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

$16.29
Description
시와 소설의 일치를 보여주는 시인 김준태의 첫 소설집

“과거와 현재, 이곳과 저곳을 종횡무진 내달리는 화자에 의해
인간의 온갖 감정과 살아온 이야기가 담긴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는 한국 현대사의 「천일야화」라고도 부를 만하다.”
김준태 시인의 첫 소설집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가 도서출판 b에서 발간되었다. 널리 알려진 대로 김준태 시인은 1980년 5월 18일부터의 광주민주화운동 기간에 진압군들의 만행을 목격한 후 그 참상과 광주의 부활을 노래한 ‘아아 광주여, 우리나라의 십자가여’라는 시를 6월 2일자 〈전남매일신문〉에 실은 후 강제 해직 등 고난을 당했던 작가이다. 광주의 아픔을 알린 최초의 시로 유명해졌던 시인은 이후에도 중고등학교와 언론사, 대학에 재직하며 꾸준히 이 땅의 현실에 기반을 둔 시를 발표하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준태 시인은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은 지 15년이 지난 1995년에 〈문예중앙〉 여름호에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았다〉라는 중편소설을 발표하면서 15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광주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포함한) 주인공들을 다루기도 했다. 김준태 시인은 이 소설을 발표함으로써 현실에 바탕을 둔 ‘이야기’는 시와 소설이라는 장르로 구분되지 않을 수 있음을, 그가 하는 말처럼 ‘시와 소설은 한 몸’임을 보여주었다.
그때 이후로 30년이 지난 2025년에 김준태 시인은 다시 한번 〈이어도를 본 사람은 죽는다〉라는 제목의 장편 액자소설을 도서출판 b를 통해 발표하게 된다. 이 소설은 작가의 페르소나인 허만중 씨가 화자로 등장해 광주와 서울, 미국과 베트남, 베를린 등 세계 곳곳에서 과거와 현재를 망라한 사람들을 만나,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화자/작가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90편의 액자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여든을 바라보는 노시인이 450쪽이 넘는 액자소설을 펴낸다는 점은 대단하다. 하지만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그의 시선이 이미 광주를 넘어 세계 전체를 향하고 있고, 1980년이라는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준태 시인의 이 소설은 광주를 담고 있으면서도 광주를 한국과 세계 곳곳에 녹여내고 있으며,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도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는 포용과 화합, 에너지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그 포용과 화합은 과거를 ‘잊고’ 넘어서는 포용과 화합은 아니며, 그 에너지와 희망은 역사의 아픔을 뒤로 넘기면서 주워 담는 에너지와 희망이 아니라는 점에 이 소설의 깊이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김준태 시인의 이 소설집에 담긴 모든 그림은 그의 아내인 이명숙 여사가 그린 것이다. 아마 남편의 글에 담길 그림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내일 것이고, 그 일을 부부가 이 소설집을 통해 해냈다. 두 사람이 다정히 찍은 사진을 싣고, 표지에도 글쓴이와 그림 그린 이의 이름을 나란히 배치한 것 역시 그런 이유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는다〉는 아흔 편의 액자소설과 한 편의 중편소설이 30년의 격차를 두고 모인 소설집이다. 독자는 이 격차 속에서 한 시인이 중년에서 노년이 된 모습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광주에서 세계로 확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소설집의 제목은 그러한 김준태 시인의 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 그리스의 시신 오르페우스는 사람과 동물을 넘어 나무와 돌까지도 움직이는 강력한 노래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감히 김준태 시인에게서 그 오르페우스의 모습을 목격한다. 피가 끓던 1980년부터 미소가 아름다운 2025년까지 이어지는 김준태 시인의 ‘노래’들이야말로 한국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과 그들 각자의 역사가 가진 아픔과 사랑과 희망과 미래를 놓치지 않고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노래들은 때로는 시가 되고, 때로는 소설이 되어 우리에게 다시 말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문예중앙〉에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는다〉가 실렸을 때, 소설가 이호철 선생이 김준태 시인에게 “시인이 ‘소설’까지 쓴다면 우리 소설가들은 뭘 먹고 살지요?”라고 물었다는 일화가 있다. 농담이 아니라 덕담일 이 질문은 사실 시와 소설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서사와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점에서 둘은 ‘한 몸’이라는 김준태 시인의 생각과도 조우하는 듯싶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는다〉를 읽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이미 오늘날 ‘굿즈’와 ‘힙’이 되어버린 ‘소설책’을 그저 멋지게 읽는 게 아니다. 〈오르페우스는 죽지 않는다〉를 읽는다는 것은, 다시 한번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끼는 것이고, 그 경험 속에서 내가, 우리가 누군지를 찬찬히 곱씹는 일이다.
김준태 혹은 오르페우스는 그렇게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우리를 노래하고 있다.
저자

김준태

저자:김준태
1948년해남출생으로,조선대사범대독어과를졸업하고13년간고등학교영어·독일어교사로활동하였다.이후11년간전남일보·광주매일편집국데스크,PBC광주평화방송시사자키,5·18구속자회장,민족문학작가회의부이사장,한국문학평화포럼부회장을역임하였다.현재창작학교'금남로리케이온'을마련,저술활동을하고있으며,조선대학교문창과초빙교수로학생들을만나고있다.
그는1960년대베트남전쟁에1년동안참전하였으며,1969년월간『시인』지로등단하였다.1995년『문예중앙』에중편「오르페우스는죽지않았다」를선보이며소설도함께쓰고있다.그는80년대중반부터유럽,아메리카,중국,인도차이나반도,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키르키즈스탄등중앙아시아일대와평양,백두산,묘향산,금강산등지로여행및문학강연을다녔다.

저서로는시집『참깨를털면서』『나는하느님을보았다』『국밥과희망』『아아광주여영원한청춘의도시여』『칼과흙』『지평선에서서』,소설「오르페우스는죽지않았다」외액자소설88편,통일시해설집『백두산아훨훨날아라』,세계문학기행집『세계문학의거장을만나다』,평전『명노근평전』이있다.역서로는베트남전쟁소설『그들이가지고다닌것들』이있다.

그림:이명숙
이명숙은저자의부인이며이소설집에들어있는그림을그렸다.

목차

액자소설『이어도를본사람은죽는다』_7
중편소설『오르페우스는죽지않았다』_357

ㅣ작가의말ㅣ_439
ㅣ작가연보ㅣ_441

출판사 서평

김준태시인은광주민주화운동이있은지15년이지난1995년에『문예중앙』여름호에『오르페우스는죽지않았다』라는중편소설을발표하면서15년이지나서도여전히광주의아픔에서벗어나지못하는(자신을포함한)주인공들을다루기도했다.김준태시인은이소설을발표함으로써현실에바탕을둔‘이야기’는시와소설이라는장르로구분되지않을수있음을,그가하는말처럼‘시와소설은한몸’임을보여주었다.

그때이후로30년이지난2025년에김준태시인은다시한번『이어도를본사람은죽는다』라는제목의장편액자소설을도서출판b를통해발표하게된다.이소설은작가의페르소나인허만중씨가화자로등장해광주와서울,미국과베트남,베를린등세계곳곳에서과거와현재를망라한사람들을만나,그사람들의이야기와화자/작가의이야기가파노라마처럼펼쳐지는90편의액자소설로구성되어있다.여든을바라보는노시인이450쪽이넘는액자소설을펴낸다는점은대단하다.하지만더주목해야할점은그의시선이이미광주를넘어세계전체를향하고있고,1980년이라는과거를넘어현재와미래로나아가고있다는점이다.김준태시인의이소설은광주를담고있으면서도광주를한국과세계곳곳에녹여내고있으며,과거를잊지않으면서도현재와미래를내다보는포용과화합,에너지와희망으로가득차있다.그러나그포용과화합은과거를‘잊고’넘어서는포용과화합은아니며,그에너지와희망은역사의아픔을뒤로넘기면서주워담는에너지와희망이아니라는점에이소설의깊이가있다.

흥미로운점은김준태시인의이소설집에담긴모든그림은그의아내인이명숙여사가그린것이다.아마남편의글에담길그림의모습이어떠해야하는지가장잘아는사람은아내일것이고,그일을부부가이소설집을통해해냈다.두사람이다정히찍은사진을싣고,표지에도글쓴이와그림그린이의이름을나란히배치한것역시그런이유다.

『오르페우스는죽지않는다』는아흔편의액자소설과한편의중편소설이30년의격차를두고모인소설집이다.독자는이격차속에서한시인이중년에서노년이된모습을볼수있을뿐아니라,광주에서세계로확장하는모습을확인할수있다.이소설집의제목은그러한김준태시인의정신을오롯이담고있다.그리스의시신오르페우스는사람과동물을넘어나무와돌까지도움직이는강력한노래를하는것으로알려져있다.우리는감히김준태시인에게서그오르페우스의모습을목격한다.피가끓던1980년부터미소가아름다운2025년까지이어지는김준태시인의‘노래’들이야말로한국땅에서살아가는모든이들과그들각자의역사가가진아픔과사랑과희망과미래를놓치지않고담고있기때문이다.그리고그노래들은때로는시가되고,때로는소설이되어우리에게다시말을걸고있기때문이다.

1995년『문예중앙』에『오르페우스는죽지않는다』가실렸을때,소설가이호철선생이김준태시인에게“시인이‘소설’까지쓴다면우리소설가들은뭘먹고살지요?”라고물었다는일화가있다.농담이아니라덕담일이질문은사실시와소설이그리다르지않음을,서사와이야기를담아내는그릇이라는점에서둘은‘한몸’이라는김준태시인의생각과도조우하는듯싶다.

『오르페우스는죽지않는다』를읽는다는것은어떤의미일까?그것은이미오늘날‘굿즈’와‘힙’이되어버린‘소설책’을그저멋지게읽는게아니다.『오르페우스는죽지않는다』를읽는다는것은,다시한번‘이야기’의힘이얼마나강력한지느끼는것이고,그경험속에서내가,우리가누군지를찬찬히곱씹는일이다.

김준태혹은오르페우스는그렇게죽지않고우리곁에서,우리를노래하고있다.


저자의말

-““이호철선생님!죄송합니다.시가로망roman이랄까,서사를,이야기를담아낼수없다는것을늦게나마체득하고중편하나를썼습니다.사실은요즘한국소설이‘서사’를잃어버리고있다는안타까움도찾아와서그만소설에손댄것같습니다.소설에서서사가없다는것은리얼리즘을상실하거나놓쳐버린데서기인한결과이겠죠.”

「문예중앙」에중편을발표한이후저는‘액자소설’을100여편써서발표했습니다.마치액자속에다른액자를넣듯이소설속에또다른소설을집어넣는소설을,나는흥미를느끼고짧은콩트처럼써내려갔지요.우선소설이‘밥’이된다는생각에서-프랑스의소설가발자크처럼-바지런히이야기(서사)를찾아내고만들어냈습니다.황막한세상속에좀괜찮은이야기를풀어넣어준다는것또한필요하다고생각하였던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