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느네 아버지 방에서 운다 - 교유서가 산문 시리즈

$15.00
Description
“아무것도 얻지 못했지만 살면서 보니
그 아무것이 아무것은 아닌 것 같더라”

“내가 하는 일은 목숨걸어 매일 넘어야 하는 거대한 산이다”

누군가와 가장 소중한 것을 주고받는
‘미지’에 대한 통 큰 보답,
모두가 눈감은 진실을 잔인하도록 파고드는
소설가 백가흠의 첫 산문집
모두 말함으로써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마음을 전하는 그만의 방식, 지금 이 산문집에서도 빛을 낸다.
_박준(시인)

이 책에는 여러 개의 방이 있다. 아버지가 울려고 들어간 아들의 방, 눈만 마주쳐도 금세 울고 마는 어머니의 안방이 있다. 그리스와 몽골, 그리고 안나푸르나의 방이 있다. 그 모든 방이 깃든 거대한 집, 언젠가는 무덤으로 남기를 꿈꾸는 집이 바로 이 책이다. 도굴당한 유물처럼 주인 없이 떠도는 이야기, 선배가 바라는 삶도 그런 거였을까.
_황현진(소설가)

소설가 백가흠이 데뷔 후 썼던 산문 원고를 모은 첫 산문집이 나왔다. 200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광어」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저자는 소설집 『조대리의 트렁크』 『같았다』, 장편소설 『나프탈렌』 『향』 『마담뺑덕』 등을 발표하며 “잔혹하다 못해 그로테스크한 느낌”(문학평론가 안서현)의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으로서 저자는, 어머니만 모르던 ‘험’ 많은 서른일곱, ‘평범하고 정상적이며 일반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임을 알았던 마흔, “꼭 지금 뭔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님에도 자꾸 뭔가를 챙기려 드는 자신의 모습에 결국 나도 평범한 꼰대가 되어버렸다”고 고백하며 쉰을 맞이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소설가로 살아온 저자의 평범하지 않은 삶의 기억들과 작가로서의 문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이번 산문집에는 특별히 섬세한 감수성으로 내면의 소리에 천착하는 이상선 화백의 그림이 함께 담겨 깊이를 더한다.

부쩍 공중을 바라보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다보니 어딘가로 향하는 비행기도 보고 달이 지는 모습도 보게 되었다. 땅만 보고 걷다보면 엉뚱한 곳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여기가 오고자 했던 곳인가, 아닌가. 아쉬움이 없지 않겠지만 흘러와서 흘러가니 딱히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더 바라는 것도 없겠다, 싶다. _「작가의 말」에서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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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백가흠

1974년전라북도익산에서태어났다.2001년[서울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광어」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귀뚜라미가온다』,『조대리의트렁크』,『힌트는도련님』,『사십사四十四』,『같았다』,장편소설『나프탈렌』,『향』,『마담뺑덕』,짧은소설『그리스는달랐다』등이있다.현재계명대학교문예창작학과교수이다.

목차

작가의말

1부엄마의택배박스
환타와시루떡_
빨라진기차가빼앗은시간
부모님에게
아버지와단둘이탄기차
엄마의택배박스
춘미와가곡
햄버거에대한명상
새해단상

2부내연봉은포도나무한그루
막지나가는봄,그곳에서
내연봉은포도나무한그루
소설이내게
걸으면깨닫게되는것
소설가가된‘졸음이’
쌍릉을아시나요?
안나푸르나가내게가르쳐준것
소통한다는것

3부도시는무엇으로이루어지는가
강남에간다는것
서울산책
도시의길은고대의시간속으로
나를내려놓는여행
서울의인격

4부내가,나에게
공존의이유
가구(家具)의힘
예식장갈비탕
정미조와빈지노사이
테니스
상추를키우다
스물아홉의내가서른아홉의나에게
마흔아홉의내가서른아홉의나에게

도판목록

출판사 서평

“일찍자야,내일일어나서같이아침먹지”

1부는가족에대한이야기다.한장의사진이아닌색깔과냄새가함께저장된기억은시간을먹고저혼자자라어느날불쑥튀어나온다.환타와시루떡,그리고아주신맛나는과일로차려졌던열살의생일상,서울에서재수할것을권했던아버지와단둘이탔던기차안에서의철없던스무살의불편함,밤새머리를싸매고일하는저자의방에들어와그만좀자라고다그치며불을끄려는어머니.마흔이넘어서야저자는환타와시루떡의의미를알고열살때의민망함이어머니에대한짠함으로바뀌었고,기차에서아버지가하신“아무것도얻지못했지만살면서보니그아무것이아무것은아닌것같더라”는말을이해하게되었다.짜증을내는아들에게“일찍자야,내일일어나서같이아침먹지”라는어머니의말씀이가장큰진리와일상이포함되어있는말임도알게되었다.저자는“소설이라는것이미지의얼굴모르는남을위한것이라는것에골똘하는지금,어머니가내게하는말은문학의본령”이라고자각한다.1년에한번,설에만집을찾는아들에게“이렇게보면이제,정말나죽기전에한열번쯤얼굴을보겠구나”라고쓸쓸히던지는아버지의말은저자의삶이자유를꿈꾸는작가로만머물지않음을생각하게한다.

금기와도덕에있어상상력은자유로울수있지만인간된도리와형식은지켜야한다는것도막연히깨달은게30대중반의일이다.나는여전히이땅의한부모의아들이라는사실에서하나도바뀐것이없다는것은인간으로서자유의지나문학을하는작가의상상력과는별개의일이라는것도겨우깨달을무렵이었다._「새해단상」에서

“그럼에도여전히마음이편치못한것은혹,
소설속인물이날원망할지도모른다는생각이들기때문이다”

2부에서는작가로서삶과문학에대한상념들을담았다.저자의직업은소설가이다.‘직업’의사전적의미를따져보자면,‘생계를유지하기위하여자신의적성과능력에따라일정한기간동안계속하여종사하는일’이다.생계를유지할수있어야만직업이라는이야기인데한때“연봉천만원”을새해소망으로말하고,“서울에서한평이라도제땅이있는가로수마저부러워”했던저자의이야기에서작가를업으로사는이의고단함을느낄수있다.작가로사는고단함은단지경제적인문제에만있지않았다.군대에서11개월에걸쳐2천2백페이지나되는사전을옮겨쓰기도,‘졸음이’란별명을가질정도로처친눈꼬리가소설가로살며세상을졸린눈으로보지않게되면서서서히올라가인상마저바뀌었다고한다.소설가로서“목숨걸고매일거대한산을넘어왔”지만마흔을앞두었던저자는이유없고정체없는불안함으로채워졌었다고토로한다.“지난시간이나는사라지고간혹몇몇소설이나조대리같은인물로나남았으니,그저불연속적인연대기에지나지않는것같아”쓸쓸함만는다는고백이다.

인간의불행을목격하고직시하던자신감은점점사라져가고있다.냉정하고냉소적이었던시선도서서히거두어들이고있다.의도적인것이아니라자연스러워지고있는것이라치부하고있지만,그러면그럴수록불안함이늘어나는것은어쩔수없는일이다.이러다가소설을쓰지못할지도모른다는생각이언제나머릿속한구석에자리잡고나를지켜보고있다.나는,실재하지않는사람들의눈치를보고뭔가를쓸지말지고민만한다._「소설이내게」에서

“서울이촌스러운것이아니라,현재그안에서살아가고있는
우리의모습이촌스러운것이다”

3부는도시에대한이야기다.익산이고향인저자는스무살이후줄곧서울에서살았고이제는어머니마저저자에게서울사람다되었다고이야기할정도로서울사람이다.“다닥다닥붙어있는다세대주택가,반지하방에모여사는이주노동자들,늦은시간골목마다들리는재봉틀소리”,누구도말해주지않은서울의모습을마주했던스물의어느밤,값비싼독일브랜드싱크대상판을깨먹고는들키지않기위해정말열심히일을했던날,받은일당을모두털어술을마시고밤새걸었던남가좌동의새벽길,서울의여름은공평하지않다는것을알려준남가좌동옥탑방까지,저자는서울에대한기억들을조각조각꺼내놓으며“도시는공간이고공간은사람의역사이자숨이”라고이야기한다.문화가없는서울은촌스러운도시라고말하는저자는“실은도시가,서울이촌스러운것이아니라,현재그안에서살아가고있는우리의모습이촌스러운것이다”라고지적한다.역사를품고있는그리스와울타리없는초원의삶을아직잃지않고사는몽골의도시를여행한후기를함께전한저자의“현대도시의공간은무엇을위한것인가,자문해야만한다”는질문은우리를품은,또한우리가품은도시의의미를생각하게한다.

“꼭지금뭐가있어야하는것이아님에도자꾸뭔가를챙기려든다.
결국나도평범한꼰대가되어버렸다”

4부는20년이넘게소설가를업으로살다쉰을맞이한저자의‘잠시멈춤’같은장이다.누구나문득떠오른과거의한장면에혼자낯을붉히는순간이있지않을까.시간이지나서야깨닫는후회다.그후회는산날이많을수록무거울수밖에없다.“매일고통에빠지고,절망의보편화를꿈꾸던,젊은치기로만살아가던”20대에는“30대가되면그렇게어렵게,몸으로,시간으로때우며마련한개똥철학을어떻게든실현하며살줄”안다.하지만서른을“갈팔질팡하며맞이”했다는저자는쉰을맞이한지금,꼭지금뭔가있어야하는것이아님에도자꾸뭔가를챙기려드는스스로의모습에“결국나도평범한꼰대가되어버렸다”고고백한다.

문학이란것은진실의이면을비춤으로써진실을드러내는것이아닐까.그러니사실이아닌것에문학의재미가숨어있는것아닐까.하나의진실에아흔아홉개의거짓이덧대어만들어지는것.그러니까문학은역사적인사건이나사료에비해간접적일수밖에없는것이다.결국,우리가바라는바의다른면으로반대면을비추는것이문학이갖는효용일수도있겠다._「쌍릉을아시나요?」에서

저자는이번산문집원고를정리하며“10여년전을떠올려보고,자신을둘러싸고있던세계를복원해보고,하지말았어야하는일과,꼭했어야만했던일을가늠해보았다”고하는데새삼그10여년동안참많은것이바뀌었음을깨달았다고전한다.“서른아홉의나는소설쓰는데두려움이없었으나,마흔아홉의나는그렇지못하다”는고백은평범하지않은삶을살아온저자가중년의중턱에서고단하게찍어보는쉼표같다.하지만평범하지않은이야기들이고개를끄덕이게한다.하기에이산문집은한방향의고백이아니라소통하고자하는“누군가와가장소중한것을주고받는‘미지’에대한통큰보답”(소설가황현진추천사)이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