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의 온기

잎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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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길어 올린 따뜻한 시선”
송창섭 시인의 새 시집 〈잎의 온기〉가 출간되었다. 64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구성되었다. 송창섭 시인의 〈잎의 온기〉는 우리 시대의 평범한 삶과 잊히기 쉬운 존재들에 대한 깊고 따뜻한 응시를 담아낸 작품집이다. 시인은 사막의 적막, 바닷가의 슬픔, 마을 노인들의 일상, 가족의 병상, 나무와 꽃과 잎새에 이르기까지 삶의 작은 풍경들을 세심하게 바라보며, 그 안에 깃든 인간의 존엄과 기억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잎의 온기〉라는 제목은 이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이미지이기도 하다. 잎은 바람에 흔들리고 때로는 떨어지지만, 생명의 흔적을 품고 있으며 서로의 체온을 기억하는 존재이다. 시인은 “잎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나무가 아니라는 말은 / 법도 아니고 정의도 아니다”라고 노래하며,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존재를 판단하는 세상에 조용한 질문을 던진다.
이 시집의 큰 특징은 역사와 현실에 대한 깊은 감각이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맹골수도」와 「팽목항 바다」에서는 개인의 슬픔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책임의 문제를 묻는다. 또한 사라져 가는 마을의 풍경, 노년의 삶, 돌봄과 간병의 시간, 이름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무엇보다 송창섭 시의 힘은 연민에 있다. 「아버지의 등뼈」, 「빈방에서 흘린 땀을 기억하는 일」 같은 작품은 늙음과 병듦 앞에 선 인간의 연약함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가족과 생명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시인은 지역의 말과 생활 언어를 적극적으로 시 속에 끌어들인다. 경상도 방언이 살아 있는 작품들은 토속적인 정감과 생생한 현실감을 더하며, 사라져 가는 언어와 공동체의 정서를 기록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이는 〈잎의 온기〉가 단순한 개인 서정의 시집을 넘어, 한 시대의 생활사와 감정사를 담아낸 기록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시집 첫머리에서 시인은 “시간에 / 입맛을 빼앗길 때 / 육신은 흔들리지만 / 기다림은 경이롭네”라고 말한다. 이 짧은 문장은 〈잎의 온기〉가 지닌 세계를 압축한다.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 인간과 자연을 향한 다정한 시선, 그리고 오래 견디며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삶의 가치가 이 시집 전체에 흐르고 있다.
송창섭의 〈잎의 온기〉는 빠르게 소비되고 잊혀 가는 시대에 ‘기억하고, 기다리고, 함께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집이다. 독자들은 이 작품을 통해 한 장의 잎에 남은 체온처럼 오래도록 마음을 데우는 시의 힘을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날의 시가 차가운 현실 속에서 인간다운 감각을 회복시키는 일이라면, 〈잎의 온기〉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시집이다. 이 시집은 우리에게 묻는다. 지금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으며, 누구의 손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독자는 오래도록 따뜻한 잎 한 장을 가슴에 품게 될 것이다.
저자

송창섭

시인.1955년서울용산에서태어났다.〈마루문학〉(1990)과〈대통령얼굴이또바뀌면〉(1992)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으로〈새는수행을한다〉와산문집〈삶을뒤적이다〉가있다.현재경남삼천포에서물비늘품은갯바위와그늘마저따스한숲길언저리를어정거리고있다.

목차

ㅣ시인의말ㅣ5

제1부
낙타가없는사막에서13
빈집개14
감은거저떨어지는게아니다16
잎이나지않는다고나무가아니라는말은17
개천놀이터18
여름장마20
슬픈빛을걸러내는시간은더디기만하고22
애꿎은날이빚은여러표징들26
미련이문제겠지만새롭지않다는느낌은들어28
쐬주는중용이다30
벅수싸롱32
순천만갈대36
맹골수도37
팽목항바다38
하늘나라우체통40

제2부
박꽃145
감잎차46
잎새하나에새긴것들48
두노인의한낮52
아버지의등뼈54
빈방에서흘린땀을기억하는일56
행인158
그녀가버티는방식61
남은생애에곧사라져갈언어들62
김씨아재64
상만이노모66
죽전마을이쁜이할매68
박꽃270
그레고리오성가72
앵두나무74
말셀라78

제3부
초겨울81
어느숲그늘이전시한나무와새들눈빛82
안개마을84
계절감86
참새 88
흰얼레지90
조뱅이91
씀바귀92
한낮정원93
버팔로샛강숲보호지역194
텃밭을떠도는먼지같은풍경97
밤재98
묘향산100
날다102
버팔로샛강숲보호지역2104
송당가는길106
레돈도비치107

제4부
풍경111
홑창에기대어112
빈둥거리는내면에갇힌절그럭거리는버릇들114
소설116
빈둥지증후군118
연둣빛을보면119
빗나간시월의그림120
돌은비옷을입지않는다122
그대는보았는가124
화석으로남은몇안되는기억의생채기126
통시128
모기성소아과129
나무들은안다130
옫딱132
동지파쭉134
닫힌새135

ㅣ시작넋두리ㅣ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