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용혜

괴물, 용혜

$12.00
Description
금기를 넘는 충격을 받아들이게 하는 이야기의 힘

부모가 여덟 살 딸아이의 유괴를 방조하려 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되는 『괴물, 용혜』는, 반듯해 보이는 경찰 용혜의 온몸을 뒤덮고 있는 붉은 반점과 그의 기이한 식성을 알리면서 이어질 내용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금기를 넘는 설정과 자극적인 전개가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되는 까닭이다. 예리한 심리 묘사가 입체적인 인물들을 선명하게 소개하고, 층층이 겹쳐진 미스터리 구조가 시종일관 짜릿한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흥미로운 복잡성을 지닌 이 작품은 ‘괴물과 인간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야기의 방향성이 분명하기에 장면마다 힘이 실린다.


영화감독이자 소설가인 작가만이 만들 수 있는 장면

영화감독이기도 한 김진영 작가는 인물의 특징이 분명히 드러나는 개성적인 대사, 소품 하나에도 현장감을 부여하는 공간 묘사를 통해 『괴물, 용혜』의 세계를 높은 해상도로 펼쳐 보인다. 카메라와 거울 사이를 오가는 시선으로 인간의 죄의식과 폭력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영상을 깊이 이해하는 작가의 글이 얼마나 매혹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명장면이다.


줄거리
실종수사팀 소속 경찰인 용혜는 유건재라는 실종자를 찾는 중이다. 유건재는 실종 3일 전 경찰서로 용혜를 찾아와 무작정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라며 사과했다. 뒤이어 용혜의 손과 목을 샅샅이 훑고는 “이상하네. 왜 없지?”라고 말했다. 용혜는 자신의 배와 등을 뒤덮고 있는 붉은 반점을, 평생토록 숨겨 온 자신의 괴물 같은 면모를 혹 유건재가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한다. 실종을 스스로 선택한 듯 행적을 꼼꼼히 감춘 유건재의 행방을 추적하던 용혜는 한 화학 공장에서 일했던 다섯 명의 여성들, 그리고 최근 발생한 실종 및 사망 사건의 당사자인 여덟 살 소녀가 유건재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들에 대해 조사하는 과정은 곧 용혜가 자신의 비밀에 얽힌 진실을 파헤치는 여정이 된다.
저자

김진영

저자:김진영
장편영화〈미혹〉을감독했고,장편소설『마당이있는집』과단편「뒤통수아래목덜미」,앤솔로지『오피스괴담』에수록된단편「행복을드립니다」를썼다.계속이야기를쓰고만들고자한다.

목차

1장착한아이·6p
2장사라진사람·24p
3장붉은반점·74p
4장괴물냄새·154p
5장카메라가본것·202p
6장허기·272p

작가의말·288p
프로듀서의말·292p

출판사 서평

외양과내면
『괴물,용혜』의등장인물들은강렬하다.겉으로드러난모습과속으로감춘모습사이의간극이상당해서,그대비가깊은인상을남기는것이다.여덟살딸아이의유괴를방조하기위해행동에나서는현기와은옥은지역사회에서봉사활동으로유명한목사부부다.그들의냉대를힘없이받아들이던딸희영이는참극의현장에서홀로살아남아미소짓는다.실종수사업무에열의를보이는성실한경찰용혜는더없이반사회적인식성의소유자다.뇌물이담긴두툼한봉투를일언지하에거절했던전직경찰재현은날카로운눈빛으로가혹한취조를일삼는다.그외의사람들도,어떠한인물이라한마디로표현하기힘들만큼입체적이다.

이들은모두기묘한붉은반점과얽혀있다.주인공용혜를비롯한몇몇사람들의온몸을뒤덮고있는이반점은살아있는생물처럼스스로움직인다.부풀어오르다가가라앉고,크기가커졌다가줄어든다.신체가성장함에따라붉은반점도함께자라나기에용혜는10년뒤엔몸전체가붉은반점으로뒤덮일지도모른다고생각한다.붉은반점을목격한이들은그것이괴물의표식이라고말하는데,이야기가전개될수록그렇게단정하기는어렵다는사실이드러난다.등장인물들이그러하듯이붉은반점또한입체적인존재다.

은폐와폭로
용혜는학창시절체육복으로갈아입을때마다반점이드러날까봐조심스러워했다.붉은반점의소유자중에는봄이왔는데도장갑을끼는사람도있다.하지만아무에게도들키지않기란불가능하다.붉은반점을본사람들은그점이전염병의증상이라여기고,두려움은이내혐오감으로번진다.붉은반점을가진이들은결국무리밖으로내쫓긴다.이들의또다른공통점은사회적으로용인되기힘든식성을가졌다는것인데,특이한먹거리를원할뿐인간성을잃지는않았기에자신의식성을그대로내보이려하지않는다.비인간적인면모를애써감추거나아예사람들로부터숨는길을택한다.

한편에는이들이숨기려는것을폭로하려는자들이있다.한공장에서일하는여러사람의몸에붉은반점이생기자,그들의상사는‘공장에괴물들이살고있다’며소문을낸다.그공장에서벌어진다른사건을수습하러왔던경찰은소문을듣고직접조사에나섰다가‘괴물들’의오랜추적자가된다.그의의뢰를받은다큐멘터리감독은붉은반점을가진이들을향해카메라를들이민다.그들은자신이비범하다여기며,붉은반점의존재를널리알리는일이자신의영달에도움이될것이라믿는다.

괴물과인간
그렇다면,누가괴물인가?괴물성이란무엇인가?작중에는괴물이왜생겨났는지,괴물은어떤존재인지에대한여러견해가등장한다.수많은인물에게서다양한양상으로드러나는괴물성과인간성을지켜보고있노라면저질문에답하기가점점어려워진다.명쾌한결론이나오지않는문제를붙잡고있다보면어느순간깨닫게된다.그모호함이곧현실의모습이라는것을.

현실을닮은이이야기는실제세상에존재하는괴물,우리의안에도존재하고있는괴물을비춘다.살아움직이는붉은반점을지니고있지않더라도,불안과고통에짓눌리다어느순간선을넘어버린경험이있다면‘우리는불안과고통을안고서괴물과인간의경계위에선채로살아가고있는지도모른다’는작가의말을이해할수있을것이다.무자비한세상은인간답게만살고픈마음을수시로뒤흔든다.부디우리모두,그럼에도불구하고인간다울수있기를.용기와지혜를품고서끝까지분투하는용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