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전 -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6

흥부전 -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6

$12.80
Description
제일 재미있는 판소리로 꼽히는 김연수 창본 ‘흥보가’와 의외의 전개를 보여 주는 경판 25장본 ‘흥부전’을 함께 실은 책. 오랜 기간 민중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구비 문학의 특징을 잘 보여 준다. 흥겨운 운율, 생동감 넘치는 의성어와 의태어, 풍성한 토속어와 사투리가 살아 있어 놀부의 지독한 심술과 흥부의 처절한 빈곤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해학의 묘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다.

어렵고 복잡한 일부 대목은 청소년 눈높이에 맞게 다듬어 조선 후기 사회적 기준의 변화, 그로 인한 선악의 불일치를 해소하고 싶었던 민중의 마음을 포착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했다. 흥부 박과 놀부 박이 대립되는 지점들에 자리한 일러스트는 풍요로운 삶에 대한 꿈과 양반 지주의 억압에 대한 비판이 어떤 장면들로 변주되며 뻗어 나가는지 짚어 준다.

저자

유정월

1973년서울출생으로서강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다.옛날이야기를비롯해오래된기록들을새롭게해석하는데관심이있다.옛날이야기가운데소화(笑話;우스개)에대한연구논문,「문헌소화의구성과의미작용에대한기호학적연구」(서강대박사학위논문,2004)로박사학위를받았다.대표적인저서로는『오래된웃음의숲을노닐다』(샘터,2006)가있다.현재서강대학교전임연구원으로있으며,조선시대의삶과정서를돌아보면서역사,문학,철학을아우르는글쓰기를하고있다.

목차

머리말

김연수창본흥보가
사람마다오장육보로되놀보는오장칠보
볼기이것두었다가어디다쓰리오
이놈아!네놈주자고개굶기랴
가난박대안하기는보잘것없는제비뿐
떨어붓고나면도로수북,떨어붓고나면도로가득
당기어라톱질이야,좋을시고좋을시고
초막집간데없고꿈속같이신선되니
제비다리를분지르면박씨를물어와?
저박빛누런것은분명히금
송장보다징한능천낭주머니
놀보기가막혀도줄줄이박을타고
극진한위로에사람마음되찾네

경판25장본흥부전
심술궂은놀부,흥부를내쫓다
호된구박에설운지고
매품도못파는신세
은혜갚는박씨를얻다
슬근슬근톱질이야
제비원수갚는박씨
둥덩둥덩생난장
난데없는상전떼기
왈짜들의입담한판
박타기는계속되고
놀부의최후

해설《흥부전》을읽는즐거움

출판사 서평

《흥부전》에서볼수있는의외의대목중하나는놀부에게쫓겨나기전흥부의모습이다.놀부의말을빌리면그는글만읽으며자랐다.동네에서외상술을마시고노름을즐기면서자식만줄줄이낳았다.그에비해놀부는매일일하며집안살림을일으키고재산을장만해냈다.21세기청소년에게놀부의부와흥부의가난은그들의인성과별개의문제로보일지모른다.

하지만흥부는곧현실과마주하는입체적인인물이다.사회적기준이신분과윤리에서돈으로이동하는조선후기의상황을인식한다.사계절을잠시도놀지않고온갖품을팔며매를대신맞아주는일까지맡는다.다만이렇게애써도끼니가간데없는형편에처한다.흥부가가난한건결코게을러서가아니다.그래서《흥부전》은흥부의빈곤을작품전반부내내구체적으로묘사한다.죽도록일해도죽느니만못한삶을벗어날수없는세계에서가난에찌든흥부를세밀하게드러내는일은그자체로불합리한사회에대한고발이되기때문이다.

아무리성실하고선해도비참한삶을살수밖에없고,아무리악해도떵떵거리며살수있는현실은부조리하다.부자가된흥부와거지가된놀부는이선악과빈부의불일치를해소하고싶은마음들이모여만들어낸결말이다.뜨거운로맨스도화끈한영웅담도신비한귀신이야기도아니지만,《흥부전》이지금까지읽히는고전인이유다.

시르렁실건톱질타고내닫는
한바탕난장이펼쳐진다

처절한가난도,지독한심술도
덥석집어웃음속에풍덩!

풍요로운삶에대한꿈,양반지주의억압에대한비판은다양한장면으로변주되며뻗어나간다.생쥐가쌀알을얻으려고밤낮보름을다니다다리에종기가날만큼가난했던흥부네집에는평생써도줄지않는쌀이생긴다.놀부에게붙잡혀개천물에빠졌던봉사는박에서무리를지어나와놀부의재산을탈탈털어간다.흥부박은초막집을꽉꽉얽어비바람을막아주지만,놀부박은쭉쭉자라온동네지붕을무너뜨려놀부가수천냥을물게한다.

《흥부전》이주는즐거움은처절한가난도지독한심술도웃음으로풀어내는찰진입담을통해극대화된다.매품을그만두라며오열하는아내앞에서흥부는“아,대관절볼기이것두었다가어디다쓸것이오?아이렇게궁한판에매품이나팔아먹제”하며능청을떤다.놀부의악행은‘옹기가게돌팔매질,비단가게물총질,소리하는데잔소리하기,풍류하는데나발불기’등재치있는말솜씨로그려져실소를자아낸다.박에서나온이들에게돈을뜯기던놀부가기가막혀“나온걸음에잘들놀아보아라!”악을쓰자,놀이패가아랑곳없이“해금소리는고개고개,퉁소소리는띠루디”“징,꽹과리,북장구를신명내어짓뚜드리”며소동을벌이는대목에서는폭소가절로난다.

서해문집《흥부전》에서느낄수있는또한가지재미는서로다른이본들의특징을비교해보는것이다.김연수창본‘흥보가’는남산만큼쌓인하얀쌀밥,화려한청홍비단,용과봉황을새긴장롱,은요강과순금대야등감각적인묘사가돋보인다.날기공부마친흥부제비가강남에서은혜갚는박씨를물고돌아오는장면도섬세하고아름답다.한편경판25장본‘흥부전’은‘놀부전’으로보일정도로놀부를응징하는데초점을맞춘다.놀부의돈을뺏을뿐만아니라덜미를잡고뺨을치고나무에거꾸로매달아두들기기까지한다.결말또한상대적으로양반취향이많이반영된김연수창본과달리냉소적이다.놀부의반성도,흥부와의화해도없다.

《흥부전》은오랜기간민중의입에서입으로전해내려온구비문학의특징을잘보여준다.흥겨운운율과통쾌한익살,생동감넘치는의성어와의태어,풍성한토속어와사투리,심술과빈곤의해학이가득한한바탕난장을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