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이동순 시집)

어머니 (이동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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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리움을 삭이고 삭여 북받치는 감정이 다 사그라든 노년에 이르러 어머니께 바치는 시”
원로 시인 이동순이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신작 시집 〈어머니〉(도서출판b)를 펴냈다. “어머니와 나의 인연은 고작 스무 달 안팎이다. 내 태어나기 전 어머니 배 속에서의 열 달과 출생 후의 열 달이 고작이다. 대체 이 무슨 인연의 곡절인가”(「시작 노트」)라며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어머니를 향한 통한의 사모곡이다. 오래전부터 어머니 테마로만 쓴 시 작품을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은 것이다. 봄밤에 두 눈이 퉁퉁 붓고 남을 만큼 애뜻한 어머니를 향한 시들이 넘치는 시집이다.

“어느 겨울밤/숙모는 화로를 껴안고/부젓가락으로 짚불 다독이며/어렵게 말 꺼내셨지//너 안 생겼으면/네 엄마가 죽지 않았어/그 전쟁 통에 너를 배 속에 품고/피란 다니느라//성한 사람도/살아내기 힘든 세상인데/애까지 가져서 얼마나 고단했을꼬”라는 숙모의 전언에 “그것도 모르고/이날까지 난 엄마를 원망했어/키우지도 못할 거 왜 낳으셨냐고/바보 같은 생각”(「숙모님 말씀」)도 했다며 고개를 떨구고 눈물만 뚝뚝 떨궜다고 말한다.

시인은 고작 배 속의 열 달, 태어나서 열 달을 함께한 어머니지만 “내가 오늘날 시를 쓰고, 문학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어머니를 향한 하염없이 솟구치는 그리움을 내 스스로 풀기 위하여 저절로 그리된 것이라 나는 여”(「시작 노트」)기고 있다. 〈부모은중경〉에 나오는 열 가지 막중한 은혜를 한 자 한 자 새기며 쓴 시는 단순히 시인 한 개인의 어머니를 노래하는 것만은 아니다. 어버이날이면 우리는 어버이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데 시인이 고른 꽃은 보랏빛 ‘속썩은풀’ 꽃이다. 약용으로도 쓰이는 ‘황금(黃芩)’이라는 여러해살이풀인데 3년이 되면 속이 썩기 시작한다는 순우리말 풀 이름이다. 어머니를 향해 “얼마나 기다림에 속이 썩어/이름조차 속썩은풀이 되었습니까” 묻는 듯한데 이내 “당신은 영락없는 우리나라 어머니의 모습입니다/보랏빛 고개를 떨구고/가녀린 잎을 차분히 접고 있는 자태에선/땅 꺼지는 한숨도 들려올 듯합니다/이 나라가 원수로 갈라서던 전쟁 끝에/돌아오지 않는 가족을 지금도 기다리시는 당신”으로 시상은 확장된다. 전쟁으로 아픔을 겪은 우리나라 모든 어머니의 가슴에 달아드리는 꽃으로 말이다. 「속썩은풀」에는 부모를 향한 모든 자식들의 공경심과 죄책감이 표면적으로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강력한 메타포가 숨어 있어 감동을 준다.

시집에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말고도 어머니와 어린 자식 다섯을 남겨두고 “일본 가서/발전소 건설 노동자로 살았고/바쁜 나날에 편지도 한 장 없”(「엄마의 맨발」)던 아버지 이야기, “맏형은 문둥이로 스물셋에/셋째는 아기 때 홍역으로 떠”(늘 가슴 저린다」)났다는 두 형의 이야기, 독립운동을 하다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야기, 아들 없이 절손한 외가의 이모들 이야기들이 보태져 시인 집안의 파란만장한 가계사를 엿보게도 해준다.

시인이 사무치는 어머니 이야기를 젊을 때가 아니라 망팔의 노년에 이르러 시집으로 묶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움을 삭이고 삭여 북받치는 감정이 다 사그라들기를 기다린 것은 아닐까.
저자

이동순

저자:이동순
1950년경북김천에서태어났다.경북대국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고,1973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가,198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문학평론이당선되었다.시집『개밥풀』『물의노래』『지금그리운사람은』『철조망조국』『그바보들은더욱바보가되어간다』『꿈에오신그대』『봄의설법』『가시연꽃』『기차는달린다』『아름다운순간』『마음의사막』『미스사이공』『발견의기쁨』『묵호』『멍게먹는법』『마을올레』『좀비에관한연구』『강제이주열차』『독도의푸른밤』『신종족』『고요의이유』『내가홍범도다』『홍범도』등이있으며,2003년민족서사시『홍범도』(전5부작10권)를펴냈다.평론집으로『민족시의정신사』『시정신을찾아서』『잃어버린문학사의복원과현장』『우리시의얼굴찾기』『달고맛있는비평』,산문집으로『시가있는미국기행』『실크로드에서의600시간』『번지없는주막:한국가요사의잃어버린번지를찾아서』『마음의자유천지:가수방운아와한국가요사』『노래따라동해기행』『노래따라영남을걷다』『한국근대가수열전』『나에게보내는격려』『민족의장군홍범도』『나직이불러보는이름들』등이있다.1987년매몰시인백석의시작품을수집,정리하여분단이후최초로백석의시전집을발간함으로써시인을민족문학사에복원시키고백석연구의길을열었다.『백석시전집』『권환시전집』『조명암시전집』『이찬시전집』『조벽암시전집』『박세영시전집』등을엮었다.신동엽문학상,김삿갓문학상,시와시학상,정지용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시인의말5

제1부
엄마생각13
피란길14
바보16
엄마투정18
아명19
외딴오두막집20
엄마의눈길22
숙모님말씀24
참외배꼽26
산지기집28
지동댁29
엄마의맨발30
어머니임종날광경32
출상날34
태어나서죄송해요36
죄밑38
엄마무덤앞에서39
합장40

제2부
스무달43
고작열달44
어머니품46
연분홍편지48
어인까닭입니까50
할미꽃51
엄마의얼굴52
나정지라는곳53
연두색엄마54
큰쉴곳56
어머니의부채58
민들레꽃60
외갓집62
속썩은풀64
기봉이처녀65
옷골이모66
양자들이는날68

제3부
낙타73
망아지74
두더지75
별의생애76
덕이형아77
늘가슴이저린다78
상사화80
형님계신곳82
달개비꽃83
덕이형87
철순형님88
아버지의노래90
고쿠라역을지나며92
나귀한마리94
아버님의일기장95
새벽별을보다96
지게98
내속의아버지100

제4부
봄날105
소낙비106
잃는다는것108
장날110
瑞興金氏內簡112
애장터114
앵두밥116
올챙이118
4월120
우리가는길달라도122
새해아침124

ㅣ시작노트ㅣ127

출판사 서평

원로시인이동순이어버이날에즈음하여신작시집<어머니>(도서출판b)를펴냈다.“어머니와나의인연은고작스무달안팎이다.내태어나기전어머니배속에서의열달과출생후의열달이고작이다.대체이무슨인연의곡절인가”(<시작노트>)라며얼굴도기억나지않는,사진한장남기지못한어머니를향한통한의사모곡이다.오래전부터어머니테마로만쓴시작품을한권의시집으로묶은것이다.봄밤에두눈이퉁퉁붓고남을만큼애뜻한어머니를향한시들이넘치는시집이다.

“어느겨울밤/숙모는화로를껴안고/부젓가락으로짚불다독이며/어렵게말꺼내셨지//너안생겼으면/네엄마가죽지않았어/그전쟁통에너를배속에품고/피란다니느라//성한사람도/살아내기힘든세상인데/애까지가져서얼마나고단했을꼬”라는숙모의전언에“그것도모르고/이날까지난엄마를원망했어/키우지도못할거왜낳으셨냐고/바보같은생각”(<숙모님말씀>)도했다며고개를떨구고눈물만뚝뚝떨궜다고말한다.

시인은고작배속의열달,태어나서열달을함께한어머니지만“내가오늘날시를쓰고,문학을하게된것도모두어머니를향한하염없이솟구치는그리움을내스스로풀기위하여저절로그리된것이라나는여”(<시작노트>)기고있다.<부모은중경>에나오는열가지막중한은혜를한자한자새기며쓴시는단순히시인한개인의어머니를노래하는것만은아니다.어버이날이면우리는어버이가슴에붉은카네이션을달아드리는데시인이고른꽃은보랏빛‘속썩은풀’꽃이다.약용으로도쓰이는‘황금(黃芩)’이라는여러해살이풀인데3년이되면속이썩기시작한다는순우리말풀이름이다.어머니를향해“얼마나기다림에속이썩어/이름조차속썩은풀이되었습니까”묻는듯한데이내“당신은영락없는우리나라어머니의모습입니다/보랏빛고개를떨구고/가녀린잎을차분히접고있는자태에선/땅꺼지는한숨도들려올듯합니다/이나라가원수로갈라서던전쟁끝에/돌아오지않는가족을지금도기다리시는당신”으로시상은확장된다.전쟁으로아픔을겪은우리나라모든어머니의가슴에달아드리는꽃으로말이다.<속썩은풀>에는부모를향한모든자식들의공경심과죄책감이표면적으로는드러나있지않지만강력한메타포가숨어있어감동을준다.

시집에는어머니에대한그리움말고도어머니와어린자식다섯을남겨두고“일본가서/발전소건설노동자로살았고/바쁜나날에편지도한장없”(<엄마의맨발>)던아버지이야기,“맏형은문둥이로스물셋에/셋째는아기때홍역으로떠”<늘가슴저린다>)났다는두형의이야기,독립운동을하다대구형무소에서순국한할아버지와할머니이야기,아들없이절손한외가의이모들이야기들이보태져시인집안의파란만장한가계사를엿보게도해준다.

시인이사무치는어머니이야기를젊을때가아니라망팔의노년에이르러시집으로묶은까닭은무엇일까.그리움을삭이고삭여북받치는감정이다사그라들기를기다린것은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