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창

후창

$12.00
Type: 현대시
SKU: 9791193001929
Categories: ALL BOOKS
Description
시는 꿈속의 꿈-찰나와 영원에 대한 명상
비움이 채움이라고 깨우치는 역설의 화엄
이태수 시인이 스물네 번째 시집 『후창』(문학세계사)을 냈다. 「함월산含月山」, 「달 판타지아」, 「적멸궁 한 채」, 「풍경, 늦가을 황혼」, 「수선화 필 무렵」, 「지금 여기 2」, 「후창後唱」, 「오래된 탁상시계」, 「맥문동꽃」 등 시집 『마음의 길』 이후의 시 78편을 실었다. 그의 시어들이 펼쳐 보이는 시적 공간은 꿈의 공간 그 자체이다. 삶이 곧 꿈이고 시는 그 꿈속의 꿈이며, 비움이 곧 채움이라고 깨우치는 시인은 찰나와 영원에 대한 명상으로 가역성을 내포한 대상들이 지니는 역동적 힘이 확대돼 조화와 생성의 철학, 궁극적으로는 화엄의 사상에까지 이른다.
저자

이태수

저자:이태수
1947년경북의성에서태어났으며,1974년《현대문학》을통해등단했다.시집『마음의길』,『은파』,『먼여로』,『유리벽안팎』,『나를찾아가다』,『담박하게정갈하게』,『꿈꾸는나라로』,『유리창이쪽』,『내가나에게』,『거울이나를본다』,『따뜻한적막』,『침묵의결』,『침묵의푸른이랑』,『회화나무그늘』,『이슬방울또는얼음꽃』,『내마음의풍란』,『안동시편』,『그의집은둥글다』,『꿈속의사닥다리』,『안보이는너의손바닥위에』,『물속의푸른방』,『우울한비상의꿈』,『그림자의그늘』과시선집『잠깐꾸는꿈같이』,『먼불빛』,육필시집『유등연지』,시론집『예지와관용』,『현실과초월』,『응시와관조』,『성찰과동경』,『여성시의표정』,『대구현대시의지형도』등을냈다.한국시인협회상,상화시인상,천상병시문학상,한국가톨릭문학상,동서문학상,대구시문화상(문학),대구예술대상,예술가곡대상,대구미술메세나상등을수상했으며,매일신문논설주간,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부회장,대구한의대겸임교수등을지냈다.

목차


함월산含月山_12/속달항아리_14/달판타지아_16/주월사住月寺_18//초승달,그믐달_20/청잣빛하늘_21/가을나무_22/풍경,늦가을황혼_23/적멸궁한채_24/청단풍한잎_25/까치밥하나_26/첫눈을기다리며_27/나무의겨울나기_28/겨울나기_30/크리스마스무렵_31/포인세티아_32/남천울타리_33/겨울화살나무_34/한겨울망중한_35/한겨울어느날_36


어느날아침_40/기억이나를들여다본다_42/반반_44/나는기다린다_46/수수꽃다리엽흔葉痕_48/잎눈,꽃눈_49/수선화필무렵_50/꽃무릇_52/어제_54/오늘_55/어제오늘내일_56/나는여기남고_57/지금여기2_58/별밤1_59/별밤2_60/첫새벽_61/정념情念_62/그림자_63/길을달리면서_64/그리움저편에서_66


만남,나와나_70/작은꿈_72/빈항아리_73/이상향_74/먼나라_75/정적靜寂_76/부활절아침_77/노트르담의청동수탉_78/반가사유상_79/절벽위의부처_80/열암곡부처_81/서출지書出池까마귀_82/숲속의나무_84/앞뜰의소나무_85/후창後唱_86/오래된탁상시계_87/우주와나2_88/우주와나3_89/착각,환상_90/방하착放下著_91


산수유마을_94/막내아우_96/한겨울바람-누이영주에게_98/이수형_100/옛술친구_101/술친구생각1_102/술친구생각2_103/뜬구름1_104/뜬구름2_105/뜬구름3_106/맥문동꽃_107/그녀의눈물방울_108/미묵眉墨_109/명태_110/아는척에대해_112/나의언덕_114/시를쓰면서_115/나의시법詩法_116

|해설|박진임(문학평론가)-물소리안고가는적멸궁한채_119

출판사 서평

이태수시인은삶이곧꿈이고시는그꿈속의꿈이라는것을선명하게깨우쳐준다.꿈만이고단한우리의삶을견뎌가게하며,꿈꾸는자만이경직된사유를넘어서서유연하게넘나들수있는존재임을보여준다.그의시어들이펼쳐보이는시적공간은꿈의공간그자체이며,이제3행성에서는시간도고유한방식을지닌채흐르면서시인의삶과꿈을매끈하게봉합한다.시인의텍스트내부를구성하는꿈의시공간은한편으로는삶과예술에대한그의철학을반영한다.찰나와영원에대한명상,즉찰나에서영원을보고영원에서찰나를다시찾는자세는조화와생성을존중하며물상들이서로기대고어우러지는모습에서역동적인역易의힘을찾는다.
해설을통해문학평론가박진임은“시인의텍스트를채우고있는,가역성을내포한대상들이지니는역동적힘은보다확대되어조화와생성의철학으로연결되고궁극적으로는화엄의사상에까지이른다”라며,“비우는것이곧채움이라는것을알고,길이이끄는길을나서는삶,그발걸음마다마주치게되는세상의풍경과물상들속에서때로는겸손을,때로는허무를,또때로는소중한기억을찾아내며멈춤없이길을가는모습이이태수시인의모습”이라고풀이했다.

1.삶이잠깐꾸는꿈이라면시는그꿈속의꿈

이태수시인은아침에꿈에서깨어나도그꿈이연장된공간으로현실을바라본다.꿈에서처럼세상을보고또그꿈의장면들을직접다시연출하듯하루하루살아가는듯해서삶이곧한편의시라고믿으며시의나라로스스로망명해간시인이라고불러도좋을것같다.
미국시인월리스스티븐스WallaceStevens는시인과작가는상상력을제3의행성으로여기는사람이며,상상력의힘으로이광활한우주공간속에새로운행성하나를창조해내고그행성의낯선공간속으로독자들을이주시키는개척자라고보았다.문학비평가헬렌벤들러HelenVendler는“상상력의빛속에서는하나의풍경도또다른제3의풍경으로나타난다”고주장하며,독자는시인이건설한새로운세상의빛으로사물을보게된다고이른다.
스티븐스와벤들러가일컫는상상력은이태수시인에게는꿈이라는단어로다가온다.시인은꿈으로이루어진새로운왕국에머물면서독자를손님으로맞는다.그의시를읽는독자들만이시인이꾸는꿈속공간으로초대받는특권을누리게된다.마치정중한옷차림을한신사가마차에서내려흰장갑낀손을내밀면귀부인이그손을잡고빛나는황금마차에올라타고함께길을떠나는것과같다.꿈보다현실을더소중히여기는사람들은아마도마차에올라타지않을것이며오로지꿈의소중함을아는이들만이그고귀한시간대를향유할것이다.
이태수시인의시어들이펼쳐보이는시적공간은과연꿈의공간그자체이다.시인은아침이나저녁이나산책하고배회하며흘러간시간의기억을쓰고다가올날에대한기대를쓴다.살펴보면이태수시인은일관되게제3의행성에머물러온시인이라할수있다.
그동안펴낸시집의제목들은시인이한결같이꿈의공간속에머물며꿈속의꿈을그려왔음을보여준다.1979년의『그림자의그늘』,『우울한비상의꿈』,『물속의푸른방』,『꿈속의사닥다리』등이그렇다.『거울이나를본다』에등장하는거울또한꿈의다른이름으로읽힌다.현실에서의거울은사람의모습을반영하는매체이지만이태수시인은오히려그거울이시인자신을응시한다고노래했다.그리하여거울이라는객체와시적화자인주체의자리가뒤바뀌고있는공간을형성해냈다.그공간에서거울은무심한대상이기를멈추고시인과영혼의대화를나누는인격체로새롭게태어난다.사물이숨을쉬며말을걸어오는나라,그것도바라보는자의모습을그대로솔직하게보여주면서긴밀한대화를소망하는존재로거울이등장하고있다.
최근의시선집『잠깐꾸는꿈같이』는그의꿈이지니는현재적의미를명료하게드러내는것으로보인다.삶이꿈이고꿈이삶이며시는꿈을꾸듯삶을살아가는시인이꿈속에서다시꾸는꿈일뿐,그밖에달리무엇이겠는가하고시인은묻고있다.“잠깐꾸는꿈”구절은그처럼우리삶의유한성을지시한다.시인은진정소중한것은그러한삶의한계너머에존재하는꿈의꿈이라고이른다.그러므로꿈혹은꿈속의꿈이라는주제어는그의시세계전반을설명하는소중한시어라할수있다.
이번시집에서도이태수시인의꿈은새롭게모습을바꾸어나타난다.시인은꿈만이고단한우리의삶을견뎌가게하는것이며꿈꾸는자만이경직된사유를넘어서서유연하게넘나들수있는존재임을보여준다.「작은꿈」은하나의꿈에서또하나의꿈으로이어지는꿈의세계가이태수시인이거하는나라임을다시한번확인하게한다.

나는이슬방울같은거겠지요
풀잎에맺혔다가때가되면
기화하거나흘러내리고마는이슬방울

나도맑고깨끗하게글썽이려꿈꾸다가
때가되면미련마저버리고
여기에서떠나야만할테지요

나는꿈꾸는이슬방울과같고
이곳은하나의풀잎같으니
이풀잎은단한번의내우주이겠지요

나는작지만명징하게반짝이다가는
한방울풀잎위의이슬방울
꿈꾸며글썽이다그꿈에드는,
―「작은꿈」전문

이시에서풀잎과이슬은곧이태수시인의꿈의자취이며흔적이라할수있다.시인은이땅의이름없는풀잎하나를“내우주”라부르고그풀잎위에잠시머물면서반짝이는작은이슬방울하나로자신의존재의미를드러내고있다.풀잎이시인의세계이며이슬이자신의분신이라고노래하는것이다.풀잎과이슬이라는,그토록사소한대상들이세계와자아의상징이되는곳에이태수시인은여전히,오래도록머물고있다.처음부터그러했듯여전히“꿈꾸며글썽이다그꿈에드는”모습을보여준다.꿈에서꿈으로이어지는꿈길의궤도가선연히떠오른다.「작은꿈」에이르러서이태수시인고유의꿈의시학이마침내이른곳을찾아볼수있다.

2.꿈혹은제3행성의시간과역설의미학

이태수시인의제3행성에서는시간도고유한방식을지닌채흐르면서시인의삶과꿈을매끈하게봉합한다.일반적인시간이과거,현재,미래의순서로흐르는반면꿈의공간에서는그러한선조적양상이사라지고서로뒤섞이고엉킨다.마치피카소의그림에서보이는조각난형상들처럼불연속적으로연결된다.
일찍이아리스토텔레스는『시학』에서시간개념을빌려이야기의정체를규명한바있다.선조적형태로진행되는시간의흐름을분절하면서텍스트의완결성을강조한아리스토텔레스의시간관이인류가지닌시학의초기모습이라할수있다.그러나이태수시인의텍스트는아리스토텔레스시학의대척점에서전개되고있다.문학평론가박진임은“시작도끝도특정하기어려운꿈의시간대를제시하고,선조적인사유방식에적극적으로의문을보내면서자신의텍스트를전개한다”라며,“시작과끝이분절되지않는시간대와선조적인진행을거부하고역진하거나순환하는시간대가그의텍스트를지배한다”고풀이한다.
이태수시인의제3행성에서시간은그처럼단속적으로전개되고있으며바로그점이이태수텍스트의고유성을담보하는요소들중의하나이기도하다.「오래된탁상시계」는이태수시의고유한텍스트성,그공간과시간의미학을상징적으로드러내는시편이라할수있다.

책상의자에앉아졸다가깨다하다가

탁상시계를보니가다가말다가한다

시간은같은걸음으로만가겠지만

가다가말다가하고졸다가깨다가하니

시간이나의것이되는것도같다

탁상시계도나와보조를맞추는걸까

가도그만가지않아도그만인가보다
―「오래된탁상시계」전문
실용과효용이지배하는공간,즉선조적시간대를숭상하는공간에는오래된시계를위한자리가없다.시계는시간의흐름을정확하게지시하는것이그본질적기능이다.그러나그오래된시계가시인이거주하는특이한공간,이를테면제3의행성인꿈의공간에서는매우적절한역할수행을한다.“가도그만가지않아도그만”인그런시간대를시인이향유하면서꿈꾸기를지속하고있기때문이다.오히려“가다가말다가하고졸다가깨다가하니”라는구절에서보듯그시계는시인의꿈의속도와보조를맞추면서시인의불연속적시간성과비선조적시간대를가장정확하게보여주는장치로변모해있다.
시인또한“시간이나의것이되는것도같다”고시계의존재의미를긍정한다.시인이선조적시간의공식에이끌리는수동적존재가되기를거부하고자신만의꿈의공간에스스로를유폐할때,오래된시계가그의동반자가되고있음을볼수있다.오래된시계는기꺼이시인이지닌삶의소품들을지게에지고먼저길을나서고있다.그리하여시인이지닌고유한꿈의시간이진정그의것이될수있도록돕는다.
충직한동반자를곁에두고걷고있는시인의발걸음이가벼워보인다.현실에서는버림받는오래된시계가시인이전유한꿈의시간대를온전한그의시간으로변화시키는소중한존재로변해있는것을볼수있다.가다말다,멈추었다가다시가곤하는시곗바늘이야말로,현실과몽상사이,길떠남과멈춤사이,경험과추억사이를넘나들면서가다가는멈추고멈추는가하면다시가는시적화자의불연속적시간대를그대로지시하고있다.
이태수시인의시세계에서는시간이비선조성을지닌것이듯공간도이항대립의구조를거부하는공간이다.상상력의제3행성은역설의공간이기도하다.그나라에서는어떤대상도견고하게유지되거나고착되어있지않고,서로열려있으며순환하고흐른다.문학평론가박진임은“그처럼이태수시인의텍스트내부를구성하는꿈의시공간은한편으로는삶과예술에대한그의철학을반영하는것이기도하다”라며,“앎과모름사이,찰나와영원사이,있음과없음사이의경계가그다지견고하지않음을보여주면서이태수시인은거뜬히그경계를넘어서거나그분절점위에서는텍스트를제시하곤한다”고보고있다.
이를테면「아는척에대해」에서는지知와부지不知의경계가무너지고,「지금여기2」에서는찰나와영원이서로어우러진다.「겨울나기」에서는존재와부재의이분법을넘어서는비움의의미가새롭게드러난다.「첫눈을기다리며」에서는침묵과발화사이의구별이흐려지면서침묵과발화의의미가다시정의되기도한다.「빈항아리」와「속달항아리」에서는비움과채움이서로맞서는것이아니라상호의존성을지닌개념임을천명하기도한다.비움과채움이서로그러안고대화를나누는모습을비어있는항아리에서발견할수있다.

여기지금은언제나한순간이다

여기그대로있어도지금은떠난다
지금이대로있어도여기는바뀌고만다

지금은영원속의찰나지만
이찰나는여기의영원이다

여기는영원속한순간만머무는데지만
영원이찰나를품어안기때문이다

지금여기는찰나이자영원이다
―「지금여기2」전문

「지금여기2」에서는찰나가영원이고영원이찰나가되는역설아닌역설을발견할수있다.그역설은역설아닌역설이며역설너머의역설이라할수있다.찰나가모여영원이되고찰나속에는영원의씨앗이묻혀있는것이므로찰나가영원이라는말은곧그대로진실이기도한것이다.그처럼찰나와영원에대한시인의명상,즉찰나에서영원을보고영원에서찰나를다시찾는자세는이태수시인의철학을드러내보여주는것이기도하다.이태수시인은조화와생성을존중하며물상들이서로기대고어우러지는모습에서역동적인역易의힘을찾는다.「겨울나기」는비움이곧채움이고채움이다시비움이되는,변화의역동적역易을선명하게보여주는텍스트이다.

겨울이깊어가는길목에서서
온갖기억을지우고비운다

떨칠것을다떨쳐버린나무들사이
금강송한그루독야청청
몸도마음도바꾸지않고서있다
나를내려다보는것같고
잎새떨친나무를둘러보는것같다
겨울나기의마음깊숙이에
금강송한그루들이고싶다
온갖기억을다비우고지우더라도
오랜꿈은초심같이예그대로
그러안은채가꾸고싶다
찬바람이불고눈보라칠지라도
기억의빈터에는새꿈을돋우면서
―「겨울나기」전문

시인은잎을다떨어내고홀로서는겨울나무로부터비움의철학을배운다.그빈자리에서새꿈이새롭게돋아날것임을알기에비우고서다시꿈꾸기를계속하는것이다.마찬가지로「첫눈을기다리며」에서시인은발화와침묵사이의경계를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