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하루

무탈한 하루

$14.50
Description
“좀더 다정하고 용기 있게 살 수는 없을까?”
무탈하지 않은 일상을 보듬는 다정함의 감각
“제주에서 폭낭이라고 부르는, 밑동이 큰 팽나무처럼 삶에 뿌리를 깊게 내린 정교하고도 우람한 산문이다.” _문태준(시인)

“활활 타오르지 않아도 뭉근히 오래 불을 밝히는 뜬불처럼 조용한 위로를 전하는 책.”
_정도선(책방 소리소문 공동대표)

“그가 써내려간 글을 읽다보면 고통의 부피는 작아지고 삶을 사려 깊게 헤아리는 감각만이 남는데, 고독과 고통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의 일상 속에 나란히 두며 투명하게 아름다움을 길어올리는 사람의 문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_성혜현(편집자)
저자

강건모

저자:강건모
에세이스트,문학편집자,사진가,뮤지션,영상제작자.
글에스밀때는강건모,이미지와소리에스밀때는헤르츠티어.저서로사진에세이『처음부터없었던것처럼』이있고,2023년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받았다.
현재제주에살며이야기가피어나는삶의결정적순간을다양한예술언어로담아내고있다.

목차


책장을펼치며
이야기가된모든날들의이야기

1부다정함
연필을깎으며
책도둑의변명
나는마당으로출근한다
봄밤의가르침
바다의남쪽
산사의하룻밤


2부상상력
태풍이오기전에우리는
기다림의목적어
첫눈이조금내렸고밤에는오지않았다
모든삶은서사다
1인칭음악적시점
눈에대한몇가지감각
말하는낮,듣는밤

3부내재율
첫소리내기
먼발치에혼자인
폭력의추억
모기가글자를무는저녁
똑똑하게,분명하게,올바르게
스며들고번지는일에대하여
상상계로의밤산책

책장을덮으며
‘무탈한하루’를마치며

출판사 서평

“좀더다정하고용기있게살수는없을까?”
무탈하지않은일상을보듬는다정함의감각

“제주에서폭낭이라고부르는,밑동이큰팽나무처럼삶에뿌리를깊게내린정교하고도우람한산문이다.”
_문태준(시인)

“활활타오르지않아도뭉근히오래불을밝히는뜬불처럼조용한위로를전하는책.”
_정도선(책방소리소문공동대표)

“그가써내려간글을읽다보면고통의부피는작아지고삶을사려깊게헤아리는감각만이남는데,고독과고통도외면하지않고자신의일상속에나란히두며투명하게아름다움을길어올리는사람의문장이기때문일것이다.”
_성혜현(편집자)

연필한자루를깎으며
‘깎이되꺾이지않는마음’으로
삶의고유한리듬을상상하다

나는이제구구절절그런걸쓰느라새해아침을보내지않는다.각오나계획은봄이올때까지좀느긋이그러나자주생각하기로하고작년부터는새연필한자루깎는걸로태세를전환했다.그것은단순하게존재하자는생활의신조가반영된것으로‘버릴것은버리고,간직할것은간직하고,해야할일은하고,하고싶은일은하자’는데서비롯한것이다.
_「연필을깎으며」에서

저자는새해첫날에특별히올해엔뭘하겠다는계획을세우지않는다.대신연필을깎는다.연필을깎기위해딱히갖춰야할조건같은건없다.그저천천히연필을깎아보겠다는마음한자루를세울뿐이다.그는자신의손에서매끄러워지는연필을바라보며깎이되꺾이지않는마음을생각한다.

당신의인생에서가장의미있는것이무엇이냐는질문에“다정함”이라고답하는저자는그것이사라지지않는이상자신은무엇이든될수있고할수있다고생각한다.그러나그것은쉽게찾을수있는태도가아니다.무언가를오랫동안바라본사람에게서묻어나는마음이다.책훔치던아이가책만드는사람이되었다는아이러니한이야기를떠올리고,벚꽃핀봄밤에괴로움을느끼고,산사에서맞이한아침에산새들소리가눈부시다고말하는사람이발견할수있는사랑이다.저자는자신과타인과세계를사랑하고자사랑보다는아담하고친절보다는덜행위적인‘소박한애정’을찾아냈다.인생을괴로워하고두려워할많은이유가있음에도불구하고,그는자신에게서다정함이사라지지않기를바라며오늘을살아간다.

“그사람의언어로다시말하면
나는잠시그사람이되어볼수있다.”
삶과의지와감정을추체험하는행위,상상력

장폴사르트르는“상상력은타인을이해하는최선의방식”이라고말한바있다.우리는모두다른경험과관점을가지고있기에그사람입장이되어생각한다는것은쉽지않은일이다.하지만이때발휘되는상상력은잠시나마그사람의세계를헤아려보는방법이된다.문학편집자로오랫동안활동한저자가그수단으로찾은것은글과사진,음악,영상이다.주지하듯나자신의세계나누군가의경험,감정을살피는섬세한태도는글쓰기에서비롯한다.글을쓰는동안우리는그또는그것에대해가장오래‘상상’하기때문이다.

사진가이기도한저자는카메라를들고눈오는밤길을걸으며백지의무한한가능성을발견했던것과같은방식으로타인의삶을상상한다.상상력은자유롭고,한계가없다.태풍오는날의거미와나방과민달팽이,‘기다림을배우는공간’에서놀이에집중하는아이,만년에병마와싸우며삶의시를쓴외할아버지,예술프로그램에서종달새를노래한발달장애인에관해쓰며저자는또다른세계를살핀다.그과정은생각과마음을발신하는누군가의목소리를들으려는노력으로이어진다.저자는멀리서들려오는그소리를청취하고자글을쓰고음악을만들며삶을산다.

잠시눈을감고눈을맞는다.말할수없는것들,다시말해지지않을것들,그만새하얗게덮자고내지붕위로도펄펄눈이내린다.눈이오면세상은백지가된다.아무것도쓰이지않은페이지.동시에모든것이쓰일수있는페이지.누군가에겐상실의자리이고누군가에겐새로운시작이될거기에서사람들의이야기가눈송이처럼사박사박태어난다.나는눈내리는밤에그환한길을걷는다.
_「눈에대한몇가지감각」에서

“날이어두워지면우리는좀더서로를듣게되는걸까.”
우리삶에깃든자기만의리듬,내재율의감각찾기

저자는어릴적에말을심하게더듬었기에글쓰는사람이되었다고고백한다.초등학교때한선생님으로부터글을쓰면말더듬을잊게될거라는조언을듣고‘첫소리내기’에성공한저자는언어의리듬에민감한사람으로성장했다.그러나수많은글을쓰고편집자로수백권의책을만든다음에도저자는매번실패와맞닥뜨린다.그러나글을망칠지라도첫시도를반복한다.앞으로도계속실패하겠지만새시작을두려워하지않을것이다.그다짐은저자가계속살도록돕는삶의리듬을그려나간다.

그운율은저자의삶곳곳에서발생하는슬픔에잠시가려지기도한다.저자의어머니는건강이악화해산소발생기를몸에지니고살게된다.2.5킬로그램의삶을견디며살아간다.폭력인줄모르고자행됐던가족간의폭력이나,제주와안면도에서자행된국가폭력도유리조각처럼저자의삶에날카롭게틈입한다.그러나저자는쓰고읽고찍고교감하는순간들에서삶의운율을되찾는다.사람들이서로서로스며들고번지는일의아름다움을예술로체험하며,삶이지속되어야할이유를되새긴다.

스며듦은또한언제나번짐으로이어진다.나에게어떤감정이스며들었다면그것이긍정적이든부정적이든반드시다른사람에게번지게돼있다.나의의도와무관하게일어나는일이다.스며듦은배워서몸에배는것이아니므로결코가르치거나알려주는방식으로번지게할수없다.말배우지않은아이의눈이눈사람이다니는길이듯이스며듦은우리가알아채지못한사이에오고예상치못한세계로번져간다.
_「스며들고번지는일에대하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