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소년 베이컨 소녀

팝콘 소년 베이컨 소녀

$14.00
Description
“세상을 살아가려면 자기편이 좀 더 필요해요.
그래야 힘들지 않게 버틸 수 있거든요.”
1980년대 서울 달동네의 가난과 고독 속에서 피어난 소중한 사랑과 우정!
고통을 견디고 슬픔을 이기는 법, 그리고 삶이라는 사막을 건너는 법!
『팝콘 소년 베이컨 소녀』는 1980년대 서울의 달동네를 배경으로, 떠날 때 웃는 경우는 있어도 이사 올 때 웃는 사람은 본 적 없는 다가구주택에 사는 외톨이 소년이 같은 동네에 사는 외톨이 소녀와 만나 써 내려가는 동화 같은 사랑 이야기를 그린 청소년소설이다. 가난과 고독과 무시, 그리고 결핍이 삶의 조건으로 주어진 달동네의 신산한 삶 속에서 아빠 없이 엄마와 다가구주택의 단칸방에 사는 ‘보석’과 엄마 없이 아빠와 단둘이 지하 셋방에 사는 ‘양지’가 서로를 보듬으며 삶의 무게를 함께 지고 나가는 따뜻하고도 가슴 시린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
보석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보석처럼 대우받지 못하는 ‘보석’이나 양지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햇볕이 들지 않는 컴컴한 지하 셋방에 사는 ‘양지’는 서로의 외로움과 결핍을 알아보고 우정과 연대의 관계를 맺게 된다. 둘은 그들만의 비밀 장소에 ‘우리들의 양지’라는 이름을 붙이고 소중하게 가꾸며 점차 서로에게 의지해간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보석은 늘 돌아가신 아빠에게 그날의 일들을 편지로 쓰지만, 엄마는 홀로 생계를 이어가느라 보석을 세심히 보살필 여력이 없다. 양지의 아빠는 자신과 딸을 남겨두고 도망가버린 양지 엄마에 대한 분노를 양지를 때리며 풀고 늘 술에 절어 있다. 그런 둘을 챙기는 것은, 하나의 화장실과 하나의 수도를 나눠 쓰며 살아가는 다가구주택의 식구들이다. 가난과 저마다의 문제로 신음하면서도 어린 보석을 챙기는 착한 어른들과 아이를 학대하고 돈과 사회적 지위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쁜 어른들이 공존하는 세상 속에서 서로를 팝콘 소년과 베이컨 소녀로 명명하는 중학생 소년 소녀의 사랑은 햇빛을 머금은 보석처럼 소중하게 빛난다. 두 아이를 둘러싼 다가구주택 식구들의 웃기고 짠한 이야기들도 색다른 유머와 재미를 선사한다.
80년대 달동네 다가구주택 식구들의 사람 냄새 물씬 나는 서사, 소년 소녀의 순수해서 더 설레는 연애, 믿을 수 있는 한편이 있다는 사실이 주는 용기와 위로, 등장인물들 사이에 오가는 대화에 담긴 위트와 유머가 청소년 독자들의 세계를 한층 더 깊고 넓게 열어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려면 자기편이 좀 더 필요해요. 그래야 힘들지 않게 버틸 수 있거든요.” 보석이 아빠에게 쓴 편지 속 말처럼, 삶이라는 때론 가혹하고 삭막한 사막을 무사히 건너기 위해서는 서로를 보듬는 자기편이, 그리고 아이들을 돌보는 착한 어른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팝콘 소년 베이컨 소녀』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로 들려준다.
저자

박성경

저자;박성경
서울에서태어나덕성여대국문과를졸업했다.
영화<소년,천국에가다>의각본을썼고,장편소설『쉬운여자』『나와아로와나』『피우리미용실』『사랑에관한농담혹은거짓말』『비단뱀』,청소년소설『나쁜엄마』『날마다크리스마스』를냈다.

목차


1988년서울,달동네
달동네왕따보이,왕따걸을만나다
달동네사람들
옛날애인
카사노바
카풀
소풍
그사람
우리들의양지
몰래데이트
장미와보석
실연
청혼
결혼식
신혼여행
팝콘소년과베이컨소녀
임종
2025년대성리,강가
에필로그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하늘과아주가까이있는서울의한달동네,숭인동860번지.별들이달동네의밤하늘을수놓았고,별들사이로는둥그런보름달이떴다.희고탐스러운보름달은밤의왕이라도되는것처럼별들을거느리며그빛을한껏뽐내는중이었다.이동네에서만큼은그누구도편애하지않겠다는듯밤의왕은달동네를골고루구석구석비추어댔다._9쪽

옆방애숙누나가샴푸와대야를들고마당으로나왔다.그러고는뜨거운물이담긴대야를수돗가에내려놓았다.애숙이수도꼭지에서찬물을받아대야에담긴뜨거운물에섞어미지근하게만들고는샴푸로머리를감기시작했다.샴푸냄새가향긋했다.사시사철,사글셋방동지들은연탄아궁이나석유곤로에물을끓여써야했다.달동네의수도꼭지에서도따뜻한물이나오면좋겠지만현실은그렇지못하니까.보석이치약거품을튕겨가며애숙을향해물었다.
“누나,오늘몇시에끝나?”
“왜?”
왜긴,혼자저녁먹기싫으니까그러지.
“데이트할까?”
애숙은기가막힌듯웃었다.애숙은공무원연금매점에서일하는데거기서파는빵과우유를보석에게자주사다주었다.보석이가장좋아하는빵은보름달빵이었다.맛도좋은데다폭신하니까._12쪽

보석이갑자기멈춰서자여자아이도걸음을딱멈췄다.보석이그애에게퉁명스럽게물었다.
“너뭐야?왜따라오는데.”
여자아이는대답대신배시시웃었다.보석이화를냈다.
“야,너말못해?왜따라오냐고!”
여자아이가그제야들릴듯말듯한목소리로답했다.
“귀여워서.”
“뭐?”
“꼭……도토리같아.”
여자아이가다시한번배시시웃고나서고개를숙였다.보석은자존심이상했다.엄마도보석의아픈데를건드리지않는데하물며생전처음보는말라깽이계집애가.
“저리꺼져!”
_24쪽

“누나들,싸우지마!”
보석이애숙과진미가운데서서둘을떼어놓기시작했다.진미가와락소리를질렀다.
“쪼그만게왜사사건건끼어드니?저리안가?”
진미가보석을밀어냈다.순간진미의손에묻은거품이싸움을말리는보석의눈에들어가버렸다.보석은진미에게대들며동네가떠나가라외쳐댔다.
“싸우지말라고!그깟남자하나때문에싸우지말란말이야!”
눈이매서워진보석이갑자기흑,울음을터트렸다._45쪽

“좋아,그럼우리오늘부터같은편하는거지?”
“같은편?”
“응.같은편이된다는건서로를인정하고받아들인다는뜻이잖아.그리고으음…….”
양지가조금더생각하더니말했다.
“뭐든함께하는거지.함께있으면기운도두배로날걸?”
“그럼앞으론사탕하나도나눠먹어야겠니?같은편먹었으니까.”
양지가풉웃었다.
“그럴까?”
보석도맞장구쳤다.확실히해둔다는의미에서.
“그러지뭐.”
보석은갑자기세상을얻은느낌이들었다.그동안또래중에선내편이아무도없는줄알았는데.또래한명하고만같은편을먹었을뿐인데세상을통째로얻은느낌이었다.
_50쪽

양지의속마음을읽기라도한듯보석이아저씨앞으로조르르다가가별사탕두개를샀다.다행이었다.별사탕은사줄수있어서.아이들이엄마아빠의손을잡고놀이공원을향해종종걸음으로걸어가고있었다.부모들은자동카메라로아이들의사진을실컷찍어댔다.
보석이양지에게별사탕하나를내밀었다.양지가별사탕을받아들었다.양지의얼굴이별사탕처럼빛났다.보석이구닥다리수동카메라로양지를찍어주었다.양지가한손에별사탕을들고다른한손으론손가락으로브이자를그려보이며환하게웃었다.
_56~57쪽

보석이대답대신어깨를으쓱하며햇살이더많이들어오는곳으로양지를이끌었다.
“여기가양지야.네이름이랑똑같다.”
보석이잠시곰곰이생각하더니말했다.
“여기를‘우리들의양지’로부를까?”
“우리들의양지?멋지다!”
보석이다시한번어깨를으쓱했다.
“이제부터학교끝나면여기로와.다른때도보고싶으면서로대문앞에서야옹소리세번씩하는거다.알았지?”
_74쪽

“날때리는게아니고그여자를때리는거야.날때리면서그여자이름을부르거든.”
“니네엄마?”
“그여자가나랑그사람을버리고가출한뒤론많이힘들어해.친척하나없으니얼마나외롭겠어.스트레스받아줄사람이나밖에없으니까내가참아야지.”
“븅신아,그렇다고맞아?당장신고해버려.”
“신고하면날죽일걸?난아직은죽고싶지않아.아직은.”
양지가고개를숙이며작게한숨을쉬었다.
_9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