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12.00
Description
과학에 목말라하는 SF 독자를 위한 하드 SF 단편집
천문학 박사·현직 연구원인 작가가 심도 깊게 그리는 다음 세기의 태양계
SF 독자는 과학에 대한 갈증을 품고 있다. 과학 이론과 기술 관련 정보를 심도 깊게 다루면서 이를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녹인 작품은 아무래도 소수인 까닭이다. 해도연 작가를 향한 신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온다. 천문학 박사이자 현직 연구원인 작가는 지금까지의 인류가 밝혀낸 지구와 우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지구인이 달뿐만 아니라 외행성까지 진출해 있는 22세기의 태양계를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매력적인 이야기의 인도를 따라
다시 한번 밤하늘 너머 먼 곳으로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속 일부 작품은 독자들을 이미 만난 적이 있다. ‘우주가 거대한 만큼 분명히 존재할 법한 외계 문명을 왜 우리는 만나지 못하는가’라는 의문인 ‘페르미의 역설’에 답하는 〈위대한 침묵〉, 멀리 떨어져 있는 생태계와 생물군의 다양한 연결 방식을 통해 우주와 생명의 경이로움을 그린 〈위그드라실의 여신들〉은 현재는 절판된 단편집의 수록작이다. 기출간작이 재출간된다는 것은 시간이 지나도 작품의 매력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의미다. 세부적인 표현 조정을 거친 두 작품은 다시금 독자들을 밤하늘 너머 먼 곳으로 데려갈 준비를 마쳤다. 이번 작품집에 새로 실리게 된 〈여담, 혹은 이어지는 이야기〉는 〈위그드라실의 여신들〉과 연결되는 단편으로, 광대한 스케일의 사건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인간의 마음에 초점을 맞춰 긴 여운을 남긴다.

**

줄거리

〈위대한 침묵〉
미후는 태양계 최대 기업 인텍의 자회사에 소속된 홍보부원이다. 평소 원고 대필로 시간을 보내던 일개 말단 직원인 그에게 어느 날 부사장 크로포드가 직접 연락해 온다. 회사 내부의 배신자로 의심되는 이들의 수상한 지점을 알아내라는 것이다. 크로포드의 말에 따르면 배신자들은 인텍의 야심작인 중력파 통신시설의 가동을 막고자 한다. 중력파 통신시설은 태양계를 그 너머와 연결해 줄 수단이자 에너지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할 막대한 에너지의 원천이다. 인텍은 그렇게 홍보하고 있지만, 미후는 조사 과정에서 시설에 숨겨진 심각한 위험을 감지하고 혼란에 빠진다.

〈위그드라실의 여신들〉
목성의 위성 유로파에서 해저 생물을 연구하던 연구원 세실리아, 수미, 마야는 갑작스러운 철수 명령을 받는다. 이제 지구에는 우주 탐사에 자원을 쓸 여력이 없다. 지구에 떨어진 운석 내부에 있던 외계 바이러스 때문에 인류가 생존을 위협받게 된 탓이다. 남은 희망은 문제의 바이러스와 유사한 유로파의 생물, 헬족뿐이다. 치료제 개발을 위해 헬족 샘플 채취에 나선 세 연구원은 마지막으로 유로파 해저의 여러 생태계를 두루 살펴보기로 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생태계들 사이에는 뚜렷한 공통점이 존재하는데, 이 공통점의 원인은 세 연구원의 운명을 가를 거대한 사건을 일으킨다.

〈여담, 혹은 이어지는 이야기〉
카페 레드리스- 전직 탐험가 라타가 운영하는 카페 레드리스에 라타의 옛 동료 세스가 찾아온다. 8년간의 우주 근무를 마치고 다음 근무에 들어가기 전 잠깐 들른 것이다. 하고 싶은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던 두 사람은 카페 종업원 수가 퇴근하자 조심스레 입을 연다.
마지막 문장- 유로파 해저 탐사차 잠수정에 자신의 뇌를 연결한 연구원 수미는 사고로 인해 고립된 상태다. 잠수정을 움직여 마야와 세실리아가 있는 기지를 향하던 수미는 유로파 바다 전역에서 서식하는 미생물인 구름충 무리를 만난다. 신기한 플랑크톤 정도로 보였던 구름충은 뜻밖의 능력을 지닌 놀라운 존재였다.
기다리는 이들의 박물관- 마야는 졸업 연구를 위해 동명이인인 마야 박사의 발자취를 살피고 있다. 마야 박사와 가깝게 지내던 릴랴나는 자신이 관장으로 있는 〈기다리는 이들의 박물관〉에 마야 박사가 맡긴 물건과 그가 지구에서 보낸 나날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저자

해도연

작가겸연구원.대학에서물리학을공부했고대학원에서천문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지금은근지구우주공간을지켜보는일을한다.소설집《위대한침묵》,연작소설《베르티아》,과학교양서《외계행성:EXOPLANET》등을출간했으며다양한앤솔로지와잡지에중단편을게재했다.또한잭조던의장편소설《라스트휴먼》을번역했다.새벽에글을쓰고낮에일하며저녁에가족과시간을보낸다.

목차

위대한침묵·6p
위그드라실의여신들·92p
여담,혹은이어지는이야기·172p

작가의말·224p
프로듀서의말·228p

출판사 서평

간명한각주의안내를따라논리적으로구축된22세기로
과학이론을기둥으로삼는정통SF를사랑하는독자라면《위그드라실의여신들》의책장을몇번넘기고난뒤바로고개를끄덕일지도모르겠다.수시로나타나는각주가눈에띄기때문일텐데,50여개에이르는본문각주는대체로작중에쓰인과학적개념을안내하는데쓰였다.이작품집이‘sciencefiction’이라는장르명을충실히구현하고있으며학술연구내용에탄탄하게뿌리박고있다는것을증명하는주석들이다.

《위그드라실의여신들》의각주가지닌또다른미덕은간결하고명확하다는점이다.각주들은우주생활이익숙한22세기의사람들과지구안팎의생명체를오랫동안조사한연구자들이자연스럽게구사하는용어를빠르게해설한다.본문의이해를위한최소한의설명을하고는다시본문에게배턴을넘기는것이다.덕분에작중의미래가현대과학의어느지점과논리적으로연결되는지를발견하는재미가더해진다.

연결을열망하는존재,인간
연결은비단각주와본문사이에서만일어나지는않는다.《위그드라실의여신들》의모든작품을관통하는키워드가‘연결’이다.〈위대한침묵〉에등장하는초거대기업인텍은외계로부터중력파메시지가수신되자중력파발신기술을개발해우주어딘가의다른문명과소통하려한다.〈위그드라실의여신들〉의주인공인세연구원은목성의위성유로파에서식하는다양한생물을만나고,그중일부와는적극적인의사표현을주고받기에이르며,태블릿에탑재된인공지능과자연스러운대화를나누기도한다.〈여담,혹은이어지는이야기〉는〈위그드라실의여신들〉의세연구원이본편과는다른시공간에서살아가는모습을담은이야기의모음이니그자체가‘연결되는이야기’인셈이다.

표제작의제목에등장하는위그드라실은북유럽신화속의거대한물푸레나무다.지하세계,인간세계,신들의세계를잇는다.서로다른세계가연결되어영향을주고받는다는개념은고대신화에등장할정도로인류에게익숙하다.그도그럴것이인간은다른동물에비해부족한신체능력을사회적기술로메꾸며번성한생물이다.다양한존재가소통함으로써만들어내는힘을이용해고도의문명을이끌었다.연결을생존수단이자발전의원동력으로삼아온인간은홀로존재하기를원하지않는다.

근원적인고독에서벗어나려는여정
《위그드라실의여신들》의주인공들은본의아니게혼자가된다.〈위대한침묵〉의주인공미후는이혼여성으로,위험한임무에몸을던진대가로유명세를얻고나면양육권을되찾아아들과함께할수있기를바라고있다.미후의비밀임무파트너인지아는‘플루토늄5년’이라고불리는재앙때문에가족을모두잃었다.안전하다고알려졌던플루토늄-갈륨합금에서갑자기핵분열반응이나타나5년동안전세계에서폭발이일어난사건이다.이는지아가목숨을걸고움직이는중요한동기로작용한다.〈위그드라실의여신들〉의세연구원은서로를단순한동료이상으로아끼는각별한사이인데,예상밖의사고가일어나멀리떨어지게되고만다.이들은극한상황에놓였으면서도상대방을구하려고군분투하고,함께하기위해가혹한수준의희생을감당한다.

아직다가오지않은22세기,팩밖으로새어나온커피한방울을공중에띄우고야마는저중력의우주공간을결국받아들이게하는요소는작품전반에스민애틋한정서다.연결에대한이야기는필연적으로단절을다루게되는것이다.《위그드라실의여신들》은인물의내면을일일이묘사하는대신떠나간이를회상하는한마디,밀크티를조용히마시는모습으로깊은그리움을전한다.그에더해온갖위험을무릅쓰고우주로나아가려는움직임을통해개인으로서만이아니라종전체로서도고독에서벗어나기를원하는인간의욕망을비춘다.아득한신들의세상과사람들을잇는세계수(世界樹)처럼,광막한우주를바라보는SF는그렇게우리가품고있는근원적슬픔을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