. 미국 시카고의 콜롬비아 칼리지와 뉴욕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한 정통 포토그래퍼이며, 미국과 서울에서 8회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는 중견 작가이다. 이 책의 출간에 즈음해 열리는 아홉 번째 개인전⁕에선 특유의 예민한 감수성으로 내면의 풍경과 문학적 서정의 순간들을 포착해내고 있다.

어느 날 카메라가 들려있어야 마땅할 사진가의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알고 지내던 어떤 이의 부탁을 받고 심부름을 해준 것이 빌미가 되었다. 범죄를 뒤집어씌우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 일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이 어리숙한 예술가는 2년여의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이 책은 그 낯선 시간과 공간에 대한 기록이며, 영상에 대한 감각을 문자의 형식으로 풀어낸 또 다른 창작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시와 산문으로 옮겨진 그 결과물이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 탄탄한 문장력과 문학적 안목이 눈길을 잡아끈다. 시 작품의 수준 또한 저자가 사진가가 맞나 싶을 정도다. 책에는 짙은 서정성을 바탕으로 내면의 심층에 다가가는 깊은 시선이 돋보이는 저자의 아름다운 사진 작품 20여 점을 수록하고 있다. 책의 전반에 흐르는 일상과 주변, 인간의 내면에 대한 섬세한 관찰, 따뜻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예리한 감수성이 빛을 발하는 매우 독특하고도 매혹적인 책이다.
저자

이용순

경기광주출생.
콜롬비아칼리지시카고,뉴욕대학교대학원에서사진을전공했다.
2023년5월개인전〈비오는날〉을포함해서울과미국에서9번의개인전을가졌고
1995년사진예술사가주최한‘올해의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책머리에005

1장슬픔을공부하는시간
돌아보다014
시는사진이다028
유치장의기억031
1947에게036
징벌동의단골들040
초코파이044
어떤만남050
징벌동의K씨에대하여055
물고기와사동도우미058
범치기와오뚝이062
새로온사람들에게쓰는편지066

2장카메라가없는사진가
AnimalsinthePrison075
의정부,새로운시작079
식사의식084
면회087
ThoughtsareFree090
11월,너의기억093
음식이야기098
요리와배식구102
작업장려금110
헤어짐에대하여112
김칫국115
중앙선을따라서119
오늘121
소녀시대123
시간과공간127
샴푸130
희소성에대하여132
사월에내리는눈138
나는누구인가140
두고온고향142
제자리달리기145
장기수와소년수149
태양154
펜팔157
출정160
단상165
주말풍경169
한팩의소주173
거울178
교도관과수용자181
눈의퇴화184

3장세상의바닥이라는교실
담장안의지식188
도구의역사191
영화194
잠자리197
쓰레기를버리며199
나팔꽃과한남자204
익숙한헤어짐208
의정부추억210
천안에서216
다시출력을220
천안의풍경224
운동장에서231
그목사님235
두팀237
커피,그리고특식242
세공장의기억247
기념사진249
눈을치우며252

출판사 서평

폐쇄된공간에서사진예술가가선택한것,
카메라와양각대대신종이와펜을들고사진을쓰다!

예술가에게획일적질서의강요는치명적이다.통제와감시속의예술가는뭍에오른물고기나다를바없다.그러나저자에게견디기힘든건그런완고한통제시스템이아니라창작도구(카메라)의상실이었다.자,이제어찌할것인가.머릿속에들끓은이미지들의아우성을어떻게끄집어내형상화할것인가.저자는주저없이펜을들었다.이가없으면잇몸으로라도씹어무언가를창조해내야하는것이예술가의숙명인것이다.

“나는사진가다.표현의욕구가강한,카메라가없는사진가다.어떻게이눈에보이는생소한그러나충만하게내가슴을적셔오는이오브제를표현할수있을것인가.…요즘의나는종종시를쓴다.나는결단코나의시가언젠가는,누구에게는사진으로환원되어보이기를바란다.나는사진가이기때문이다.”-〈시는사진이다〉에서

저자는그렇게글을쓰기시작했다.조리개로들어오는광원을계산하며셔터를누르는대신,용수철없는재소자용플라스틱펜에마음의빛을비추며써내려간것들이었다.계절이열번쯤바뀌고그가일상에복귀할때,그의손에는이책의초고가될열일곱권의노트가들려있었다.
이곳에담긴글에는역시나‘사진가다움’이선명히드러난다.사진이란시간과공간이교차하는한지점을포착하여물성을부여하는것.그래서사진을흔히기록의동의어처럼취급하기도하지만,대개의사진은그곳에콘텍스트가부여된기억(memory)에가깝다.그래서어떤사진은역사를담고,어떤사진은인물의개성을담고,어떤사진은정치를,어떤사진은철학이나과학을담고,어떤사진은거짓말도하는것이리라.저자는그렇게포착한사물,인물,사건을감방이라는암실에서종이와펜으로인화한다.교도소운동장의맨드라미,창살바깥산과구름들,동료재소자들의얼굴,죄수들끼리몰래만든요리의메뉴들,사동안에서소문으로떠도는사건들까지.
특히저자가즐겨다루는방식은시(poem)다.마치오브제를놓고장면을구성하듯,때로는연작사진을이어사건을구성하듯기억을사로잡는다.

사진은근본적으로시간과공간에대한형태다.언제(when),어디서(where)의기록이며이는시간(time),공간(space)으로바꾸어써도문제가없다.그러므로사진은시간과공간에대한기록이며이는시가가지는기본형태와일치한다.-〈시는사진이다〉에서

출소후,교도소의노트에등장하는테마로작가는여러장의사진을찍었다.이책은그사진이출품되는전시회에맞추어출간되는것인데,해당작품들은책에도대부분수록되었다.동일한모티브가글과사진으로어떻게텍스트화되고이미지화되는지를비교하는것도독자의흥미요소중하나.하지만저자가교도소에서기억을글로남기기로결심한가장중요한이유는‘삶’이다.자신이끌어안아야할삶이며타인의삶이기도하다.

태어나서처음으로다른사람의삶을들여다보고싶어진게가장큰이유였다.이곳을22번이나온사람은어떤세상을살고있는것인지,또누군가의생명을빼앗고온사람은어떤생각으로사는것인지….-〈책머리에〉에서

너무익숙하고당당하게수감생활을시작하는살인범,억울하다고푸념만늘어놓고‘고문관’노릇만하는목사님,은박지와건전지로불을붙이고,수건과옷에서실을뽑아서십자가기념품을만드는예술가들,누가벌금의대납대신초코파이15박스를넣어준노역수,아무도보지않는TV화면옆에서각자의일거리에몰두하는재소자들모두에게존재하는것,바로삶이다.진부함과반전이늘공존하는,평범하면서도특별한삶.그곳에는당연히온갖비열함과야비함곁의명예로움과인간다움이존재한다.
재소자들은미국의주가몇개인가하는따위의,언뜻사소한사실을놓고수십만원내기를건다.심판은교도관들이다.미국유학파인저자는내기에자주이겨(교도소기준으로)엄청난돈을딴적도있다.하지만사실누구도돈을건적은없었다.

그런데나는이미알고있었다.그도나도우리는돈을걸지않았다는사실을.우리는그값어치만큼의자존심을건것이었다.그일이있고그와나는가끔그얘기를하며웃곤했던기억이새롭다.-〈담장안의지식〉에서

추천사

이용순은사진가다.칠흑같은어둠,사진을찍을수없는극한상황에서스스로경험한아픈고통을사진찍듯써내려간글에서작가적고집을장착하고세상을관통하는이용순다움이참좋다.사진가의눈으로찍은사진이아니라마음의빛으로써내려간사진같은글이기에더욱더좋다.
_최광호(사진가)

1990년대뉴욕유학시절부터이니이용순작가와의인연이오래지만,그는내게늘성실하고정직한사람,그럼에도예술에대한남다른감수성을지닌사람으로남아있다.그리고하나더추가해야할항목이생겼다.그가글을매우잘쓰는사진작가라는것이다.삶의고독과슬픔을아름답게보여주는책,『카메라없는사진가』는상처를꽃처럼피워내는시인의초상이다.
_황주리(화가)

살다보면누구나허방에빠지기도한다.깊고음울하며비일상적질서가강요되는강렬한허방의체험은역설적으로삶의비의에접근할기회가되기도하며,그래서종종예술과철학의발원지가되기도한다.사진을업으로하는저자는그곳에서카메라대신펜을들었다.낯선시간과공간,인간에대한감각을예민하게작동시키며인화지가아닌17권의노트에빼곡히담았다.그가천생예술가일수밖에없는이유다.
_정해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