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 마켓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스마일 마켓 :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8.80
Description
“그래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잊어. 잊는 게 상책이야.”

얼룩덜룩한 기억이 가득한 스마일 마켓입니다
오랜 폭력에 불안한 당신을 환영합니다
2013년에 단편소설 「모크샤」로 계간 〈불교문예〉에서 작품활동을 시작하고 법계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직지소설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이종숙의 신작 소설집 『스마일 마켓』이 교유서가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과거의 폭력이 오늘날까지 메아리치는 상황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소리에 고통받는 인물들이 있다. 그들은 폭력의 기나긴 순환을 영원히 맴돌아야 할까? 이 소설집은 인종차별과 국가폭력에 상처받은 사람들을 묘사하며 그 트라우마에 집중한다. 트라우마의 기억은 느닷없이 그들을 공격하지만, 그들은 트라우마에 대항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과거보다 소중한 오늘이 있다. 그렇기에 광범위한 폭력에 맞서는 일이 무의미해 보일지라도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선정 및 수상내역

2023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저자

이종숙

2013년계간〈불교문예〉에단편「모크샤」로등단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
장편소설『푸른별의노래』,소설집『아유레디?』,여행에세이『오늘은경주』가있다.
법계문학상,한국소설작가상,직지소설문학상을수상했고,2020우수출판콘텐츠에선정되었다.
현재‘썸띵’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스마일마켓
손가락

해설:부재가아닌무능과과잉으로부터의서사_임현(소설가)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어제에서내일로이어지는기다림,
희뿌연적과싸우는무력한시간

“기다리라고?또기다리라고?”
삼십년전처럼,우리는또이렇게기다려야만한다는말이냐고외치던태오는몸의이상한변화를느끼며주저앉았다.어둠속에서유리창깨지는소리가들리더니사람들이들어와닥치는대로물건을가져갔다.자신은누군가의총구앞에무릎을꿇고있었다.두손을앞으로모은채그가연신중얼거렸다._34쪽

표제작「스마일마켓」은인종차별사건의피해자인‘태오’가겪는일상의불안을묘사한다.눈에보이지않는불안을여러이야기로형상화하는이소설은과거에서오늘,어쩌면내일까지이어질지모르는폭력의끈을드러낸다.미국에서코로나19로인해어렵게마켓을운영하던태오는어느날길거리에쓰러진한아시아인을돕는다.그러나그선행은인종차별피해로이어진다.노인인태오는그날일을그냥잊자고,잊기만하면문제는더이상생기지않을것이라고믿는다.그러나누군가가마켓에쓰레기를투척하는사건이발생하면서태오는언제라도공격받을수있다는공포에사로잡힌다.이제태오는오래된불안과보이지않는적에게맞서싸워야한다.

한역사적사건의그림자가이소설에드리운다.경찰관들이운전수로드니킹을폭행하는영상이공개되면서시작된1992년로스앤젤레스폭동은한인사회에도충격을줬다.당시코리아타운의많은가게가폭동의표적이되었다.자경단을조직한가게주인들은총기를들고지붕위로올라가가게를지켰다.많은한인에게정신적외상을입힌그악몽은어쩌면뒷날에이어질끝없는인종차별의전조였을까?과거는죽지않았고심지어지나가지도않았다는미국소설가의문장이이소설에공명한다.

부재에서불어나는환각의통증,
남겨진자를살도록하는뼈아픈상실감

“손가락,내손가락을찾아줘요.”
백지장처럼변한얼굴이청색이되었다가다시흑색으로변한후에야사람들이나섰다.사람들이소금맞은미꾸라지처럼텀벙대며잘린손가락을찾았지만허사였다.물은맑아지지않았고하염없이시간을보내며기다릴수도없었다.운명으로받아들이라고했다.군인출신대통령이말했듯애국과충성의마음으로받아들이는것,그것이아버지의숙명이었다._58쪽

「손가락」은‘정원’이국가폭력의피해자인아버지를찾아가는이야기다.정원의아버지에겐통일후에남북이자유롭게왕래하게되면자동차에가족을태우고집안어른들을찾아가고싶다는꿈이있다.장남이육군사관학교를졸업해장교가되고막내는공무원이되기를바랐던소원은포기했다.운전면허증만취득한다면아버지는고향에갈수있을거라고믿는다.그러나아버지에겐돌발이문제였다.불시에멈추어야하는코스인돌발상황이제시되면아버지는우왕좌왕해서시험에서떨어졌다.그돌발에대처할수있다면합격은눈앞에있다.

돌발은아버지의인생에가득했다.정원의할아버지는남북을오가다가총에맞아사망했다.아버지는영평제축대를쌓다가손가락을잃었다.예상하지못한그돌발상황들은국가폭력에서비롯했다.군복과제방이상기시키는폭력성은군중의박수소리처럼커서개개인을침묵시킨다.누구도나라와사회에반역할수없는시대였다.그폭력이남긴표상은오늘날까지도지워지지않고남는다.

환지통,있지도않은손가락이느끼는아픔은상실감에서오는것이아닐까.누군가를,무엇인가를잃은뒤에찾아오는통증,그것은슬픔이불러온환각이다._69쪽

정원의가족에게남은상처는육체적이면서정신적인흉터다.분단으로생긴할아버지의부재는손가락의부재만큼이나뼈아프다.그생이별은화자의가족에게가슴에사무치는잔상을남겼다.남겨진사람들은떠나간사람을그리워하며그빈자리에맞춰하루하루를설계한다.그러나남겨진사람들에게도일상이있다.이소설에서정원이아버지를찾아가는과정은그일상이어떤풍경으로채워지는지설명한다.떠나간이에대한아쉬움과원망이내일을향한기대로점차누그러진다.상실의상처가아물지않더라도화자의가족은또다른내일을준비한다.아버지는운전면허증을따려는스무번째도전에임할것이다.정원의가족은어떤돌발이찾아올지라도함께그위기를극복할것이다.국가폭력의역사도그유대감에생채기를남기지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