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래의 미학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갈래의 미학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8.80
Description
“이게 어쩌면 내 인생의 라이트모티프일지도 몰라.”
갈림길에서 마주한 비밀스러운 내일,
그 운명을 뒤바꾸려는 사람이 내딛는 첫걸음

2018년에 단편소설 「린을 찾아가는 길」로 〈경인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2019년에 단편소설 「로마, 로마, 로마」로 제19회 ‘김포문학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황윤정의 신작 소설집 『갈래의 미학』이 교유서가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주목한다. 그들은 뒤늦게 깨닫는 사람들이다. 어쩌면 삶을 뒤바꿨을지도 모르는 우연하고 결정적인 옛 순간을 돌아보며 오늘날의 갈림길에서 주춤한다. 해독될 수 없는 비밀로 가득한 인생에서 그들이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이 책은 미스터리를 품은 두 소설로 그 질문에 다가간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저자

황윤정

서강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을전공했다.2018년〈경인일보〉신춘문예에단편「린을찾아가는길」이당선되며등단했고,이듬해단편「오르톨랑」과「로마,로마,로마」로각각부천신인문학상과김포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
저서로『그러나스스럼없이』(공저)가있다.

목차

갈래의미학
보름

해설:직구를던지는소설_위수정(소설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삶에서비극이반복될지라도
마음의본질은달라지지않으니까

세라는말했다.이제는연극이나문학등에도쓰이는개념인라이트모티프가우리의인생속에도있을지도모른다고,우리가무심코겪는사소한에피소드부터심각한사건에이르기까지일상의모든순간이어쩌면우리의인생을결정짓는일종의중심악상일지도모른다고._10쪽

표제작「갈래의미학」은운명을스스로만들려는사람의이야기다.어느날화자는버스에서옛친구‘세라’의딸인‘재이’를만난다.그순간이제인생의‘라이트모티프(leitmotiv)’라고생각한다.라이트모티프는악극에서반복되는중심악상을뜻한다.어떤오페라에서는죽음을암시하는선율이반복·변주되는데그짧은선율단위가라이트모티프다.그용어는세라가애용하는단어였다.화자는세라와의라이트모티프를되돌아본다.20대때두사람은나이아가라폭포를보러갔다가오직두사람만의결정적순간을만났다.두사람은여행에서무슨일을겪었을까?

그래도같은폭포인건변하지않잖아.
보는방향이완전히다른데도?
나는어쩐지울고싶은마음이었다.
세라는그런내마음을아는지모르는지차분한목소리로덧붙였다.
관점에따라본질을다르게규정할수는없다고생각해.
세라의그말은나에게는폭포이야기로들리지않았다.
어젯밤에우리에게있었던일들을부정할수없다는이야기처럼들렸다._31쪽

두사람의해외여행은완벽했다.빌린자동차로타임스스퀘어,자유의여신상,센트럴파크등에찾아가며자유를만끽했다.절정은나이아가라폭포였다.그들은함께폭포를바라보며동질감을느꼈다.그순간이두사람을멀어지게한계기가될것이라고는예상하지못했다.

이소설은삶의중요한변곡점에서서로엇갈린두사람의과거와현재를그린다.그들은서로다른점이많았다.세라는일상의사소한순간들이인생을결정지을지도모른다고생각했다.그러나‘나’는세라의운명론을거부했다.취업실패,가족과의불화,불투명한현재를미래의전조로인정할수없었다.라이트모티프를받아들인다면제삶도비극처럼변할까봐두려웠던것이다.‘나’는상대와의차이라고여겼던부분들이실은사랑의이유였다는사실을뒤늦게깨닫는다.감정적진실이중요한이소설에서그깨달음은변화없는내일의전조가아니다.이제는운명을제손으로결정지으려는사람이변화의계기로삼는마음이다.화자와세라가함께지켜보았던폭포는고트섬에의해나이아가라폭포와호스슈폭포로나뉜다.잠시서로갈라질뿐두폭포는이내다시만난다.같은방향으로흐르는아름다운폭포에서화자가본형상도세라와함께하는내일일지도모른다.

“도대체어디서부터잘못된거지?”
보름만에달라진인생을회복하고
폭력이라는견고한벽을무너뜨리려면

「보름」은동생‘우진’에게벌어진일로불안한서술자‘우현’이등장한다.「갈래의미학」의서술자가폭포에서어떤징조를발견했던것처럼「보름」의주인공우현은불안한마음을가족사진에투영한다.오래전우현의가족은태국에놀러갔을때코끼리트래킹을하며사진을찍었다.언젠가우진은그사진을보며‘파잔(phajaan)’의식을이야기했다.파잔은학대로아기코끼리의정신을파괴하는의식이다.그끔찍한과정이끝나고겨우살아남은코끼리만관광자원에투입된다.파잔이야기를떠올리며우현은어쩌면우진의인생이달라질지도모른다고불길하게예감한다.

우현은우진의보름에관해생각했다.우진이S를처음만나오늘에이르기까지의보름.봄이느릿느릿움직이는것처럼보여도이십일만에온나라를삼키는것처럼,우진의일상을서서히,그러면서도순식간에집어삼켰던그보름이라는시간을.단지보름만에모든게엉망이될수있다는것이,그렇게짧은시일안에그토록많은게바뀔수있다는사실이믿어지지않았다._69쪽

우현은보름만에인생이달라진다는사실에경악한다.“세살짜리아기가찬찬히걷는속도”로이십일만에세상이봄으로가득해지는것처럼한사람의삶도순식간에뒤바뀐다는사실을깨닫는다.무력감에휩싸인우현은우진이시달리는폭력에어떻게대항할지고민한다.동시에왜자신과동생이그런끔찍한일을겪어야하는지생각한다.그런일을겪게될것이라고과거에예상하지못했다고좌절한다.그런데과연정말예상하지못했을까?어쩌면눈앞에서폭력을목격하고도자신과무관한일이라며외면했던것은아닐까?

이소설은방관자와피해자의경계를허물어뜨린다.과거에학교선배가부당한일을겪었을때우현은침묵하고방관자들의생각에동조했다.그때만해도선배의이야기가자신과무관하다고믿었다.그러나이소설은우현이지켰던침묵이가해의굴레를견고하게한다고암시한다.우현의학교선배가겪는폭력과,우진이직면한폭력을교차시키는플롯은방관자도언젠가범죄피해자가될수있다는사실을내비친다.침묵을깨고이야기를시작할때우리는폭력이라는“상호작용의견고한흐름”에서벗어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