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저편

사랑의 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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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연주의 세 번째 소설집 『사랑의 저편』에는 표제작 중편 「사랑의 저편」과 단편 4편이 수록되어 있다. 모두 이별을 모티프로 한 사랑의 이모저모를 그리고 있다. 질투, 시기, 음모, 반목 등이 사랑의 부정적 표정이라면 그리움, 애절함, 애틋함, 안타까움 등은 긍정적 표정이다. 여기에 수록된 소설들은 모두 후자에 중점을 둔 것들이다.
「사랑의 저편」은 어릴 때 생모의 버림으로 정신적 결핍을 지닌 한 남자와 ‘소아당뇨’라는 신체적 결핍을 지난 한 여자의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어린 시절의 정신적 신체적 결핍이 평생의 삶을 지배하지만, 인간으로서 근원적 그리움은 어쩔 수 없다는 인간적 한계를 그리고 있다. 「오래 머문 자의 비애」는 공원의 파수꾼(동상)이 화자로 설정되어 있다. 생가 근처 공원에 세워진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달영의 전신좌상을 통해 이기주의가 난무하는 요즘의 세태를 풍자한다. 「그 무렵 세 친구」는 코로나19가 전국 최초로 확산되어 전국적 관심을 받던 대구를 배경으로 중학교 동기 동창인 세 친구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 「선미와 미선」은 쌍둥이 자매가 부모의 이혼으로 언니 선미는 아빠 따라, 동생 미선은 엄마 따라가면서 겪게 되는 삶의 고단함과 상반된 운명이, 할머니 80세 생일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창밖의 미래」는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을 가상해 쓴 일종의 가상소설이다. 초장수 노인(100세 이상)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해결 방안을 두고 각 세대와 이익 집단 사이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깊을 대로 깊어진 반목, 대립의 궁극적 해결 방안은 이야기(소통)뿐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회가 갈수록 이악하고 사막하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여기 수록된 소설들은 그런 사회 속에 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저자

이연주

저자:이연주
경북고령에서태어나경북대사범대학국어교육과를졸업했다.〈매일신문〉신춘문예당선과『현대문학』추천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그리운우물』『슬픔의무궁한빛깔』『사랑의저편』과장편소설『탑의연가』『최회장댁역사적가을』『염원의밤』을출간했다.대구소설가협회장과정화중여자고등학교장을역임했고,〈대구문학상〉과〈금복문화상〉을수상했다.

목차

사랑의저편
오래머문자의비애
그무렵세친구
선미와미선
창밖의미래

해설

출판사 서평

1.사랑의층위

인류가지구에서수천만년을두고진화해오면서오늘날과같은문명을구축하고살아올수있었던까닭은무엇일까?이에는인간끼리의집단화로생존의안정을꾀하고,협업을통해기술개발을거듭해인간이살기좋은환경을만들어온것이라는답이가능하겠다.그러나이는결과론이라할만하다.무엇보다인간이지구상의그어떤종족보다서로연대하는능력을크게발휘해왔다는점,이능력이야말로문명창출의근원이라는점에대해서보충설명이있어야보다근원적인답변을구할수있을듯하다.
다른동물들도서로연대하면서산다.이에비해인간은그연대의범위가넓고깊다.가령인간은태어나면서부터부모의무조건적인위함을받는데그기간과정도에서다른동물에비할바가아니다.자식양육에관한한인간처럼오래헌신적인동물은없다.그양육과정에서조부모나형제나아가이웃들의‘협력적양육CooperativeBreeding’의범위도꽤나두텁다.이때미성숙한아이가자립할수있을때까지받는이러한보살핌의정서는특별히‘사랑Love’이라는용어로정의하는게인간사회의언어관습이다.인간은누구나장기간의절대적사랑속에서성장한다.그러고그자식들은이후그스스로사랑의주체자로서사랑을실천하고나아가다시그들끼리사랑으로결속해새로운가족을이루어사랑을세습한다.
인간은사랑을통해생명을이어가고,사랑안에서그생명을사회속에서통합해왔다.인류의역사는사랑의확장과정이라할수있다.부모자식간의사랑,이성간의사랑을기반으로서로위하고아끼는사랑의감정은이웃을향하고모르는대상을향한다.인류는그사랑을기반으로한이타성과배려,협력을발휘해생존에유리한조건을만들어공존해왔다.사랑은인류를이어주는연결고리이며,인류사회를지속시키는조건이자나아가그존재의이유이기도하다.
고대그리스철학을빌리면사랑에는크게네개의층위가존재한다.첫째는상대에대해육체적이자감각적으로끌리는욕망적사랑의단계즉에로스Eros가그것이다.둘째는친구나공동체간의상호존중과애정을드러내는우정과동료애의단계즉필리아Philia,셋째는신의사랑처럼무한하고조건없는무조건적사랑의단계즉아가페Agape,넷째는부모자식간의자연적이고본능적인가족적사랑의단계즉스토르게Storge가그것이다.
사랑에이러한층위가내재돼있다해서그것이각각의것으로따로따로발현되는것은아니다.가령에로스만하더라도그것이일차적으로육체적사랑에국한하는개념이기는해도결코그것에만그치지않는다.플라톤은사랑을감각적인욕망에그치는것이아니라인간이더나은존재로나아가게하는상승적인힘,‘진리를향한열정’으로발휘된다고설명했다.마르틴부버는인간은‘나─너’의관계에서‘너’를단순한타인이아니라사랑과공감속에서마주하는인격적존재로대하면서더욱진화하는관계로나아간다고했다.에리히프롬은사랑은감정이아니라‘의지’로서‘지속적인관심과책임,존중그리고지식을수반하는것’이라했다.
부모가자식을위하는것도사랑이며,애인을구하는것도사랑이며,모르는사람에게구원의손길을보내는것도사랑이다.인간은이런사랑으로써사회를유지하고협력을통해문명을구축해사회를가꾸며살고있다.그런데동시에이런사랑의질서를위배하는다양한현상을그안에내재하고있음도부정할수없다.가정에서사회에서종족간에국가간에크고작은분쟁이일어나면서사람을살상하는일이빈번히일어나곤한다.인간이하는문학이나예술은어쩌면인류가‘사랑없는인류’로전락하는것을방지하려는전략이자보루인지도모른다.
이연주소설집『사랑의저편』은표제작인중편소설「사랑의저편」외에단편「오래머문자의비애」,「그무렵세친구」,「선미와미선」,「창밖의미래」를수록하고있다.이들은‘사랑의저편’이라는제목이시사하듯이모두‘사랑’이라는주제와밀접한관련을맺고있다.이를테면『사랑의저편』은환경파괴에따른인류종말론의암운이감도는이시기에다시금사랑의소중함을일깨우는이야기로읽힌다.

2.숙명을넘은사랑

「사랑의저편」의주인공은교수이자소설가인고악락이다.어린시절생모로부터버림을받고양부모밑에자라나그트라우마로결혼을거부하고독신으로살아온처지다.그러나그에게도사랑의추억이있었으니정미옥이바로그대상이었다.정미옥은고악락의대학2년후배로서같은학교에서교사생활을함께하면서정을나누었으나더깊은관계로진전되지않았다.다만28년뒤그학교에서만나자는약속을하고헤어진다.고악락은이후정미옥의단짝차상희로부터정미옥이이후외교관과결혼하고페루의리마로이주해살고있는것으로듣고있었다.28년뒤고악락은정미옥과약속한장소로나가는데거기에는정미옥대신정미옥의딸정사랑이나타난다.정미옥은5년전이미사망한상태이며,실은그동안에결혼한적이없음은물론한국을떠나산적도없음이밝혀진다.고악락은큰충격을받는다.게다가정미옥의딸정사랑이바로자신과의사이에서난딸임도밝혀진다.고악락은그동안정미옥을사랑해왔음을깨닫게된다.마침내두사람은영혼결혼식으로써사랑의완성을이루게된다.
고악락과정미옥은서로사랑하는사이였다.게다가어느하룻밤교분을맺었으며뒤에야알게되지만정사랑이그둘사이의딸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두사람은살아서더인연을맺지않았다.여기에는두개의숙명이개입되어있다.하나는정미옥이앓고있던치명적인질병과관련된다.정미옥은소아당뇨라는고질적인병을앓고있었으며이때문에결혼과같은일반적인관계를스스로희망하지않았다.정미옥이고악락을사랑하면서도끝내마음을열지않고,심지어딸까지얻었으면서도독신을택한것은이때문이었다.실제로정미옥은오십나이에,고악락과다시만나자는약속을지키지도못한채세상을떠난다.정미옥의이런행동은사랑이라는관점에서자신의불행을상대에게전가하지않고스스로감내한자기희생이라할만하다.이는이타의사랑즉아가페에가까울만큼성스럽다할수있다.
한편,고악락역시독신주의자로살았다.한때정미옥을깊게사랑한적이있으나용기를내지못하고그주변을얼쩡거리다돌아섰다.알고보니상대인정미옥역시도고악락주변을맴돌다돌아섰고결국둘은영원한이별로접어들었다.그결과정미옥이죽은뒤에상봉한다.그런데단하룻밤교분의결과로딸이태어나있었고그딸은이제두사람이약속한나이인28세다.스토리로보면가히숙명같은사랑이아닐수없다.정미옥이결혼을바라지않은것은소아당뇨때문이었다.반면고악락이정미옥을열렬히사랑하면서도다가가지못한까닭은생모에게버림받은상처때문인것으로보인다.그런데특별한것은어린고악락을버리고떠난생모가정미옥과거의흡사한얼굴을하고있었다는사실이다.
고악락은자신을키운양모가돌아가자수목장으로모신뒤유품을정리했다.그유품속에서뜻밖의사진을발견했다.

한눈에도정미옥이었다.이사진이왜여기에있을까.고는의아해사진첩에서빼내들여다보았다.다시봐도정미옥같았다.그러나다음순간고는움찔했다.사진뒷면모서리에자그맣게쓰인글자가눈에들어왔기때문이었다.락의생모(1969.3).푸른잉크가번진글자는양모의글씨였다.
─「사랑의저편」에서

고악락의양모가사진뒤에써놓은1969년3월은생모가고악락을절에맡긴때였다.“아직국민학교에들어가기전”이었지만,“기억속에어제처럼또렷이각인”되었다.생모는어린고악락의손목을스님에게넘기며“다섯밤자고데리러오겠다”고약속했다.그러나생모는“다섯밤의다섯번이지나도”약속을지키지않았다.그해여름,고악락은양모의손에이끌려그절을떠났다.사진은바로그때의것이었다.생모의얼굴이자신이사랑한정미옥을그대로닮아있었다는이사실은고악락의성장과정에서깊은무의식으로작동했음이분명하다.
서로사랑하는사이로서서로의곁을떠돌기만하다가이루지못한사랑이라면이는사랑의상실이라할만하다.그러나「사랑의저편」은여기서끝나지않는다,정미옥은고악락을사랑하면서도소아당뇨라는치명적인질병으로자신이오래살지못할것을알고물러선다.게다가미혼출산이라는사실을숨기기위해서거짓결혼을알리고이민을간것으로까지위장하면서였다.반면고악락은정미옥에대한간절한욕망을잠재우고스스로물러나평생을독신으로살아왔다.생모가약속하고이를저버린다섯밤,즉5자를멀리할정도로깊은트라우마를안고서다.자신의딸이생겨나있는것도정미옥이죽고나서알게되었다.그러고그둘은영혼의결혼을이룬다.

이제는돌아와포도밭앞에선동백나무연리목이되는것.그들사이엔견우와직녀를이어준은하수보다유장한소설이있었고,다섯밤과제1형당뇨가오히려그들에겐크나큰축복이었네.먼훗날,혹지나가는누군가가적승계족赤繩繫足의연리목을보고전설처럼그렇게말해주면더바랄게없고…….
─「사랑의저편」에서
적승계족赤繩繫足은혼인의인연을맺어주는일을뜻한다.전설에따르면월하노인月下老人이붉은끈을가지고다니다가인연이있는남녀가있으면그들이모르게그끈으로다리를매어놓는데,그렇게되면어떤경우라도반드시부부가된다고한다.고악락과정미옥은그렇게부부의연을맺음으로써숙명을넘어서는사랑의결실을이룬다.「사랑의저편」은이처럼일찍이사랑의버림을당한한남자가평생그상처속에살면서도그무의식속에존재하는근원적그리움으로사랑을찾은이야기라할수있다.

3.사랑의단상

「오래머문자의비애」의주인공은시인이자독립운동가인이달영이다.작중에는이미죽은인물로한공원에전신좌상동상으로세워진상태다.부잣집맏아들로태어난이달영은생전에패륜적삶으로재산을축내다급성심근경색으로사망한것으로알려졌다.당연하게도주위의원성과비난을한몸에받은인물이기도하다.그러나한세대가지난뒤그평가는180도로달라져있다.이달영이생전에행한패륜적행동이실은독립군들에게독립자금을은밀히전달하기위한위장이었음이밝혀진것이다.한사학자가이를밝혀냈고,이를바탕삼아이달영의업적이크게인정되었으며마침내그집근처의공원에동상이세워진것이다.그런데동상은그렇게세워졌으나갈수록그명분은퇴색되고있는중이다.
그동안공원관리자만도열번이상바뀌었다.지역정치인들도뻔질나게드나들며동상의가치를치켜세우곤했지만결국은모두생색내기에급급할뿐이었다.게다가동상이파수꾼으로서지키고있는공원은참으로목불인견이다.

공원은세상의축소판이다.세상에서일어나는모든일은이공원에서다일어난다고보면된다.살인,강간,상해,사기,투전,절도,음모,배신,연애,이전투구,시위.더구나겨우내움츠러들었던광기가분출하는요즘엔하루도빤한날이없다.그저께밤에는어느외국인이주노동자가동거녀를살해하고훼손한시신을이곳도린곁에유기한사건이있었고,간밤에는내가빤히보고있는눈앞에서목불인견의사건이발생했다.
─「오래머문자의비애」에서

이런공원에서동상이달영은공원에유기된고양이와친분을유지하며공원의파수꾼으로서의역할을다하려한다.그러나동상으로서실제의행동으로참여할수있는일은아무것도없다.그저환멸만느낄뿐이다.이달영이바라는것은이제자신의원고향즉무덤으로들어가는것뿐이다.
롤랑바르트는사랑하는사람을기다리는순간은고통스럽고,혼자있는시간은그자체로하나의서사라했다.「오래머문자의비애」에서독립운동가이달영의비애는이를테면‘혼자있는서사’다.그것은현실에서타락한세상에대한한없는절망의시간이지만역설적으로타락한세상을구원하려는거룩한민족애를상징한다.「오래머문자의비애」는표면적으로는‘비애’를그리지만그것은이나라이민족에대한절절한사랑의다른이름이다.
「그무렵의세친구」는코로나19가전국최초로확산되어전국적관심을받던대구를배경으로중학교동기동창인세친구키큰친구(김규식),키작은친구(이준길),살구나무집친구(땅벌영감민홍기)의우정을그린소설이다.세친구는매일공원앞와우마트에서만나자판기커피를뽑아마시는것으로하루의일과를시작하는사이였다.땅벌영감집을드나들며바둑도함께두며지내왔다.그런데어느날커피값을낼차례인땅벌영감이나타나지않아두친구가찾아가보니사망한상태다.땅벌영감사후열흘쯤지난뒤땅벌영감의자산관리인이라는인물이나타나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