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허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가 출간되었다. 1994년에 등단한 시인은 오랫동안 침묵을 해오다 3년 전에 첫 시집 〈황둔 가는 길〉을 펴낸 바가 있다. 시인은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해왔는데 은퇴를 하고 창작에 매진하는 모습이다. 이번 시집에는 66편의 시를 5부로 나누어 묶었다.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시적 경향으로는 시인의 자연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데 그 자연은 타자화되거나 대상화된 것이 아니라 피와 살과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의인화된다. 나무나, 길가의 돌멩이, 바람 등이 빈번하게 의인화되어 나타난다. 가령, 「바람의 흉터」를 보면 “(바람도) 크게 다칠 때가 있는 것이다/간밤 큰 소리로 울며 지나가는 것이다/큰 가로수를 들이받았는지/바람의 팔 하나 뚝 부러져/가로수 줄기에 거꾸로 매달려/잉잉 울고만 있는 것이다”라고 노래한다.
그러한 방식으로 자연과의 동일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자연의 모습과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내밀한 얘기를 하기도 한다. 시집의 표제시 「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에서, 시인 자신이 “구르던 돌멩이로 길가에 멈춰 있는 것은” 무수한 발길에 차이어 이리저리 유전(流轉)해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행인들의 발길에 차이는 별 볼 일 없는 돌멩이 하나, 바로 그것이 시인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내가 무수한 발길에 차이는 / 작고 천한 돌멩이였으나 / 견고하게 쌓는 축대 사이 / 한 곳에 끼어 자리 잡을 수 있다면” 하고 작고 겸허한 소망을 은밀히 품어보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집에는 시적 주체의 지난 시절 스스로 엄격하고 예각적으로 살았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겨 있다. 「찔레 가시」에서는 찔레꽃의 날카로운 가시를 보면서 “가시덤불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나도/누군가를 찌르는 찔레 가시였을 것이다/찌르고 찔렀던 사람들 수만큼/내 마음 오늘 찔리는 곳 많다”고 아프게 고백한다. 「날카로움에 대하여」에서는 “부대끼다 널브러져야 부드러워지는구나”라며 세상 만물이 다 무뎌져야지 비로소 쓸모가 있음을 말한다.
또 한편으로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시인은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어린 학생들을 바닷속에 희생시킨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는다. 세월호에 희생된 아이들이 “사월의 그 날/돌아오지 못한 너희들/꽃으로 피어 돌아오는구나”(「사월에 피는 꽃」)라고 노래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소외에도 관심을 두고 노숙인, 폐지 줍는 노부부, 택배 노동자, 갯벌 어민 등등을 향한 따듯한 시선을 잊지 않고 있다.
시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시적 경향으로는 시인의 자연에 대한 관심이다. 그런데 그 자연은 타자화되거나 대상화된 것이 아니라 피와 살과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 의인화된다. 나무나, 길가의 돌멩이, 바람 등이 빈번하게 의인화되어 나타난다. 가령, 「바람의 흉터」를 보면 “(바람도) 크게 다칠 때가 있는 것이다/간밤 큰 소리로 울며 지나가는 것이다/큰 가로수를 들이받았는지/바람의 팔 하나 뚝 부러져/가로수 줄기에 거꾸로 매달려/잉잉 울고만 있는 것이다”라고 노래한다.
그러한 방식으로 자연과의 동일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자연의 모습과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내밀한 얘기를 하기도 한다. 시집의 표제시 「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에서, 시인 자신이 “구르던 돌멩이로 길가에 멈춰 있는 것은” 무수한 발길에 차이어 이리저리 유전(流轉)해왔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행인들의 발길에 차이는 별 볼 일 없는 돌멩이 하나, 바로 그것이 시인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러면서 “내가 무수한 발길에 차이는 / 작고 천한 돌멩이였으나 / 견고하게 쌓는 축대 사이 / 한 곳에 끼어 자리 잡을 수 있다면” 하고 작고 겸허한 소망을 은밀히 품어보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시집에는 시적 주체의 지난 시절 스스로 엄격하고 예각적으로 살았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담겨 있다. 「찔레 가시」에서는 찔레꽃의 날카로운 가시를 보면서 “가시덤불 앞에서 발길을 돌리는 나도/누군가를 찌르는 찔레 가시였을 것이다/찌르고 찔렀던 사람들 수만큼/내 마음 오늘 찔리는 곳 많다”고 아프게 고백한다. 「날카로움에 대하여」에서는 “부대끼다 널브러져야 부드러워지는구나”라며 세상 만물이 다 무뎌져야지 비로소 쓸모가 있음을 말한다.
또 한편으로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시인은 2014년 4월 16일 304명의 어린 학생들을 바닷속에 희생시킨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는다. 세월호에 희생된 아이들이 “사월의 그 날/돌아오지 못한 너희들/꽃으로 피어 돌아오는구나”(「사월에 피는 꽃」)라고 노래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소외에도 관심을 두고 노숙인, 폐지 줍는 노부부, 택배 노동자, 갯벌 어민 등등을 향한 따듯한 시선을 잊지 않고 있다.
내가 길가의 돌멩이였을 때 (허완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