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장치, 자위에 대하여 (반양장)

영향장치, 자위에 대하여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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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도서출판 b의 ‘b판고전’ 시리즈 서른세 번째 책으로 프로이트 정신분석 그룹 속 비운의 연구자 빅토르 타우스크(1879~1919)의 〈영향 장치ㆍ자위에 대하여〉가 한국 최초로 완역되었다. 타우스크는 42세라는 젊은 나이에 자살한 탓에 아들러, 융, 랑크 등에 비해 훨씬 덜 알려졌으나, 그가 남긴 소수의 논문들은 정신분석 이론의 핵심 지대를 건드린다. 특히 이 책에 수록된 두 편의 글-〈조현병에서 ‘영향 장치’의 기원에 대하여〉(1919)와 〈자위에 대하여〉(1912)-은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읽히고 인용되는 소중한 텍스트다. 정신분석의 고전인 다니엘 파울 클레버의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b판고전 26)을 번역했던 이화여대 김남시 교수가 타우스크의 이 책을 번역했다.
〈영향 장치〉는 조현병 환자들이 호소하는 기묘한 망상-정체불명의 기계가 자신에게 이미지를 보여주고, 생각과 감정을 주입하거나 제거하며, 발기와 사정을 유발하고, 설명할 수 없는 신체 감각을 일으킨다는-의 기원을 추적한다. 타우스크는 단 하나의 비전형적 사례에서 출발한다. 31세 여성 환자 나탈리야 A.가 묘사하는 장치는 기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관 덮개 같은 몸통은 벨벳으로 감싸여 있고, 내부는 배터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치에 가해지는 모든 조작이 그대로 환자의 신체에 느껴졌다. 인간을 닮았던 이 장치는 점점 인간의 형상을 잃어간다. 처음에는 자연스러운 사지가 달려 있었으나 몇 주 후 납작한 그림으로 바뀌고, 성기는 어느 시점에 사라져 버렸다. 타우스크는 이 왜곡 과정에서 핵심 논제를 끌어낸다. 영향 장치란 외부 세계에 투사된 환자 자신의 신체이며, 장치의 점진적 비인간화는 환자가 자기 자신을 그 안에서 알아보지 않으려는 방어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자위에 대하여〉는 1912년 빈 정신분석학회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글이다. 타우스크는 자위를 좁은 의미의 성적 쾌락 추구가 아니라 자기 신체를 통한 방향 설정, 곧 자기 보존 충동에 근거하는 활동으로 재정의한다. 자위가 병리적이 되는 것은 행위 자체 때문이 아니라, 문화적 규범이 개인에게 금욕을 요구하는 시기에 그것이 유아적 단계에 고착될 때다. 특히 타우스크는 권위적인 아버지의 양육 방식이 내면화되어 자녀의 성을 유아적으로 머물게 하는 메커니즘을 분석하는데, 이는 프로이트가 1923년 〈자아와 이드〉에서 정립하는 ‘초자아’ 개념을 선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책에 실린 타우스크의 글 두 편은 비록 짧지만, 인간의 망상 속에 ‘장치’가 영향을 주는, 즉 기계 문명이 조현병과 결합하는 최초의 사례들을 포착할 뿐 아니라, 프로이트의 개념을 선취하는 등 선지자적 면모를 지닌다. 정신분석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넘어 20세기 사상사와 이론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도 타우스크의 이 책은 필수적인 고전이다.
저자

빅토르 타우스크

(Viktor Tausk, 1879~1919)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슬로바키아 출신의 정신분석가. 법학을 공부한 후 보스니아에서 판사로 일했으나 성향에 맞지 않아 베를린으로 가 언론인으로 활동하던 중 정신분석을 접한다. 프로이트의 권유로 빈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1909년 빈 정신분석학회 회원이 되어 루 살로메 등과 함께 프로이트 학파의 핵심 그룹에 속하게 된다. 제1차 세계대전 동안에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도 연구에 몰두했다. 주요 논문으로 〈자위에 대하여〉(1912), 〈아동 성의 심리학에 대하여〉(1913), 〈탈영병의 심리학에 관하여〉(1916), 〈조현병에서 ‘영향 장치’의 기원에 대하여〉(1919) 등이 있다. 1919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목차

영향 장치 _ 7
자위에 대하여 _ 71
ㅣ옮긴이 해제ㅣ_ 113

출판사 서평

“이 논문(〈영향 장치〉)은 이후 정신분석학의 역사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타우스크는 자신이 발견한 나탈리야 A. 양의 ‘변종’ 사례에 근거해 영향 장치가 조현병적 영향 망상의 발달 단계 중 하나임을 밝혀낸다. 이와 더불어 타우스크가 전개하는 자아 발달 단계 이론은 기본적으로는 프로이트의 유아성 이론을 계승하면서도, 자아 발달의 출발점을 출생 이후가 아닌 모태 내 태아기 선 유물론적인 입장으로 무너뜨리게 만든다. 영혼의 힘을 섬유의 운동과 진동으로 대체하면서 몽펠리에 학파 출신의 의사들은 신체에 관여하고 영향을 미치는 영혼의 존재를 강력히 의심하는 것이다.” (‘옮긴이의 말’ 중)

“당시 분석가들이 자위와 관련된 죄책감의 기원을 처벌 위협이나 거세 불안으로 설명하였다면 타우스크에게 죄책감은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버지의 양육 방식이 개인에게 내면화되어 자신의 성을 유아적 단계에 고착시킴으로써 생긴다. 아버지의 요구가 개인 내면의 감시 기구가 되어 작동한다는 타우스크의 아이디어는 이후 프로이트가 〈자아와 이드〉(1923)에서 정립하게 될 ‘초자아’ 개념을 선취한다.” (‘옮긴이의 말’ 중)

“여기 번역된 타우스크의 글 두 편은 초기 정신분석 이론의 주변부적 문헌이 아니다. 그의 글은 프로이트 시대 정신분석 이론의 자장 속에서 형성되었지만, 그 ‘이론’으로 완전히 포섭되지 않는 권위와 복종, 동일시와 반발의 실제적 긴장들이 함께 서려 있다. 이 번역이 정신분석 역사에서 잊혀진 한 분석가 텍스트의 단순한 복원이 아니라, 정신분석 이론 자체가 어떻게 이러한 긴장들 속에서 형성되고 굴절되었는지를 다시 읽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옮긴이의 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