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해석전문가

구름해석전문가

$14.50
Description
“지겨운 윤회의 사슬을 끊으려고 히말라야로 왔대요.”
“뒤집어진 보트 밖으로 빠져나가려면 물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야 해.”

구도의 길에서 건져 올린 조각들을 모아
다른 빛깔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부희령 작가의 11년 만의 소설집
“부희령 작가는 부조리한 것, 부당한 것들, 얽히고설킨 사람 사이의 갈등과
넌덜머리나게 하는 모순들을 살아 있는 질감으로 읽히게 한다.”
_이경자(소설가)

“부희령의 소설은 정통을 지키면서도
참으로 아름다운 문장과 빼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_송기원(소설가)

“이야기를 다 읽고는 ‘헤어질 결심’을 할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희령의 새로운 이 문학은 무엇보다도 그들을 위한 것이다. 견고한 많은 것들이 대기 속으로 사라지는 시간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심장을 가진 그들은 걷기도 힘든 길에 반듯하게 돌을 놓을 것이다.” _이성민, 「해설」에서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작가 부희령이 11년 만에 소설집을 묶었다.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어떤 갠 날」로 등단한 저자는 80여 편의 번역서를 내면서 틈틈이 자신 안의 멍울을 끌어올려 풀어내었다. 2012년에 발표한 『꽃』 이후 두번째인 작품집에서는 ‘이별(떠남)’을 통한 다른 빛깔의 자유를 전하고 있다. 부희령의 자유가 우리가 보아왔던 빛깔과 다른 이유는 “지금 여기와는 많이 다른 세계를 목적지로 설정하고자 한다”(「작가의 말」)는 지향 때문일 것이다. 뒤얽힌 관계 뒤 이별을 되풀이 하는 운명의 고리를 끊는 것은 ‘이별’ 뒤에 남는 것이 절망이 아닌 ‘자유’라는 자각이다. 작가는 더 깊이 추락하고 더 높이 상승하기를 권한다. 자유를 위한 추락이기에 마주하는 절망은 고통스럽지 않고 희망적이다. 그래서 이번 작품집이 “긴 여정 끝에 마침내 절망과 고통이 반드시 무겁지만은 않았다는 발견에 이르는 소설들”(소설가 송기원)이며, “구름을 벗어난 산 위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맑은 시선”(소설가 송기원)인 이유이다. “부조리한 것, 부당한 것들, 얽히고설킨 사람 사이의 갈등과 넌덜머리나게 하는 모순들을 살아 있는 질감으로”(소설가 이경자) 냉정하게 풀어내는 부희령의 문장은 차가운 얼음에 부딪는 뜨거운 햇살의 쨍한 카타르시스를 전한다.

북 트레일러

  • 출판사의 사정에 따라 서비스가 변경 또는 중지될 수 있습니다.
  • Window7의 경우 사운드 연결이 없을 시, 동영상 재생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어폰, 스피커 등이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 하시고 재생하시기 바랍니다.

저자

부희령

서울대학교심리학과에서공부했다.1989년부터1990년까지인도에체류하면서명상과불교를공부했다.한국에돌아와경기도가평에서농사를지으면서살다가2001년단편소설「어떤갠날」로경향신문신춘문예에당선되었다.2004년부터영어로된좋은책들을우리말로옮기는일을하고있고지금은소설쓰는일과외국의좋은책을소개하는일을함께하고있다.지은책으로는청소년소설『고양이소녀』『엄마의행복한실험실:마리퀴리』『꽃』이있으며,옮긴책으로는《살아있는모든것들》,《버리기전에는깨달을수없는것들》,《아미쿠스모르티스》,《타자기가들려주는이야기》,《아무것도사라지지않는다》등80여권의책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콘도르는날아가고
구름해석전문가
완전한집
만주
귀가
내가슴은돌처럼차갑고단단하다

해설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관계의늪에가라앉아
움츠리고서성이고스스로가보아도낯선

복잡한인연으로쌓인업을스스로풀길이없음을깨닫게되면,자신이좋은사람이라는믿음은저절로사라지게된다.다른사람에게그리고자기자신에게미움받지않게해달라고,간신히빌수있을뿐이다.(…)소망이소중한이유는노력한다고해서이루어지는게아니기때문이라는것.
_「완전한집」84-85쪽

이번작품집에는관계의늪에가라앉은인물들이등장한다.그들중일부는이별하지못하고그늪에갇혀있고일부는이별하여다른세계로날아간다.「콘도르는날아가고」에서이야기를끌고가는소녀의어머니는아버지가집을떠나자현관문에방범문을덧달고담장위에쇠창살을빙둘러박는다.다른세계로나아갈생각조차못한채이세계에더욱견고한울타리를만들고움츠려들어앉는다.소녀는어머니를바라본다.“방바닥에널브러져몸부림치는어머니의배위로두툼한돈다발이몇뭉치떨어졌다.몸위에돈다발을얹고있으니어머니는사람이아니라개구리나바퀴벌레처럼보였다.”(12쪽)「만주」에서는이야기를끌어가는임돈의아내경옥이붙잡혀있다.시대적배경은일제강점기조선농민들이땅을빼앗기고만주로강제이주되던때이다.손임돈은독립자금전달을위해만주로가던중신경역광장에서패싸움에휩쓸려객사를한다.임돈은“세상과의아득한거리를모르핀삼아자기만의세계로달아나기”(127쪽)만했던죄책감에만취해있었다.아버지의유골함을품에안은열한살기혁과경옥이객차를탔을때“객차안승객들이동정어린눈빛으로흰옷입은어린상주를바라보았으나,이경옥은운명을이해하려애쓰지않을만큼오만했으므로,그런동정심조차불편했다.”(129쪽)‘오만’은절망의고통을피하기위해더큰상처를내는칼이아니던가.이세상에남은‘오만’한경옥은스스로절망하지않는다고믿으며깊은늪속에가라앉아있을것이다.「귀가」에서는과거의온갖형상과얽혀이세계와이별하지못하고‘집’으로돌아가려하지만끝내닿지못하는‘나’가있다.“나는집으로돌아가야만한다.여기는밖이고,지금은밤이고,집에는내가없다”(134쪽)고하지만“캄캄한골목어둠속으로”“식은땀을흘리며”“끊임없이뒤를돌아보면서”“신발이벗겨질것같아초조해하며”“온힘을다해”달려도골목은영영끝나지않을듯이어진다.“귀가”하지못한나는“이따금옛집에돌아가는꿈을꾼다”.(155쪽)모두떠나보낸집안에는생기가없다.“이럴수가있나.집이라는건,언제나굳건하게그자리에서있어야하는것아닌가.어린아이인나는어른의목소리로중얼거린다.”(155쪽)「내가슴은돌처럼차갑고단단하다」는‘무거움’을덜어내고이세계에붙박여거듭나려는인물들의이야기다.교양과품위를지키며사는네명의중년은주말이면모여자신들의죄악을털어놓는다.그러나그것이부질없는짓임을깨닫는다.그들이원하는건선한삶이아니라‘무거움’을덜어내는것임을알았기때문이다.그들은20대젊은여성을불러놓고머리카락을가위로잘라태우는번제의식을진행한다.‘무거움’을덜어내고“그래서더욱안락한현재를누리고자”(181쪽)하는것이다.번제의식후네명의중년은“돌처럼차갑고단단해진”가슴으로깊고편안한잠에빠져든다.그들의안락한이세상이영원히존재하려면그들은늪속에몸을숨기고계속해서다른세계를희생시켜야할것이다.「구름해석전문가」의이경은선우가준노트북을들고소설을쓰기위해포카라로간다.하지만노트북의암호를몰라한글자도쓰지못한다.게다가노트북을준선우는다시돌려달라고계속카톡을보낸다.소설가인선우는자유분방을넘어서무례하다.하지만그런선우에게수치심까지느끼면서도휩쓸리는이경의모습은스스로도낯설다.「완전한집」의금희역시관계의늪에빠져있다.포카라에온지사흘째되는날9년만에승문에게메일을받은금희.“승문은10여년전인도와네팔을오래떠돌다가석달정도한국에머물면서금희와함께살던집을팔았다.그리고문서와현실속의모든인연을정리하고떠났다.미얀마로가서단기출가할작정이라고했다.그것으로마지막이었다.”(66쪽)금희는인터넷에서우연히알게된윤의권유로포카라에왔지만정작승문의자취를좇고있다.

더깊게추락하고더높이기어올라
한계를마주하면

“나는여기에와서구름이걷힌것을본적이없어요.구름은산을타고가장높은곳까지올라가요.산을완전히보려면구름아래에있어서도안되고,구름속에있어서도안되고,구름위에있어야해요.”
_「구름해석전문가」44쪽

“짧은순간에이경은깨달았다.보트밖으로빠져나가려면물속으로더깊이들어가야한다는것을.”
_「구름해석전문가」49쪽

작품중관계의늪에서빠져나온두명의인물이있다.「구름해석전문가」의이경과「완전한집」의금희이다.이경과금희를통해작가가전하는해법은더높은꼭대기까지기어오르거나더깊이추락하여이세계와이별하라는것이다.극한의한계를경험하고고통을뛰어넘으면다른세계에서자유를얻을수있다는이야기다.「구름해석전문가」의이경은암호를풀지못해“아무쓸모도”없는,“그럼에도두고가고싶지않은”(53쪽)선우의노트북을내려놓고안나푸르나로향한다.더이상걸을수없는한계에도달했을때노트북을두고오기를잘했다는생각을한다.그녀는은퇴한쿠마리들을만난다.모든것을내려놓은뒤땅에발을딛고살고있는그들.그리고“처음으로이경은선우에게노트북을돌려줬어야했다는생각이들었다.”(55쪽)「완전한집」의금희는일행의결정에휩쓸려안나푸르나트레킹에합류하게되고“말한마디가나오지않을정도로힘든”(80쪽)상황을거치면서자신이원하는것을인식한다.나아가고집한다.더이상휘둘리지않고자신의목적지를선택한것이다.일행에서이탈해혼자향했던호수에서승문이이야기했던,멀리서보았을때집인줄알았지만가까이가보니벽이었다는그벽을발견한다.그벽은이제“완전한집”이다.승문의세상과다른자신의세상을발견한것이다.“금희는바람이세상을한바퀴돌고다시이자리를지나갈때쯤자신의업도흩어지고사라지기를소망”한다.(89쪽)「콘도르는날아가고」에서등장하는소녀는아버지의부재를집안에아들이없기때문이라고생각한다.네번째딸인동생이‘가장나쁜잘못’이고,가장나쁜잘못을아슬아슬하게피해갔지만아마도세번째자신또한‘잘못’이라여길것이라생각한다.그래서소녀도아버지를‘잘못’이라고생각하기로한다.“그래야공평하다.”(11쪽)또한자신을성추행한붉은벽돌집남자의차를대못으로긁는복수를한다.하지만아직어려서인지소녀는늪에서빠져나와이세계와이별하지못한다.소녀는“상처가아물어도흉터는남는다는사실을떠올”(31쪽)린다.그런소녀를위로하고싶었던걸까.작가는글의말미에서독재자의죽음을알림으로써다른세계를열어준다.“큰일났어.대통령이죽었대.”(3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