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의 비평

유머의 비평

$23.01
저자

복도훈

저자:복도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문예창작학과부교수.문학동네(2005년봄호)에평론을발표하면서문학평론가로도활동하고있으며,현대문학상(2007)을수상했다.저서로눈먼자의초상,묵시록의네기사,자폭하는속물,SF는공상하지않는다,한국창작SF의거의모든것(공저),키워드로읽는SF등이있고,역서로성관계는없다(공역)가있다.

목차

책머리에9

제1부

신을보는자들은늘목마르다27
―2017년의한국문학과‘정치적올바름’에대한비판적인단상들
‘정치적으로올바른’시대,책읽기의괴로움57

‘도래할책’을기다리며89

유머의비평105
―축제,진혼,상처를무대화한비평의10년을되돌아보기
정치적올바름입니까,혐오입니까?―아뇨,괜찮아요!153
―슬라보예지젝의‘정치적올바름’비판을중심으로

제2부

“여기사람이있었다”199
―르포르타주,죽음의증언그리고삶의슬로건
애도와인륜229
―세월호참사100일에부쳐
“내귀에폭탄”245
―<더테러라이브>또는실재의서사
인형과난쟁이265
―소설가황정은과나눈말들의풍경
아무것도‘안’하는,아무것도안‘하는’문학295
―우기(雨期)에읽는소설들,무위(無爲)의주인공들

제3부

책에따라살기339
―최인훈의『화두』에대하여
“다시시도하라.또실패하라.더낫게실패하라.”363
―김태용론
토템과터부389
―박화영의『악몽조각가』에대하여
우리,이페머러의수호자들409
―조현의『나,이페머러의수호자』에대하여
소설,비425
―김연수와이신조의단편
기원과종말441
―김희선과박민규의단편
소설로쓰는성서해석학457
―이승우의단편들

제4부

빌려간주전자를되돌려주기477
―자크라캉의정신분석과한국문학비평
지젝이어쨌다구?507
―슬라보예지젝과네가지담론
가라타니고진을‘읽는다’는것535

저승의칸트561
―형이상학의정원을어슬렁거리는유령에대한비평픽션

후기581

발표지면587

출판사 서평

저자의말

내게유머는특정한대상을조소하거나야유하는데주력하는기지와같은것이아니다.그렇다고유머는슬픔을경시하거나고통의하중을외면하지않는다.우는자를못본체하지않는다.유머는일종의마음가짐,말하자면너와나를괴롭게하는그게실은별게아니야,라고속삭이며위무하려고애쓰는마음가짐이다.너와나를괴롭게하는것이당연히아무것도아닐리가없다.다만내가생각하는유머는고통에너와나의몸과마음대부분을밀어넣고그것의자양분으로삼거나그런삶에은밀하게안주하려는태도와결별하려는몸짓이다.그것은나를또다른나로객관화해바라보려는안간힘같은것이다.-(저자,<후기>에서)

책속에서

주체와타자는자신을끊임없이악한외부나비가시적인낯선타자로부터침해받기쉬운취약한정동으로정의된다.유동적이고불확실한상황에서도덕은‘취약한삶(precariouslife)’의권리를침해할수있는언행에대한제도적규제와금지서약,도덕적자기단속과검열을승인하는것을수용한다.문화적으로는취약한정동으로서의자신에게불쾌와해악을줄수있는타자의문화적모욕과멸시의언행,각종미디어와문화상품에서재현의자극적인양상을즉각나의감수성을침해하는폭력으로간주한다.현실을(재)구성하는폭력적과정으로서의재현보다는재현의폭력에대해논의하는것을더욱선호한다.
어쩌면‘정치적올바름’은니체가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에서언급한‘최후의인간(thelastman)’에게알맞은정치이자도덕이아닐까.미량의독을주입하는방식으로안락한꿈을꾸고,보호받기위해온기를필요로하며,위험과모험에내맡기지않고,예기치못한사건으로부터자신과타자를보호하는울타리를만든다.그가살아가는대지는점점작아질것이다.인간은벼룩의장수(長壽)를누리겠지만그종족에게서삶은휘발된다.-(본문53쪽)

자신이죽으면시체가어떻게처리될지에대해온갖상상(매장은숨막히고,화장은뜨겁고,수장은물을먹을것같아곤란하고,미라가되는것도곤란하다는둥)을하는데서발생하는마사오카시키의수필「사후(死後)」의골계와해학은결코피할수없는죽음을대하는정신의서늘한태도에서비롯된다.듣기에절망적인이야기이지만이상하게도웃게된다.그것은가라타니가소세키를따라강조하는사생문의세계지향적태도와동일하다.실제로사생문은“자신은울지않으면서울고있는다른사람을서술하는”작가의언뜻몰인정해보이는태도를“울지않아야할사건을쓰면서도”우는다른작가들의태도와구별짓는다.마치어른이아이를대하는것같은사생문의정신태도는프로이트가유머에서말한것처럼어른이상처받은아이를보며미소짓는유머의의도와같다.-(본문148-149쪽)

실재에비추면상징계는늘과도하게억압적이거나성가시게불편한것이었다.그것이아니라면규범처럼심심하고,계약처럼따분하며,법처럼별다른흥미를불러일으키지않는현실의그만그만하고도균질화된세목이었다.그것이아니라면법(아감벤)은예외상태와폭력이라는개념이외에는흥미를돋우지않았으며,치안(랑시에르)은정치(적인것)가아니라면곤봉으로시위대를구타하는폭력경찰의이미지로간주되거나사물들의강제적인조합과배치의산물에지나지않았다.물론실재의효과적인조명으로상징계의정체가차이,틈새,균열,결핍,배제,불안임이밝혀지기도했다.그러나그것은또다시실재(사건)의도래를초조하고애타게맞이하기위한준비작업으로환원되었다.규범적인도덕을넘어서는윤리는얼마든지상징계의구멍,실재,도래하는타자,환대와동의어가되었으며,그런한에서그것은정치로쉽게갈아탈수있는어휘가되었다.아이러니하게도실재의윤리와치안을횡단하는정치는상상계적인거울에서로를비추면서무척이나자족했다.그러나사람들이이처럼실재와상징계에몰두하는동안아이의놀이터였던상상계에는잡초가무성해졌으며,아이의처지는더욱소외되고왜소해졌다.이제는누구도아이와거울을돌보지않게되었다.거울놀이를하던아이는단번에늙은이로변했다.자아,동일성,통합,물아일체,주객동일성,자율성,반영,전체등상상계의옛덕목들은한낱그리움으로추억하는머나먼뒤안길로버려졌다.-(본문504-5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