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도래한불가역적핵시대
‘공포의균형’을넘어,‘진짜평화’를위한
남북관계리터러시
2023년7월북한은조선노동당중앙위부부장김여정명의로두개의담화를발표한다.평소와다를바없는대미·대남비난담화가특별히주목받은것은남한에대한당연한듯낯선지칭때문이다.담화에서김여정은남측·남조선이란표현대신‘대한민국’이라는표현을네차례에걸쳐사용했다.통일부에따르면이전까지북한이성명등공식입장을내며남쪽을대한민국이라지칭한사례는없다.
1991년남북기본합의서가남북관계를‘국가대국가’가아닌‘통일을지향하는특수관계’로규정한이래남북은서로를정식국호인대한민국과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아닌남측과북측또는남조선과북한으로불러왔다.양측을오갈때‘출입국’이란말대신‘출입경’으로,여권대신방문증명서를사용해온것도그런맥락이다.남북의‘기본합의’를정면으로거스르는김여정의행보에대해,군축·반핵·평화체제를축으로한미동맹과북핵문제에천착해온평화연구자·활동가정욱식(평화네트워크대표·한겨레평화연구소소장)은‘달라진북한’의한시그널로해석한다.나아가이를일회성제스처가아니라근본적으로탈바꿈한북한의대외전략구상의일각으로규정한다.무슨의미일까?때마침내놓은책에자세한이야기를담았다.주제는2018-2019년비핵화협상의결렬이후본격화한북한의변화와그런북한이뒤흔들고있는남북·북미관계,나아가동아시아6개국판도의격변이다.요컨대“한번도경험하지못한새로운북한이온다!”
우리가알던북한은없다.새로운북한의4가지시그널
①미국에미련을버리다
변화의핵심은북한이대북제재완화를비롯한미국과의관계정상화에대한미련을버렸다는것이다.1990년대초사회주의진영이붕괴한이래30년간북한의일관된대외정책기조는미국과의수교,그리고평화체제수립이었다.핵개발은체제의동아줄인동시에미국을협상테이블에앉히기위한비장의카드였다.2018-2019년세차례에걸친북미정상간협상은그런흐름의정점이었고,‘하노이노딜’즉비핵화협상의결렬은그기조의폐기로이어졌다.이후핵무기는체제를위한거래수단에서체제그자체,북한의‘국체’로거듭났다.저자는이기간김정은-트럼프가주고받은27통의친서를포함한각종문헌을통해미국에대한김정은의기대와환멸,미련과변심을복기한다.이후북한의입장변화는남북관계는물론한반도주변역학에지각변동을일으키게된다.
②민족제일주의에서국가제일주의로
두번째는남북관계의밑그림이바뀐것이다.윤석열대통령은전임정부가‘가짜평화’에취해안보를등한시했다고공격한다.문재인전대통령은자신이다져놓은남북의우의를후임정부가망쳐놓은것처럼푸념한다.저자에따르면,둘다거짓말이다.윤석열의말과달리문재인정부는안보,특히군비증강에올인하다시피한정부였다.그리고역설적으로이런안보강박,다시말해첨단무기도입과군사력증강에집착하면서정작북한더러핵포기를요구하는‘내로남불’행보가북한을질리게만들었다.2018년북한의‘역대급환대’가격렬한‘근친증오’로바뀌는데는채1년이걸리지않았다.그이후벌어진일련의사건들2019년남북의공동외교공관격인개성연락사무소폭파사건,2023년현정은현대그룹회장의방북을불허하는성명을대남부서(통일전선부)가아닌외무성에서발표한것,그리고김여정의‘대한민국’발언은모두민족제일주의에입각한‘남북한시대’의끝과‘국가대국가’시대의시작을가리킨다.이를통해저자는지난30년간대북정책의양대패러다임인포용정책(경제-평화의교환이라는진보의희망고문)과압박정책(붕괴후흡수통일이라는보수의희망회로)의시효가끝났음을알린다.
③경제난이라는오해,퍼준다는착각,지원을바랄거라는망상
세번째는북한내부의변화다.특히주목할것은그간형용모순이라며조롱받아온‘경제-핵무력병진노선’(병진노선)에대한재평가다.핵무기는최고의‘가성비’를자랑하는비대칭전력으로,핵개발로아낀재래식군비를경제개발에투자하는것은아이젠하워의뉴룩(new-look)정책,덩샤오핑의양탄일성(??一星)등의선례가효과를입증한전략이라는것이다.또한저자는상식처럼통용되는북한의경제난과식량사정에대해추정치가아닌유엔의공식보고서를검토하며조심스럽지만다른견해를밝힌다.무엇보다북한이지난10여년간,심지어코로나19팬데믹국면에서도한국과국제사회의지원을거절해온사실을짚으며‘가난한북한’이라는고정관념이새로운북한을상대하는걸림돌임을지적한다.(실제문재인정부는임기후반한미연합훈련을양보하지않은채인도적지원카드만을고집하다남북관계회복의마지막기회를날려버린바있다.)
④한미일대북중러,동아시아질서의재편
네번째는동아시아의새로운판도,즉‘한미일대북중러’구도의부상이다.오래된통념과달리한반도와그주변6개국은냉전시대부터진영대결보다각국의이익에따른합종연횡을반복해왔다.그러나미국이미사일방어체제(MD)에일본과한국을포섭하며북중러를공통의적으로설정한이래,2019년북미비핵화협상이깨지고,중국과러시아가(패권경쟁국인미국을견제하기위해)사실상북핵을용인하는행보를보이면서한미일대북중러의구도가현실화하고있다.한반도가동아시아최대의화약고로부상한것이다.
달라지는게임의법칙과‘공포의균형’에대해
북미비핵화협상의실패,그로인해달라진북한은결국‘불가역적핵시대’를가져왔다.이에일부에서는냉전시대미소간의‘공포의균형’을언급하며한미간핵공유나아예한국의독자적핵무장론을떠들어댄다.그러나한미동맹과북핵문제전문가로서저자의견해는냉정하다.NPT(핵확산금지조약)회원국으로서한국의독자핵무장은어불성설이며,핵공유론역시정치적레토릭에불과한까닭을조목조목짚는다.오히려저자는민주화이후진보-보수를막론한모든정부의대북·평화정책실패의원인을과도한친미주의(한미동맹의존)와함께‘힘에의한평화’추구에서찾는다.그에따르면현재한미동맹의군사력만으로도북핵은충분히억제가능하며,그이상의군비증강은미국의비싼청구서와북한의도발만부르는정치적·전략적악수다.결국답은‘공포의균형’이아니라상호주의에바탕한군축에있다.사상최대의한미연합훈련이수십일간이어지고거기에북한이‘미사일쇼’로맞불을놓는오늘날그것이가능할까?저자는반세기전미국과소련이해냈고,오늘날중국과미국이부분적으로이뤄내고있음을상기하며남북의‘새로운평화프로세스’를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