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디지몬 :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 아무튼 시리즈 67

아무튼, 디지몬 :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 아무튼 시리즈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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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길고도 매우 짧았던 유년 시절에 건네는 작별, 천선란 세계의 시작
“찾아라 비밀의 열쇠, 미로같이 얽힌 모험들!” 세기말의 혼란이 막 잠잠해지려던 2000년, 신나는 가사의 오프닝 송과 함께 〈디지몬 어드벤처〉가 한국에 처음 방영되었다. 일곱 명의 평범한 초등학생들이 ‘선택받은 아이들’이 되어 디지털 세상에서 펼치는 모험 이야기에 당시의 어린이들은 열광했다. 열한 살의 천선란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니터에 말을 걸며, 내 디지몬이 컴퓨터 안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언젠가 디지털 세상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그에게 〈디지몬 어드벤처〉는 인생 최초의 SF이자, 그를 창작의 세계로 이끈 첫 작품이었다.
『아무튼, 디지몬』은 악에 맞서 싸우는 아이들의 모험에 설레고, “상처받고 외롭고 두렵지만, 용기와 위로 한마디로 언제든 다시 진화할 수 있는 인물”들에게서 위로를 받았던 유년 시절의 두근거림과 슬픔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런 슬픔을 통해 글쓰기로 나아가는, 지금의 천선란 세계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노을이 가득 들어찬 집, 현관 앞 TV에 바싹 붙어 앉아, 이제 막 〈디지몬 어드벤처〉 첫 화를 본 열한 살의 나는 리키의 내레이션을 들으며 내게도 길고도 매우 짧은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자

천선란

저자:천선란
작가.SF를가장사랑하여대체로SF를쓴다.지구를여행하고사진찍는것을좋아하며,여행기를잘모아외계인에게지구를소개하고싶어한다.『무너진다리』로데뷔했고,『천개의파랑』으로많은독자를만났다.

목차


안녕,디지몬
찾아라비밀의열쇠
선택받지못한아이
괜찮아,다시진화하면돼
세계가너무작지않던?
내문장은빛나지않을거야
세계라는도피처
나의나이많고어린디지몬
악당의심장에는검은톱니바퀴가있다
내일은어떻게할거야?

출판사 서평

_낯선세계에서어린‘나’를기다리고있었던것
짝꿍처럼지내던아버지의해외출장과갑작스러운이사등으로인해혼란스러웠던열한살.“내가슬픈건지세상이슬픈건지모르고그저온통슬프기만”한,“할수있는일이라고는올챙이가드글드글해까맣게변한저수지를바라보는것뿐이었”던시절에<디지몬어드벤처>는천선란에게도피처였다.그는<디지몬어드벤처>를처음본순간,모험을시작하는설렘이나새로운만화영화의등장이라는즐거움뿐만아니라후련함을느꼈다고한다.“역시다른세계가있구나!”
<디지몬어드벤처>를알게되면서작가는디지털세계로가기를간절히바랐다.“혼자그곳에가고싶었다.아주훌쩍,창호지에구멍을뚫듯폭,세상을빠져나가고싶었다.흔적도없이.이제와생각해보면그때나는외로움에대한복수를하고싶었던것같다.”『아무튼,디지몬』은유년의답답함과쓸쓸함을헤쳐가는힘에관한이야기다.그리고작가에게그힘은다름아닌다른세계를,이야기를상상하는것이었다.그렇게그는계속해서다른세계를상상해냈다.그재능은때로작가를현실세계로부터멀어지게했지만,그덕에마주친아름다운세계는지금의천선란세계를만든이야기의불씨가되었다.

“내가내재능을처음느낀건열두살때이다.우선이이야기를하기전에우리는재능이란단어를덜비범하게여길필요가있다고말하고싶다.사회에서는재능에천재성을부여하지만화려한껍질을벗긴재능이란어느날갑자기,누가시키지않았음에도,불현듯그것을‘계속하게되는힘’에다름아니다.시킨이가없는데내가그행위를계속하고있다?그렇다면그것에재능이있다고봐도좋다.내게그것은이야기였다.망상이라해도좋을법한,글쓰기로정형화되기이전의더날것의이야기.”

_“여기엄마가있다.엄마는꼭신인류같고,외계인같고,처음만난디지몬같다.”
스물한살,엄마가뇌출혈로갑자기쓰러졌다.큰수술을받아중환자실에머물던엄마를며칠만에다시만난작가는엄마가“낯선행성에떨어진디지몬”같은얼굴로자신을봤다고기억한다.“세상과홀로싸우다모든데이터를소진해유아기로돌아간,나의나이많고어린디지몬.”십대후반까지디지몬이나타나기를바랐던그에게지키고돌보고함께성장해야할디지몬이생긴것이다.하지만돌봄의현실은무섭다.“그렇게스물한살에서스물여섯살이되었다.내안에아무것도없었다.빛날문장이없었다.세계는평면적이고무채색이었다.”자신안의모든이야기가다사라졌고,다른차원으로넘나들수있었던문이모조리닫혔던시절.아무것도쓸수없었던시절.하지만문은다른곳에서열린다.『아무튼,디지몬』은(사라진)엄마와함께(다시)성장해가는이야기다.작가는원인불명의치매를앓고있는엄마와마주하면서또다른삶의이유를,“이상하리만치존재이유를절실하게찾던소녀가드디어이유를찾”는다.

“여기엄마가있다.언제나늘조금만더살아보자고말하던,딸이힘들어보이면새벽에도차에태워바다를보러가던엄마가여기에있다.현실에발을딛고엄마를본다.엄마는꼭신인류같고,외계인같고,처음만난디지몬같다.”

_“유년과는작별인사없이헤어지잖아,떠나간줄도모르게”
<디지몬어드벤처>극장판의마지막장면은‘디지몬세대’에두고두고회자된다.어른이되어버린선택받은아이들과디지몬들이,마지막으로힘을합쳐악을물리친후끝내이별하는이야기가담겨있기때문이다.모든임무를완수하고아이들이‘어른’이되면디지털세계에서의영원한추방,즉디지몬친구들과의영원한이별이찾아온다.이이별은준비되지않은순간에작별인사도없이이루어진다.어린시절의소중한순간들이마지막으로찾아온때를어른이된우리가기억하지못하는것처럼,그리고그순간이다시는오지않는것처럼.
『아무튼,디지몬』은그런이별에관한글이다.현실세계의디지몬,즉힘을모두소진해유아기로되돌아간디지몬처럼어린아이가되어버린엄마를돌보기위해자신의첫번째도피처이자“나를살게했던디지털세계”와이별하는이야기이자,‘디지몬세대’가어린시절에건네는작별인사가되어줄것이다.

“아무렇지않은척웃지만내가두고온세계가있다는생각,더는갈수없다는생각이들면마음이하염없이가라앉는다.하지만내마음의음각은반대쪽에서볼때양각일것이고나는그활자를목판삼아글을쓴다.내가꿈꾸며자라왔던세계에대한그리움을소설로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