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

$24.00
Description
서사와 스토리텔링을 위한 우리 시대 첨단 문화 이론,
타자의 ‘마음 읽기’
도서출판 b에서 리사 전샤인의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를 ‘가디내러티브총서’ 1권으로 발간하였다. 원서가 존스홉킨스대학 출판부에서 2012년에 발간되었고, 인지 심리학과 인지 서사학 연구의 성장이 이미 도드라졌음에도 그 경향의 중요한 이론가인 전샤인의 책은 한국에 뒤늦게 소개된 감이 있다. 실제로 앵거스 플레처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의 발간(2021)을 제외하면 한국에는 인지 서사학 연구가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전샤인의 이 책을 필두로 도서출판 b의 ‘가디내러티브총서’에서 이 분야의 저서들이 하나씩 소개될 예정이니, 이제야 한국의 독자들은 인지 심리학 기반의 인지 서사학 연구들의 밑그림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전샤인의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기〉를 비롯한 인지 서사학 연구서들은 1960~70년대에 꽃피웠던 소위 ‘전통적’인 서사학, 즉 구조주의 언어학 이론에 바탕을 둔 롤랑 바르트나 제라르 주네트의 서사 연구와는 확연히 다르다. 인지 서사학 연구는 인지 과학과 인지 심리학의 최신 연구들을 토대로 삼아 문학을 비롯한 서사들과 인지 작용과의 연관성을 세밀히 파고든다. 따라서 이 책에도 역시 전통적 서사학의 용어들은 “믿을 수 없는 서술자” 등을 제외하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이 책에는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인지 심리학 용어가 등장한다.

마음 이론이란 “행동을 밑에 깔린 마음 상태에 의해 야기된 것으로 보게 만드는 진화된 인지적 적응”(20쪽)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인지적 적응 내지는 능력 덕분에 우리들, 호모 사피엔스는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면서 그들의 마음 상태를 추측한다. 실생활에서 언제나 중요한 이 마음 이론이 소설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도 활발하게 작동한다는 것을 이제 여기서 전샤인은 알아본다.

“마음 이론은 실생활 사회적 상호작용들에 수반된 마음 상태들을 추적하기 위해 진화했다. 하지만 어떤 수준에서는 우리의 마음 이론 적응들은 실제 사람들의 마음 상태와 허구 캐릭터들의 마음 상태를 안 구별한다.”

마음 이론의 이런 특이한 성질 때문에 우리는 실생활에서 허구로 쉽게 넘어올 수 있다. 실제 사람들의 마음 상태와 허구 캐릭터들의 마음 상태를 구별하지 않는 그것의 성질, 또는 어디서든 마음 읽기를 하려는 그것의 욕심. “우리의 마음 읽기 인지 적응들은 난잡하고 게걸스럽고 선제적이다.”(30쪽) 이런 마음 이론을 진화를 통해 장착한 우리를 전샤인은 “욕심 많은 마음 읽는 이들”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아는 바로서의 우리의 그 문화를 “욕심 많은 마음 읽는 이들의 문화”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전샤인은 소설을 비롯해 영화, 경마장, 모큐멘터리, 리얼리티 TV, 스탠드업 코미디, 사진, 뮤지컬, 회화 등 주요 서사 장르들을 경유하면서 ‘마음 이론’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 과정에서 특화된 이 ‘마음 읽기’의 능력이 서사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서사와 인간, 혹은 서사학과 인문학의 경계라는 것이 이미 허물어졌음을 깨닫게 된다. 아직까지 서사학을 하나의 ‘학문’으로만 어렵게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서사(학)이 다른 게 아닌, 우리 인간의 가장 핵심적인 능력임을 알게 될 것이고, 서사와 삶의 경계를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하여 도서출판 b에서는 ‘가디내러티브총서’ 시리즈를 시작한다. 이 총서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문학에서 정치까지, 유튜브에서 AI까지 모든 곳에서 ‘서사’라는 개념이 쓰이고 있는 시대면서도, 서사의 유행과는 달리 서사 자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가디내러티브총서’는 서사의 이론, 활용, 가능성 등 서사와 관련한 모든 영역을 망라하여, 그 질문을 수행하려는 시도다. 좁게는 고전과 현대의 서사 이론서 등을 소개하고, 넓게는 서사와 관련한 비평과 창작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은 넓고 유연하다. ‘가디’는 가산디지털단지의 준말로 ‘내러티브 총서’를 기획하고 격주간으로 ‘서사학 세미나’가 이루어지는 공간 좌표를 가리킨다. 이 총서가 서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께 등대의 역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

리사전샤인

저자:리사전샤인(LisaZunshine)
라트비아출신의미국영문학자이자서사이론가로,UC산타바바라에서영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영문학,비교문학,영화연구,미디어연구를진행하며,특히인지심리학에기반을둔인지문학이론과인지서사학연구분야에서각광받고있다.『왜픽션을읽는가』(2006),『인지문화연구입문』(2010),『너의머릿속으로들어가기』(2012),『문학의비밀스런삶』(2022)등의저서가있다.현재켄터키대학교영문과교수다.

역자:이성민
철학자.서울대영어교육학과를졸업했으며,서울시립대에서철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중학교영어교사로재직하다가교직을접고오랫동안철학,미학,심리학,인류학등을공부했으며,관심분야의집필과번역작업을해왔다.저서로는『사랑과연합』,『일상적인것들의철학』,『철학하는날들』등이있으며,번역서로는『동기간:성과폭력』,『까다로운주체』,『여자들의무질서』,『아름다움과정의로움에대하여』등이있다.

목차

서문:접근의환상13

1장욕심많은마음읽는이들의문화17
2장무엇을네가생각하고있는지나는알아,다아시씨!49
3장사드적은인들85
4장극장,경마장,그리고다른쥐덫들99
5장영화:자제의힘129
6장모큐멘터리,사진,그리고스탠드업코미디:고통키우기161
7장리얼리티TV:실시간굴욕181
8장뮤지컬:(특히오후열한시를중심으로)191
9장느낌그리기219
10장미스터리그리기253

코다267

참고문헌269
도판목록287
옮긴이후기289
찾아보기297

출판사 서평

옮긴이의말

“현실이아니라허구적서사라는맥락에서마음이론을이처럼정말로충분하게강조하는일이이르게되는한가지귀결은서사학이단적으로인문학과비슷한말이된다는것이다.또는전통적인문학보다도인간세계의원리들을더깊게파고든다는것이다.말하자면그것은모형인간세계에대한탐구같다.그리고그런한에서,비록내가전문적서사학용어들이거의등장하지않는이책을서사학총서첫책으로택하기는하였어도,그용어들중적어도일부는장차인문학자체의용어가되어야할지도모른다.그리고서사학용어들이인문학의용어가되는훗날지금을되돌아볼때,인문학이서사학의매개없이인간세계를다루었던시절이있었다는것을회상하게될것이다.그리고그시절비평의용어들은서사학의용어들이아니라철학의용어들이었다는것도.”


책속에서

“우리는다른사람들머릿속에산다.열심히,주저하며,의식적으로,알지못한채,실수로,불가피하게.서로의생각과감정에대해무엇인지우리가안다고우리가생각하는것,무엇인지우리가안다고서로가생각하기를우리가원하는것,무엇인지우리가몹시알고싶지만아니아는것-우리의사회적삶은이러한것들사이에서의항상적협상이다.우리는수십만년동안이것을해오고있다.우리자신에게와다른사람들에게마음상태를귀속하도록만드는진화된인지적응을가리키는특별한용어를인지과학자들은가지고있다.그들은그것을마음이론내지는마음읽기라고부른다.”(‘서문’에서)

“욕심많은마음읽는이들의문화에서조우할수있을몇가지현상들이여기있다.사람들이다른마음들을지각하고는그에따라반응하는방식을묘사하는이야기들(가령,소설들).음악에맞추어진연속동작들에서마음상태들을읽게해주는배치들(가령,발레들).사람들이느끼는것과그들이자신들의상황에대해우리만큼많이또는적게알았다면느꼈을것사이의틈새를음미할수있는특별히디자인된사회적공간들(가령,극장들).수많은물리적몸들이의도들의공유된이해를통해인도되어복잡한패턴들을형성하는일이벌어지는사건들(가령,팀스포츠).텍스트와이미지를잘조율하여,사람들의몸언어를바라봄으로써얻게되는사람들의감정에대한정보가그들의감정에대한말묘사들을정교화하거나반박하거나아니면복잡화하게되는인공물들(가령,그래픽서사들).”(1장에서)

“감정표출하는영화캐릭터들은자제를드러낼수있고그렇게하여우리의접근환영을더흥분되게만들수있는유일한영화캐럭터들이아니다.강한감정을경험하고있는어떤개인을지켜보는일을다른캐릭터들이거절하고카메라가결정적순간에그개인에게서멀어질때,똑같은효과가성취된다.이전략배후에있는가정은이렇다.‘때로사람들의얼굴은지켜보기고통스러울정도로감정을노출한다.’이전략은생략에의한투명성이다.즉실제얼굴을우리는볼수없으며,하지만우리의상상력이그얼굴의감정적벌거벗음을확대한다.영화〈퀴즈쇼〉(1994)의감독로버트레드포드는결정적순간에이전략을사용한다.한캐릭터의투명성에대한우리의인상을강화하기위해서,그리고동시에투명성의쇼를즐기기거절하는또다른캐릭터를더공감적으로만들기위해서.”(5장에서)

“청혼구도들이여자를더불가해하게그리는것은화가들과그들의관객들모두가공유했던여자들의의도성에대한문화적불안때문이라는견해에반대하는주장을하기위해나는여기서문제그림들을사용하는중이다.(이불안이얼마간역할을한다는데내가분명동의하기는해도,그쟁점은나중에다루려고한다.)청혼구도들에특별히걸려있는것은-그것들을특별하게만들고다른장르그림들과는다르게만드는것은-체화된투명성에대한그것들의강조이다.따라서청혼구도들이여자들을더미스터리하게그리는것은여자들이어떻게표상되어야하는지와관련된어떤일반적태도를반영하기때문이아니다.그렇게그림으로써남자들을훨씬더읽기쉽게만들수있기때문이다.다시말해서여자들의불투명성은남자들의체화된투명성의구축을위해필요한대조를만들어내는데복무한다.그리고구애라는문화적맥락이이대조를사회적으로그럴듯하게만든다.”(10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