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건강법

살인자의 건강법

$15.00
Description
『적의 화장법』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아멜리 노통브의 데뷔작. 르네 팔레 문학상, 알랭 푸르니에 문학상, 아카데미 프랑세즈 문학상 등을 차례로 석권하며, 프랑스 사회에 아멜리 노통브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로, 그는 살날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는다. 의사나 독자에게 신화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드는데, 인간 혐오자를 자처하는 주인공은 허위에 찬 기자들의 세속적 관심에 무참한 응징을 가한다. 자신의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은 상태에서 얼치기 인터뷰를 시도하는 문학 기자들을 잔인하기 그지없는 언변으로 차례차례 '죽여' 버리는 주인공. 그러나 다섯 번째 인터뷰가 시작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젊은 여기자 니나와 괴팍스럽기까지 한 대문호 사이에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이야기 공방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노작가의 유일한 미완성작인 『살인자의 건강법』을 앞에 놓고서는 더욱 거센 설전을 벌이게 된다. 문학작품을 관통하는 허구와 진실을 냉정하게 고찰한 작품으로, 촌철살인의 대화가 섬뜩한 긴장감을 준다.
저자

아멜리노통브

저자:아멜리노통브(AmelieNothomb,파비엔클레르노통브)
잔인함과유머가탁월하게어우러진작품으로현대프랑스문학에서커다란반향을일으킨벨기에출신의작가.본명은파비엔클레르노통브이며1967년일본고베에서태어났다.외교관이었던아버지를따라일본,중국,미국,방글라데시,미얀마,영국,라오스등지에서유년기와청소년기를보냈다.스물다섯살에발표한첫소설『살인자의건강법』(1992)이'천재의탄생'이라는비평계의찬사를받으며단번에10만부가팔리는성공을거두었다.이후발표하는작품마다화제를낳았고지금까지노통브의작품은전세계1천6백만부이상판매되었다.『두려움과떨림』(1999)이프랑스학술원소설대상을받으며작가로서의입지를굳혔고그외에도르네팔레상,알랭푸르니에상,자크샤르돈상,보카시옹상등수많은상을수상했다.20년이넘는세월동안매년거르지않고하나씩작품을발표하는것으로도유명하다.2015년벨기에왕국남작작위를받았으며,현재브뤼셀과파리를오가며작품활동을이어가고있다.최근노통브는『갈증』(2019)으로공쿠르상최종후보에오르고『첫번째피』(2021)로르노도상을수상해대중성과더불어그문학성을다시금인정받고있다.

역자:김민정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과대학원에서공부,프랑스파리제4대학에서불문학석사학위를받았다.번역한책으로『송고르왕의죽음』『오스카와장미할머니』『이브라힘할아버지와코란에핀꽃』『살인자의건강법』『제비일기』『아주긴일요일의약혼』『이백과두보』『스코르타의태양』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프랑스문단에‘아멜리노통브신드롬’을불러일으킨첫장편소설

노벨문학상수상자이기도한,대문호프레텍스타타슈는살날이두달밖에남지않았다는진단을받는다.걸어다닐수조차없을정도로살이찐추물인팔순의노작가는자신의아주특이한병-한세기전강간및살인죄로감옥살이를하던여남은명의죄수들에게서그증세가발견된뒤로는완전히자취를감추었던‘엘젠바이베르플라츠증후군’-에대단한자부심마저느끼고있다.기형적으로늘어난그의몸과작품으로인해의사나독자에게신화적인존재가되어버린타슈.한마디로연구대상인그를인터뷰하기위해전세계에서기자들이몰려든다.하지만인간혐오자를자처하는문학의거장타슈는그들중극소수에게만자신과인터뷰하는영광을누리게해준다.

소설은형태상다섯차례의인터뷰로이루어져있지만내용상으로는크게두부분으로나뉜다.하나는가식과허위에찬인터뷰이고또다른하나는그보다더욱혐오스럽고등골이오싹하지만진실의본모습을꿰뚫는인터뷰이다.허위에찬기자들의세속적관심에대해타슈는무참한응징을펼친다.타슈는자신의책을제대로읽지도않은주제에그저죽어가는유명인사를인터뷰한답시고달려온기자들을잔인하기그지없는언변(촌철살인)으로차례차례죽여버린다.대문호앞에서감히메타포에대해왈가왈부하는무뢰배와,작가의식습관이나캐려드는좀생원과진실이어떻고허위가어떻고입아프게쫑알대는얼치기문학기자들은대문호의광기어린언변앞에혼비백산한다.

하지만다섯번째인터뷰가시작되면서상황은반전된다.타슈의작품을한권도빼놓지않고다읽은젊은여기자니나는괴팍스럽기까지한대문호와한치의양보도없는설전을벌인다.특히작가와기자간의불꽃튀는이야기의공방은노작가의유일한미완성작인『살인자의건강법』을앞에놓고더욱거세어진다.

잔인함과파렴치함,그리고그모든것을감싸는모호함으로점철되던두사람의촌철살인의대화중에실제살인의추억에대한이야기가놀라운반전속에그모습을드러낸다.놀라운것은그것이문학적메타포나상징이아니라는것이다.

글쓰기광아멜리노통브와함께지옥같은,그러나매혹적인대화의늪속으로빠져들다보면우리는어느덧문학작품을관통하고있는허구와진실에대해냉정하게고찰하고있는자신의모습(또하나의살인자)을발견하게된다.그리고이것은쉽게경험할수없는문학적충격이될것이다.

아멜리노통브의작가인터뷰

첫소설부터문학계를비판하는글을쓰시다니너무하신거아닌가요?
제가겁도없이그렇게한건문학계에대해전혀아는게없었기때문이에요.출판사사람들이며작가들이며알고보니정말좋은사람들이더군요.진작에알았더라면이런글은안썼을텐데!사실난작가가될생각이없었어요.아버지가일본주재외교관이었던덕에전일본어에능통했고그래서비즈니스통역가가되기로했지요.하지만일본에서일하는게쉬운일이아니더군요.직업상뼈저린좌절감을맛본뒤에서랍속에쌓여있는원고뭉치에생각이미쳤지요.전열일곱살때부터소일거리삼아쭉글을써오고있었답니다.그중의하나를출판사에보냈고그래서이렇게된거예요.

서랍속에원고가많으신가봐요?
이소설이제첫소설이라고들하지만사실은열한번째랍니다.전대학에서문헌학*을전공했어요.문헌학과는벨기에하고독일의대학에만개설된학과지요.니체도문헌학을전공했다지요.니체하고전공이같다니대단하죠!대학다닐때친구들과소설쓰기놀이를곧잘하곤했는데,그버릇이밴탓인지계속글을쓰게됐어요.

*문헌학은각종문헌에대한비평적분석을통해언어를탐구하는학문이다.아멜리노통브는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등을망라하는로망어문헌학을전공했다.

소설속에서프레텍스타타슈가책이며작가며기자며여자에대해이런저런말들을하는데,그의생각에동의하시나요?
여자들에대해서그가한말은절대로용서못해요.하지만대부분은타슈는제생각을대변하고있지요.저도타슈처럼메타포를싫어하고셀린이며패트리셔하이스미스같은작가를좋아한답니다.

메타포를싫어하시는군요.대학에서시험볼때메타포때문에골머리를앓았던기억이라도있으신지?
수사학에는메타포말고도다른게많은데다들메타포에대해서만이야기하는게싫었어요.게다가메타포라는건너무안이하잖아요.전대학에서공부할때동사에더관심이많았어요.제학부졸업논문의제목은『베르나노스*의소설속에나타난타동사의자동사화』였답니다.프레텍스타타슈의소설제목같죠?베르나노스의소설을읽다보니,작가가형이상학적사고를직접적으로표현하지않고문장구조를통해간접적으로보여주고있다는생각이들더군요.특히동사를통해서요.동사가목적어를갖느냐갖지않느냐는인생에있어,문학에있어,목표를갖느냐갖지않느냐하는것하고상응하는것아니겠어요?제생각에셀린은타동사화에주력했던사람이고베르나노스는자동사화에주력했던사람인것같아요.

*GeorgesBernanos(1888~1948),프랑스소설가.『시골사제의일기』등의작품을통해현대종교의허위를폭로하고,증오와죄악이난무하는현대사회에서인간의성성(聖性)과악마성이격렬하게대립하는양상을그렸다.레지스탕스의선구자로존경받고있다.

기자들을별로좋아하지않으시는것같던데……
천만에요.전소설을대화체로구성하려했기때문에,대화라는양식에걸맞은등장인물들이필요했을뿐이에요.언론계를비난하려한게아니었어요.결과적으로는그렇게되어버렸지만요.책을출판하게되자,기자들이가만히있지않겠구나하는생각이들더군요.그사람들은소설속기자들이실제와다르다고지적했어요.어떤이는이렇게말했지요.“말도안돼요,네사람모두각기다른질문을하다니!”

왜노벨문학상수상자를주인공으로설정했나요?
전정말별볼일없는사람이거든요.그러니이왕가상의인물을만들어낼바에야나랑완전히딴판인인물을만들어내야겠다고생각한거예요.남자이고늙었고아주유명한사람.

프레텍스타타슈는엘젠바이베르플라츠증후군에걸렸는데,이병은실존하는병인가요?
아,아니에요.브뤼셀사람이라면누구나알아들을수있는말장난일뿐이에요.우리브뤼셀사람들이감자튀김을사서먹곤하는아주지저분한광장의이름을독일식으로바꾼거랍니다.내고장사람들에대한내나름의인사죠뭐.왜연골에관한병을생각해냈느냐고요?그건제연골조직이아주특이하기때문이죠.전엄지를180도로꺾을수가있답니다.제나이가한예순쯤되면연골때문에고생깨나하겠지만지금으로선정말재미있어요.

이소설을120시간만에써냈다고하셨지요.퇴고같은것도하지않으셨나요?
1991년1월14일부터3월11일까지40일간120시간에걸쳐썼죠.전절대퇴고같은건하지않아요.그래서제게글쓰기는도박과같답니다.단번에잘써지지않으면실패한거죠.그럼다음번을기약하면되고요.글을빨리쓰는건문장의호흡이끊어지지않게하기위해서예요.

프레텍스타타슈는스물두권의소설을출판한것으로되어있지요.혹시그스물두권의소설들은직접쓰신것아닌가요?
하하,맞아요.그제목들*을인용하면서얼마나즐겁던지.사실『살인자의건강법』은그소설들을소개하기위해쓴것이라해도과언이아니랍니다.그리고그것들을통해서타슈의비밀이서서히밝혀지잖아요.그부분을단숨에써내려가면서낡아빠진기계를술술굴리는듯한느낌을받았답니다.정말즐거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