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파먹은 밥 (박숙이 시집)

웃음이 파먹은 밥 (박숙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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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분방하고 발랄한 해학, 사투리 구사의 묘미
대구에서 활동하는 박숙이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웃음이 파먹은 밥’(문학세계사)을 발간했다. ‘세발낙지’, ‘장물 종재기 같이’, ‘참깨 다발’, ‘겉절이 여자’, ‘서리고 서리어’, ‘거울 속의 여자’, ‘국화빵’, ‘동백의 이별법’, ‘양파’ 등 67편을 실었다.

흐드러진 봄 속에서 밥을 먹습니다
보고 싶었던 알곡의 마음
밥에 섞여 찰집니다
돌미나리, 달래, 유채 나물,
청춘의 그녀처럼
야리야리한 생 속의 맛이 아삭거립니다
이심전심으로 간이 밴
몸 포갠 콩잎을 서로서로 떼어주며,
다른 데 가서는 절대 떼어주지 말라며,
맛있는 농담을 한 쌈 이쁘게도 쌉니다
햇살이 창가로 다가와 연인을 집중 비춥니다
밥 한 그릇을 웃음이 다 파먹도록
두 사람은 깔깔깔 아예 모르고 있습니다
-‘웃음이 파먹은 밥’ 전문

구어체의 토속적인 사투리 구사가 향토적 정서를 감칠맛 나게 하는 데다 웃지만 못 할 특유의 해학을 거느리는 그의 시는 다소 관능적이고 도발적인 듯한 발상과 상상력도 시적 묘미와 읽는 재미까지 북돋운다.
‘첫물은 사위도 안 준다는/애리애리한 봄 정구지 한 단을 사와가/이 친구 저 친구 생각하미 찌짐을 부친다”라고 시작되는 ’장물 종재기 같이‘는 부추전이 노릇노릇하게 잘 굽히고 잘 뒤집히자 “아따, 인생도 이리 한 번 후딱 뒤집히져 봤시면”이라며, 삶이 녹록지 않은 한 친구 생각을 절절하게 떠올린다. 시 ‘그녀’에서도 ‘택도 없는 소리제’, ‘구시하다 카이’, ‘불러쌌지럴’ 등 사투리의 친근한 어법과 지기들을 향한 인정을 발산한다.
일련의 시편들은 옛 추억과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에 주어지면서 연민과 회한의 서정을 애틋하게 떠올리는가 하면, 자성적 시각으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한편 바라는 바의 시를 향한 열망과 고뇌, 자긍심과 결기를 감칠맛 나게 시화해 보이기도 한다.
이태수 시인은 해설에서 “분방하고 발랄한 박숙이 시인의 시에는 해학과 희화적인 비유, 넘쳐나는 입담이 두드러진다”라며, “해학 속에도 그 저류에는 삶의 파토스와 이를 뛰어넘으려는 지혜와 사람들에게 나누고 베풀려 하는 질박한 인간애가 관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북 의성 출신인 박숙이 시인은 199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고 1999년 계간 문예지 ‘시안’에 시가 당선돼 등단했다. 시집 ‘활짝’, ‘하마터면 익을 뻔했네’를 발간했으며, 대구문학상, 서정주문학상, ‘대구문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저자

박숙이

시인
경북의성에서출생,1992년상화시백일장장원(대구문인협회입회특전),1998년매일신문신춘문예동시당선,1999년계간문예지《시안》으로등단했다.시집『활짝』,『하마터면익을뻔했네』를냈으며,대구문학상,서정주문학상,《대구문학》작품상을수상했다.한국문인협회회원,한국시인협회회원,대구문인대사전편집위원이며,2026년대구문예진흥원창작지원금을수혜했다.

목차


웃음이파먹은밥______12
물속의축구______13
벚꽃그늘아래서______14
섬에서쓴편지______16
세발낙지______18
장물종재기같이______20
수제비______22
살구나무아래서______23
온몸이게처럼빨개져______24
묶인배______25
청맹과니______26
이런여자______27
야성녀______28
하얀수건의체취______30
뒷모습______32
움트다______34


그녀______36
샘집일화______38
겉절이여자______40
참깨다발______41
기차앞에서기차대______42
사냥꾼______45
뜸의시간______46
슬도에바람불다______48
어느역에서내릴지______49
복사꽃속에서______50
서리고서리어______51
그하루______52
캄캄할때______54
삭이다______55
평상______56
에스프레소______58
잘자______60


저울질______62
복지사의일기日記______64
봄날에______66
빈까치집______67
거울속의여자______68
그겨울강가에서______70
가을은바람에휘날리고______72
고향길을걷다______74
들뜬것들______76
다우네______77
허물한벌______78
이미테이션______79
국화빵______80
드라이플라워______82
눈동자______83
생각이다른하늘______84
사랑______85
비슬산참꽃축제______86


노송______88
봄눈______89
콩이파리______90
웅덩이______91
갈대밭에서1______92
그후______93
매화______94
초승달1______95
서식지______96
어항______97
맞받아치다______98
동백의이별법______99
봄이다가겠다______100
산불______101
양파______102
큰여자______103

│해설│이태수
분방한해학과사투리구사의묘미______105

출판사 서평

자유분방하고발랄한해학
사투리구사의시적묘미

분방하고발랄한박숙이시인의시에는해학과희화적인비유,넘쳐나는입담이두드러진다.빈발하는토속적인사투리와다소도발적인듯한관능적언어구사는마력과도같은특유의정서공간을빚는활력소가되고있다.적잖은일련의시들은진솔하면서도거침없는발상과연상적인상상력에날개를다는한편으로는사물에감정을이입해가까이끌어당기면서의인화하는비유법이구사되고있어그만의개성이강화되고,독특한시적묘미와읽는재미까지북돋운다.
그런가하면,해학속에도그저류에는삶의파토스와이를뛰어넘으려는지혜와사람들에게나누고베풀려하는질박한인간애가관류하고있다.또한일련의시편들은옛추억과어머니를중심으로한가족사에주어지면서연민과회한의서정을애틋하게떠올리고있으며,자성적시각으로더나은삶을추구하는한편바라는바의시를향한열망과고뇌,자긍심과결기들도감칠맛나게시화해보인다.
박숙이시인의시는우선재미있게읽힌다.구어체의토속적인사투리구사가향토적정서를감칠맛나게하는데다웃지만못할특유의해학을대동하고있기때문이다.게다가그해학에는삶의애환과지혜가스미거나저며있으며,보통사람(서민)들의인정과인간애가질박하게자리매김하고있어시인의그런마음자리를엿보게되기도한다.
“첫물은사위도안준다는/애리애리한봄정구지한단을사와가/이친구저친구생각하미찌짐을부친다”라고시작되는「장물종재기같이」는부추전을부치면서떠오르는생각들을그만의감성과언어감각으로빚어보인다.부추전이노릇노릇하게잘굽히고잘뒤집히자“아따,인생도이리한번후딱뒤집히져봤시면”이라며,삶이녹록지않은한친구생각을절절하게떠올린다.

종재기에찍어먹을초장을만드는데
어인일로장물종재기같이생이짜라빠진친구가
퍼뜩떠오르는기라
전화를걸어뜨실때먹거러퍼뜩뛰어온나카이
비도오고해서재미로점백원짜리화투치고자빠졌다카네
야야,화투판뒤집고퍼뜩온나캐놓고
전화를끊고가마이생각해보이끼내
새끼대이처럼밸밸꼬인니인생도마
전뒤집듯,화투판뒤집듯,
확뒤집어엎어버렸으면안좋것나이문디팔자야
-「장물종재기같이」부분

‘정구지’(부추),‘생각하미’(생각하며),‘사와가’(사와서),‘찌짐’(전),‘봤시면’(봤으면),‘종재기’(종지),‘짜라빠진’(많이찌들은),‘퍼뜩’(빨리),‘기라’(거라),‘뜨실’(따뜻할),‘뛰어온나’(뛰어오라),‘자빠졌다’(넘어졌다),‘카네’(하네),‘캐놓고’(해놓고),‘가마이’(가만이),‘보이끼내’(보니까),‘새끼대이’(새끼줄),‘문디팔자’(좋지않은팔자)등토속적인경상도(의성)사투리들이그대로구사돼토속적인시적묘미가돋보이는이시는한친구를향한삶의비애와그반전을바라는심경의극대화에다름아니다.
마지막연에서는그심경을“짜라빠진장물종재기같이앞뒤가희망없이까만기(까만게)/생감자씹은듯내가심(가슴)에아려와서는/찌짐한쪼가리입에뚝띠(떼어)넣는데고마(그만)/눈물을뚝뚝뚝,쏙빼놓고마는기라(거라)”라고,인정이넘치는휴머니티를질박하게쏟아낸다.
‘그녀=나’로봐도좋을시「그녀」도사투리구사와해학의묘미는유사하지만,자기희화화를통해소탈하게열린마음으로인정베풀기를좋아하는자신의속내를은근하게보여준다.이시앞부분의첫연에서는자신이가진게많아서거나예쁘지도않은데사람들이따라붙는까닭이꾸미지않고활짝열려있는마음이호박범벅처럼구수하기때문이라고자가진단하고있으며,둘째연에서는음식끝에정난다며칼국수와비빔밥으로주위의여러사람들을집으로불러들이기때문이라고한다.
특히“택(턱)도없는소리제(지)”,“구시하다카이”(구스하다니까),“불러쌌지럴(자꾸부르지)”등구어체사투리의친근한어법과지기들을향한인정발산은이시인특유의정서가아닐수없으며,궂은날과뜨끈한칼국시(칼국수),“비빔밥에숟가락여럿쿡꽂아놓고”와“여럿이묵는(먹는)기(게)꿀맛이라미(이라며)”는마음자리는그런분위기를한껏돋우어준다.더구나그다음문맥에서는해학이그야말로점입가경이다.

오죽하면서문시장뻐스안까지꿀벌한마리가따라붙어
무임승차했다아이가
후치고올것이제벌을달고왔다며,그녀를흘겨보며
뻐스안이난리도아니었는지뭐,
더배창시곧춘건

그저께부녀회모임때그러더라
내입은옷몽땅얼매인지아나
꽃무늬몸빼이삼천원에냉장고티싸스삼천원,
걸친거다털어도만원도안되는인생이라고,
밤에빨아툭털어널어도아침이면뽀송한인생이라고,
-「그녀」부분

서문시장으로가는버스안까지따라들어온꿀벌한마리를두고도무임승차라는등특유의너스레를떤다.승객들이쫓지않은채달고왔다고생각하는것처럼자기힐난까지도불사한다.이“배창시(창자)곧춘”(크게웃기는)것보다도더욱웃기는건입고있는옷을빗댄몇대목이다.몸빼바지삼천원,티셔츠삼천원등입은옷의값이모두가만원도안되고“밤에빨아툭털어널어도아침이면뽀송한인생”이라는것이다.가진게별로없어도활짝열려있고구수한마음만은소중한재산이라‘뽀송한인생’이라는이야기가아닐는지.과장법이라하더라도특유의유쾌한과장법이다.
박숙이시인의시는질퍽한사투리구사못잖게감각적인묘사와비유법,다소관능적이고도발적인듯한발상과상상력도시적묘미를북돋운다.시「겉절이여자」에서시인은“가을이은은히깔린/숲속찻집에/나름대로잘숙성된여자와/겉절이처럼파닥파닥한여자가/핸드드립커피를마시고있다”면서,마주앉은여자는풍미가깊지만“그녀의숙성앞에서나는노란배춧잎처럼아삭거린다”고자신을‘겉절이여자’에비유한다.
그러나그런자신과마주앉은여자는뭉게구름같은미소를지으며“식초와레몬에갓버무린생각들이/숨죽지않아싱싱하다고웃음의한접시로리필한다”라고,한번더‘숙성된모습’과상대를배려하는아량을치켜보인다.이대목에서도시인의겸양지덕이자리잡은마음자리를엿볼수있다.다소도발적인듯하면서도역시자신을낮추어성찰하는「양파」는어떠한가.

아,잠깐만요
나를벗기려고요?

속속들이다알고나면
그대가많은눈물을흘릴텐데
그래도괜찮은지요?

원망하지는않을는지요

미안하네요
껍데기뿐인삶에다가
맵찬기질뿐이어서,
-「양파」전문

양파와자신의동질성에착안한듯한이시는양파의속성을통해자신의기질을완곡하게시사한다.여자를벗긴다는다소도발적인발상을하고,‘껍데기뿐인삶’이라는삶의파토스를비유적인어법으로떠올리면서기실은‘맵찬기질’을강조해보이는것같기때문이다.더구나자신을속속들이알려고하면그과정에서‘맵찬기질뿐’이어서눈물을흘리거나원망할수도있어미안하다거나‘껍데기뿐인삶’에대한겸허한자기성찰에눈을돌리기도해시인의마음자리가들여다보인다.
이시는감각적인묘사와다소도발적인발상과상상력이시적묘미를돋보이게하고매력또한증폭시키고있으나「살구나무아래서」는미각(감각)이부르는연상을끌어들이고,사물의의인화나비약적인비유의상상력을구사해또다른매력을만들어낸다.
「살구나무아래서」에서는“발밤발밤마실(마을)을산책”한다거나“내발자국을붙잡으며축늘어진다”,“마파람에게눈감추듯다먹어치웠다”라는언어감각이라든가“만삭의살구나무”나“임부처럼뱃살이튼노란살구”라고살구와살구나무에감정이입을하는의인화기법,살구맛같이“옛생각을새콤달콤하게하”는감각의관념화와연상의묘미,그살구나무를“훌쩍장성한내아이만같아서”라면서아이를잉태했을때살구를스무개나먹던때도소환하면서살구나무에경배하듯마냥멈춰서는모습등도예사롭게보이지는않는다.
그런가하면,「온몸이게처럼빨개져」에서는남해의개펄에서게가옆눈으로자기를보고빠른속도로몸을숨기는걸보면서“첫마음이었던나도그땐그랬었지/저만치좋아하는이가내앞에점점다가왔을때/온몸이게처럼빨개져/구멍속으로부리나케숨어버렸지”라고옛날의자신을떠올리며“숨어발소리가만,엿듣고있었지”라고속내를내비쳐보이기도한다.빨간게가좋아하는사람이다가왔을때의자신모습을상기하면서수줍음과내숭을색깔로표현한경우일것이다.
그렇다면그이후의시인은어떤여자로바뀌었을까.“몇번이나가본길도잘모르는,/여직,폰뱅킹도할줄모르는,/만원짜리다발돈백만원도잘못세는,/주문키보드도눌려본적이없는,”(「이런여자」)아날로그적여자이기도하지만,“비슬산참꽃처럼본연의색을확연히드러내는,/슬픔을슬픔이라말하지않는”(같은시)활달하고사리판단을지혜롭게하는여자다.

한자리에앉아
새콤달콤한홍옥아홉개를바삭대는암컷,
여린살구스무개를게눈감추듯먹어치우는암컷,
허리둘레따위는신경써본적이없으며
비빔밥한양푼을게걸스럽게먹은저녁
아이스크림아홉개를후식으로달콤히먹어치우는암컷,
-「야성녀」부분

이시에서는스스로‘암컷’이라는말을반복하면서내숭을아예떨쳐버렸다고도토로할정도다.그연유는거슬러오르면결혼을앞두고일어난사건(?)때문이라는사실을숨기지도않는다.“망보라며/결혼앞둔그남자발치에서소피(소변)를본그날밤/고양이에게생선맡긴격,/철철거리는그소리에젖어그만/야성의늑대에게물려가/밤새도록원초적으로울부짖어야만했던/아,그짙은밀림속의야화여”(같은시)라고도노골적으로당시정황을그려놓는다.
이같은야성은거울에비친자신의모습을“으르렁거리는정글에서/극적으로살아남은여자,/시퍼런보리처럼,겨울을이기고돌아온여자가/왕성한식욕을다시며거울속에서있다”(「거울속의여자」)라거나“누가그래?/네나이희수라고,//황혼에꽃바람을접목한여자가/거울속에서야생화처럼활짝웃고있다”라고그리는바와같이,세월이흘러도야성이거의그대로유지되고있다고말해주고있다.
또한일련의시는고향을무대와배경으로한그리운추억과가난해도오순도순정겹게살던기억들,어머니가늘그중심에자리잡은옛적의가족사에상당부분이주어져있다.특히세월이흘러세상을떠난사랑의화신같았던어머니에대한그리움과연민,회한의심경은애틋하고절절하게묘사된다.
언제가더라도고향과고향길은지난날을대동하고다가오며,그때문에세월의흐름에도변함없는품속과도같이친근하고포근할뿐아니라회귀하고싶은토속적이고향토적인정서를안겨주는지모른다.「고향길을걷다」는오랜세월너머의체험과추억의반추가어우러져빚어지는서정이아름답게그려진시다.

까칠한들풀과그리움이발목을스치는길
잘영근곡식들이고개를착숙이는길
몸빼바지아지매가
낫한자루들고수숫대목을댕강댕강치는길

뙤약볕에익은때글때글한사투리가
찬물한사발마시고가라고
기어이소매를잡아당기는길

풀냄새맡으며호젓이걸어가는데
송아지먼울음이
찌든먼지를씻어내듯가슴에고요히
저미어들때

웬툭수바리깨지는목소리가
돌담을넘어들길사이로울려퍼진다

호박잎찌고뒨장한뚝배기끓이났으니
어여들어와저녁먹고가여어~
-「고향길을걷다」전문

한편,「샘집일화」에는시인이어린시절동네에서는드물게샘(우물)이있어‘샘집’이라고불렸던소도시옛집에서의추억속서사들이다채롭게각인돼있다.시인은아버지가일찍세상떠나고딸다섯과아들하나의가장인어머니가농촌가산을정리한뒤이사했던그집의샘물은사시사철“희망처럼퐁퐁솟아올랐”으며,“엄마의사랑처럼한번도마르지않았다”고회상한다.
그당시의어머니는이웃사람들이물뜨러오면마루에앉혀놓고늘고구마,감자,옥수수를쪄서권하곤했으며,물뜨러온한총각에게는올때마다귀한소고깃국에다기름기찰찰흐르는찰밥을지어주더니둘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