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친구 - 아무튼 시리즈 57

아무튼, 친구 - 아무튼 시리즈 57

$12.00
Description
_우정을 향해 돌진해온 30년 열혈 우정인의 이야기
일찍이 공자가 말했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락호아(벗이 멀리서 찾아와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한편 우리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친구가 뭐 대수인가.” 작가 양다솔은 이 말 앞에서 눈을 크게 뜨고 놀랄 것이다. 시간도 없고 돈도 부족하여 마음마저 차가워진 이 시대에 그는 오직 우정을 향해 정면으로 돌진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친구가 가벼운 목소리로 와주겠냐고 묻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폭설로 대중교통이 완전히 마비된 상황을 뚫고 자전거를 타고 눈길을 맹렬히 질주하는 사람이 된다. 머리에서 비눗물을 뚝뚝 흘리고 있어도, 지금 막 맛있는 밥 한 술을 뜨려는 찰나여도, 참고 참았던 볼일을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참인데도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면 한결같이 “여보세요?” 하고 전화를 받는 사람. 그는 언제나 생각한다. 우리가 오늘 만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거라고.

저자

양다솔

어떻게살아야할지도통갈피를못잡는사람.마치눈떠보니11시인기분이다.뭘하기엔늦었고안하기에도아쉽다.갑자기절에행자로출가하고유럽으로무전여행을떠나며모험가처럼살다가어느날평범한직장인이되었다.어쨌든큰소리치는이야기는말은기뻐야힘이나고글은슬퍼야깊이가있다는것이다.만날때마다우울한소리를하는사람은곁에두기힘들고,쓰는글마다행복하다고하는사람은밥맛이...

목차

온마이웨이
열혈우정인
문턱에서있는사람
무소식이비(悲)소식
스투키와나
모든것의공주
빗의속도
보름간의별거
마운테인다이어리
아빠는이데아
내가본것을당신도본것처럼
“지금딱좋아”

출판사 서평

_내소개는간단하다.“양다솔입니다.○○의친구입니다”
양다솔작가의이런‘너무한우정공세’에는오래된기원이있다.아이들이집에놀러오면어린양다솔은같이놀기는커녕내내문간을지키고서있었다.친구들이곧자리를털고집으로돌아갈까봐서.“나내일전학가”라고꾸며내기도했다.친구들의마음을붙들어두고싶어서.내일이면들통날거짓이래도오늘친구들의관심과사랑이절실했기때문에.타인에게몹시도진심이었던그아이는어른이되어어린양다솔의그마음은‘이런나를혼자두지마’라는마음이었음을알게된다.그리고그의안에는여전히문턱을지키고섰던아이가남아있다.친구들과통화를즐겁게마친날이면,바위처럼무겁게짓누르고있던것들이훌쩍가벼워진듯하고끝없이솟아나는비관적인생각들도잠시딴청을피웠다.고통스러웠던기억이돌연귀엽게느껴지면서비로소모두에게웃음을주는일화가된듯한느낌도들었다.친구와이야기를나누고나면혼자가아니라는믿을수없는사실을잠시나마받아들일수있었다.

_친구에몰두했다.그것이살길이었다
작가는어려서부터자신을이상한사람이라고생각하면서늘스스로를버거워하고몹시끔찍하다고여겼다고한다.그런자신을사랑하는것은불가능에가깝다고도생각했다.그는차라리친구들을사랑했다.그리고그들이돌려주는사랑을빌려자랐다.언제나자신의생각을믿는것보다친구들의말을믿는것이더쉬웠고,친구들을믿는마음을조금씩반사하여그자신을믿었다.말하자면작가는친구를사랑하는마음으로간신히스스로를지켜냈다.한편그가스스로를지켜낼수있도록해준존재가바로친구였기에,『아무튼,친구』에는산과절(또는산속의절)의이야기,그리고고양이친구들,엄마와아빠의이야기또한담겨있다.

_눈밭을달리는강아지처럼,소나무옆에피어난송이버섯처럼
양다솔은누군가의친구로소개되는일이얼마나멋진일인지,그들이뿜어내는빛과그늘에가려지는것이얼마나좋은지모르겠다고말한다.하지만그는이책에서결국자기자신과있기보다는친구들속에머무르고싶었던다치기쉬운자신의모습을가만히바라본다.친구라는존재의크기가각자에게잔인하리만치다를수있다는사실을인정한순간에야관계가성장할수있었음을털어놓기도한다.너무좋아하는나머지너무두려워지는,‘일방적이고너무한’양다솔식우정행각이우리에게유쾌한웃음을주지만,누군가는동시에‘나는우정하는법을잊어버리고만것은아닐까’하는씁쓸한생각이스칠지모른다.놀랍고신기한우정행각에깃든작가의쓸쓸함과불안을이따금마주할때면때로친구들의이름속에서자신이혼자라는사실을잊으려하는우리자신의모습을보지않을수없다.어쩌면이제는어차피혼자임을알기때문에친구들의이름이필요치않게된자신의모습을발견하게될지도모른다.그러나어쨌든양다솔은친구의전화가어떤상황에걸려온대도계속해서말할것이다.지금딱좋다고.

책속에서

내소개는간단하다.“양다솔입니다.○○의친구입니다.”누군가“무슨일하는분이세요?”라고물으면멀쩡히회사다니는직장인임에도이렇게말하곤했다.“○○의친구입니다.그것이제1직업입니다.아직명함은못팠습니다.갖가지사이드잡을하고있습니다만저를별로설명해주지않네요.”특히잘보이고싶은상대에게는여러명을열거하기도했다.“아시죠?저는○○의친구이자○○과도절친하고○○에게는유일한친구라는말을듣는사람입니다.”(p.21)

나로말할것같으면어릴적부터좀서슴없었다.“너남의집에가서냉장고휙휙여는거아니야!”엄마가맹렬히쏘아붙였다.이미엄마들사이에소문이파다하단다.나는눈을껌뻑이며머릿속에입력했다.남의집냉장고를휙휙열지말것.이유는모르겠지만안되는모양.(p.24)

나는어렸을때부터이상한사람이었던나자신을항상버거워했다.몹시끔찍하다고느꼈다.이런나를사랑하는것은불가능에가깝게느껴졌다.나는차라리내친구를사랑했다.그리고그들이돌려주는사랑을빌려자랐다.그들을믿는마음을조금씩반사하여나자신을믿었다.(p.29)

“너는학교가끝나면동네에있는친구들을열심히꼬셔가지고집으로데려왔지.그러고서는정작놀지는않고현관문을지키고서있었어.애들이곧갈까봐서.”
어릴적부터타인에게몹시도진심이었던나를엄마는이렇게회상했다.그말을듣는순간발바닥에닿았던문턱의서늘한감각이되살아났다.(pp.35-36)

나는이렇게말하고싶었는지도모른다.‘제발이런나를두고가지마.’그마음이지금도놀랍도록생생하다.발의아치에딱맞던문턱의단단하고시원한촉감까지.그럴때면시간이라는것이정말흐르고있는걸까싶다.(…)시간이갈수록내삶의어떤부분들은새로운것들로덮이며형태를바꾸고있는데,그옆에는여전히문턱을지키는아이가서있기때문이다.(pp.37-38)

생각해보면친구들과함께한대부분의순간‘함께있다’고느낀적이없었다.언제든내옆에있다고믿기보다는,언제든말없이떠나갈수있다고믿었다.나를싫어하는마음을숨기고있으며,나를배신하고,버리고,홀로남겨둘거라믿었다.그리고동시에,그렇지않다고믿고싶기도했다.그마음은밤하늘처럼넓고어두운불신의바다에서작은별처럼빛났다.(pp.53-54)

하소연따위는들어본적도해본적도없으며고난은늘알아서해결해왔던그는줄줄이이어지는나의슬픔앞에서시종일관어쩔줄몰랐다.입을뗐다가도아무말도못하고다시다물기를반복했다.그는위로를하려고시도하고있었다.붕어처럼입을뻐끔거리던그가이내속삭였다.“비밀인데…사실나는공주개미야.”(p.72)

그들에대해서나는영영제대로말할수없을것같다.내가아는것은오직나에관한것이다.내가매일같이무언가를사랑하는사람으로서산다는것이다.(…)하루에도최소열번씩“예쁜아”,“이사랑스러운것아”,“바보야”같은말을속삭이는사람이되었다.적어도그들이이세상에살아있는동안은나도살아야겠다고,그들과내가먹을정도는벌어야겠다고다짐하는사람이되었다.그들이카펫을망쳐놓고,집안을어지르고,접시를깨뜨리고,목화솜이불에오줌을싸놓고,내발목위에똥을싸고,그모든것을한꺼번에한다고해도화를내지않는사람이되었다.(pp.96-97)

한참을달렸을때먼곳에작고동그란점하나가보였다.그것은점점커지더니이내팔을들어나에게손을흔들었다.나는숨을헐떡이며저멀리엔숲과들판이,커다란수영장이,이국적인건물과오색찬란한꽃들이있었노라고말했다.그리고다시엄마를지나쳐새로운길로방향을틀었다.(…)나는요요처럼엄마로부터아주멀리까지갔다가돌아왔다.길은여러번갈렸다가이어졌다.순간들은멀어졌다겹쳐졌다.매번엄마는멀리서부터웃고있었다.무얼보았냐고묻지도않았다.내가본것을당신도본것처럼.(pp.134-135)

그들이전화를받으면하루는달라졌다.바위처럼무겁게나를짓누르고있던것들은수화기를들고그것들을입밖으로내뱉는순간훌쩍가벼워졌다.골라도골라도끝없이솟아나던비관의돌들이잠시딴청을피웠다.그들이웃는순간그것들은돌멩이처럼작아져내손바닥위를빙그르르굴러다녔다.고통스러웠던기억어딘가에귀여운구석마저있어보였다.비로소그것은일화가되었다.(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