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돌아가다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어머니에 관하여

피아노로 돌아가다 :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어머니에 관하여

$22.63
저자

필립케니콧

PhilipKennicott
『워싱턴포스트』예술및건축평론가.2013년퓰리처상비평부문을수상했다.『뮤지컬아메리카』와『체임버뮤직매거진』등다수의클래식음악잡지의편집자로일했고,『오페라뉴스』와『그라모폰』에정기적으로글을기고하고있다.2015년에세이「밀수업자Smuggler」는‘내셔널매거진어워드’최종후보에올랐으며,그해‘최고의미국에세이’선집에수록되었다.

목차

1장∽12장

출판사 서평

●바흐,오랜방황끝에찾아낸유일한위안
:개인적인슬픔과초월적인음악이균형을이루는,잊을수없을만큼아름다운회고록

어머니가세상을떠난후필립케니콧에게위로와안식이란존재하지않았다.그리고오랜방황끝에그가찾아낸유일한위안은바흐의음악이었다.그가처한상황에서바흐의음악만이사소하거나무의미하지않았으며,어머니의죽음을체험하는동시에그로부터벗어날수있게해주는유일한매개였다.그에게바흐의음악은기쁨과절망,삶과필연적인죽음의대칭적요소를동시에품고있는것처럼여겨졌다.
케니콧은이후5년에걸쳐『골드베르크변주곡』을마스터하기위해고군분투한다.그리고건반악기를위해작곡된단일작품으로는유례없이긴연주시간과큰형식을가지고있는『골드베르크변주곡』의복잡한구조와난해함,그리고이곡을마스터하려는사람은누구나직면하게되는테크닉적이고지적이며감성적인도전에점점매료된다.그과정에서어린시절의어머니와관련된힘들고복잡했던기억들이교차하며상실의슬픔을이겨내려는내적여정이솔직하고담백하게서술된다.
온전히자기자신으로살지못하고가정안에서어머니라는한정된역할에머물러야만했던것에괴로워했던,그래서까다롭고학대적이었던어머니와의관계와『골드베르크변주곡』을마스터하기위한노력사이를대위법적으로반복해오가는이작품은평행선같던둘사이를관통하는질문을한다.‘하나의음악을안다는것은무엇을의미할까?’,‘한인간을안다는것은무엇을의미할까?’개인적인슬픔과초월적인음악이균형을이루는,잊을수없을만큼아름다운회고록은그렇게완성되었다.

●음악을배우는것에대한우아하고정확한명상록
:『골드베르크변주곡』을배우기시작했을때나는연주만이아니라나자신도바꾸기시작했다.

건반을위해작곡된작품중가장난해하고심오한작품중하나로꼽히는바흐의『골드베르크변주곡』은처음과끝의아리아와서른개의변주곡으로이루어져있다.전곡연주에약50분정도가걸릴만큼큰규모의곡으로,수많은피아니스트와하프시코디스트가녹음했으며그중글렌굴드의연주가가장유명하다.
케니콧은오랜망설임과방황끝에『골드베르크변주곡』을마스터하기로결심한다.『골드베르크변주곡』은“상실후에찾아오는어떤것,길을잃고헤매면서도동시에자신이어디있는지아는데서오는혼란이라는고무줄같은감각을희미하게알려주었”고“삶을다시시험하고삶에압력을가하여아직도활력이남아있는지확인하는하나의방법같았”기때문이다.그렇게5년여에걸친음악적여정이시작된다.이만만치않은여정속에서그는『골드베르크변주곡』이라는‘위대한’음악의독창성과그음악을연주할때의기쁨과위험에대해탐구한다.그가들려주는바흐의생애,골드베르크가문,글렌굴드를비롯한20세기피아노연주에대한흥미진진한역사는또다른작품처럼완성도높게흐르면서도그의사적인이야기에매끄럽게녹아든다.

●가혹했던어머니를어떻게애도할수있을까?
:복잡한관계끝에누군가를잃은슬픔에대하여

“어머니가임종하는침대에앉았을때나의가슴을아프게파고들었던것은나자신의필멸에대한공포만이아니었다.불행한삶이불행한종말을맞이하는것을지켜보는무력함이었다.”『피아노로돌아가다』에서애도는아름다운작별의과정이아니다.바이올리니스트를꿈꿨지만,첫사랑인젊은해군장교와결혼해고향을떠나다른지역으로이주해온어머니.아이를원치않았지만결국네아이의엄마가되어집안일에갇혀버린그녀는청결광신도가되어집안일에깊은분노를느낀다.삶이원하는대로흘러가지않는것에대한분노는가족들을잠식한다.
하지만케니콧에게음악에대한열정을불러일으킨사람또한어머니였다.그는글을읽기도전에피아노를연주했고한때전문연주자를꿈꾸기도했다.어린시절내내케니콧은마치자신의괴로움을아들에게짊어지게하려는의도인듯어머니의냉혹하고날카로운비판에시달려야했다.그리고마침내어떤사건을계기로케니콧은어머니와거리를두게된다.“나는그날오후나자신의규칙을정했다.나자신을어머니와대립시키고,이따금나타나는그녀의친절에절대유혹당하지않고,중요한것에관해서는절대어머니와이야기를하지않고,어머니를믿지않기로했다.만일내삶에서어머니를뿌리뽑지않으면어머니가나를갈가리찢어버릴것임을분명하게보았다.”

●우리는애도가끝나기를바라며애도한다
:아리아가두번반복되고변한삶에대하여

“나는어머니의삶속을들여다보고어머니의슬픔을이해했다고생각한다.내가본것을인정하기까지는오랜세월이걸렸고,나는그슬픔이무서웠다.”케니콧과그의어머니의관계는풀수없는수수께끼와같다.인간적인분노와음악적인연대가뒤섞인혼란스러운관계.어머니의죽음은케니콧에게는복잡한슬픔을가져왔고그는이감정을헤쳐나가기위해서절대적인위로혹은실마리가될무언가가필요했으며,그것이바로피아노(음악)였다.케니콧은과연『골드베르크변주곡』을완주했을까.어머니와‘좋은이별’을맞았을까.
『골드베르크변주곡』에서아리아는처음에연주된후마지막에다시한번반복된다.하지만같은곡임에도불구하고마지막아리아는처음아리아와매우다르게들린다.그것은둘사이의서른개의변주곡때문이다.케니콧은『골드베르크변주곡』을마스터해가면서어머니와의관계와음악과의관계를복원해간다.하지만처음그가느꼈던슬픔은음악의시간을통과해다른슬픔으로다가온다.
그렇다면바흐와애도가엮인이대위법적결과물은결국무엇일까?옮긴이의말에서번역가정영목이말하듯이“이책의중심은바흐도어머니도아니고그들을기억하고그들을엮어가는저자자신이며,이책은기본적으로삶의어느시점에서어머니의죽음을겪고바흐를다시만나게된저자가자신의필멸을떠올리며한걸음,아니어쩌면반걸음나아가는이야기다.그이야기에서우리는저자가자신을드러내는데도역시가차없다는것을보게된다.결국은그런태도덕분에반걸음이라도나아갈수있었던것이아닐까?”

책속에서

부모를잃는경험을공유하면서우리는모두유년의해소되지않은찌꺼기속으로들어가어떤근본적인방식으로다시아이가된다.인생의거의모든것을경험했다고생각한시기에갑자기이한가지엄청나고충격적인일이나타나는데이것은놀랄만큼새롭다.이일을경험한사람이라면거의모두가그에대해이야기하고싶어한다는것,또애도에관한이대화의근본적주제가“미처몰랐다”인것은놀랄일이아니다._20면

죽음은그녀에게아무런지혜를주지않았고,삶은그녀에게거의기쁨을주지않았으며,죽는과정에는괴로움이가득했고,어떤해결도평화의느낌도없었다.그녀의죽음은한때‘좋은죽음’이라고불렀을만한것이틀림없었다.자녀와손자로가득한긴삶뒤에가족에게둘러싸여맞이하는죽음이었으니까.그녀는의학이제공할수있는최고의치료를받았으며,의학적으로더할일이없게되었을때는어떻게하면통증을덜어주고쇠약해져가는몸을돌볼수있는지잘아는간호사의가장친절하고전문적인돌봄을받았다.그녀는집에서죽었고,자식들은모두자기인생을시작하여안정되고어쩌면성공적인생활을하고있었다.자식이나손자가운데앞세운사람도없고누구도일반적인중간계급삶의궤도에서벗어나지않았다.망가진가정이나버려진자식도없었고,만성적도박꾼이나헤로인중독자도없었다.우리는절대완벽한가족이아니었지만,보통사람이어머니의삶이얼마나충만했는지평가하려했다면일반적으로행복을주는것은많고슬픔을주는것은별로없는대차대조표를작성했을것이다._23~24면

어떤이유에서인지그날아침시카고에서나는『골드베르크변주곡』새악보를사는데돈을쓸가치가있다고느꼈고,어찌된일인지그렇게하는것이다시음악을연주하는것에대한저항감을밀어내는데도움이되었다.이것은구체적인것이었고오랜기간의타성뒤에오는작고물리적인동요였다.시카고에서집까지오는짧은비행동안나는악보를꺼내아리아의첫페이지를펼쳤다.새책의첫페이지들을넘길때따라오는일종의미신이있다.그안에담긴미지의것이나를바꿀거라는믿음.그것은시간이지나고나이가들면서,정체성이고정되고새로운것에대한회의가강해지면서희미해지는환상이다.하지만바흐의가장위대한건반작품의속표지를펼치면서나는순간적으로그달콤하고오래된가능성이떠올랐고이신비속으로미끄러져들어가새로이단련되고정화되고속죄하여반대편으로나올수있을것이라는익숙한희망을느꼈다._66면

다른사람,특히가까운사람에게저지를수있는거의모든죄를우리는음악에도저지를수있다.이를테면귀를기울이지않는죄,또는듣고싶은것만듣는죄가있다.『골드베르크변주곡』처럼놀랄만큼아름다운곡에처음다가갈때우리가빠져드는일종의나르시시즘이있다.자신이만들어내는지저분한소리,건반을두드려내는음은자신이진짜와비슷한소리를만들어내는것을듣는환희속에서잊히고만다.한동안,음악이당신의귀를새로움으로현혹시키는동안은자기최면에빠져자신에게귀를기울이고,아마도스스로에게감탄하고,자신이바흐가수백년전에쓴음악의통로가되는것에전율한다._117면

이제음악은내가늘처음부터다시하는것,늘다시시작하는것이되었다.오랜부재뒤에나와이악기의변덕스러운관계가어떤상태일지는알수가없고,따라서매번피아노로돌아갈때불안이가득하다.가끔몇달게으름을피우다다시운동을시작하게되면우리몸이말을잘듣지않고,모든게축늘어지고약해진것을알게된다.하지만피아노는늘그렇지는않다.이상하게도나아진것같을때가있다.마치몇달전에중단했던작업이자리를잡고단단해져,새로운것을세울수있는기초가된듯하다.매듭이풀린다.늘당혹스럽던악구,습관과단단히얽혀있어도저히정확하게칠수가없었던악구들이헐렁하고유연하게느껴진다.주의를기울이면엉킨걸풀고정돈할수있을것같다._130~131면

나는내가영위할수도있는모든가능한삶,나의너저분한삶의대안적삶을철해놓듯이굴드를철해놓았다.내가나자신보다나아지면,더규율잡히고부지런해지고,감정에균형이더잡히고,태만과자기방종과산발적인무기력에덜빠지면나도아주약간은굴드처럼연주하는법을배울수있을지도몰랐다.깔끔한작은집을유지하면서아침에는생산적으로일을하고침착하면서도가볍게현실과마주하여명랑한결단력으로삶을헤치고나아갈수있을지몰랐다.피아노는단순한자기표현의수단을넘어음악의구조에대한나의이해를기록하는속기사의키보드가될수있을지도몰랐다.간단히말해서나라는인간,즉나의어머니의자식이좀덜될수있을지도몰랐다._222~223면

우리는애도가끝나기를바라며애도한다.애도하는사람을돌볼때그들이결국애도를끝내고건너편으로나오게될것이라고서둘러안심시킨다.우리는삶에서애도의존재와기간을최소화하기를바라며,좋은삶이란어떤애도도없는삶으로보인다.하지만아직은애도처럼우리세계를잘조직해주는것이없다.애도는우선순위의질서를잡아주며사소한것을참을수없게만든다.일상적인의무에서벗어나게해주지는못할지몰라도하찮거나의미없는것에가지던관심을버리도록해준다.애도는우리를공동체로묶어주며최악이아닌사람이라면누구라도더친절해지도록흔들어놓는다.우리가나이가들어감정을누르는데노련한쪽이라면애도는특별한가치가있는기억에다시불을붙이고우리는연약한상태로돌아가젊다는것이어떤느낌이었는지기억하게된다.만일오래전에소멸한애도와과거속에안전하게보관된슬픔의시기를다시생각하면,이런것들이우리삶에서가장아름다운순간의하나로보일수도있다.특히우리의감정이우리를둘러싼세계의아름다움을훼손하거나바꿀수없다는것을발견하는최초의애도경험이그렇다._357면

가끔가없고압도적인고통의예감이오면그것에대한공포가삶을압도하고심지어작은즐거움이나행복의가능성조차몰아낸다.우리를기다리고있는게분명한이무시무시한것―압도적슬픔이라는재앙―은어디에나있어바람만살짝불어도그안으로내던져질것만같다.그러나그큰슬픔,어떤예술이나음악이치유할수있는것보다더깊은고통에우리를던져넣는이슬픔이마침내도래하면일종의경외감도생겨난다.당신은그고통을응시하고그무시무시한위엄을바라보고그것에얼이빠질수밖에없다.뒤로물러설수도,그것을축소시킬수도없다.그앞에무방비상태로그냥서있을수밖에없다.그생살이드러난채로열려있는순간에사실아주작은위안한조각이있다.우리가애처로울만큼작다는느낌이다.나는서양예술의위대한감정적여정가운데하나의끝에서바흐의『골드베르크변주곡』의아리아가희미해지는것에귀를기울일때바로그런느낌을받는다.바흐는기쁨,또는치유,또는말로포착할수있는모든것을넘어서는감정적체념과마주하게해준다.그것은일반적인시간감각의바깥에존재한다.우리가살아있기수백년전에존재했으며우리가사라진뒤에도존재할것이고우리에게조금도관심이없다.그것은경이로울만큼기진하게하며완벽하게아름다우므로,아직들어보지않았다면들어봐야한다,죽기전에._385~38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