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씻다가 생각이 났어 : 쓸쓸하고 찬란한 우리들의 열다섯

쌀을 씻다가 생각이 났어 : 쓸쓸하고 찬란한 우리들의 열다섯

$16.80
Description
“쌀을 씻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문득 네 생각이 나.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너의 이름을 크게 불러주겠어!”
열다섯 소녀 소년들과 함께해온 선생님의 사랑스러운 고백!
우리 모두가 지나왔거나, 지금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사춘기라는 세계!
《쌀을 씻다가 생각이 났어》는 18년간 열넷, 열다섯, 열여섯 소녀 소년들을 가르치며 함께해온 선생님의 에세이이다. 한마디로‘사춘기라는 세계’를 담은 책이다. 목하 짝사랑 중인 소년부터, 자신의 생얼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화장에 집착하는 소녀, 하루가 멀다 하고 미래의 꿈을 바꾸는 소년, 친구 문제로 속을 앓는 소녀, 성적 때문에 부모님과 싸우고 가출을 감행한 소년, 아버지와 대화를 중단해버린 소년,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라 욱하는 면이 있지만 진심 어린 공감 앞에 무장해제되는 소년 등등, 선생님이 18년 동안 만난 열다섯 무렵 소녀 소년들의 사랑스럽고 가슴 찡한 에피소드들이 한가득 담겨 있다. 사춘기 아이들은 이러저러하고, 그러니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식의 원칙이나 방법론 대신, 따스한 시선과 애정 어린 관심으로 가만히 들여다 보아주면 비로소 보이는 아이들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다섯 살 특유의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을 장착하고 있지만, 때론 쓸쓸하고 우울하기도 한 그 심정을 공감하며 바라봐줄 때, 아이들의 마음 역시 활짝 열린다는 진실을 몸소 체험해온 선생님만의 철학이 따스하게 다가온다.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더라도 아이들의 이름을 크게 불러주겠다는 각오를 다져온 선생님은 그러기 위해서 더더욱 아이들을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애정을 듬뿍 담은 별명을 지어주고, 운동장 데이트를 계획하고, 아이들에게 꼭 맞는 시를 처방해주고, 함께 울고 웃어주었다. 그렇게 오래 들여다보니 비로소 아이들의 마음이 보이고, 또 그렇게 마음에 새겨두었기에 무시로 아이들 생각이 떠오른다. 미역국을 끓이려고 불려둔 미역을 보아도 생각이 나고, 납작한 뒤통수를 만질 때도 생각이 난다. 봄바람이 살랑이고 가을밤이 깊어갈 때도, 기차가 지나가거나 뒷산을 오를 때도 문득문득 떠오르는 소녀 소년들의 기억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이 ‘자꾸자꾸 생각나는 것들의 기록’이기도 하다고 고백한다.
최소 면적 스무 평의 세계인 교실은 아이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체험 삶의 현장이다. 치열하고 찬란하며 애잔하고 기막히다. 그곳에서 열다섯 언저리의 소녀 소년들은 지구를 쓰고, 우주를 상상하며,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멍하니 있기도 한다. 때론 불안해하고 때론 고독하다. 그 속에는 통통 튀고 자기표현이 확실한 소녀 소년들도 있고, 자신만의 세계에 고요히 집중하며 지내는 소녀 소년들도 있다. 애정 어린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 사춘기 소녀 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나온 사춘기 시절을 소환하거나 혹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자녀나 제자의 현재를 보여주는 다양한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쌀을 씻다가 생각이 났어》는 좋은 에세이의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다.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 사려 깊고 따스한 어른의 통통 튀는 시선과 참신한 발상, 그리고 문장의 재미와 멋을 아는 국어 선생님의 필력 덕분에, 읽는 동안 마치 교실 한가운데서 인생을 채워나가는 아이들을 마주 대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키득거리며 웃다가 슬며시 미소 짓다가 기어이 가슴이 찡해지는 사랑스러운 글들이 가득하다.
이미 사춘기를 지나왔다면 이 책을 읽으며 과거의 학창시절을 분명 다시 소환하게 될 것이다. 지금 한창 사춘기를 겪는 중이라면, 다른 열다섯 살 친구들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고 무심한 듯 보여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어른들이 있다는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지금 사춘기 자녀와 제자를 둔 부모님과 선생님이라면,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은 더 이해하며 아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권지연

저자:권지연

쌀알처럼생겼습니다.

만여섯살부터줄곧학교를떠나본적이없습니다.

이윽고산과논과밭으로둘러싸인작고사랑스러운학교에서생활하듯흘러가듯일하고있습니다.

아직은학교가좋고,소녀소년들을보면웃음이나고불현듯눈물도납니다.

이제열여덟해동안아이들과울고웃으며함께했던이야기를펼쳐놓습니다.

따스한쌀밥한공기같은글이되면좋겠습니다.

밥먹듯읽어주시면고맙겠습니다.

목차

프롤로그선생님은나를기억하실까

1.네생각하나,엉뚱하고따뜻해
첫사랑중입니다
봄날의팝콘이되어
사랑을가르쳐주시오
논다는것
깨비책방과게임
나는공기가되었다네
이상한나라에서온작고흥미로운존재들
나를돌보는일
네얼굴이어때서
존재의이유
아,소년이여

2.네생각둘,흔들리고쓸쓸해
가을밤과성적과가출
시와태권소년
탱글탱글윤기좔좔의잠재력
납작한뒤통수들
인생은11자
지금당장빛나지않아도
친구가내세계를마구흔들때
욕쟁이그녀석
진로탐색중입니다1
고민있을땐운동장데이트
소녀,소설을씁니다
호구는알고있다
담임이라는것
꽃이스러졌는데

3.네생각셋,아름답고찬란해
별명에관하여
3월이되면학부모님생각
진로탐색중입니다2
자존심을건드리면
혈액형이든MBTI이든
정지된페이스북
오전여덟시사십분의소년
나비야,그날개팔랑이지말아주렴
동쪽바다와시와소녀와소년들
아픔의내력
한우와홍삼

에필로그눈발이휘날릴때네생각을해

출판사 서평

추천사

깨끗하고쨍한하늘같다.통통튀는맛에미소지으며읽다가어느새마음깊은곳에서부터따뜻함이차오른다.권지연선생님이그동안만났던소년소녀들이시처럼내눈앞에서있다.복도끝에서운동장멀찍이서함께걷고도닥이며그네들하나하나세심하게살폈던선생님의마음이참고맙다.씁쓸하거나달콤하게혹은가슴을후벼파거나무덤덤하게어떻게든용하게열다섯을지나온소년소녀와권지연선생님,그리고우리모두에게수고했다고,잘버텼다고,오래만지작거려반짝거리는사과한알건네고싶다.
―구본희(관악중학교교사)

싱그러웠던한때,불안하고흔들렸지만그래서더욱찬란했던그때를기억한다.그곳은학기초낯선교실이기도하고,친구들과뛰놀던운동장이기도하며,선생님과거닐었던교정이기도하다.한사람의우주가성장하던시간,모두가연결되어영향을주고받던공간.그래서이글은학창시절을거쳐온나의이야기이면서동시에흔들리며인생을살아낸,아니살아내고있는우리모두의이야기이기도하다.진심어린공감과위로,응원이가득한글이라서였을까.무엇보다십대의자녀를둔부모님들에게,오늘도아이들교육에고군분투하는선생님들에게선물하고싶은책이다.―윤신원(서울성남고등학교교사)

이책은따뜻한만남의기록이다.아이들과의만남을소중히여기며한걸음한걸음내디뎌온권지연선생님의삶의이야기이다.누구나한번쯤은겪었을,마음속에오래도록남아있는그리운만남의이야기이다.그동안잊고있었던만남을떠오르게해준이책이다른이들의손에도가닿아마음의온기를더해주었으면좋겠다.모두의마음이따뜻해진다면우리의행복은더커지고,우리가살아가는이세상도더따뜻해질테니까.
―김영석(월간《좋은교사》편집장,《덕분에잘지내고있습니다》저자)

책속에서

최소면적스무평의세계이다.소녀와소년은아침이면일어나졸린눈을비비고책가방을메고스무평의교실로입장한다.이곳에서오늘하루치의정성으로삶을살아낸다.교실은아이들에게하루하루가체험삶의현장이다.치열하고찬란하며애잔하고기막히다.스무평의세계에서지구를쓰고,우주를상상하며울기도하고,웃기도하고,멍하게있기도한다.때론불안하고때론고독하다.―7쪽

그러니까열다섯을뭐라표현할수있을까.열다섯이라하면떠오르는것들은…?봄.그리고봄.또봄.봄그자체.겨울을막벗어난낯섦과서투름,어색함,수줍음,초록,풋내,싱그러움,5월,풀내음,꽃내음,꽃잎,흩날리는벚꽃잎….
서툴게시작된3월의관계는벚꽃필무렵이면물러져서슬그머니서로스며들고,운동장여기저기서흩날리는벚꽃은촉매제역할을하는중이다.굳은근육을움직여슬며시웃어봐도괜찮을것같다고여겨진다.웃음은전염이되어자꾸자꾸씰룩씰룩웃다가,웃는걸보다가,그냥웃어버린다.벚꽃이바람에흩날리기때문에웃음은무죄인것으로.―22쪽

중간고사첫째날이었다.시험문제출제로인한그간의스트레스를풀기위해동료들과새로생긴파스타집에가기로했다.오랜만에여유있게소박한담소를나누고있는데,창밖으로낯익은자들이보인다.우리반소년들이다.오늘시험을잘쳤는지기분이좋아보인다.신나게근처건물로들어가길래자세히보니,간판에PC방이라고쓰여있다.시험기간에PC방?반사적으로몸뚱이는식당밖을향하고,나는단련된목청으로외친다.“야,이자들아!게섰거라!”
다음날PC방소년들이애써시선을피한다.“시험이아직이틀이나남았는데PC방?너희가정녕학생이란말이냐.니죄를니가알렷다.”이렇듯따뜻한조언을하고나니소년ㅅ이말한다.“선생님,저희랑PC방한번만같이가시죠.”―38쪽

3월은아직춥다.봄은언제오는건지,봄햇살은얼마나따뜻했었는지봄맛이기억나지않는다.교실은아직검은패딩이점령하고있다.봄은한참멀리있는것같지만,어쨌거나3월이되면봄맞이꽃단장을시작한다.교무실을둘러보며명당을찾는다.앉은자리에서멀지않으면서다른선생님들의동선에방해가되지않는곳,인테리어를크게파괴하지않는곳을탐색한다.그곳에내소중한카트를주차한다.
마트용접이식카트안에는제목도시가되는시집들이들어있다.오십권넘는시집들이각기다른제목을달고,각자의컬러를입고차곡히쌓여있다.일년동안함께할우리살림살이다.3월이되었으니정성스럽게시집을고른다.아이들과한해동안밥처럼지어먹을시들을고르는일이다.일주일에한번털털털카트를끌고교실로들어선다.트럭만물상처럼골라골라마음에드는시집을골라.아이들은일년동안꼭꼭씹어먹을시집을골라잡는다.―86쪽

하루는젊은여선생님들네명이서경쾌하고즐겁게퇴근을하던길이었는데,그녀석이길목에서있었다.퇴근길이라기분도좋고자그마한녀석이혼자서서있는모습이귀여워보이기도해서다같이손을흔들며“ㅁ아~안녕~”이라고했더니그녀석이…그녀석이…얼굴이시뻘게져서는우리를향해가운뎃손가락을올렸다.
상상치도못한반응이었다.짧은순간모두함께당황한듯했으나,네명선생님들이동시에푸하하웃음을터뜨렸다.그녀석은더당황해서입을쌜쭉거렸다.자그마한소년이어른처럼센척을하고있는모습을보니웃음이터져나온것이다.―120~121쪽

꿈앞에서주춤거리는아이들을향해‘꿈도없는요즘청소년’운운한다면,‘요즘청소년들’과매일하루한끼는같은메뉴를공유하는사람으로서울컥한다.이런사회를만들어놓은건의도적이지않았더라도어른들이다.눈코뜰새가있어야꿈도꿀수있다.‘꿈을가지라’는잔소리는생각만해도억지스럽고지긋지긋하지않나.
그럼에도올해우리반학급운영의핵심키워드는‘꿈,배움,따뜻한마음’이다.‘꿈’으로잔소리하지말라더니앞뒤가다른사람이냐고따져물을것같아웃음이난다.그럼에도나는아이들이꿈꾸기를바란다.은근하고꾸준하게무언가를꿈꾸기를바란다.최단,최적의경로를위한플랜이아니다.나를사랑하고,타인을이해하고,애석하고애틋하게세계를바라보는마음이몽글몽글꿈으로뭉쳐지길바란다.―177쪽

소년ㅁ은지금도특유의유쾌함으로산들바람살랑~불게하겠지.지금도여덟시사십분이되면스르륵교실뒷문을열고나가거나,기차가지나가는소리에귀기울이고있을것이다.ㅁ이앞으로도즐겁게살아갈수있는세상이되었으면좋겠다.어머님의마음이좀더편해지셨으면좋겠고,ㅁ이꼭멋진철도기관사가되었으면좋겠다.세상에서제일좋아하는기차를타고매일차창밖세상을구경했으면좋겠다.성실하고야무지게스스로의인생을살아갔으면좋겠다.―199쪽

수업을마치는종이울리기전,
“오늘여러분가슴에평생잊지못할시를심었어요.앞으로인생에서누군가시를묻는다면?동해바다?가생각나겠지요?별것아닌일로가족이,친구가미워질때면이시가생각날지도모르지요.티끌만한잘못이맷방석만하게보일때,좀더너그러워져야겠다스스로를다독일지도몰라요.그럴때면훌훌털고동해바다행티켓을끊거나운전대를잡기도하겠죠.널따란동해바다를바라보며,흔들리고있는스스로에게따뜻한위로의말을건넬지도모르겠어요.
여러분인생에서열네살의동해바다를,시를기억해주세요.시가내게로온것처럼기꺼이여러분에게도갈거예요.느리게혹은순식간에.”
하고싶었던이야기를전하고수업을마무리하는데,“여러분덕분에행복했습니다”라는의도치않은인사가튀어나왔다.나름의방법으로오늘수업에진심을다한아이들을향한나의진심이었다.―213쪽

가정통신문에쓰여있는‘존경하는학부모님께’라는글귀를볼때마다가슴이저릿했다.가정통신문을나눠줄때마다어디에있는지알수없는부모를떠올리게하는건아닐지,영영볼수없는부모에대한원망이조금씩자라나는건아닐지마음이쓰였다.그런데소녀소년들은내가생각하는것보다훨씬더강하고단단했다.현실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고서로를이해했다.자신의아픔으로인해타인의아픔을더욱깊이공감했고,배려할줄알았다.다행이었다.오히려아이들을있는그대로바라보지못한건나였다.아이들을불편하게만드는건숨기지못하는내마음과애처롭게바라보는섣부른눈길이라는것을알았다.부끄럽고미안했다.―21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