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버려둬

그냥 내버려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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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세계문학상 수상 작가 전민식의 장편 디스토피아 픽션
인류의 암울한 미래 설계도를 제시하는 파격의 상상력!

거대한 기계 궤도가 일상을 지배하는 세계.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잊지 말아야 해,
네 곁에 내가 있다는 사실을….
근미래, 기계 시스템이 삶을 지배하는 어떤 도시. 그 거대한 구조물을 몸으로 회전시키는 임무를 맡은 일명 ‘페달러’. 도시의 최핵심인 1212궤도를 움직이는 임무를 짊어진 페달러들은 다부진 허벅지와 완고한 집념의 소유자들로, 육중한 기계장치를 매일같이 굴리며 도시를 유지한다. 그 페달러들 가운데 베테랑으로 꼽히는 ‘탁수’는 단순하고 육체적인 생활을 이어가는 남성이다. 이제 막 해당 궤도의 리더 격인 마스터 자리에 오르게 됐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지위에 별 관심이 없다.
몸에 새겨진 루틴을 따라, 소박한 식사를 하고 깊은 잠에 빠진 다음 깨어나 단련된 근육으로 하루하루 페달을 돌리는 모노톤의 일상. 그 위에 날카로운 플래시백 하나가 균열을 낸다. 기억의 깨진 틈 사이로 동료 페달러인 ‘히로’가 실종되고, 그 자리에 신입으로 들어온 ‘아리’는 전임자의 행적을 궁금해하며 그의 잔흔을 쫓는다.
한때는 ‘유령작가이자 통속작가’로, 지금은 ‘중견 작가’로 열성적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하는 전민식의 육체파 SF 장편.
저자

전민식

저자:전민식
부산에서태어났으나어려서부터평택의캠프험프리라는미군기지촌에서자랐다.그래서고향은미국과한국문화가범벅이되어있던캠프험프리라고생각한다.고등학교를졸업하고그곳에서별별아르바이트를다하며유랑의세월을보냈다.서른을앞둔마지막해에추계예대문예창작과에입학했고생활고로다니다쉬기를반복하며6년만에졸업했다.대학을졸업한후오로지글만쓰기위해취직은꿈도꾸지않았다.하지만입에풀칠은하고살아야겠기에온갖종류의대필을했다.우연한기회에두군데스포츠신문에3년정도연재소설을썼다.기획된연재물을쓸때도대필을할때도자투리로남는시간엔소설을썼다.많이도썼다.세계문학상에당선되기까지장편소설로아홉번쯤최종심에서고배를마셨다.단편에서도수차례마지막문턱을넘지못했다.유령작가이자통속작가였고,한아이의아버지이자한여자의지아비다.
장편소설로『개를산책시키는남자』(제8회세계문학상수상작),『불의기억』,『13월』,『9일의묘』,『알수도있는사람』,『강치』,『해정』,『우리는오피스텔에산다』,『치킨런』등이있다.현재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에서문예창작전문가과정강의를하며집필에전념하고있다.

목차


프롤로그-풍문이사실이라면006

Ⅰ오류들
궤도에서궤도로011
내것이아닌기억들026
때론위대함도멈춰서지033
전선의별049
질문과심문057
자리081
흔적085
화장터남자092
힘의여자101

Ⅱ또다른오류들
낯설면서도신선한113
들숨과날숨125
죽어도죽지않은132
화장터가는길143
버려지는사람146
사선에서수평으로153
페달러는페달러일뿐159
낡은세계164
물의기억166
비를먹는사람들173
회상에잠길수있다는건근사한일이지179
페달러로살고페달러를위해살고페달러에의해살아188
달라질건없어197
단순한반대205
세상의끝이세상의시작211

작가의말-LetItBe로부터224

출판사 서평

회전하는궤도,그것을움직이는땀과근육,그물성이은폐하는삶의진실들.
제8회세계문학상수상자전민식의SF장편소설

소설은디스토피아적도시를배경으로시작한다.세상은역시나어딘가망가져있고,관리자들은늘그렇듯일반사람들을기만하려고들고,평범한이들은나름의불만은품으면서도주어진규범에내몰려하루하루를살아간다.소설《1984》이래독자들에게는무척익숙한소설적풍경이다.언제나그랬듯작품안의사람들은자신이갇혔음을어렴풋이느끼면서도그로부터벗어나지는못한다.사실이런디스토피아는우리삶의은유이기도하다.소설들은우리세계의그런본질을내보이며우리역시숱한작품들을통해그사실을깨닫고또깨닫지만,책을덮는순간바로거대한일상에휩쓸리며늘그사실을망각하고만다.

소설의도시에는‘궤도’,굳이더정확히말하면궤도‘들’이있다.자전거처럼사람이페달을밟아돌리면이거대한장치가회전하며도시에필요한전력이생산되는구조로그려진다.(물론그것이정말전기를만드는지는소설내에서꽤미스터리의영역이다)여기서주인공은도시의궤도가운데가장중요한1212번을움직이는‘페달러’다.배급받는음식을먹고,물을마시고,매일똑같은시간에자신의단련된근육으로바퀴를밟아궤도를움직이는기계적인일상을그는반복한다.하지만일련의사건들속에서지속적인기억의훼손이있었음을자각하고,친한친구의수상한실종과새로운인물과의조우는그를익숙했던일상의바깥으로인도하기시작한다.

디스토피아소설의외적양식을충실히따르는,장편치고는심플한분량의이소설에서돋보이는요소는육체다.신체의부분부분을이루는근육들이조여지고부풀면서하체로에너지를내뿜고,그런몸뚱이들이열을짓고그들만의운율에맞추어한방향으로질주하는모습은조정이나사이클경기중계방송이나다름없다.그육체의운동은무덤덤하기짝이없는세계속주인공에게유일하게의미있는고통이자쾌락으로기능한다.또한그것은개인이모종의이유로기억을주기적으로상실하는세계속에서,사람들과,심지어타인들의날것의감각과소통하는유일한방식이기도하다.

소설에서궤도는확장된감각이고사회를이루는물적뼈대이며어떤의미로는‘주어진삶’의목적론적동의어다.그러나이궤도는어쨌든실재하긴하지만,우리가기대하는의미나역할이과연그안에들어있는지는무척미심쩍은존재다.이점에서그것은현실의매스미디어나SNS와매우닮았다.우리가가령유튜브영상에서느끼는감각들,가령환희는,분노는,심지어어떤깨달음마저모두실존하는것이었지만,그단편적인감상들은이내휘발하며삶을분절시키고야말았다.그리고인터넷업체들이직조하는웹과네트워크사회는인터넷이분권적이고민주적일것이라는과거의상상과는전혀반대로,중앙에어떤거미가도사린거미줄에가까운것이었다.

우리에게삶에서마주치는날것의감각은소중하다.심지어그너머에어떤대상이없는가짜감각이라고해도마찬가지다.건강에좋지않다는걸알아도드립커피는마셔야하고스마트폰은잠들기직전까지끌수없다.그리고사람의육체는우리개개인의삶이육체노동에서벗어나있을수록더욱물신적아름다움을지닌다.그런감각들의제국이우리현실의디스토피아를만드는데공헌했음은다들잘알고있을지라도.그감각의미학은인정하면서도,그너머의가능성을주시하는소설《그냥,내버려둬》.제8회세계문학상수상자전민식의신작장편이다.

“굳이말하지않아도나라는객체는분명나자신에게만은세상의중심이겠지만세상의눈으로본다면나는인간세상의한부속품에지나지않으리란생각이들었다.온전히혼자만산다면그런의문을가질필요도없지만,인간누구나결국서로관계를맺고살아가야하기에우린구속에서부터자유롭지못하다는점역시알면서도애써외면해왔다는사실도깨달았다.”
_‘작가의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