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성 이후 : 우연성의 필연성에 관한 시론 - 바리에테 13 (개정증보판)

유한성 이후 : 우연성의 필연성에 관한 시론 - 바리에테 13 (개정증보판)

$24.00
Description
“사변적 실재론,
이제 절대적인 것을 사유할 때가 되었다.”
1. 이 책을 발행하며

「유한성 이후: 우연성의 필연성에 관한 시론 」는 도서출판b에서 2010년에 완역 출간된 바 있던 퀑탱 메이야수의 Après la finitude: Essai sur le nécessité de la contingence (Éditions du Seuil, 2006)의 개정증보판이다. 저자 메이야수는 2012년에 1장의 후반부를 증보하여 재출간하는데, 이번에 새롭게 재출간하는 한국어판은 그 증보된 내용을 모두 반영했다.

이 책에서 메이야수는 데카르트, 칸트, 흄에 대한 비판적 독서를 통해 형이상학적 신과는 다른 절대자, 절대적인 것을 추론해 낸다. 이를 위해 그가 문제 삼는 것은 근현대 철학의 주류, ‘상관주의’다. 대상과 주체 간의 관계에서 주체는 대상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알 수 있으며, 주체가 인식할 수 없는 것은 그에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즉 주체와 대상 간에는 언제나 ‘상관적’(correlational) 관계가 있음을 주장하는 상관주의는 칸트의 인식론에서 시작해, 하이데거와 니체, 비트겐슈타인을 거치며 철학의 주류가 된다. 알 수 없는 것은 알 수 없다는 상관주의는 결국 상대주의를 낳았으며, 인간의 유한성을 확고하게 함으로써 허무주의로 향할 수밖에 없다. 메이야수는 모든 절대자에 대한 사유를 폐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상관주의’를 비판의 표적으로 삼으면서, 사변적 사유에 의해 절대자에 대한 사유를 회복시키려고 시도한다.

메이야수는 우선 철학사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선조성’이라는 신조어를, 즉 인간이 존재하기 이전의 사실들을 진술하는 과학 담화의 성격을 지시하는 단어를 만들어 낸 후 질문을 던진다. ‘인간적인 것을 비워낸 세계, 사물들, 그리고 현시와 비-상관적인 사건들로 가득 찬 세계의 기술을 허락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떻게 존재는 현시에 대한 존재의 선행성을 현시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그는 인간과 인간적 사유가 존재하지 않을 때도 존재하는 것이 실재적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지를 묻는다. 이 책의 목적 가운데 하나는 상관주의가 그런 진술들의 객관적 타당성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있다. 게다가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상관주의라는 현대의 지배적인 철학이 그토록 오랫동안 선조적 진술의 자명성을 부인해 왔다는 데 놀랄 것이다.

모든 형태의 상관주의는 ‘선조적인 것’의 연대를 추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조건을 단다. 그런데 이 조건 자체가 절대자를 인식할 수 없다는 자신의 유한성을 증명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하여 메이야수는 선비판적 독단주의로 다시금 추락하지 않으면서도 절대자를 감당할 수 있는 절대론적 절차를 제시한다. 그것은 ‘비(非)이성’의 원리의 공식화이며, 그 요지는 사유 형식의 사실성 자체를 사실성을 넘어서는 것으로 고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실재는 근거 없이 존재하는 존재자의 우연성을 필연적인 것으로 정립할 때 획득된다.

메이야수의 논증적 절차는 두 개의 존재론적 진술들로 요약된다: ‘필연적 존재자는 불가능하다’, ‘존재자의 우연성은 필연적이다.’ 이 두 테제는 메이야수의 사변적 유물론의 토대를 형성한다. 그리하여 이제 절대자는 사유에 의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사변에 의해, 신이나 뛰어난 지성으로부터 빌려온 신비적인 물리적 필연성의 옷을 입지 않고도 존재할 수 있게 된다.

결국 메이야수는 과학의 뒤를 따라붙던 철학의 위상을 전복시키고, 과학의 실효성을 인정하면서 그로부터 절대자에 대한 사변을 시작할 것을 요청한다. 관건은 과학이 철학에게 건네는 다음의 질문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달려있다. ‘거기에 사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어떻게 사유는 실제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을 사유할 수 있는가? 그러한 사유는 어떻게 재정의되어야 하는가?’

메이야수 철학의 적극적 소개자이자 프랑스 철학 박사인 정지은은 이번 개정증보판 발간을 위해 2010년의 초판 번역을 전면적으로 손봤다. 현대철학의 가장 강력한 조류가 된 사변적 실재론의 주창자인 메이야수의 주저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다시금 절대적인 것을 찾으려는 새로운 철학 운동의 맨 앞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퀑탱메이야수

저자:퀑탱메이야수(QuentinMeillassoux)
1967년파리에서태어나고등사범학교를졸업하고1997년파리1대학팡테옹-소르본에서베르나르부르주아의지도하에<신의비실존,잠재적신에대한시론>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2002년에알랭바디우,이브뒤루와함께국제현대프랑스철학연구센터(CIEPFC)의창립에참여하였다.2007년영국골드스미스칼리지에서레이브래시어,그레이엄하먼등과함께상관주의철학을비판하고절대를복권시키려는새로운철학운동을주창함으로써오늘날‘사변적실재론’이라불리는철학조류를이끌고있다.현재파리1대학팡테옹-소르본의교수로재직중이며,저서로는<유한성이후>,<수와사이렌>,<생성없는시간>등이있다.

역자:정지은
홍익대교양대학조교수.연세대생물학과를졸업하고홍익대대학원미학과에서수학한뒤,프랑스부르고뉴대학교에서철학석사및박사학위를취득했다.주요연구분야는프랑스현상학과예술철학이다.저서로<말:감각의형태>,<처음읽는프랑스현대철학>(공저),<신유물론:몸과물질의행위성>(공저)등이있고,옮긴책으로<유한성이후>,<동물들의세계와인간의세계>,<몸:하나이고여럿인세계에관하여>,<철학자오이디푸스>등이있다.

목차

서문l알랭바디우

선조성
형이상학,신앙절대론,사변
본사실성의원리
흄의문제
프톨레마이오스의복수

출판사 서평

옮긴이의말

“메이야수는강한상관주의가절대자의불가능성을선언하면서이성을온갖종교적신화에노출시켰다고진단내린다.형이상학과절대자의관념이낡았다는주장과함께종교는유일신을증명하려는노력을포기하고,대신온갖종류의신앙을허용하게되었다.현대철학역시종교의이런탈절대화적양상을좇고있는것처럼보인다.이렇듯상관주의로부터파생된사유의경향들속에서,메이야수의사변적실재론은바디우가서문에서말하고있듯이‘사유의운명이―‘종교적인것의복귀’가영혼의허구적보충물을제공해주는가운데우리가자족해하는저단편들과부분적관계들이아니라―절대적인것이라는사실을다시금정당화한다’.그는이첫저서에서회의주의적,혹은신앙절대론적인경향의현대철학에맞서서다시금절대적인것에대한사변을시작할것을우리에게촉구한다.그렇지만그는현재의시각에서일종의사유의감행일수있는절대자의회복을단순히주장하는대신―사실상우리가대다수의현대철학자들에게서발견하는것은어떤프로파간다적형태다―매우세련된,그렇지만동시에매우과감한논증의방식으로그타당성을전개하고있다.그리하여아리아드네의실을따라가듯이그의논증을따라가는것이이책의독서에있어또다른즐거움을안겨줄것이다.”

책속에서

“용어를정하자.―우리는인간종의출현에선행하는―심지어집계된지구상의전생명형태에선행하는―실재전부를선조적인것이라고명명한다.”(1장.선조성)

“과학자는자신이기술하는바선조적사건이확실히일어났다고단호한방식으로말하지는않을것이다.적어도칼포퍼이래우리는실험과학을통해발전된모든이론이원리상수정될수있다는것을잘알고있다.다시말해우리는더다듬어지거나경험에더일치하는이론을위해선행하는이론이거부될수있다는것을잘알고있다.그렇지만그렇다고해서자신의진술이참이라고가정할이유가있다고과학자가생각하는것을막지는못할것이다.사건은결과적으로그가기술하는바대로일어났을수있고,또다른이론이그의기술을밀어내기전까지그가재구성한기술로사건의실존을인정한다는건합법적이다.그리고어찌되었든그의이론이거부된다면,이는여전히선조적영역에대한또다른이론을위해서,그또한참이라고가정된또다른이론을위해서일뿐이다.그러므로데카르트적관점에서,선조적진술들은실험과학이발전하는가운데주어진어느순간에바로그과학에의해유효성을인정받는한그지시물들이(과거의것이라고할지라도)실재로서제시될수있는진술이다.”(1장.선조성)

“그러므로우리는질문을이렇게재정식화할수있다.어떤조건에서우리는현대과학의선조적진술들을합법화할수있는가?이것은특수성을지닌선험적방식의질문이다.그리고그특수성이란선험적인것의포기를제1조건으로삼는다는것이다.이질문은우리가선조성을문제처럼여기지않는두가지방식인소박한실재론과상관주의적능란함,모두에대해동등하게거리를유지할것을요청한다.우리는(소박한실재론자와는반대로)상관관계적원환의외관상피할수없는힘을,그리고(상관주의자와는반대로)그러한상관관계적원환과선조성의돌이킬수없는양립불가능성을머릿속에새기고있어야한다.요컨대이와관련해서우리는비-철학에비해철학이갖는이점은,강력한의미에서,철학자만이선조적진술의오로지문자그대로의의미에대해놀라워할수있다는것임을이해해야한다.선험적인것의덕은실재론을환영적인것으로만드는데있는것이아니라몹시놀라운것으로―사유불가능한것처럼보이지만참된,그런자격에서근본적으로문제적인것으로―만드는데있다.”(1장.선조성)

“이제는형이상학적질문들을제기하는게중요하지않은데,왜냐하면그질문들은질문의외양만을가진,혹은회복불가능할정도로시효를상실한질문들이기때문이다.그러나그것들은궁극적으로형이상학에대한질문들이거나그것과관련된질문들이다.그런데이제우리는형이상학적질문들의불용성[해결불가능성]에대한현대적믿음이이성원리에대한항구적믿음의결과일뿐이라는것을포착한다.왜냐하면사변은결국그와같은존재의궁극적이유를발견하는것이라고계속해서믿는자만이또한형이상학적질문들이그어떤해결의희망도제공하지않는다는것을믿기때문이다.형이상학적문제에대한대답의본질이하나의원인,하나의필연적이유를발견하는데있다고믿는자만이그러한문제들이해답을결코얻지못할것이라고판단할수있으며,이는정당하다.사유의한계들에대한담화,이제우리는그것이형이상학에대한부인을유지하는태도에서유래한다는것을안다.따라서형이상학의진정한종언은용해로부터과거의질문들의침전을끌어내는것을목표로하는기획처럼우리에게드러난다―결국형이상학적질문들은최고의합법성을되돌려받게된다.왜냐하면형이상학의질문들을해소하면할수록,우리는형이상학의본질을,형이상학이자신의근본적인공준을포기하지않고서는해결할수없는문제들의산출처럼이해할수있을것이기때문이다.즉오로지이성원리의포기만이형이상학적문제들에의미를부여할수있다.”(4장.흄의문제)

“틀림없이사람들은이와같이공식화된질문이여전히모호하다고생각할것이다.그러나우리의의도propos는여기서해결그자체를다루는게아니었다.과학의코페르니쿠스주의와철학의프톨레마이오스주의사이의불일치가―그러한분열이유지될수있게하는부인否認들이무엇이든지간에―한없이깊어만가고있는시점에서,사유의절대적영역을재발견하는게가능할뿐만아니라시급하다는것을설득시키려는시도만이우리에게중요했다.흄의문제가독단주의적잠으로부터칸트를깨어나게했다면,사유와절대적인것사이의화해를약속하는선조성의문제가상관주의적잠으로부터우리를깨어나게할수있으리라고기대해보자.”(5장.프톨레마이오스의복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