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 세 번의 봄 - 안전가옥 쇼-트 20

안진 : 세 번의 봄 - 안전가옥 쇼-트 20

$12.00
Description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 스무 번째 책. 《안진: 세 번의 봄》은 《다른 사람》, 《화이트 호스》, 《대불호텔의 유령》 작가 강화길의 신작 단편집이다. 앤솔로지와 문예지에 발표했던 기수록 단편 〈산책〉 〈비망〉 〈깊은 밤들〉이 실린 이번 단편집은,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은 안진 3부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작가는 세 번의 봄을 배경으로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편의 가족 이야기, 그중에서도 사랑과 미움이 범벅된 모녀의 이야기를, 죽음과 삶을 양손에 그러쥐고 치밀하게 그려낸다. 세 개의 단편은 울퉁불퉁하고 서늘하게, 그리고 긴장감 있게 우리를 안진이라는 도시로 데려간다. 그리고 그곳엔 길을 헤매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아 나서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사라졌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세 번의 봄을 지나, 네 번째 봄을 기다리면서.
저자

김봄

1986년전주에서태어났다.전북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서사창작석사학위를,동국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2012년[경향신문]신춘문예에단편소설「방」이당선되어등단했다.소설집『괜찮은사람』『화이트호스』,장편소설『다른사람』『대불호텔의유령』,중편소설『다정한유전』등을펴냈다.한겨레문학상,구상문학상젊은작가상,젊은작가상대상,백신애문학...

목차

〈깊은밤들〉6
〈비망(備忘)〉42
〈산책〉80

작가의말110
프로듀서의말114

출판사 서평

젊은작가상대상,한겨레문학상수상작가
《다른사람》,《화이트호스》,《대불호텔의유령》강화길의신작단편집

안전가옥쇼-트시리즈스무번째책인《안진:세번의봄》이출간되었다.《안진:세번의봄》은장편소설《다른사람》으로한겨레문학상을,단편소설〈음복〉으로젊은작가상대상을수상하며한국을대표하는작가로자리매김한소설가강화길의신작단편집이다.앤솔로지와문예지에발표했던기수록단편〈산책〉〈비망〉〈깊은밤들〉이실린이번단편집은,안진이란도시에서펼쳐지는세모녀의이야기를다룬‘작은안진3부작’이다.작가는세번의봄을배경으로안진이란도시에서펼쳐지는세편의가족이야기,그중에서도사랑과미움이범벅된모녀의이야기를,특유의서늘하고긴장감넘치는문장과죽음과삶을아우르는스릴러적서사를양손에그러쥐고치밀하게그려낸다.세개의단편은울퉁불퉁하고서늘하게,뾰족하고긴장감있게우리를안진이라는도시의이야기속으로데려간다.그리고그곳엔길을헤매고있는여자들의이야기가,그럼에도불구하고길을찾아나서는여자들의이야기가,사라졌지만영원히사라지지않을여자들의이야기가있다.세번의봄을지나,네번째봄을기다리면서.

“엄마때문에내딸을잃어버렸다.”〈깊은밤들〉
크리스마스가지나고며칠뒤,엄마에게서전화가걸려온다.손녀가보낸크리스마스카드에‘건강하세요’가‘건강하새요’로적혀있었다는것.엄마는ㅔ와ㅐ를구분하지못하는것이얼마나창피한일인지에대해계속설명한다.나는엄마의말을자르며말한다.“엄마.나한테할말이그것밖에없어?”그리고택시도잡히지않는늦은밤,나는딸의손을잡고결국집을나선다.몇십년동안엄마에게서상처받은채가슴에고여있던말을오늘만은해야했다.엄마가내딸에게만큼은손도대지못하게해야했다.어린딸은할머니가알려준길이라며지름길로나를이끈다.그리고그날,나는아이를잃어버린다.엄마때문에.〈깊은밤들〉은수십년에걸친‘엄마’와‘나’의이야기다.그리고그이야기를끝내는건,아니새롭게시작하는건딸이자손녀인‘아이’다.‘모녀삼대’의이야기지만한사람의과거와현재,미래의이야기로볼수도있다.우리가이소설에서보아야하는건‘사실’보다는‘진실’이고,지금막잃어버렸다고생각한것보다는,지금까지쭉잃어버려왔던것들이다.엄마를미워하며클줄알았던딸은,나같은인간이될줄알았던딸은,그렇게자라지않았다.그것이주는위안과감동이너무커서,우리는모녀의이야기가펼쳐지는깊은밤으로천천히빠져들수밖에없다.

“나는엄마가그렇게살았으면좋겠어.”〈비망(備忘)〉
그녀는이혼후딸을혼자키워야했고,위자료때문에전남편과끊임없이싸워야했으며,직장에서밀려나지않기위해혼신의힘을다해야했다.더불어그녀는부모의이른죽음,40대초반에찾아온갑상샘암이라는느닷없는폭발들을맨몸으로겪었다.하지만그고비들은그녀에게큰타격을입히지못했다.다음결혼식에는뭘입어야하지?재킷?원피스?그것이그녀의삶이었다.가볍게웃고,떠들고,새옷을사고맛있는걸먹으러다니고,예쁘다는말을듣고좋아하고,또좋아하고…그녀의삶의범위는오직아는사람들과아는장소에한정되어있었다.그녀의딸은말했다.“벽돌로쌓은성.”그녀가여행에관심을두지않았던건당연했다.〈비망(備忘)〉은그런그녀가,지난1년동안아무도만나지않은채지내온그녀가,집밖으로나와살아생전처음으로해외여행을떠나는이야기다.난생처음비행기를보고,체크인을하고,출국심사를받고,딸을이해하는이야기다.

“우리딸.걔는나를참아주지않더라고.”〈산책〉
다슬기를잡기엔아직은추운4월,종숙언니는영애씨에게다슬기를잡으러가자고말한다.오랜만에집에오는딸이다슬기수제비를좋아한다고.영애씨의마음이움직인다.지난가을죽은딸얘기를영애씨가아무리말해도종숙언니만이영애씨를똑같이대해줬기때문이다.한참이나물속을들여다봤지만다슬기는없다.그런데영애씨가더가지말라고말해도,종숙언니가조금씩더깊은물로들어간다.영애씨가팔목을붙잡고나가자고말하는데도,종숙언니는고집스레물속의어딘가를응시한다.그리고그순간,영애씨의귀에무슨소리가들린다.거대한철문이움직이는듯한,알수없는존재가지켜보는기분.머리위에서.두사람은함께물속으로떨어진다.집에가는길에종숙언니는말한다.사실오늘딸이집에안온다고.영애씨도입을연다.사실자기딸도자기를싫어했다고.죽기전까지계속그랬다고.〈산책〉의화자는영애씨의딸인죽은‘나’다.‘나’는목소리로만남은채,엄마영애씨와,영애씨의친구인종숙언니의이야기를들려준다.가해자도피해자도없는,사랑과애증이섞인,그럼에도불구하고도저히떠나지못하는모녀의이야기를.

소설을쓰는게항상더중요했기때문에

더제대로하고싶다고생각한다.사실언제나늘이생각만한다.벚꽃을보며산책을하고,채소를가득넣은비빔국수를만들어먹고,지치지않고책을읽는것.쓰는것.계속쓰는것.삶이더단순해졌으면좋겠다._작가의말에서

어떤소설은작가의말을끝으로완성된다.작가의말이꼭화자의목소리처럼들린다.《안진:세번의봄》이그렇다.지치지않고책을읽겠다는말이,계속쓰겠다는말이,삶이더단순해지면좋겠다는말이,화자의목소리에실려우리가슴속에스며든다.결국소설을쓰는게항상더중요했다는그말이,결국내삶을사는게항상더중요하다는말이되어가슴에콕콕박힌다.《안진:세번의봄》속세편의이야기는화해도아니며,봉합도아니다.해결책을제시하지도,무언가를더설명하려하지도않는다.다만,인물들을움직인다.여자들을.딸과어머니들을걷게한다.봄가까이로말이다.더할나위없이훌륭한이세편의소설을읽은독자라면누구나같은생각을하게될것이다.강화길작가가영원히계속소설을쓰면좋겠다고,그렇게된다면정말좋겠다고말이다.작가님당신의네번째봄을,다섯번째봄을,영원히기다리겠다고말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