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미칠 것 같은 세계에 구멍내기로서의 시 쓰기”
전기철 시인의 신작 시집 〈박쥐〉가 출간되었다. 시인의 제7 시집이다. 전기철 시인이 문예창작과 교수를 정년 퇴임하고 펴낸 첫 시집이기도 하다. 54편의 시를 4부로 나누어 수록하고 있다.
이제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전기철 시인은 성찰적 사유보다는 감각적 사유에 의지한 시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시인의 젊음을 보게 되는데, 시인의 발랄하게 자동기술적으로 구사되는 언어를 통해, 혹은 자유 연상되는 상상력의 개진을 통해 포착된 세계의 풍경을 그려낸다. 시인의 시선은 분방하다. 그 시선을 따라 묘사되는 공간은 작은 방에서부터, 우주 행성까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며 속도감 있게 종횡무진으로 넘나든다.
“식탁 위 입술 한 접시, 손을 접고 글그렁거리는 어둠은 추근대는 포르노 / (“어른들은 너무 복잡해. 뭐든지 한데 뒤섞어서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려.”)”-(「복화술사」 부분)
“발륨이 더 나은 삶을 약속하지만 / 머릿속은 파랑에서 분홍, 보라로 빙글빙글 돈다. / (중략) / 소파 하나 달랑 있는 / 여기는 / 나만의 행성, 디아제팜” -(「우주여행을 위한 감성 가이드」 부분)
“엄마의 신경증 약이 비뚤어진 입으로 미소를 짓는다. 놀란 도자기 인형의 눈, 쉰이면서 열다섯인 뺨은 핑크, 퍼플이다. // 엄마는 인형의 내연녀였어” -(「숏컷」 부분)
“머리가 둘 달린 엄마는 도박장에 갔고, 동생은 홍대 앞 지하 클럽에 갔어. // 나는 지금 고스트록에 물들어 있어. // 아빠, 자살하지 마. 너무 웃기니까” -(「꼬깔콘을 손가락에 끼고」)
그런데 이 세계의 풍경들은 왠지 우울하거나 장애를 갖고 있거나 비정상적이며 약에 의지하고 있는 등 분열적이다. 그리고 빠른 시인의 연상을 따라가다 보면 가위로 도려낸 듯한 세계의 풍경이 환등 사진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러한 풍경을 통해, 이러한 시적 방법을 통해 시인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왠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인간관계,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갇혀버린 세계, 아직도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이상한 기후환경…… 등등은 시인에게 ‘범죄도시’로 보인다. 그 도시의 한복판에서 시인은 이렇게 외친다. “왜 새들이 노래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누가 내 날개를 감춰버린 거야. 난 바다 위를 날 거야. 세상에 구멍을 낼 거야.”(「짙은」 부분)라고 말이다. 아마도 시인은 그런 도시에서일망정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한편, 모던한 시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시의 배면에 깔려 빛을 발하는 우리말 탐구가 돋보인다.
이제 노년으로 접어들고 있는 전기철 시인은 성찰적 사유보다는 감각적 사유에 의지한 시 쓰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영원히 늙지 않을 것 같은 시인의 젊음을 보게 되는데, 시인의 발랄하게 자동기술적으로 구사되는 언어를 통해, 혹은 자유 연상되는 상상력의 개진을 통해 포착된 세계의 풍경을 그려낸다. 시인의 시선은 분방하다. 그 시선을 따라 묘사되는 공간은 작은 방에서부터, 우주 행성까지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며 속도감 있게 종횡무진으로 넘나든다.
“식탁 위 입술 한 접시, 손을 접고 글그렁거리는 어둠은 추근대는 포르노 / (“어른들은 너무 복잡해. 뭐든지 한데 뒤섞어서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려.”)”-(「복화술사」 부분)
“발륨이 더 나은 삶을 약속하지만 / 머릿속은 파랑에서 분홍, 보라로 빙글빙글 돈다. / (중략) / 소파 하나 달랑 있는 / 여기는 / 나만의 행성, 디아제팜” -(「우주여행을 위한 감성 가이드」 부분)
“엄마의 신경증 약이 비뚤어진 입으로 미소를 짓는다. 놀란 도자기 인형의 눈, 쉰이면서 열다섯인 뺨은 핑크, 퍼플이다. // 엄마는 인형의 내연녀였어” -(「숏컷」 부분)
“머리가 둘 달린 엄마는 도박장에 갔고, 동생은 홍대 앞 지하 클럽에 갔어. // 나는 지금 고스트록에 물들어 있어. // 아빠, 자살하지 마. 너무 웃기니까” -(「꼬깔콘을 손가락에 끼고」)
그런데 이 세계의 풍경들은 왠지 우울하거나 장애를 갖고 있거나 비정상적이며 약에 의지하고 있는 등 분열적이다. 그리고 빠른 시인의 연상을 따라가다 보면 가위로 도려낸 듯한 세계의 풍경이 환등 사진처럼 스쳐 지나간다. 이러한 풍경을 통해, 이러한 시적 방법을 통해 시인이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왠지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인간관계,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갇혀버린 세계, 아직도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 이상한 기후환경…… 등등은 시인에게 ‘범죄도시’로 보인다. 그 도시의 한복판에서 시인은 이렇게 외친다. “왜 새들이 노래를 한다고 생각해. 나는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누가 내 날개를 감춰버린 거야. 난 바다 위를 날 거야. 세상에 구멍을 낼 거야.”(「짙은」 부분)라고 말이다. 아마도 시인은 그런 도시에서일망정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한편, 모던한 시 세계를 추구하면서도 시의 배면에 깔려 빛을 발하는 우리말 탐구가 돋보인다.
박쥐 (전기철 시집)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