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모순 - b판시선 68

따뜻한 모순 - b판시선 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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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극한의 생태적 위기 속에서 모색하는 여리고 따뜻한 시선”
윤재철 시인의 열 번째 시집 〈따뜻한 모순〉이 출간되었다. 4부로 나뉘어 62편의 시가 묶였다. 여기 실린 시들은 현재 지구의 생태적 상황을 극한의 위기 상태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하루도 쉬지 않고 쏟아내는 언론 매체들에서 다루는 생태 환경 관련 기사들, 기후 위기, 온실가스, 지구 온난화, 폭염, 폭우, 혹한, 극지방 해빙, 동식물의 멸종 위기 등등에서 관념적으로 느껴질 수 있던 위기 의식은 잘 씌어진 한 편의 시를 통해서 더욱 실감이 드러난다.

“아마 그럴 것이다 / 둘이 함께 사막길을 걸어갔다면 / 한낮에 뜨거운 모래밭을 / 등에 가득 짐을 싣고 / 목마르게 걸어갔다면 // 사람이 낙타의 얼굴을 / 주먹으로 가격하는 일도 / 낙타가 사람을 쓰러뜨리고 / 물어뜯는 일도 /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낙타에게 물려 죽은 한 사내」 부분)

인류가 농경이나 목축을 하던 시절이라면, 동물을 가족이나 친구처럼 여기던 시절이라면, 인간과 낙타가 함께 살아가면서 고통과 환희를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시절이라면 없었을 것 같은 사건을 다룬 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막 /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 / 세상에서 가장 별이 빛나는 사막 / 혹은 쓰레기장 // 영국에서 미국에서 한국에서 / 대서양 건너 태평양 건너 / 이키케 항구를 통해 들어와 / 아타카마사막에 버려진 옷 …… // 두세 번 입고 버려지는 / 수백억 벌 옷의 행방 // 옷의 무덤 / 옷의 쓰레기 산 …… // 밤이면 별을 안고 뒹구는 / 알록달록한 미라의 꿈 // 젖지 않는 옷 / 썩지 않는 옷 / 혹은 꽃 / 혹은 널브러진 날개” (「사막에 버려진 옷 혹은 날개」 부분)

칠레의 한 사막에 쓰레기로 싸인 옷더미는 인공위성에서도 보인다. 인구 3천만 명의 나라 가나에서는 매주 1천5백만 벌의 헌 옷이 들어와 버려진 옷들이 바닷가에 산더미같이 쌓여 있다. 소들이 옷더미를 파헤치며 풀 대신 옷을 뜯어 먹는 장면을 보여준 리포트도 있다. 잘 사는 나라에서 기부 혹은 수출의 명목으로 보내진 옷들이다.

오늘날의 위기 인식에서 대부분 그 원인이 인간에게 있음을 지목한다. 위기는 원인을 초래한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인류보다 위기 대처 능력이 미약한 생명체들에게는 자그마한 생태적 변화조차 멸종 수준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즈음에 작은 새 한 마리, 풀꽃 한 송이에 대한 관심과 보살핌은 시 쓰기의 본분일지도 모른다.

“찔레꽃 소담스레 피어 있어 / 꽃 무더기에 / 코부터 갖다 대는데 / …… // 찔레꽃이 내게 소곤거린다 / 향기를 너무 가져가지 마세요 / 너무 그러면 벌들이 싫어해요 / 고개 들며 뒤미쳐 생각해 보니 / 나야말로 객꾼이 아니던가” (「향기를 훔치다」 부분)
저자

윤재철

저자:윤재철

시인.1953년충남논산에서태어나초·중·고시절을대전에서보냈다.서울대학교국어교육과를졸업했으며1981년‘오월시’동인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아메리카들소><그래우리가만난다면><생은아름다울지라도><세상에새로온꽃><능소화><거꾸로가자><썩은시><그모퉁이자작나무><에스컬레이터를타고내려온달빛>등과,산문집으로<오래된집><우리말땅이름>(전4권)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1996)과오장환문학상(2013)을받았다.

목차

ㅣ시인의말ㅣ4

제1부
멧비둘기울음소리12
도요새의눈물14
낙타에게물려죽은한사내16
나는있지18
따뜻한모순20
쇼스타코비치의왈츠속을나비가난다22
잠자리몽24
개미가나비를끌고간다26
관악산소묘28
칡꽃향기30
7월의목련나무31
내마음속의환풍구32
한낮에젖는색소폰소리34
치잣빛향기로물들고싶다36
마른꽃38
딱새한마리잡목숲으로사라지고40

제2부
나비가왔다갔다42
반포천에서44
피천득산책로46
꽃핀오동나무가내게연애걸다48
향기를훔치다50
야쿠르트아줌마52
엉겅퀴꽃을끌어안은풍뎅이54
장마지나고찔레꽃56
소나무가붉다58
마른멸치한마리60
모란씨를찾습니다62
봉다리커피64
백자달항아리가우울하다66
미사일과명품68
보안문서파쇄70
장독대옆채송화72

제3부
하얀이별74
알락꼬리마도요와칠게76
넓적부리도요1H78
미스매치80
보일러가된지구82
극한호우84
사막에버려진옷혹은날개86
희생88
꼬리명주나비와까마귀오줌통90
물총새,돌아온것일까92
삼한사미94
한겨울에꽃핀아몬드나무96
전기모기채98
어느날뉴스속보100
언제쯤이도시는익어갈수있을까102

제4부
명품리106
따순구미108
철새들의간이역격렬비열도110
흑산도는허브공항112
해운대간비오산은큰나루산114
산제비의노래116
설악산울산바위118
돌아서라도가야하는도라산역120
진목마을은참나무쟁이122
뗏목다리벌교124
아라가야머리산126
과천뒤쪽의방배리128
할미산이대모산으로130
조운흘과몽촌토성132
사댕이고개134

ㅣ시작노트ㅣ무정천리눈이오네137

출판사 서평

“극한의생태적위기속에서모색하는여리고따뜻한시선”

윤재철시인의열번째시집<따뜻한모순>이출간되었다.4부로나뉘어62편의시가묶였다.여기실린시들은현재지구의생태적상황을극한의위기상태라는인식을드러내고있다.하루도쉬지않고쏟아내는언론매체들에서다루는생태환경관련기사들,기후위기,온실가스,지구온난화,폭염,폭우,혹한,극지방해빙,동식물의멸종위기등등에서관념적으로느껴질수있던위기의식은잘씌어진한편의시를통해서더욱실감이드러난다.

“아마그럴것이다/둘이함께사막길을걸어갔다면/한낮에뜨거운모래밭을/등에가득짐을싣고/목마르게걸어갔다면//사람이낙타의얼굴을/주먹으로가격하는일도/낙타가사람을쓰러뜨리고/물어뜯는일도/일어나지않았을것이다”(『낙타에게물려죽은한사내』부분)

인류가농경이나목축을하던시절이라면,동물을가족이나친구처럼여기던시절이라면,인간과낙타가함께살아가면서고통과환희를나누며서로의감정을느낄수있었던시절이라면없었을것같은사건을다룬시다.

“세상에서가장오래된사막/세상에서가장건조한사막/세상에서가장별이빛나는사막/혹은쓰레기장//영국에서미국에서한국에서/대서양건너태평양건너/이키케항구를통해들어와/아타카마사막에버려진옷……//두세번입고버려지는/수백억벌옷의행방//옷의무덤/옷의쓰레기산……//밤이면별을안고뒹구는/알록달록한미라의꿈//젖지않는옷/썩지않는옷/혹은꽃/혹은널브러진날개”(『사막에버려진옷혹은날개』부분)

칠레의한사막에쓰레기로싸인옷더미는인공위성에서도보인다.인구3천만명의나라가나에서는매주1천5백만벌의헌옷이들어와버려진옷들이바닷가에산더미같이쌓여있다.소들이옷더미를파헤치며풀대신옷을뜯어먹는장면을보여준리포트도있다.잘사는나라에서기부혹은수출의명목으로보내진옷들이다.

오늘날의위기인식에서대부분그원인이인간에게있음을지목한다.위기는원인을초래한인간만이아니라지구상의모든생명체에게영향을끼치고있다.특히인류보다위기대처능력이미약한생명체들에게는자그마한생태적변화조차멸종수준의위협이되고있다는점이다.이러한즈음에작은새한마리,풀꽃한송이에대한관심과보살핌은시쓰기의본분일지도모른다.

“찔레꽃소담스레피어있어/꽃무더기에/코부터갖다대는데/……//찔레꽃이내게소곤거린다/향기를너무가져가지마세요/너무그러면벌들이싫어해요/고개들며뒤미쳐생각해보니/나야말로객꾼이아니던가”(『향기를훔치다』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