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기도가 될 때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 개정판)

그림이 기도가 될 때 (수도원에서 띄우는 빛과 영성의 그림 이야기 | 개정판)

$16.70
Description
내면에 드리운 어둠의 장막을 열어젖히는 그림,
마침내 빛의 세계로 이끄는 언어의 매혹과 신비!
“그림 앞에 서면 눈이 환해집니다. 침침했던 눈에서 무엇인가 걷히면서 보이지 않던 것이 보입니다. 그림은 제 눈이 어두워 보지 못하고, 제 몸이 무거워 들어가지 못했던 신비의 세계를 열어줍니다. 생명, 자유, 용서, 사랑, 초월적인 것, 인간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 종교적인 것들을 표현하는 그림들은 가만히 있는 저를 잡아당겨 세웁니다. 우선 화가의 삶이 그 안에 녹아 있고, 더 들어가면 화가 자신마저 넘어 저 먼 어떤 것, 인간의 눈에 희미한 어떤 것 혹은 실재가 우리 앞에 턱 놓이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어설픈 종교체험보다 훨씬 강렬하게 인간을 초월적 실재 앞에 놓아줍니다. 더욱이 형식적인 예배, 틀에 박힌 기복적 기도로는 가까이 가보지도 못할 세계를 열어줍니다.”
저자

장요세파

수녀.일본홋카이도의트라피스트여자수도원에입회.현창원수정의성모트라피스트봉쇄수녀원에서수도중이다.지은책으로시집『바람따라눕고바람따라일어서며』와그림에세이『수녀님,서툰그림읽기』,『수녀님,화백의안경을빌려쓰다』가있다.트라피스트봉쇄수녀원은11세기프랑스에서창설된‘시토회(OrdoCisterciensiumStrictiorisObservantiae)’소속으로,새벽3시30분기상해밤8시불이꺼질때까지기도와독서,노동으로수도를한다.

목차

머리글:그림,영원을향해열린창문

1.상처입은치유자
죄를허락하는사랑
유다의배신,우리는?
겁쟁이들의부활체험
엉터리없는계산법
일치의영
뒤집어놓는열정
삶이잔인할지라도
빛속을걷는이들
우리의내면에도사린폭력성
정직한절망
죽음앞에서면
구해주십시오
녹색십자가
상처입은치유자,상처입은불구자
절망속의희망

2.감돌아머무는향기
저사람을보라
그역동성
창조,그인간학
저무심한눈빛
우리의마음이불타오르지않았던가
맑음,영혼의그릇
모두사람되어가는길위에
싱그런만남
씨뿌리는사람
아름다운얼굴
만남의끝자락
피고
태초의여인
자기도취,자기비움
마음깊은곳으로부터
절정너머에서시작되는삶
변두리에서깊어지는삶
어둠의터널끝에서만나는빛
나락에서의웃음
조소혹은미소?

3.불꽃이어라
그림자가길어슬플때
절망을숨기지말자
낡은구두한켤레
이광란의시대
불꽃이어라
자신을비우면
온전한무방비의상태
구유,그시대양심의자리
완전한승리,반쪽의승리
사랑은공간을만드는일
반쯤죽은상태
평화를이루는사람들
밤의카페

작고푸른별지구를위해

출판사 서평

그림과그림너머를생생하게전해주는수도원에서온그림편지

요세파수녀는봉쇄수도원에서세상과담을쌓고수행과노동의삶을살아간다.요세파수녀가수행하는시토회는인간존재안의사막안에서하느님을만나고은거하며공동생활을하는성베네딕도규칙을적용한수도회로,엄격한규칙을지키며수행생활을이어간다.하지만그것이세상일과무관하게지내는것은아니다.봉쇄수도원을정주생활을원칙으로하지만수정만STX조선소건립반대를위해봉쇄를풀고수정리주민들과항의데모에나서기도했다.사회정의와영성은분리될수없는데,수도회가봉쇄를풀고거리에나선것은모든것을다잃은할머니안에서예수님을보았기때문이다.

요세파수녀는또한시인이기도하다.늘하느님을생각하고,세상과자신안에서하느님을찾는여정을매일시로써내려간다.시인의눈으로바라본요세파수녀의그림묵상은우리를전혀다른차원에놓인그림의세계로초대한다.그림속에깊게스며든작가의영혼을들여다보며,아름다움을바라보는우리의시선을더욱더풍성하게해준다.

순간과영원,세속을넘어선신비의세계로의초대

요세파수녀에게그림은신비의세계를열어주는매개다.어떤그림은눈을밝게해주며침침했던눈에서무엇인가걷어내며신비의세계로초대해준다.그렇게말을걸어오는그림을언어로표현하면서,글과형상이이미지로압축되는어느지점,그공동의땅에서도달한다.

지나치게아름다움만강조되는그림에서는그러한신비의세계를발견하지못한다.예쁘고곱고고상하고우아하고아름다운것만을계속찾다보면구부러지고못나고일그러진것은자꾸배제하게되며,장애인,사회저변의불우한이들,난민을배제하면서외면하게된다.요세파수녀에게자신을잡아당겨세우는그림은생명,자유,용서,사랑,초월적인것,인간의내면을표현하는것,종교적인것들을표현하는그림들이다.우선화가의삶이그안에녹아있고,더들어가면화가자신마저넘어저먼어떤것,인간의눈에희미한어떤것혹은실재가우리앞에턱놓이는체험을하게되는데,이것은어설픈종교체험보다훨씬강렬하게인간을초월적실재앞에놓아준다.형식적인예배,틀에박힌기복적기도로는가까이가보지도못할세계를열어준다.

고흐의〈낡은구두한켤레〉는힘겨운노동을감내하며고달프게살았을한사람을떠올리며,누가구두의주인일지생각하게한다.요세파수녀는구두에서하느님을발견한다.인간이신고신어낡아진구두,인간을위해모든것을내어놓고헌신한후생명마저내어놓고,그몸을우리에게양식으로주신하느님의모습을,또인간에게신겨그것도처절한삶을산이의발에신겨함께처절한시간을보내고일그러지고찌그러진구두에서예수의모습을발견하는것이다.이런파격적해석은고흐가누구보다종교적인인물이었음을고려할때,꽤설득력을얻는다.삶을사랑하고,참된것을추구하며,사람과친교를갈망했으며,단순한외적아름다움이아닌그존재가품고있는진짜생명을찾아내고묘사할줄알았던고흐이기때문이다.


절망에서희망을,죽음에서삶을길어내는치유의힘

장프랑수아밀레의〈만종〉에서부부는곡식이담긴바구니앞에서기도한다.하지만원래그림에는바구니안에그들의‘죽은아기’가있었다고하니,놀라운사실이다.아기의싸늘한시신앞에선그들의자세에는한없는고요함이깃들어있으나,고통의울부짖음으로무너지고일그러진모습은보이지않는다.깊은고통속에서기도하는이부부뒤로해는이미넘어가고붉게물든노을로삶의잔인함과처연함이더짙게배어나오는풍경이다.이풍경속에서요세파수녀는고통마저녹이는불,깊어가는저녁,깊어가는겨울에도꺼지지않는내면의불을발견한다.고통은이들에게이불을끄는찬물이아니라불을더타오르게하는기름이되고만다.

아들예수를잃은마리아의그림에서는애끓는어머니의고통그리고그것을넘어선평온함의승화를엿보게해준다.그런승화는비단자신만의고통뿐만아니라세상의수많은고통을끌어안고보듬어주는강력한치유의힘으로작용한다.요세파수녀가수많은그림에서끊임없이찾아내고드러내고자하는것은깊은절망에서희망을길어내고죽음안에서삶을길어내고자하는갈망이다.어떻게보면이는종교의핵심이기도할텐데,굳이종교를뛰어넘어서도인간사의온갖고통과한계를염두에두었을때살아가야할이유를찾게해주는힘으로작용한다.종교적서사가함축된그림묵상은사실‘지금여기’를살아가는우리의삶과깊게맞닿아있다.

요세파수녀의그림이야기는깊고묵직하며우리안의잠들었던감각세포를깨워준다.단순한작품감상이나고상한평을넘어맑고평온한그림의세계에빨려들어가게해준다.그렇게하나의그림을통해삶을더욱더깊게들여다보면서,살아가야할이유와살아가는힘을얻게해주는치유의힘을선사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