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죽음을

당신에게 죽음을

$12.00
Description
법망 사이로 빠져나가는 젠더 범죄자, 몸소 단죄에 나선 피해자
눈 밝은 이야기꾼은 사람들의 서러움이 뭉쳐 있는 곳을 본다. 사연을 깊이 듣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구성하면서, 서러움을 통쾌하게 풀어 주는 상상력을 발휘해 현실 너머를 모색한다. 유재영 작가는 사랑과 욕망의 이름 아래 자행되는 무례하고도 파괴적인 행위들에 주목한다. 불법 촬영, 성추행, 외도, 가정 폭력, ‘왜 안 만나 줘’ 범죄. 피해자의 고통과 대중의 인식에 비해 턱없이 낮은 형량으로 입길에 자주 오르내리는 사안들이다.

《당신에게 죽음을》의 주인공 설희와 오은수 또한 법이 죄인을 다스릴 것이라 기대하지 않기에, 본인의 행복과 평안을 빼앗은 자들에게 합당한 죗값을 물리기 위해 직접 움직이기로 마음먹는다. 두뇌 싸움은 물론이고 육탄전도 마다하지 않는 두 주인공은 피해자 입장의 여성에게도 자기를 지키고 상황을 바꿀 만한 힘이 있다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 준다.

개작을 거쳐 더욱 정교해진 스릴러
결혼, 사랑, 살인이 뒤얽혀 있는 도메스틱 스릴러 《당신에게 죽음을》은 여러 번의 개작을 거친 작품이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 바뀌었고, 스릴러 장르에 걸맞는 긴장감이 더해졌다. 신중함과 과감함을 겸비한 주인공들은 마지막 페이지에 이르기까지 종잡기 어려운 행보를 이어 간다. 치밀하게 묘사된 장소들은 단순한 배경에 머물지 않고 뚜렷한 존재 이유를 드러내며 이야기에 영향을 미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작은 요소들이 종종 복선으로 작용하니, 정교한 짜임새를 선호한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줄거리]
도서관 사서인 설희와 대학 교수 이수혁은 연인 사이다. 이수혁이 자신의 저서 《악인과 광인》을 바탕으로 한 8회 차 강연을 설희가 일하는 도서관에서 진행하게 된 것을 계기로 가까워졌다. 해가 바뀌도록 이어졌던 두 사람의 관계는 이수혁이 숨기고 있던 진실이 드러나면서 붕괴되기 시작한다. 그 직후 이수혁의 신변에 큰 문제가 생기고, 이수혁이 감추고 있던 비밀 속의 인물들이 하나둘 설희 앞에 나타난다. 악인인지 광인인지 모를 그들이 흩뿌리는 단서를 종합해 본 설희는 이수혁이 얽힌 사건의 경과가 경찰 조사 결과와는 다를 것임을 직감하고 직접 추적에 나선다.
저자

유재영

소설가.혼자쓰고함께읽는다.지은책으로《하바롭스크의밤》,《우리가주울수있는모든것》,《한줄도좋다,SF영화:이우주를좋아하게될거예요》,《도메인》,《당신에게죽음을》이있다.

목차

당신에게죽음을·6p

작가의말·144p
프로듀서의말·146p

출판사 서평

‘고통을자초하고죽음을불사하는일이어째서사랑인가.’
시작점에서는로맨스였는데,어느덧스릴러로변해있다.《당신에게죽음을》은모처럼찾아온사랑에잠겨있던주인공설희의눈앞에석연치않은죽음을내민다.이전환이자연스러워보이는것은상반된분위기의이야기들을능란하게연결하는작가의솜씨덕분이기도하고,로맨스와스릴러가그속성상서로에게잘어울리는장르이기때문이기도하다.

우리는욕망과사랑이얽혀있는범죄를뉴스에서흔히본다.《당신에게죽음을》에등장하는일련의사건들도낯설지않다.상대의허락없이욕구를앞세우다상대를해치는사람도있고,결혼했으면서도여러애인을한꺼번에만나다결국대가를치른사람도있다.누군가는인연이끝났다는사실을받아들이지못해칼을겨눈다.또다른누군가는관계에깊이매인나머지자신의목숨을걸고상대를살리려한다.그리하여《당신에게죽음을》의또다른주인공인오은수는묻는다.고통을자초하고죽음을불사하려는마음이,사랑이냐고.

“죽어도싸다는말이있죠?”
오은수의질문에간단히답하기는어렵다.다만‘고통을감수하겠다’도‘죽음을불사하겠다’도‘함부로대해달라’는의미가아니라는점만은분명하다.상식같은이야기지만실생활에서는통하지않을때가많다.각종성범죄,데이트폭력및가정폭력관련통계는하나같이가해자의증가추세를알린다.욕망과애정을핑계로삼아타인의삶을망가뜨린가해자들은응분의대가를치를까?익히알려져있다시피,대체로그렇지않다.

설희는언젠가들었던판결문을기억한다.‘피고가피해자측과원만히합의에이르진못했으나죄를깊이뉘우치고있고전문직에종사하며초범이라는점을감안하여….’오은수는그‘죄를깊이뉘우치고있’는태도가거짓이라고단언한다.서로의문제해결방식을썩달가워하지않는설희와오은수는한가지사실에동의한다.법정은인과응보가구현되는곳이아니다.죽어도싼자들이있지만그들은죽지않는다.뻔뻔하게선처를구한뒤풀려나짓던죄를이어짓는다.

“어떻게든여기서살려고요.”
세상이부조리하다고해서세상을벗어날수는없다.어떻게든여기에서살아남을방법을찾아야한다.설희와오은수가미술관에서본그림이힌트다.〈홀로페르네스의목을치는유디트〉.구약성서속인물인홀로페르네스는유디트가살던마을을짓밟고그의연인을살해했다.유디트는투항하는척하며홀로페르네스에게접근해그의목을벤다.17세기에활동한이탈리아화가아르테미시아젠틸레스키는이소재로여러작품을그렸는데,스승에게성폭행을당하고모욕적인재판에참석해야했던개인사를생생하게담아냈다는평가를받는다.아르테미시아는그림으로자신의상처를,분노를,그럼에도꺾이지않은삶에대한의지를기록했다.

설희는전시장에서〈홀로페르네스의목을치는유디트〉를유심히바라본다.설희에게는유디트에이입할만한경험이있다.오은수는아르테미시아를주인공으로삼은극을무대에올린다.오은수가널리알리고싶어하는자기인생의한부분이아르테미시아의인생과겹치기때문이다.기록된경험은의미를갖는다.타인에게영감을주고용기를북돋울수있다.기록된경험에대한사람들의반응또한유의미하다.아르테미시아가유디트를그렸다는사실만큼이나,아르테미시아의유디트에주목하는눈길이늘어난다는사실은중요하다.사회는비록오랜세월이걸릴지라도사람들의움직임에반응한다.

작가는《당신에게죽음을》을구상할당시‘동시대를사는우리에게필요한’이야기를만들고자했다.그결과젠더권력을등에업고악행을벌이는이들,악인이라는딱지를개의치않고단죄에나선이들이얽힌짜릿한스릴러가탄생했다.현실속설희들이들었던괴로운판결문과수많은오은수들이겪었던무심한폭력이세상곳곳에어떤형태로든기록되어있었던덕분이다.개인의경험이누적을거쳐공감을사고현상이되면세상은조금씩달라진다.그러니우리모두에게는힘이있다.어떻게든여기에서살아남을,여기를더나은곳으로만들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