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 -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4

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 -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4

$14.00
Description
선택적 함구증을 가진 중3 소년 도이서와 가나에서 유학 온 여대생 도이시 미켈란!
이서와 이시가 펼쳐가는 다문화 코믹 힐링, 글로벌 단짠유쾌 성장소설!
나이 불문! 성별 불문! 국적 불문! 노고산동에 피어난 감동과 웃음의 드라마!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시리즈 네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상실의 아픔을 소통과 배려를 통해 치유받으며 성장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이다. ‘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은 주인공 도이서의 엄마가 세상을 떠나기 전 아들에게 끓여 준 마지막 라면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란 재료는 다 넣고 맛나게 끓여준 이 혼종 라면에는, 이서로선 절대 가늠할 수 없는 상실의 무게와 그리움이 담겼다.
어려서부터 선택적 함구증을 앓아 타인과의 소통이 쉽지 않은 도이서는 중3 소년이다. 철없는 학교 친구들은 그런 이서를 놀리거나 없는 사람 취급하지만, 정작 이서는 자기만의 삶을 꿋꿋이 살아가고 있다. 엄마를 하늘나라로 보낸 슬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아빠는 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엄마와 함께 구호 활동을 펼치던 아프리카로 떠나버리고, 남겨진 이서는 노고산동에서 마동석을 닮았지만 더없이 다정하고 세심한 삼촌과 함께 산다. 하지만 그 상실의 공간은 쉽게 채워질 리 없고, 선택적 함구증까지 가진 이서의 삶은 꽤나 적막하다.
그런 이서의 삶에 갑작스런 변화가 찾아온다. 엄마 아빠가 어릴 때부터 후원해 온 가나의 소녀 도이시 미켈란이 어느덧 대학생이 되어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것. 그것도 바로 노고산동 이서네 집으로! 가뜩이나 타인과의 소통이 불편한데 아프리카 여대생과의 생활이라니!
하지만 도이시 미켈란은 마치 오래 알던 사이처럼 이서에게 살갑다. 어수룩한 한국말과 따스한 진심으로 이서를 챙기기 시작하고, 오래전 펜팔 친구인 캄보디아 출신의 쏙도 자연스레 이서네 집을 드나들기 시작한다. 거기다가 어린 시절부터 유일한 친구라 할 민수도 속물 엄마의 감시망을 피해 영어공부 핑계를 대며 이서네에 합류하고, 때마침 전학 온 짝궁 지유도 왠지 모르게 이서와 가까워지려 애쓴다. 삼촌은 그런 사람들을 기꺼이 집으로 받아들인다.
오롯이 혼자만의 세계에 살던 이서의 주변에 갑자기 사람들이 넘쳐나면서, 이서의 삶에도 변화가 찾아오는데…. 영어와 콩글리시와 서툰 한국어와 표준어와 사투리가 마구 오가는 노고산동 이서네의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이야기!
과연 이 북적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이서의 선택적 함구증은 나아질 수 있을까. 상실의 슬픔과 이유를 알 수 없는 함구증으로 비어 있던 이서의 마음이 새롭게 채워질까. 절친 민수와 짝꿍 지유 그리고 이서로 이루어진 중3 삼총사, 노고산동 어르신들로 결성된 경로당 삼인방, 순둥이 삼촌과 도이시 그리고 쏙이 뭉친 글로벌 트리오는 꿈꾸던 일을 이룰 수 있을까. 이서는 자기만 홀로 남겨놓고 떠나버린 아빠와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나이 불문! 성별 불문! 국적 불문! 노고산동 이서네 집을 둘러싼 감동과 웃음, 그리고 성장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킥킥거리며 웃다 보면 어느덧 가슴이 뭉클해지는, 청소년과 성인 모두를 위한 성장소설이자 힐링소설이다.
저자

장이랑

《대전일보》신춘문예에소설〈흔들리는비〉가당선되면서문단에데뷔했으며,북토피아와인터넷MBC의공동프로젝트로만든국내최초하이퍼텍스트서사물〈디지털구보〉에서포괄적원작자로서공동창작에참여했다.이후출판사어린이·청소년팀팀장,여행콘텐츠회사편집장을맡으며여러책과잡지를기획및편집했다.

목차

수프없는라면
엄마가끓여준마지막라면
아빠는가고도이시미켈란이왔다
내가너라면,네가나라면
도이시의친구,쏙출격사건
가파를수록하늘과가깝다
계롼똑만두햄취이즈김치이롸면
라면있슈?라면잇슈!
장례식장을순례하는아이
키컸으면,더컸으면
사람이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음
아프리카처녀가복덩이였네
겨,아녀?
낮과밤이바뀌는오묘한시간
행복한나비가될거야
오호,인스턴트지만제법이야
아프리카로띄우는편지(feat.<전국노래자랑>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중3이된지금도나는도이서라는이름석자보다선택적함구증병신으로통한다.도이서하면이구동성으로“아,입에거미줄친븅신?”“선택적함구인지방구인지그렇다는데?”“그래도출석부르면‘예’하고대답은해.쥐똥만한목소리로.”“민수라고있거든.욕잘하고성질개더러운똑똑이.나도좀아는놈인데,그새끼하고는종종웃고떠들고한다더라.유치원동기라나뭐라나.”“그러니까선택적이지.”“기분나빠.제까짓게뭔데선택을하고지랄이람.”이러면서불쾌해했다.
---p.16~17

그나저나아빠는대체무슨생각인걸까.아프리카흑인여대생이한지붕아래산다는건상상조차해본적이없는그림인데.
물론신촌노고산동에서외국인을만나는일은정말대수롭지않은일중의하나다.나와삼촌이사는이낡은5층짜리빌라건너편만해도고대운동교육기관인‘힘의집’이있어이란,터키,파키스탄출신대학생들이수시로드나든다.취재차유재석이온적도있었다.물론학교에가느라구경은못했지만.
주변으로유명사립대학교가세개나모여있는신촌노고산동은그런동네였다.백인,흑인,동양인,아랍인등전세계대학생들이오글오글모여사는.삼촌은역세권이라고는하지만,가파르고좁다란산동네라상대적으로집값이싼탓이라고설명해주었다.
---p.28

삼주째되던날금요일아침,여느때처럼도이시미켈란이배웅을나와있었다.어느순간내걱정은‘오늘아침엔도이시미켈란이없으면어쩌지?’로바뀌어있었다.정말짜증제대로다.손을흔들며현관에서있는그녀를보자긴장으로굳어있던얼굴근육이슬그머니펴졌다.
그런데그날은포스트잇대신손편지를건네주는게아닌가.짧지만강력한단서조항과함께.
“도이서동생,지구말고학교에가서펴보십시오.”
나는반사적으로도이시미켈란의얼굴을바라봤다.듣고있던삼촌이그새를참지못하고쿵쿵쿵달려와손사래를쳤다.
“이시야,지구말고가아니라지금말고.지구노노,지금!”
얼씨구,이시야란다.이시야.그것도이서야를부를때와같은다정한톤으로말이다.그러자도이시미켈란이자신의이마를손바닥으로찰싹때렸다.
“어이쿠!도이서동생,지큼말고학교에가서펴보십시오.”
그녀는손으로브이자를그으며씩웃었다.표정을보니협박이나경고메시지는아닌게확실했다.
‘나도참,별이상한상상을다하네.도이시미켈란이협박이나얼럿(경고장)을보낼리없잖아.’
나는그상황이하도어이가없어서웃음이났다.아침마다시트콤예고편을보는것같은이소란스러움이라니…….그러나아직은그어떤말도하고싶지가않았다.여전히심경이복잡했다.
다들짐작이나할까.엄마는하늘나라로,아빠는아프리카로떠나보낸뒤어떻게든그상황에익숙해지려고내깐엔눈물나게애쓰고있었다는걸.그런데도이시미켈란이나타나겨우잔잔해지려는내마음속에자꾸조약돌을던지고있다.그것도지치지도않고매일아침이렇게.
---p.36~37

“이서야,이거,너아크라에있을때형이랑형수가만들어줬던거라는데기억안나지?채소랑고기는송송채썰어볶고,시금치는데친뒤무쳐.그런다음삶아서찬물에헹군면이랑라면수프첨가한엄마표양념장을넣고다시휘리릭볶는건데,이서니가유독잘먹었대.당면구하기가힘드니까그대신라면잡채로이서네살때생일상을차렸다더라.형수레시피를이시가완전세세하게기억하고있더라고.”
“불어터져.얼른먹어.”
쏙이재촉했다.쏙은정말이지금산할머니보다한국말이더구수했다.그말에지유가라면잡채를포크에돌돌말았다.민수도지유를따라했다.
“뭐냐,이신박한맛의조화는.”
---p.81~82

어느덧이시누나가케이크를들고내앞으로다가왔다.이번엔물러서지않겠다는단호한눈빛이었다.목소리도어찌나우렁찬지거실이다흔들리는것같았다.
“야,어른부러!쏘원빌고!”
쏙누나한테배운것같은저확신에찬말투라니.옆에서쏙누나가발을동동구르며입술모양으로만‘어른아니고얼른!’이라고하는것만봐도알수있었다.
“어허,야!어른부러!”
이시누나가다시눈을부라렸다.나는못이기는척촛불을껐다.싫지않았다.그러나소원은빌지못했다.소원대신꼭해야할말이있어서였다.그건바로‘이시누나,미안해요.그리고고마워요’였다.
촛불이꺼지자모두손바닥이빨개지도록박수를쳤다.내가촛불을껐다는사실만으로도이시누나의얼굴엔행복한미소가출렁였다.삼촌은가슴을쓸어내리기까지했다.
쏙누나는자신의수제자가백프로완벽하게멘트를구사하지못한것이못내아쉬운지“이시,어른아니고얼른.다시해봐,얼른”했다.
“어른은그로운업,얼른은퀴클리.”
이시누나는케이크를들고거실으로사뿐사뿐걸으면서도“오마이갓!잇츠마이미스테이크.어른그로운업,얼른퀴클리!”를따라했다.
---p.131~132

사십구재날,삼촌의낡은차조수석에앉아멍하니창밖을바라보는데사이드미러에적힌글귀가눈에들어왔다.

사물이거울에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음.

그말이마치내겐‘사람이거울에보이는것보다멀리있음’이렇게읽혔다.나는운전하는삼촌을흘끗쳐다보았다.삼촌마저떠나간다면나는절망의늪에서헤어나올수없으리라.난중3이니까,엄마가돌아가신지불과사십구일밖에되지않은데다아빠까지잃게생긴천하에재수없는중3이니까.그래서쥐어짜내듯라면먹기싫다고,저녁밥상을차려내라고협박하듯호소한건데…….그런데지금은그문구가이렇게읽혔다.

사람이보이는것보다가까이있음.
---p.137~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