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신인 작가 이사교의 첫 장편소설,
그리고 어느 청소년 문학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문제적 작품’
농담과 진실이, 동문서답과 우문현답이, 헛소리와 진심이 뒤엉킨
기묘하고 더없이 독특한 소설
그리고 어느 청소년 문학에서도 볼 수 없었던 ‘문제적 작품’
농담과 진실이, 동문서답과 우문현답이, 헛소리와 진심이 뒤엉킨
기묘하고 더없이 독특한 소설
말하자면 전통적인 청소년 문학은 이렇다. 주인공들은 어딘가 부족하지만, 무언가에 열심이다. 관계에 서툴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을 다해 닿고자 하고, 겁이 나지만 용기를 낸다. 그렇게 결말에 이르러 ‘성장’을 한다. 한 뼘쯤, 아니면 훌쩍. 읽는 이들에게 따뜻한 온기와 위안을 건네주는 이야기,
그런 것은 이 소설에서 중심 이야기가 아니다. 결말에 이르러 이 소설만의 온기를 느낄 수도, 위안을 얻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 있지 않다. 어떤 면에서 ‘청소년문학’이라는 장르에는 사회가 청소년에게 부여한 이미지와 규범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적당히 착하거나 적당히 나쁜. 일탈은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는 가정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규범에 관한 질문들이다.
“나는 궁금해졌다. 벌레와 곤충의 차이는 뭔지. 벌레는 살려줘야 하지만 왜 치킨은 시켜 먹어도 되는 건지. 벌레와 닭의 차이는 뭔지. 모기는 죽여도 되지만 왜 고양이를 죽이면 사이코패스가 되는지. 인간과 인간쓰레기의 차이는 뭔지.”
규범에 관한 질문이 꼭 이런 직접적 질문을 통해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미람은 필리핀 혼혈 여고생이다.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필리핀인. 미람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답지 않게 주눅 들어 있지도, 정체성을 고민하지도 않는다. 미람은 단지 냄새 나는 아저씨들을 싫어하듯이 자기 아버지를 싫어하고,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려줄 쿠션팩트 없이는 외출하지 않으며, “금발 백인과 결혼한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안 부르면서(‘국제결혼’이라고들 한다), 꼭 못사는 나라 사람이랑 결혼한 사람들에게만 ‘다문화’라는 말을 붙이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할 뿐.
“미람아. 이번 생이, 그러니까 ‘세르게이의 삶’이 나에게 다섯 번째 인생인 거 알고 있니?”
그것은 다른 주인공, 세르게이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아버지와 러시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완벽한 한국인(“완벽한 한국인이라는 건 간단히 말하자면, 김치 없이 밥을 못 먹는 녀석이라는 뜻이다”)으로 자란 세르게이는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다. 첫 번째 삶에서 두 번째 삶으로, 두 번째 삶에서 세 번째 삶으로, N회차 삶으로 이어지는 반복적인 생은 흔히 웹소설에서 주인공이 일종의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 지난 삶에서 저지른 잘못을 수정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계기 말이다. 하지만 (이미 짐작하다시피) 이 소설에서 그런 예상은 번번이 어긋난다.
이 기묘하고 더없이 독특한 소설은 농담과 진실이, 동문서답과 우문현답이, 헛소리와 진심이 뒤엉켜 있다. 안개가 덮은 풍경처럼, 경계선 없이. 이 날것의 소설이야말로 진정 청소년을 위한 소설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제멋대로 지워 버리고 수정하고 왜곡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짜 맞춘 듯한 ‘청소년다운’ 주제가 없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웃을 수 있을 만큼 웃기다. 한 번 비극을 말하기 위해 만 번을 희극적으로 말하는 소설, 그게 바로 《세르게이의 N회차 인생》이다.
그런 것은 이 소설에서 중심 이야기가 아니다. 결말에 이르러 이 소설만의 온기를 느낄 수도, 위안을 얻을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거기 있지 않다. 어떤 면에서 ‘청소년문학’이라는 장르에는 사회가 청소년에게 부여한 이미지와 규범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적당히 착하거나 적당히 나쁜. 일탈은 언젠가 제자리로 돌아올 거라는 가정 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그런 규범에 관한 질문들이다.
“나는 궁금해졌다. 벌레와 곤충의 차이는 뭔지. 벌레는 살려줘야 하지만 왜 치킨은 시켜 먹어도 되는 건지. 벌레와 닭의 차이는 뭔지. 모기는 죽여도 되지만 왜 고양이를 죽이면 사이코패스가 되는지. 인간과 인간쓰레기의 차이는 뭔지.”
규범에 관한 질문이 꼭 이런 직접적 질문을 통해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미람은 필리핀 혼혈 여고생이다.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필리핀인. 미람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다문화가정’ 청소년답지 않게 주눅 들어 있지도, 정체성을 고민하지도 않는다. 미람은 단지 냄새 나는 아저씨들을 싫어하듯이 자기 아버지를 싫어하고,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려줄 쿠션팩트 없이는 외출하지 않으며, “금발 백인과 결혼한 사람들은 ‘다문화’ 가정이라고 안 부르면서(‘국제결혼’이라고들 한다), 꼭 못사는 나라 사람이랑 결혼한 사람들에게만 ‘다문화’라는 말을 붙이는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할 뿐.
“미람아. 이번 생이, 그러니까 ‘세르게이의 삶’이 나에게 다섯 번째 인생인 거 알고 있니?”
그것은 다른 주인공, 세르게이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아버지와 러시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완벽한 한국인(“완벽한 한국인이라는 건 간단히 말하자면, 김치 없이 밥을 못 먹는 녀석이라는 뜻이다”)으로 자란 세르게이는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다. 첫 번째 삶에서 두 번째 삶으로, 두 번째 삶에서 세 번째 삶으로, N회차 삶으로 이어지는 반복적인 생은 흔히 웹소설에서 주인공이 일종의 도약을 이루는 계기가 된다. 지난 삶에서 저지른 잘못을 수정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계기 말이다. 하지만 (이미 짐작하다시피) 이 소설에서 그런 예상은 번번이 어긋난다.
이 기묘하고 더없이 독특한 소설은 농담과 진실이, 동문서답과 우문현답이, 헛소리와 진심이 뒤엉켜 있다. 안개가 덮은 풍경처럼, 경계선 없이. 이 날것의 소설이야말로 진정 청소년을 위한 소설인지도 모른다. 어른들이 제멋대로 지워 버리고 수정하고 왜곡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짜 맞춘 듯한 ‘청소년다운’ 주제가 없다는 점에서.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읽는 내내 웃을 수 있을 만큼 웃기다. 한 번 비극을 말하기 위해 만 번을 희극적으로 말하는 소설, 그게 바로 《세르게이의 N회차 인생》이다.
세르게이의 N회차 인생 -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29
$1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