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날 찾았니 -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25

사람들이 날 찾았니 -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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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나다
수리아, 그리고 작가다
나는 지금 크고 아름다운 고래를 쫓는다

열일곱 살 소녀. 수리아라는 이름이 조금 독특하기는 하지만, 곧 평범한 여자애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평범한 여자애. 성적에 울고 웃고, 친구 관계에 울고 웃고, 누굴 좋아해서 고민일 수도 있고, 왕따를 당할까 봐 걱정할 수도 있고, 꿈이 없어서 고민일 수도 있는 아이들.
수리아, 있는 듯 없는 듯 자취가 조용하고, 소설 읽기를 좋아하고, 좋아해서 직접 쓰기까지 하는 이 소녀를 중심으로 세 인물이 시점을 바꿔가며 서술되는 이야기는, 처음에는 언뜻 평범한 여자아이의 평범한 성장소설처럼 보인다. 수리아는 살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살게 된다.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간다. 엄마가 프랑스로 떠나면서 아빠네 집으로 옮겨오면서다. 수리아는 자기 자신에게 묻는다. 버림받은 것인지. 엄마에게서, 그리고 오래전 아빠에게서.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오랫동안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엄마가 잘 모르는 사람에게 그녀를 보냈다. 그러니 버림받은 게 맞다. 하지만 아니기도 한 건, 엄마가 보낸, 자신이 잘 모르는 사람이 그녀의 아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버림받았다고 할 수 없다. 평범한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제각기 다른 모양의 불행과 행복을 하나씩 쥐고 있듯이, 버림받은 게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 수리아는 언제나 외로움과 슬픔을 느낀다. 그것이 마치 옆구리나 팔꿈치 같은 것, 몸의 일부분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리고 어느 날 수리아가 쓴 소설이 문학상에 당선된다. 축하해줄 사람도, 가족들은 함께 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답할 말도 없지만, 그것은 수리아의 새로운 기쁨이자 긍지가 된다. 수리아는 당선작을 책으로 만들어줄 편집자를 만나고, 제 이름으로 계약서를 쓴다. 아빠네 집에서 일하는 호랑 아줌마는 (가족 중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원하는 것을 고르는 법’을 알려주고, 꽃다발을, 케이크를, 축하를 건네준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처음이다.

새로운 기쁨이자 긍지였던 소설은 수리아 등 뒤를 맴도는 악의적인 소문이 된다. 이어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해일처럼 갑작스럽게 수리아를 덮친 사건, 호랑 아줌마가 수리아를 구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는 사건, 수리아가 자신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던 두성과 반디를 만나게 되는 사건이. 그리고 그것은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수리아는 자신이 갇혔음을, 너덜너덜해졌음을 느낀다. 마치 그녀가 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족관 속 물고기들처럼. “그들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바다를 떠나야 했고, 한번 갇힌 수족관을 다시는 벗어나지 못했다.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은 수족관의 이쪽 끝에서 저쪽 끝을 맴돌며 물었을 것이다. 우리들의 바다는 어디에 있는 거지?”
하지만 물론 여기까지가 끝이 아니다. 수리아는 눈 내리는 겨울에, 신발도 없이, 수족관을 벗어난다. 크고 아름다운 고래를 쫓기 위해. 그리고 언젠가 수리아 자신이 크고 아름다운 고래가 되기 위해.

저자

양수산

서울출생.TheArtStudentsLeagueofNewYork에서회화작업을했고,고려대학교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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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전학
멀리뛰기
소문
찾아가는길
발을헛딛고
이렇게끝날수는없어
검은물속으로
깜빡이는것
여기서부터
다시맨발로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엄마와는4층건물의4층에서살았다.1층엔헌책방이있었다.건물주부부가하는책방이었다.나는대부분의시간을거기서보냈다.동화책에서시작해멋모르고소설로갈아탔다.내독서는헌책방에책이들어오는순서에달려있었다.마커스주삭의《책도둑》은2권을먼저읽은후그이듬해에1권을읽었다.나는손에잡히는대로읽었고,좋아하는책들은반복해서읽었다.주인부부는내가읽은책을장부에기록했다.한달에한번씩엄마는내가읽은책의대여비를지불했다.엄마가내게해준일중가장기억에남는일이었다.좋은기억.
_43쪽

아픔이밀려온다.아픔은파도처럼나를덮친다.수천개의물방울로부서져나간다.그럼에도불구하고나는살아있는걸느낀다.나는더이상수족관속의물고기가아니다.산소가주입되고먹이가주어지는좁고안전한수족관에서벗어났다.나는이쪽유리벽과저쪽유리벽을오가며바다의행방을묻는물고기가아니다.나는이제바닷속을헤엄친다.거센풍랑이산소를불어넣고,비늘이긁혀가며내힘으로먹이를찾는곳이다.빛나는지느러미들사이에서나는힘차게물살을가른다.내가원하는것을찾기위해.나는지금크고아름다운고래를쫓는다.
_113쪽

갑자기외롭지않다.누군가가나를찾는다.나는혼자가아니다.지느러미를잃고목이댕강거리는채가라앉는상어가아니다.나를찾는사람이있다.내게도노든이있는거다.여기가끝이아니라고말해주는사람.부서지고찢겼지만,부서지고찢긴채일어서면된다고말해주는사람.상처를들여다봐주고,약을발라주고,옷에묻은흙을털어주고,움츠러든어깨를잡아줄사람.“자,어깨펴고!”라고말해줄사람.모르고있었을뿐이다.
_221쪽

반디와나도해야할일이있다.두번째징검다리를건너는일이다.마음속의지옥으로부터벗어나는일.우리는서로에게힘이돼줄거다.힘이돼줄사람이또있다.해양경비대와비행기를동원해우리를찾는사람이다.우리를아끼는사람이반드시가족이어야하는건아니다.
_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