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쓴다는 것 :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 (개정판)

시를 쓴다는 것 : 일상과 우주와 더불어 (개정판)

$14.00
Description
시는
골계다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작詩作 에세이

“시대가 얼마나 살벌해지든, 어떠한 시대가 되든, 인간의 혼이
시정詩情을 찾는 경향은 없어지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시를 모른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이고
그가 시를 쓰지 않았다면
이 우주에서의 행복을 방해받았을 것이다
_이병률(시인)
시란 무엇인가, 시를 어떻게 써왔는가
이 책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일본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의 에세이로, 지금까지 60년 넘게 시를 써온 이 시인의 시론詩論이자 노년의 인생 회고담이기도 하다. 일본방송협회(NHK) 위성방송 채널에서 2010년에 방영된 프로그램인 〈100년 인터뷰,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 자신의 시혼을 여실히 드러내는 시들과 함께, 그의 시세계에 대한 담담한 소회도 들어 있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딘가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울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딘가에서 병사가 상처 입는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는 것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는 날갯짓 한다는 것
바다는 일렁인다는 것
달팽이는 기어간다는 것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
당신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 「산다」부분 (21∼23쪽)
저자

다니카와순타로

1931년도쿄에서철학자인아버지와피아니스트인어머니사이에서외아들로태어났다.아버지의영향으로어려서부터철학,문학,음악등예술분야에관심을가져왔다.중학교시절시를쓰기시작해,1950년도요타마(豊多摩)고등학교를졸업한뒤대학에진학하지않고,문예지『문학계』에「네로」등의시를발표하면서시인이되어1952년21세때첫시집『20억광년의고독』을펴내며작품활동을시작했...

목차

제1장시를만나다
시를쓰기시작했을무렵
시를쓴다는것
독자를의식했던시
시가태어나는순간
의식아래에있는말

제2장시와일상생활
라디오에매혹되어
시와일상생활
시인이란무엇인지되물었던시기

제3장의미와무의미
시는음악과연애하고있다
입으로소리내어읽기
의미이전의세계
언어는자유롭지않다
‘안다’는것
일흔여덟의경지
엄혹한현실을눈앞에둔시
사람은시정詩情을찾는다

프롤로그/100년뒤의세상에보내는메시지/역자후기

출판사 서평

취미로라디오만들던열일곱살무렵에시와인연

▲열일곱살무렵부터쓰기시작하셨는데,열일곱살이면감성이풍부한시절이지요?

▼그렇습니다.하지만저는시를쓰고싶어하지도않았고,시인이되고싶어하지도않았습니다.그럭저럭진공관라디오만드는걸좋아해서,납땜을해가며라디오를만들었습니다.그런데고등학교동급생중에시를좋아하는녀석이있었어요.그녀석이쓴시를저는아주좋아했지요.한번은그녀석이‘잡지를내려고하는데시좀써줄래’하면서꼬드기는거예요.그래서써보니까,어찌어찌시비슷한것을쓸수있길래재미가붙어서계속했다…….그런느낌이었습니다.

시를쓸때의정신상태는좌선때와비슷

▲문득떠오를때까지기다리고있는다니카와씨의정신상태랄까정신작용은어떤느낌일까요?

▼저도잘알기어려운데요.선禪에관한책같은걸읽어보면,좌선하고있을때와비슷한상태가아닐까싶습니다.

▲좌선은무아의경지,잡념을버린세계이겠군요.

▼저도뭔가를쓰려고할때는가능한한제자신을텅비우려고합니다.텅비우면말이들어옵니다.그러지않고내안에말이있으면자기도모르게판에박은표현으로끌려가버리지만,가능한한텅비우면생각지도못한말이들어온다,그런느낌입니다.호흡법과닮은데가있는듯합니다,아마도.

말은의식아래에있는말이재미있다

▼언제부터인지모르겠습니다만,말은의식의표면에있는말보다의식아래에있는말이재미있다,그쪽이새롭다,그런생각이듭니다.

▲의식아래에있는말이란곧말이되지않은말?

▼그렇습니다,혼돈같은것입니다.그러나그혼돈속에온갖언어경험이다들어가있다고생각합니다.자기가직접보고듣는언어경험뿐만아니라문학,영화,텔레비전……그모든일본어경험이들어가있고,그혼돈과도같은데서자신의의식이아닌어떤것이말을골라주는듯한느낌입니다.그러니까‘이런말,쓴기억이없는데’하는일이흔히생기고는합니다.

일상생활과시의관계

▲고맙습니다.그러한체험에서시의스타일이나작법같은것이어떻게바뀌었다고생각하십니까?

▼저자신은그런식으로는별로생각하지않는데요.평론하는사람들은뭔가이런저런비평을해줍니다만…….나이를먹는다는것도저를꽤바꾸어왔거든요.예를들어죽음같은것도실감나게다가온다든지.그런요소들이있어서바뀌어가는거아니겠습니까?그리고시를쓴지도60년이상되기때문에,산전수전다겪은셈이지요.그러다보니이런저런작법이가능하게되었고,거기에다제실제인생에서도나이를먹다보니아주편해지는거예요.‘이제슬슬책임지지않아도괜찮겠지’,뭐그런.그리고이혼도하고아이도착실히독립했고해서혼자서살아갈수있게되었잖아요.혼자라는게정말홀가분하거든요.그러다보니시에서도,예를들어저는20대에도자기소개비슷한시를쓰고,30대에도조금쓰고,이번에는70대에또쓴겁니다만,그것을비교해보면제자신을남들에게소개하는형식으로쓴시가사뭇변화하고있다는걸알았습니다.이것은제자신이,말하자면성숙했다고말해도좋지않을까,그런생각도듭니다.

저는키작은대머리노인입니다
벌써반세기넘는동안
명사와동사와조사와형용사와의문부호따위
말들의틈바구니에서살아오다보니
굳이말하자면무언無言을좋아합니다

저는공구들에정이갑니다
또한나무를,관목灌木을포함해서,무척좋아하지만
그것들의이름은잘기억하지못합니다
저는과거의날들에그다지관심이없고
권위라는것에반감을품고있습니다

사시에난시에다노안입니다
집에는불단佛壇도감실龕室도없지만
실내로직결된커다란우편함이있습니다
잠은저에게일종의쾌락입니다
꿈을꾸어도깨면잊어버립니다

여기에이야기한것은모두사실입니다만
이렇게말로하고있자니왠지거짓말같군요
따로따로사는아이들둘손자넷에개나고양이는기르지않습니다
여름에는거의티셔츠차림으로보냅니다
제가쓰는말에는가격이매겨지는경우가있습니다
_「자기소개」일흔살버전전문

자신이온몸으로파악한언어로쓴시가좋은시

▲잘된시는어떻게짓는것입니까?

▼그런걸알았으면고생안했겠지요.(웃음)모릅니다.시라는게공부해서잘쓰게되는그런건아니잖아요.음,그러니까그거는매우어려운점이지만,잘쓴다못쓴다하는것도매우주관적인거지요.그리고잘썼지만,뭔가상투적인문구가말끔하게늘어서있는정도인시도있거든요.그런거는못쓴시보다재미가없어요.그러니까자기자신이온몸으로파악한언어로쓴시가좋은시라는생각이듭니다.하지만의외로세상에유통되고있는상투어구를죽늘어놓아시처럼보이는시를쓰고마는경우도많지요?그런거는역시재미가없어요.

산다는것전체를파악하려면죽음이라는것을계산에넣어야한다

▲어째서그랬을까요?어머니에게사랑을듬뿍받았고,행복한,무엇하나아쉬울게없는생활이었다고하시지않았습니까?

▼물론그렇습니다만,결국,그러한현실의일상생활만이아닌,‘산다’는게있지않습니까.그것은아마도산다는것전체를파악하기위해서는죽음이라는것을계산에넣어야한다,그리고죽음을시야에넣지않으면산다는것전체를파악할수없다는사실을비교적젊은시절부터알고있었기때문이아닐까싶습니다만.

▲그것은다니카와씨내부에서왜그런지모른채로감지하고있었던겁니까?

▼그런게아니었을까요.죽음이란고향으로돌아가는것,뭐그러한시구를쓰기도했었으니까요.

사람은시정詩情을찾는다

▲현실에서는우울해질만한일이매일같이일어납니다.그속에서시는도대체무엇을할수있을까……,어떻게생각하십니까?

▼일본어로‘시’는,행갈이를해서쓴시작품이라는의미와,또하나시정詩情(poesie),이두가지의미가있다고봅니다.이제시작품은상당히힘을잃었고,시정은시작품뿐만아니라게임이라든지만화,영화나텔레비전같은것에도스며있다고생각합니다.그러니까시작품이아니라시정이라생각하면,오히려그런것에대한욕구가강해진거아닌가,저에게는그렇게보이는것이지요.그러니까현재의유행을보면,귀여운것과까불거리고예쁜것따위잖아요.그런게제눈에는시정에대한일종의갈증으로보이는겁니다.그러니까시작품을중심으로생각하면다소쇠퇴한느낌이들겠지만,시정이라는면에서생각하면온갖것에시가침투하고있는시대라고생각할수있는거지요.산문적인가혹한현실이있고,그것에어떻게대항할수있을지를모두본능적으로느끼고대항하고자하는그런면이있는겁니다.물론그것을낙관할수는없지만요.그러한경향이거꾸로풍속風俗으로흘러가버려,인간의현실에제대로다가서지못하는일이생기지요.시대가얼마나살벌해지든,어떠한시대가되든,인간의혼이시정을찾는경향은,저는없어지지않는다고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