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고 바라옵건대 - 안전가옥 FIC-PICK 7

원하고 바라옵건대 - 안전가옥 FIC-PICK 7

$16.00
Description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일곱 번째 책. 《원하고 바라옵건대》는 상상 속 동물인 ‘신수’ 즉, ‘신령스러운 짐승’을 소재로 쓴 다섯 편의 소설을 묶은 앤솔로지다. 2021년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종의 기원과 그 외의 이야기들)》로 전미도서상 번역 문학 부문 후보에 오른 김보영 작가를 필두로, 동시대 작가 중에서 가장 깊이 있고 개성 있는 작품을 쓰는 이수현, 위래, 김주영, 이산화 작가가 각각 ‘백호’, ‘용’, ‘맥’, ‘진묘수’, ‘곤’을 택해 SF와 환상문학, 역사소설과 모험소설의 장르적 재미와 완성도를 고루 갖춘 수작을 완성했다.
때로는 무섭고 심술궂지만, 어떤 면에선 귀엽고 엉뚱하기까지 한 신수들과 당차고 솔직한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다섯 편의 소설은 일상과 환상이 만나는 지점을 황홀하게 그려내며 더없이 새로운 독서의 경험을 선사한다. 인간은 인간성을 잃지 않고, 신수 또한 신수성을 잃지 않으면서, 겨울밤처럼 차고 명징한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저자

김보영,이수현,위래,김주영,이산화

SF작가,2004년데뷔후주로SF를쓴다.작품및작품집으로《저이승의선지자》,《스텔라오디세이트릴로지》,《역병의바다》,《얼마나닮았는가》,《다섯번째감각》,《진화신화》,《종의기원담》,《7인의집행관》등이있다.2021년《OntheOriginofSpeciesandOtherStories(종의기원과그외의이야기들)》로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후보에올랐다.

목차


김보영〈산군의계절〉
이수현〈용아화생기(龍芽化生記)〉
위래〈맥의배를가르면〉
김주영〈죽은자의영토〉
이산화〈달팽이의뿔〉

작가의말
프로듀서의말

출판사 서평

기묘하고괴이한다섯편의신수이야기

안전가옥옴니버스픽션시리즈FIC-PICK의일곱번째책.『원하고바라옵건대』는상상속동물인‘신수’즉,‘신령스러운짐승’을소재로쓴다섯편의소설을묶은앤솔로지다.2021년『OntheOriginofSpeciesandOtherStories(종의기원과그외의이야기들)』로전미도서상번역문학부문후보에오른김보영작가를필두로,동시대작가중에서가장깊이있고개성있는작품을쓰는이수현,위래,김주영,이산화작가가각각‘호랑이’,‘용’,‘맥’,‘진묘수’,‘곤’을택해SF와환상문학,역사소설과모험소설의장르적재미와완성도를고루갖춘수작을완성했다.

우리를인간답게하는신묘한존재들의이야기

신수이야기에서인간은대부분신수의영험함에의해구원받는단순한존재로만그려진다.하지만,『원하고바라옵건대』속인간은전혀다른방식으로묘사된다.다섯신수들이제각각역사의한장면과현대의동물원에서,오래된시골마을이나어느허름한슈퍼마켓에서,심지어바다의한가운데에서다양한시대와장르의옷을입고생동감있게등장하듯이,그들의짝으로나오는인간또한능동적이고당차며살아있는존재로등장한다.신수와인간은상호작용하며이야기를이끌어나가고,때론적이었다가때론공생하기도하고,심지어는서로를구원하고성장시키는존재가되기도한다.때로는무섭고심술궂지만,어떤면에선귀엽고엉뚱하기까지한신수들과당차고솔직한인간들이만들어내는다섯편의소설은일상과환상이만나는지점을황홀하게그려내며더없이새로운독서의경험을선사한다.인간은인간성을잃지않고,신수또한신수성을잃지않으면서,겨울밤처럼차고명징한주옥같은이야기들속에서인간인우리는신수를통해비로소인간다워진다.

“너는내가젖먹여키운아이니,오래오래잘살아야한다.”(김보영,「산군의계절」)

동천왕의어머니인‘후녀’와‘산군밀우인호랑이’의이야기로,산천의주인인위대한‘산군’과더없이용감한한‘소녀’의긴인연을다루고있다.다르게말하면‘산군밀우’의좌충우돌후녀육아기이기도하고,산군에게서길러졌지만결국스스로의힘으로목숨을지켜내는‘후녀’의생존분투기이기도하다.또,어떻게보면왕위를둘러싼왕후우은현과산상왕의권력쟁탈전사이에놓이게된‘산군’과‘후녀’의이야기이기도.200여년간나라를위해전장에나가고,인간들의지리한혈통전쟁을봐온‘산군밀우’이지만,후녀의사랑스러운기백에는두손두발을들고항복하고야만다.그렇게후녀는‘산군밀우’의젖을물고자라게되고,아홉살무렵에는기척을숨기고냄새를지우는법도배운다.후녀가어느정도크자‘산군밀우’는후녀와조금떨어져멀리서지켜보기만한다.그렇게혼자가된후녀는연고없는아이들이주로하던수묘인이되고,어느날엔무당의점지로저승시녀로발탁된다.

하지만,다행히도‘산군밀우’의“오래오래살거라”라는축복이명령이되어후녀는기지를발휘해잠시시간을벌게된다.‘산군밀우’가그다음후녀의소식을들은건그녀가스물둘이되던때다.그리고그때후녀는제사장이놓친교시를잡아왕과마주하게된다.왕은후녀에게고구려의태모가되라고하고,왕후는후녀를쫓아병사들을보낸다.그리고그동안왕후의일을해주었던‘산군밀우’는뒤늦게후녀를구하기위해달려간다.‘후녀’는무사할수있을까?‘산군밀우’는무사할까?뜨겁고차가운숨처럼,소설은전설의고향처럼읽히다가,역사드라마처럼변신했다가,무게감있고단정한소설로다가온다.‘후녀’는산다.혈통의전쟁과여러음모와암투를지나서.참으로다행스럽게도.

“용은제가태어난곳을이해한다음에허물을벗고날아올라야하지.”(이수현,「용아화생기(龍芽化生記)」)

가뭄에시달리는어느마을.청년‘규’는평소처럼가파른산길을올라연못에다다른다.한여름에도얼음장처럼차갑고,한겨울에도얼지않으며,가뭄에도마르지않는신비로운못‘용소’.하지만바로그때,규의앞에초록색옷을두른사람이나타나호통을친다.자기집에서무얼하고있느냐는거다.선녀인줄알고고개를조아리던규에게그는자신이선녀가아니고‘용’이라고말한다.용은신령한동물이라,화생(化生)을한다.즉,처음부터용으로태어나는게아니라,다른동물로태어났다가오랜수련으로몇단계의변화를거쳐용이되는것이다.용이될자질을타고난짐승을용의싹이라하여용아(龍芽)라고불렀다.

‘용아’가이용소에서도마뱀으로태어난것은벌써몇백년전의일이었다.인간에게는아주긴시간이지만,용아의성취는아주빨랐다.무서운속도로훼룡이되고,교룡이되고,반룡이되었다.결국마지막단계인승천만이남아있었다.하지만이상하게승천이잘되질않았다.승천에실패해꼴사납게하늘에서떨어지다가만난게‘규’였다.우리는‘규’와‘용아’의만남이서로에게원하는걸주지않을까하고기대하며소설을읽게된다.규에겐‘가뭄’이용아에겐‘승천’이그거다.하지만작가는이소설을인간의관점이아닌신수의관점에서끌고간다.소설의끝에서우리는‘규’의비극적인결말과그런‘규’를바라보는‘용아’의시선을통해,‘신수’와‘인간’이얼마나다른지를깨닫는다.하지만,이소설을단순히비극이라부를수있을까.희극인가하면역시그렇지않다.모든건‘인간’의눈이아닌‘신수’의눈,그러니까‘용’의눈으로바라보아야하기에.

“비참한사람만이꿈을꾸잖아.”(위래,「맥의배를가르면」)

아무도없는놀이공원을가로지르는다섯사람이있다.그들의발길이닿은곳엔,코끼리를닮아툭불거진코와하마를닮아투실한몸뚱이,그리고곰처럼둥근귀를한아메리카테이퍼가있다.‘맥’이라고부르는.‘너’와동료들은오늘‘맥’을죽이러동물원에왔다.월간지기자인‘너’는편집장에게재미있는기사를써내라는압박을몇달째받고있었다.그러던중너는,자신들의꿈이상상속동물인‘맥’에의해잡아먹혔다고믿는‘몽상가들’이라는SNS비밀모임을알게되었다.도시전설이라고치부하기에는출처가명확했다.

너는트위터에맥목격담을지어내트윗을올렸고,곧DM이왔다.너는아메리카테이퍼의꿰뚫린아랫배를살폈다.아메리카테이퍼의배에선피대신손가락이나와상처를위아래로잡아당겼고,곧끔찍한것을토해냈다.꿈이었다.그리고곧온세상은꿈과뒤섞였다.「맥의배를가르면」은‘꿈’에대한이야기다.소설을읽다보면무엇이‘꿈’이고무엇이‘현실’인지에대한질문이남는다.무엇이‘나’이고무엇이‘너’일까.무엇이‘꿈’이고무엇이‘꿈’이아닐까.죽음을갈망하는‘나’와한번쯤제대로살아보고싶은‘너’의이야기는맥의갈라진배를통해모래시계처럼뒤집힌채서로를비춘다.소설을쓸지,다시맥의배를가를지,이제어떻게할지결정하는건결국누구의몫일까?

“저승일은모르겠고.”(김주영,「죽은자의영토」)

죽으면대대로저승사자로일해야하는가문의외동손녀인무명은어느날할아버지에게서이젠딸들도대를이어저승사자로일해야한다는얘기를듣는다.하지만아끼는손녀가저승에서노동력을착취당하는꼴은못보겠다는할아버지의유언에따라무명은이름을바꾸고전국을떠돌아다니게된다.어느날,배달노동자로일하던무명은한아파트로피자배달을가지만주인여자는피자를시킨적이없다고말한다.그리고그때무명의눈에해골처럼삐쩍마른대여섯살짜리남자애가들어온다.

하지만이상한일은계속된다.주문실수라생각한무명이영수증에적힌번호로전화를걸자,전화기너머에서한여자가떨리는목소리로방금무명이본남자아이의안부를묻는다.‘아이’는학대를받고있었던걸까?피자를시켜무명에게남자아이의안부를물은여자는누구일까?무명은끝까지저승의눈을피해살아갈수있을까?이승에있지만무덤의입구나외곽을지키는신수진묘수와,운명을피해서도망다니는무명,저승에서망나니취급을당해추방된염라의막내아들연라까지.「죽은자의영토」에는이승과저승어디에도온전히속하지못한외로운인물로가득하다.하지만소설이왜이렇게따뜻한지.소설의끝에서우리는이들이야말로누구보다따뜻한마음을가진진정한수호자들이라는것을알게된다.

“봉안람,그건대체얼마나컸어?”(이산화,「달팽이의뿔」)

세상에서가장큰곤을사냥하러가는두침어꾼청년의이야기다.북쪽바다에‘곤’이라는물고기가사는데,그몸집이고래의갑절이다.그것이변하여새가되면‘붕’이라고부른다.‘곤’은이목구비가없어평생바다밑바닥에사는데,‘붕’이되면성질이변해남쪽으로떼를지어날아간다.그러면해일이덮쳐마을은삽시간에쑥대밭이된다.그리하여‘곤’이‘붕’으로날아오르기전에도로가라앉히는일을하는사람들이있으니,바로‘침어꾼’이다.‘흑삼릉’과‘봉안람’은침어꾼이되기위해바닷가마을로가는철마(기차)에서처음만난다.‘흑삼릉’이침어꾼이되려고하는이유는간단하다.곤의비늘과위석을팔아부자가되기위해서다.‘봉안람’의이유는조금달랐다.자신의기술로가장커다란곤을가라앉힐수있는지시험해보고싶어서다.

그러던어느날,결국침어꾼이되어바다로나간두사람의눈앞에보통곤의일곱배나되는커다란곤이나타난다.두사람은무사할수있을까?무사히‘곤’사냥을마치고서,‘흑삼릉’은부자가되고,‘봉안람’은자신의기술을증명할수있을까?하지만,작가는바닷속에거대한몸집을숨기고있는곤의모습을결코보여주지않는다.그저짐작하고상상하게만한다.어떤거대한곤도쓰러뜨릴수있는‘도룡칠규’라는기술을익힌‘봉안람’만이오직목격하고야말지만,설명만나올뿐제대로묘사되지않는다.상상할수있는가장큰크기의물고기를떠올릴뿐이다.공포와좌절을느낀‘봉안람’과봉안람의만류로인해끝내곤의모습을보지못하는‘흑삼릉’.결국두사람역시‘거대한’신수앞에놓인작은인간일뿐인걸까?하지만,그거대한존재를마주하면서도기어코지극히작은‘달팽이의뿔’을발견하는것또한인간이다.그리고,묻지않을수없다.‘그거대한것’이정말자신의거대함을알고있을까?자신이얼마나거대한존재인지알고있을까?거대한바다에비하면‘거대한곤’또한한낱미물일뿐일지도모를일이다.

소설나라를지키는다섯신수들

함께하면유독마음이편해지는동물들이있다.『원하고바라옵건대』의다섯신수들도읽고나면따스하게다가온다.‘호랑이’도‘용’도‘맥’도‘진묘수’도‘곤’도모두저마다의따뜻함으로우리곁에앉는다.어릴적우리가줄줄외워불렀던TV애니메이션「꾸러기수비대」의십이지동물들처럼,어쩌면『원하고바라옵건대』를시간과공간을넘나들며소설나라를지키는다섯신수친구들의이야기라고불러도되지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