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아, 어디 있느냐 : 제월당 통광 대선사 유고집 (양장)

마음아, 어디 있느냐 : 제월당 통광 대선사 유고집 (양장)

$25.00
Description
입적 이후 10년, 비로소 세상에 공개되는
한국불교 대강백 제월 통광 스님의 마지막 문장
한암 중원, 탄허 택성 대종사로 이어지는 강맥을 이어 각성 스님, 무비 스님과 함께 ‘탄허 3걸’로 칭송받아 온 우리나라 불교 대표 강백, 제월 통광 스님. 오직 수행 정진과 후학 양성에 출가인으로서의 삶을 바친 스님은 또한 역사 속 큰스님들의 수행처로 알려졌으나 폐허가 된 지리산 칠불사를 복원하여 다시금 ‘동국제일선원’으로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글을 물으러 찾아오는 이들에게 항상 환희심을 내어 친절하고 곡진하게 가르쳐 주셨다는 스님. 아쉽게도 더 이상 글을 물을 수도, 법문을 청할 수도 없지만, 다행스럽게도 스님이 생전 남기신 글들을 책으로 엮을 수 있게 되었다.
경전과 고승어록을 역해한 몇몇 서적만을 남기신 스님. 하지만 이 유고집만큼은 주어진 남은 시간 동안 힘을 주어 꾹꾹 눌러 쓴 유고를 묶은 것이니, 스님을 잊지 않으려는 이들의 염원이 모여 간행된 통광 스님의 ‘첫 저서’라 할 수 있다.
말기 암으로 인해 삶의 끝자락에 선 한 인간의 ‘솔직함’과 불법을 향한 ‘절절함’, 생명에 대한 절체절명의 도전 속에서도 수행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았던 한 선사의 ‘강직함’이 문장마다 녹아 있다. 무엇보다 우리의 허둥지둥한 삶을 차분하게 식혀 줄 차 한 잔의 향기가 문장에 배어 있으니 책을 읽다 보면 스님의 자비로운 미소가 저절로 떠오른다. 이 책은 삶을 마무리하는 순간까지도 불법에 의지한 삶을 살라는 ‘대강백의 진심 어린 당부’, 그 자체이다.
저자

통광

제월당통광대선사霽月堂通光大禪師(1940~2013)
1940년지리산칠불사인근의신마을출생.1959년부산범어사에서여환(如幻)대화상을은사로출가하여,1963년동산(東山)대종사를계사로구족계를수지하였다.같은해범어사강원을졸업하였으며,수선안거이래10하안거를성만했다.
1975년에는동국역경원연수원을수료하였고,1977년탄허대종사로부터전법,‘제월(霽月)’이라는법호를받았으며,이후1978년부터약20년간지리산칠불사를복원중창하였다.
1987년동국대학교교육대학원을수료한스님은제13교구쌍계사본말사사암연합회장(1997~1999),쌍계사승가대학학장(1998~2012),제13교구본사쌍계사주지(1999),대한불교조계종역경위원장(2007~2009)을역임,1999년부터는지리산칠불사회주로머물며수행정진,후학을지도해왔다.스님은지난2013년9월6일지리산칠불사아자방에서입적하셨다.
역서로『고봉화상선요ㆍ어록』,『초의다선집』,『증도가언기주』등이있다.

목차

제1부불이문
1.토끼뿔을그리며
죽음은삶의완성이다|선고|불법의바다로|칠불사|문수와보현|일없이졸고있는납자
2.선과차의세계
3.계를지키지않으면깨달음도없다
4.마음아,어디있느냐
5.부처님의마음과부처님의말씀
6.전법게
7.제법무아인데무엇이있어윤회하는가
8.생사는본래없는가
9.무엇을깨달았다는거냐

제2부금강문
1.화두의문
2.한번뿐인인생을어떻게쓸것인가
3.청학동을찾아서
4.산정에오르는길
5.기도를통해서도견성오도할수있을까
6.‘이뭣고’,『선가귀감』을중심으로선을생각하다

출판사 서평

생명에대한절체절명의도전속에서도
수행자본연의자세를잃지않았던한선사의자전적기록!

한암중원,탄허택성대종사로이어지는강맥을이어각성스님,무비스님과함께‘탄허3걸’로칭송받아온제월통광스님.입적하실때까지오로지수행정진과후학양성에힘써온스님은한국불교를대표하는강백으로서글을물으러오는이들에게항상환희심을내친절하고도곡진하게가르침을주셨다고전한다.그런모습에절로존경심이우러났다는주변의스님들은통광스님을‘부처님말씀에의지하여자비와원력으로점철된도인’이라하였다.

지난2013년유명을달리하신스님께더이상글을물을수도,법문을청할수도없는지금,다행스럽게도스님께서남기신유고가있어독자들을만날수있게되었다.통광스님은경전과고승어록을역해한몇몇서적만을남기셨을뿐,당신스스로가‘저자’인책을내보인적이없으셨으니,이유고집은스님의삶과뜻을잊지않으려는이들의염원이모여간행된통광스님의‘첫저서’라할수있다.

죽음앞에서도오연하게선주인공

불교는죽음을우회하거나기피하지않는다.두려워하지도않는다.존재가의심스러운절대자에게구원을간청하지도않는다.죽음을관념이라하여현실에서밀쳐내버리지도않는다.당당하게직시하고그결과를수용한다._본문중에서

‘오연(傲然)’,이단어는‘태도가거만하거나그렇게보일정도로담담하다’라는뜻이다.이책의소개글에서저자를‘죽음앞에서도오연하다’한것은글에비친스님의모습이말기암이란생명에대한절체절명의도전에처했음에도매우담담하기때문이다.

스님의말마따나‘죽음을안다,이해한다,깨닫는다고해서죽음의공포로부터자유로워지지않는다’.도리어오랜수행을통해죽음과맞닥뜨려보고나서야온몸으로체득하는금강의지혜를갖추어비로소삶과죽음의굴레로부터자유로울수있는것이다.“내가살아온일생또한그자유를획득하기위한긴여정이었다”는스님의말씀은그래서허투루들리지않는다.불제자로서죽음을‘당당하게직시하고수용하는것’,그것은수행자로서의삶과원력이빚어낸어떤경지인지도모른다.

하지만부처님도병에걸려고통을겪었다는일화에서알수있듯,암이동반한물리적인고통마저지울수는없었을것이다.‘글한편써내려가는것마저고통스럽다’는스님의문장이눈가에어른거리는데,그럼에도왜스님은펜을든것일까?그건아마불자들을위함이었을것이다.

나는내투병의기록을남겨야한다고판단했다.병에이기고지는것은별개의문제이다.내가병이라는상황을맞아수행자본연의자세를잃지않고의연하게대처하는과정을불자들에게알려야함을깨달았던것이다._본문중에서

‘통증이심해지면생각조차잘나지않기때문에이작업이내겐무척어려운과제라는것을알아주면고맙겠다’는스님의고백속에서신체의고통보다더깊은절절함이느껴진다.그것은대강백이자선사라는위치에서느끼는단순한의무감이아니다.눈앞에죽음을둔인간임에도회향의순간한치의이기심도발동해선안된다는것,회향마저도보살도를향해야한다는스님의의지와다름없다.마지막순간에도대중에게부처님의가르침을전해야한다는의지,그것으로스님은죽음앞에의연한자세로글을써내려갔다.

생을돌아보며정리하는기회가주어졌으니이를고마워하며평생쌓아놓은불법을확인하고날마다좋은날이되도록노력하는것,이것이내가하는일이다._본문중에서

삶의끝자락에서꾹꾹눌러쓴
깨달음의문장

그래서이책은단순한투병일기가아니다.지난시간을되돌아보는순간에도놓을수없는,‘삶을마무리하는그순간까지불법에의지한삶을살라’는대강백의진심어린당부,그자체이다.그래서인지스님의글에서는그흔한고통의묘사를찾아보기힘들다.대신고통마저불은이라여기는선사의기개가엿보인다.

세상사람들이볼때는정체절명의재앙이겠지만나는생각이달랐다.이것또한불은(佛恩)이자가피가아니겠는가.내몸을통하여이루고자하는불보살의뜻이있을것인즉,나는그뜻을이루어야하는것이다._본문중에서

통광스님이불제자로산50여년의세월도그렇다.후학들을위한강의나대중을위한법회를할때도,쌍계사승가대학학장,쌍계사주지,대한불교조계종역경위원회위원장등의소임을볼때도,폐허가된칠불사를복원할때도오직불법에의지한원력그것하나만으로나아간삶이었다.

스님의그러한행(行)을곱씹으며우리는제1부‘불이문’의아홉걸음을지나,제2부‘금강문’의여섯걸음을마무리한다.그열다섯걸음속에새겨진스님의당부는오직깨달음을향해닿아있다.스님은‘장부일대사(丈夫一大事)’,‘인간의몸을받아태어난이상이보다더중요한일은없다’고선을그어말한다.이미‘지금이대로가곧부처’인우리가삶앞에우왕좌왕할필요는없다.도리어큰발원으로용맹정진하면‘우리인생에서못할일은없다’는것,이것이사바세계의우리에게전하는스님의마지막선물이자,숙제일것이다.

“너의본래면목을말해보라.듣고,보고,읽은것말고네자신이아는것만가지고일러보라.”
이것이무엇인가?줄여서‘이뭣고’화두를들고8년만궁구해보라.그래도깨닫지못하면다시8년을더하면된다.우리인생은한번뿐이지만이문제는일생을걸어도좋을만한가치가있으니까._본문중에서

이고득락(離苦得樂),고통을여의고즐거움을얻는것이모든종교의궁극적인목표이다.하지만참다운즐거움은작은희생과인고를치르지않고는주어지지않는다.우리가수행하는이유는그때문인지모른다.이책의마지막문장처럼‘이문제는일생을걸어도좋을만한가치가있으니까’.

시간은참무심하여스님께서입적하신지도어느덧10년이되었다.눈앞에도래한죽음마저불보살의가피로여기며마지막순간까지깨달음을구하고자한수행자통광,인간으로태어난이상주저앉지말고함께장부일대사를해결하자며손을뻗은스승통광.그런스님이기에우리는스님을참스승이라일컬으며그리워하고있는지모른다.
비록우리와의인연은잠시멈추었지만스님이살다가신지리산과칠불사,그리고이책에담긴스님의삶과정신은우리가나아가야할바른길을밝게비추어줄것이다.

일없이졸고있는무위(無爲)의납자(衲子)는더이상닦을것없이물소리들으며환희하는내모습이다.일없이졸고있는납자에게어찌죽음따위가올것이며,설혹죽음따위가온다한들이납자를쓰러뜨리겠는가.한마디더보태는것이뱀의다리를그리는꼴이겠으나내마음은이미또다른마을에가있다.

山窮水盡疑無路산과물이다하여길이없는가싶더니
柳綠花紅又一村버들푸르고꽃이붉게핀마을이또하나나타나네.

그마을은오랜고향처럼친숙한,내마음속의마을이었다.나는병고속에서도평온한마음을되찾은것이다._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