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전 -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8

운영전 - 서해문집 청소년 고전문학 8

$11.80
Description
궁녀 운영과 김 진사의 슬픈 사랑 이야기. 함축적인 시와 배경지식이 필요한 고사가 많은 한문소설이지만, 섬세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옮기고 각주를 최소화해 청소년 독자가 쉽게 완독할 수 있다. 다른 이본보다 원본 계열에 가깝고 시기적으로도 앞서 있어 본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김일성종합대학교 소장본을 바탕으로 했다.
엇갈린 인연이 만든 비극은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에 참여한 예란 작가의 그림으로 더욱 고조된다. 다채로운 빛으로 재현된 불행한 연인들의 사연과 자유를 갈망하는 운영의 사나운 운명을 따라가 보자.

저자

채윤미

저자:채윤미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대학원에서한국고전소설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고,현재전남대학교국어교육과교수로재직중이다.조선후기에여성들을중심으로향유된한글장편소설에서도교·불교와같은요소가유교중심의세계관속여성인물서사에끼치는영향에대해관심을갖고있다.주요논문으로〈한글장편소설에나타난여성과종교의관계〉〈조선후기한글장편소설의선계仙界형상연구〉등이있다.

그림:예란
쉽게지나칠수있는장면에다채로운빛과은은하고따뜻한색을더해특별한이야기를만들어내는일러스트레이터.《내가좋아하는사람이나를좋아하는》《괜찮지않은데괜찮은척했다》등의일러스트를그렸다.

해설:송동철
국어교사.서울특별시교육청오디세이학교에서삶의의미와방향을찾는열일곱살학생들을만나고있다.전국국어교사모임독서교육분과‘물꼬방’에서공부하며《한학기한권읽기,어떻게할까?》《우리들의랜선독서수업》등을함께썼다.

목차


머리말

유영,운영과김진사를만나다
수성궁에갇힌열사람
먹물한점에시작된사랑
그리움은깊어만가고
무녀를찾아가다
자란의계책을토론하다
궁궐담장위로쌓이는기쁨
특의음모와안평대군의의심
서궁궁녀들의마지막진술
자결한운영을따라서
유영이속세를버리다

해설《운영전》을읽는즐거움

출판사 서평

소설은사회모순을고발하려는목적으로탄생한장르이고,모순은약자의삶에서극적으로드러난다.어떤처지의누가고발할때설득력이높을까?누구의목소리로말할때문제가절실해보일까?

고전소설은그약자를대개여성으로표현한다.예를들어신분제의최약체인천민에속하는기생의딸춘향이“충효열녀에도위아래가있소?”라며변학도의부당한권력에저항하는모습은독자에게강렬한인상을남긴다.이작품의주인공운영이‘궁녀’인이유다.

자유를꿈꾸는운영과김진사의금지된사랑
그비극에기꺼이함께하는궁녀들이일으킨균열

조선시대궁녀는하층계급이자여성이라는점에서신분과성별의제약이있었다.그러나운영과아홉궁녀는안평대군의수성궁에서당대지배층남성이누리는최고수준의교육을받는다.“손님들이지은시는눈에들어오는게하나도없”을정도로뛰어난재주를기른다.소옥,부용,비경,비취,옥녀,금련,은섬,자란,보련,운영이라는이름이있다는사실또한이들이저마다고유한캐릭터임을암시한다.나들이갈장소를정하는일을두고팽팽하게토론하는과정은궁녀들의깊은학식과정확한판단력을보여준다.그들이궁녀의비인간적인삶에대한문제의식을갖고운영과김진사의사랑을지지하게되는계기이기도하다.

고기가언덕처럼쌓여있고술이강처럼흐르지만담장밖으로는한발짝도나갈수없는곳.누구나시를논하고문장을갈고닦을수있지만결국여성은명성을얻을수없는곳.이모순을알아차리고궁의규율대신운영의곁에서는궁녀들에게서수성궁의균열은시작된다.두연인이만날수있게돕고,안평대군이의심을누그러뜨리도록운영을감싸주는것이다.

온전히여성의눈으로그려낸세계

고전소설속여성은주로남성주인공의눈에비친세상의일부였다.다정한연인이나현명한아내와같이남성의욕망에응답하는존재에가까웠다.방에불쑥침입한남성의고백까지도선뜻받아들이는모습으로묘사되었다.〈이생규장전〉의최랑처럼주도적인역할을맡기도했지만자신의내면을직접말하지는못했다.

반면《운영전》은주요사건이모두운영의입장에서서술되며,운영은자신의생각과감정을또렷이표현한다.안평대군의분노에도김진사를향한마음을부정하지않는다.정절을지키지못한죄와그간의거짓말,자신과연대해준동료들이벌을받게된상황에대한책임을지겠다고진술할뿐이다.자유를옹호하고신분제의불합리함을고발하는작품의메시지는운영의말들에의해더욱선명해진다.

불행한연인들의사연을다룬고전은많다.그런데도《운영전》은새롭다.온전히여성주인공의시점에서이야기를전달함으로써모순적인사회질서로인한약자의고통을구체적으로드러내기때문이다.《운영전》은새로운시선의힘으로지금도억압당하고있는모든존재에게필요한자유의가치를역설한다는점에서시대를초월한작품이라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