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 (반양장)

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 (반양장)

$12.00
Description
‘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는 1930년대 『매일신보』에 실린 독자 투고 괴담의 제목이다. 장지문에 비친 문어 그림자 때문에 누명을 쓴 며느리가 시댁에서 쫓겨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귀신 하나 등장하지 않지만 며느리가 너무도 쉽게 내몰린다는 점에서 충분히 괴이한 이 이야기는, 영화와 드라마 각본을 집필해 온 오유경 작가의 손을 거쳐 더욱 서늘한 분위기와 탄탄한 구조를 갖춘 소설로 재탄생했다.

새롭게 쓰인 『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는 일가족이 실종된 후 기억을 잃은 며느리가 자신의 아들을 혼인시켜 새 며느리를 맞이하면서 집안의 비밀에 접근해 가는 과정을 치밀하게 담아낸다. 타인에 대한 두려움에 경계를 짓다가도 어느 순간 경계를 허물어 타인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발견하는 인물들의 사연은 경계와 관계 사이를 오가는 우리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 다른 한편으로 인간 외 존재가 등장하는 괴담으로서의 긴장감을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이 작품은 ‘읽어 나가는 즐거움’과 ‘의미를 새기는 즐거움’을 동시에 선사한다.

『문어 그림자에 루명 쓴 며느리』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괴담 기획 개발 캠프’ 프로젝트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동 영화제의 ‘괴담 캠퍼스 피칭’ 시상식에서 최고상을 수상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에 참석한 영화 관계자들의 투표 결과로 주어진 상이니, 책으로 엮이기 전부터 매력을 널리 인정받은 이야기가 드디어 독자들을 만나게 된 셈이다.

줄거리
일제 강점기가 막 끝난 시기의 어느 날, 바닷가 마을에 사는 신씨 가문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남은 이는 며느리와 그가 갓 낳은 아들, 며느리를 모시던 하인의 어린 딸뿐이다. 며느리의 아들 영휘가 잘 성장한다면 가문은 계속 명맥을 이어 갈 수 있을 테지만 영휘는 거동도 의사소통도 불가능할 정도로 건강이 나쁘다. 무너져 가는 종가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방계 친척 일호는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영휘를 보고도 도망치지 않을 특별한 신붓감을 집안에 들인다. 새 신부가 들어온 그날부터 영휘의 어머니 서천댁은 15년 만에 간밤의 꿈을 기억하기 시작하고, 그 기이한 꿈은 15년 전 집안사람들의 실종에 얽힌 비밀을 들추어낸다.
저자

오유경

저자:오유경
2022년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괴담기획개발캠프’에지원한프로젝트가선정되면서『문어그림자에루명쓴며느리』를쓰기시작했다.부산국제영화제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에서열린괴담캠퍼스피칭시상식에서‘퐌상’을수상했다.영화및드라마각본을주로쓴다.소설은처음이다.
이름의한자로는머무를유에빛경자를쓴다.빛이머무른다는뜻을담은이름을갖고선왜자꾸어둡고보이지않는것들에관심을갖는지모르겠다.하지만계속해서그런것들에관해써나가고싶다.

목차

며느리·40p
루명·126p
그림자·166p
문어·208p

작가의말·246p
프로듀서의말·252p

출판사 서평

경계안을지키려는자,경계를무너뜨리는자
‘경계’에대한이야기인『문어그림자에루명쓴며느리』에는다양한층위의경계가등장한다.광복직후의우리나라에는호열자(콜레라)가유행했다.작품의무대인남부지방의바닷가마을사람들은미군과경찰에게가로막혀바다로도마을밖으로도나가지못한다.마을곳곳에는금줄을친집들이있는데,집안에아픈사람이있으니함부로드나들지말라는의미다.선천적으로병약한아들을15년째돌보고있는신씨가문의며느리서천댁은집을둘러싼담장을경계로삼았다.그는그동안집밖으로나가지않았고외부인을집안에들이지도않았다.서천댁은15년전하인들을비롯한집안사람들50여명이사라진사건의몇안되는생존자인데,당시의기억을모두잃은상태다.그러니기억에도경계선이쳐져있는셈이다.

서천댁이아들을위해오랫동안지켜온경계는,역설적이게도아들과관련한문제때문에무너진다.집안의대를이을유일한존재인아들영휘의건강이너무나쁘다는것이문제가되었다.집안의실질적가장이자서천댁의당숙인일호는신씨가문의영속을무엇보다중시하는데,이를위해서는영휘가하루빨리결혼해자식을보아야만한다.일호의부름에따라영휘와혼인하게된새며느리,거동이불가능한영휘대신혼례일에대역을서준청년,영휘와며느리의건강을살필간호사가신씨가문의문지방을넘는다.

외부인일수밖에없는며느리를옥죄는배척의고리
외부인들중서천댁의심기를가장불편하게건드리는사람은새로온며느리다.귀기어린그림속여인처럼오싹하도록아름다운며느리는시종일관초연하다.시댁식구들이집안의비밀스러운사정탓에다소무리한요구를하는데도언짢은기색하나없어오히려기이하다.며느리가온이후간밤의꿈을15년만에떠올리게된서천댁은몽유병이도져대문앞까지걸어나온다.신씨가문의집은바닷가절벽위에있으니혼몽한상태로조금만더걸었다면낭떠러지밑으로떨어졌을터다.서천댁이자기발로경계를넘게만드는,15년전일가족이사라져버린바닷가로이끄는꿈이며느리의등장이후힘을키웠으니서천댁눈에며느리가곱게보일리없다.

서천댁은경계를허물어뜨리는외부인인며느리를두려워하지만,사실서천댁또한신씨가문의며느리이고시댁입장에서는외부인이다.심증만으로며느리를물리치려하는것은그점에서자기자신을부정하는일이다.온갖집안에서대물림되었을며느리배척의역사에한줄을더하는행위일따름이다.『문어그림자에루명쓴며느리』는인간이아닌존재의등장으로이경계의고리를끊어낸다.초월적인영물은눈앞의일에연연하기십상인인간이종종빠지는함정을피해갈수있는길을보여준다.

인간과인간아닌존재사이의경계가느슨했던시대
일제치하를막벗어난작중의시대에는인간과인간아닌존재사이의경계가느슨했다.보름날에는바다의신들이물고기로변해바닷속을노닌다는이야기가퍼져있기에마을사람들은보름밤조업을꺼린다.간절한바람이나깊은고민이생기면신내림을받은무당을찾아가적절한해결책을듣는다.신씨가문의일호는영휘가실종사건에휘말리지않고건강하지못한몸으로나마살아남은것이돌아가신조상들의보살핌덕이라여긴다.인간이다른존재들과공존하고있다는세계관이일반적이었다.그들에게서깨달음을얻는일또한보편적이었다.

2020년대를사는우리의눈에도저시대는그리낯설지않다.우리가저시대를바탕으로만들어진세상에살고있기때문이기도하고,오유경작가가꼼꼼한자료조사와풍성한어휘구사를통해몇십년전의세계를정교하게구현해냈기때문이기도하다.기름을발라닦아둔사랑채바닥,바닷바람에휘날리는치맛자락,무당이든방울에서울려퍼지는소리가선명하니사랑채를오가는신씨가문식구들,바닷가를몰래걷는며느리,무당의예언에인생을거는사람들의마음결까지도선명한것이다.시대의경계를넘은이야기는우리가아직간직하고있지만잠시잊고있었던지혜를일깨워인생과세상을바라보는시야를넓혀준다.『문어그림자에루명쓴며느리』가바로그렇다.

줄거리
일제강점기가막끝난시기의어느날,바닷가마을에사는신씨가문사람들이한꺼번에사라진다.남은이는며느리와그가갓낳은아들,며느리를모시던하인의어린딸뿐이다.며느리의아들영휘가잘성장한다면가문은계속명맥을이어갈수있을테지만영휘는거동도의사소통도불가능할정도로건강이나쁘다.무너져가는종가를책임지겠다고나선방계친척일호는가문의대를잇기위해영휘를보고도도망치지않을특별한신붓감을집안에들인다.새신부가들어온그날부터영휘의어머니서천댁은15년만에간밤의꿈을기억하기시작하고,그기이한꿈은15년전집안사람들의실종에얽힌비밀을들추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