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보는 마음 : 우리 시대의 시인 8인에게 묻다

뒤를 보는 마음 : 우리 시대의 시인 8인에게 묻다

$18.00
Description
‘시의 마음’ 으로 바라본 시인의 초상
지친 삶을 다독이는 위안과 성찰의 말들

문학평론가 노지영의 다정다감 문학 대담집

이문재, 손택수, 신용목, 김해자,
김경인, 김정환, 강은교, 김기택

우리 시대의 시인 8인에게 묻다
2010년 〈내일을여는작가〉 등으로 데뷔해 진지한 사유와 탄탄한 문장으로 동시대 문학의 지형도를 조밀하게 읽어온 문학평론가 노지영의 문학 대담집 『뒤를 보는 마음』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살피고 염려하고 상상하는 ‘시의 마음’으로 이문재, 손택수, 신용목, 김해자, 김경인, 김정환, 강은교, 김기택 등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 여덟 명을 만나 시의 창작 과정, 시의 본질과 근원을 들여다보며 시가 우리 삶에 주는 의미를 되새긴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우리가 고통스럽게 돌아보는 팬데믹 시대를 돌파하는 입체적인 사유를 탐색하기 위한 작업으로 본 대담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인은 왜 시를 쓰는가? 시라는 이름으로 나를 다독여주었던 시인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겹의 내포를 읽어내기 어려워하는 신문맹의 시대에 시의 미학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문화향유 현장에서 작가와 독자의 가교 역할을 해온 저자는 이런 질문들을 끌어안고 2021년 봄부터 이듬해 겨울까지 두 해 동안 시의 안부를 묻는 일에 몰두했다.

시적 개성과 목소리가 뚜렷한 시인들을 장소와 거리에 구애받지 않고 직접 찾아다니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시’라는 것이 내뿜는 생기를 복원하고,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시인의 시가 탄생된 작업 공간을 취재하고, 그 현장에서 시학에 대한 대화를 이어가면서 시인들의 자취를 기록하는 데 주력했다. 해당 대담마다 사진작가가 동행하여 시인의 작업실과 시적 영감을 주는 시계(詩界)의 풍경들을 담아내기도 했다. 작품을 말하는 시인의 얼굴을 다양한 각도로 촬영하고, 시의 양분을 전달해준 ‘손’의 형체들을 현상하기도 했다. 시인의 에스프리가 담긴 육필 메시지도 매 원고마다 간직해두었다. 원로 시인들의 경우, 생애사 자료를 정리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작업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뒤를 보는 마음』은 문단의 중진이자 현업 원로로서, 각자의 방식으로 시의 영역을 확장해온 여덟 명의 시인과 함께 시의 본질과 미학을 탐구하는 대담집이다. 시를 사랑하거나 시에 입문하고 싶은 독자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시가 우리 삶에 주는 위로와 울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노지영

문학평론가.2010년〈내일을여는작가〉등을통해평론활동을시작했다.현재〈백조〉〈시와시학〉〈영화가있는문학의오늘〉편집위원이며,〈내일을여는작가〉〈통일문학〉〈리얼리스트〉편집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정책지원소위원회위원및민족문학연구소연구원으로활동했다.가톨릭대,청주교대,동양미래대등을거쳐현재경희대와방송대에서교양과문학을강의하고있다.
『정본노작홍사용문학전집1,2』『오장환전집1,2』『애타도록서둘지말라나의빛이여』『영구혁명의문학‘들’』『서강,우리시대문학을말하다』『서정주연구』『한국전후문제시인연구3,4』『김춘수의무의미시』외다수의책을함께쓰고엮었다.인쇄매체형식외에도다양한문화콘텐츠를기획하고,참여하면서지속적으로문화향유현장에관심을보여왔다.현재장애문학팟캐스트〈A의모든것〉에고정출연하며,장애문인에대한인터뷰를웹진에연재하고있다.

목차

서문타오르는시인의초상

이문재생명에의옹호
손택수달력의이면
신용목시인은그렇게살겠지
김해자집으로가는길
김경인겹의그늘을읽는일
김정환번역들
강은교강은교포에틱유니버스
김기택시인의둘레길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시라는것은이기고지는것을넘어서서
뒤를돌아다보는시간을열어줄거라믿습니다.”
나에게시란이런것이다……
뒷날의세상을상상하며미등을켜는마음

시인은삶의고통과아름다움,부조리와희망,무상함과허무등을시로표현함으로써삶의아름다움과의미를궁구하는존재다.시인이시를쓰는이유는저마다다르지만,결국시를통해삶의의미를찾고자한다는점에서공통점을갖는다.

첫대담자이문재시인과의만남은코로나가재유행할무렵대학카페에서,방역수칙을준수하며한시간동안이루어졌다.생태학적인식을바탕으로자연과인간의문제를성찰해온그는,최근관심사인‘전환’을화두로문학과현실의거리를고민하며,시의결정적순간을기다리는이야기를들려준다.자신을성찰하는시민의글쓰기를통해문명의위기를극복할수있다는믿음,한줄기희망을놓지않는다.

우리가추구해야하는시학이란바로생명을옹호하는것이겠지요.‘모든것은연결되어있다’는오래된,그리고앞으로도오래갈이핵심적세계관을포기하지않는시학이시를살아있게한다고생각합니다.저는이것을‘관계의시학’혹은‘지구적상상력’이라고부릅니다.
_「생명에의옹호,이문재」,55쪽

손택수시인은일터에출근하기위해매일매일산길로걸어다닌다.그가즐겨하는산책은초혼하듯시를부르는순간이자시의이슬이맺히는자리이다.사무실에걸린달력뒷면에는입이하나,귀가세개인섭(?)’이라는한자가큼직하게쓰여있다.그는‘섭’을올려다보며머뭇거리면서,더자주멈추면서더많이듣자는삶의태도를새긴다.이와더불어노작홍사용문학관의살림을맡으며기림과기억에관한여러경험담을들려준다.

세상의모든완성된시들은결국미완성이라는이야기죠.이때의미완은불완전으로서의성격도있지만,거기에머물지않고오히려새롭게도래하는미래의시에대한약속으로서의미완을가리키기도하겠죠.
_「달력의이면,손택수」,69쪽

신용목시인과의대담은그가일하는대학의연구실에서이루어졌다.나무로된웬만한소품들은직접만들정도로그는나무의질감을좋아한다.소시집『나의끝거창』을쓰면서마음뿐아니라시작스타일에도변화가있었다는그는이제예전의초조함이나무게감을좀더덜어내고,사소하고일상적이고날것같은느낌이나감촉을시의발화점으로삼으려한다.

세상의언어가다타버린다음에도출렁이고있는바다같은게있다면그것이시라고생각하는데요.어떤슬픔이나고통이있다고할때,제가그슬픔과고통을쓰는게아니라,시가그것을저에게허락하는거같다고느끼거든요.시는그렇게출렁여도된다고허락하는존재죠.
_「시인은그렇게살겠지,신용목」,136쪽

김해자시인은초보농사꾼으로자신을소개하며이웃들과의다정한이야기와시에대한뭉근한사유를들려준다.그는자신의시가어떤개념이나추상이아니라,자신이몸담았던장소와함께한사람들을따라이동하고변화해온듯하다고고백한다.신비와경외감을자신을살게하는중요한자양분이라말하는그는시가합창이되고한무더기의춤이되길바랐던시쓰기의첫마음을순전한몸의언어로써지켜나가고있는모습을보여준다.

젊은미래와아직태어나지않은미래세대에게말을거는것,칠흑같은안개속에서깜박깜박경고등을켜는것,내가앞사람을따라가듯,뒤에오는사람들에게조용히불을비춰주는것,저는그런것이시가되었으면좋겠습니다._「집으로가는길,김해자」,184쪽

김경인시인의일상을채우는장소는집과연구실과스터디카페다.시는주로스터디카페에서쓴다.아무도없는가운데서홀로깨어있는기분으로밤새시를쓸때의기쁨은생활세계와창작세계를분리함으로써얻어진것이다.시인은불투명한것들속에서투명성을발견하는성찰을통해모르는사람의그늘을감각하는시쓰기에대해이야기한다.

그불투명한세상가운데서도어떠한투명성을가져야되는가를다시생각하게만드는것,그런성찰을가능하게하는것이시라서,저는시를쓰는것같아요.너무나불투명한것들가운데서조금이라도투명한것을찾으려하는과정이우리가생각하는상상력이기도하니까요.
_「겹의그늘을읽는일,김경인」,233~234쪽

김정환시인과의대담은“음악으로커튼을친”그의자택서재에서이루어졌다.문학의여러장르를넘나들며그언어를충돌시키거나융합하는방식으로상투성에저항하고,단형시의완결적미학이강조되는한국시단에서예외적으로장시창작을지속하고있는그의문학에관한다양한이야기가풀어진다.그는축소화된채로퇴행하는출판현실을향한따끔한조언과아울러기본을전제로한비평가의성실한책무를당부한다.

뭐하러시를쓰고글을씁니까.끊임없이달라져야하는거죠.누가나보고변했다고그럴때가있어요.그럴때나는야,그렇게변하려고기를쓰는데사람변하는게그렇게힘들더라,오히려이렇게답변해요.그렇게변하려고기를쓰는데도못변하는게큰문제입니다.
_「번역들,김정환」,267쪽

강은교시인과의대담은부산범어사근처의카페에서이루어졌다.범어사길은시인이소중히여기는산책로중하나다.시집과산문집등에도범어사이야기가종종나온다.한국적서정에바탕한시적사유를통해반백년의시력을이어오며의미의모험과‘들여다봄’의순례를계속하고있는시인의이야기가잔잔하게펼쳐진다.

시라는건모범답안이없잖아요.서정성도있고사상성도있고이런것이적당히모두있어야하는것같이생각하는모범답안을우리가늘가정하곤하는데요.예술이라는것은모범답안이없을수록좋은거아니에요?
_「강은교포에틱유니버스,강은교」,316쪽

김기택시인과의대담은그가일하는대학의연구실과휴게실에서이루어졌다.중학교때그림을잘그렸던소년이회사원이되어그시절을통과하며시쓰기를이어온내력과함께,한편의시가착상되는순간부터시어의외투를입는과정,창작자의윤리적고민들이풀어진다.‘사물주의자’로알려진김기택시인에대해노지영은‘만물주의자’로새롭게명명한다.

사람이모두다르기때문에각자다른시들이나올수밖에없는것아닙니까.시에서사물은존재를끌어내는매개체로서기능하는것이죠.저는시쓰기가‘아직이름이붙여지지않은생명체’,‘무엇으로든변화할가능성이있는느낌으로서의유동체’에이름을붙여주는일이라생각해요.
_「시인의둘레길,김기택」,36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