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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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분투와 소진의 공간에서 치열하게 붙든 사랑이라는 전문성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애쓰고 있을
전국의 수많은 교사들의 안부를 묻습니다
서툴고 미숙한 어린이들이 옹기종기 앉아 있는 초등학교 교실. 그 조용히 닫힌 문 너머에 교사들이 있다. ‘선생님’이라는 말에 따라오는 기대와 책임을 무겁게 지고, 아이들의 동그란 눈을 마주하며 교사들은 매일 수업을 연다.
초등학교 교실은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혼란하다. 작고 서툰 인간의 마음들이 뭉쳤다 흩어졌다, 부딪히고 부대끼는 교실은 종종 엉킨 실타래처럼 도무지 풀기 어렵다. 경직된 교직 문화와 학교 환경은 그 실타래를 더 세게 조여버린다. 교사 최현희는 전국의 교실과 그곳에 홀로 ‘던져진’ 교사들을 떠올리며 자주 생각했다. ‘다들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몸은, 마음은 괜찮으십니까.’
그는 자신의 교실을 먼저 열어 보이기로 했다. 매일의 수업을, 학교 교육의 조건과 한계를,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을 글로 적었다. 교사들 간의 교류가 갈수록 줄어드는 교육 현장에서 최고샘의 기록은 교사들에게 일종의 공개 수업이 되었다. 많은 현직 교사들이 그로부터 노하우와 힘을 얻었고 좋은 교육은 교사 혼자 노력한다고 얻어낼 수 없다는 사실에 공감하면서도 최고샘의 교실을 글로 만나며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다시금 다짐했다. 『오늘의 학교가 마음에 들었다』는 그렇게 버티고 애쓰며 쌓은 기록들이다.
저자

최현희

저자:최현희
‘마중물샘’으로살아가는초등학교교사.
학생들과연결되는순간을기대하며매일교실에서분투하고있다.몸과마음이끝없이소진되는날에는어쩌자고이일에뛰어들었을까후회하다가도,웃고울며기어코성장해내는아이들을볼대마다학교를떠날수없음을실감한다.
교사는외롭고쉽게소진되는직업이다.서로배우고끈끈히연대해야할교사들간의교류가점점사라져가는현실을안타까워하며,먼저자신의교실부터열어보이기로결심했다.학생들을만나고가르치는일에만전념할수없는학교환경에서교사의마음을지키는것이얼마나어려운지생각하며매일기록했다.그리고지금이순간에도교사를그만둘까고민하는지친동료들에게조금의희망이되길바라는마음으로4년동안의교실일기를책으로묶었다.그렇게서로의교실을열어보이며함께길을찾자고제안한다.
지은책으로우울증과암,휴직과복직을지나다시교실로돌아오기까지의시간을담은『다시내가되는길에서』가있다.

목차


들어가는글

다시만난학교_2021년10월복직첫학기
열심히하려는마음에는잘못이없다|복직후첫수업|민기|전국의모든초등학교저학년담임선생님들의안녕을빕니다|교실이라는공공장소|서로의삶을교실로가져와연결하는일|민기책상|학교에서마음을지켜낸다는것|저학년수업의열쇠|가장중요한수업의자원은|긴급학급회의|안아봐도돼요?|철봉낙상사고

오늘의학교가마음에들었다_2022년척추부상후복직
1학년배려수업|일년을울고웃게될교실에서|첫날|업무만하다가4시|아침의교실|모두16명|외톨이|작은것을붙들기|오늘의학교가마음에들었다|달팽이|올해만큼은|난장판속의기쁨|우린그냥섞어서서요|사이버폭력예방교육|베테랑의쿨다운|후배교사의방문|어떤보호자|내가되려고하는내가되는연습|존중하는대화법|역차별감수성예방교육|어려운날|오래가르치고싶어서|일년이라는긴시간을함께한선생님께

어떻게교사의마음을지킬까_2023년휴직
휴직의진짜이유|눈물|새길|휴직연장신청|참담한희망|내아이의선생님

사랑이라는전문성_2024년다시교과전담교사
기시감|노래와눈물|별이담임선생님께긴편지|배움의조건|사랑을따라가면쉽다|내가하는일의가장좋은점|엉킨실타래풀기|혐오의반대편에서기|과학시간성교육|동료장학|화가나더라도나를아프게하지는않기|사랑이라는전문성|선생님은그런걸다어떻게알아요|각자의바다에서웃었다|무대가된과학실|눈오는날

나가는글
추천사

출판사 서평

“학교에대한희미한의심을거두지못하는분들에게권한다.
학교의탄생은가능하고이미어딘가에있다.
이책을읽고나는단단히설득당했다.”_김지은(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낡은대화만가득한학교에서
나는고장난라디오가되기를택했다

교사가아이들에게가르쳐야할것은교과서에만있지않다.왜친구를‘지방덩어리’라고놀리면안되는지,남학생이분홍색을좋아해도되는이유는무엇인지,‘동성애자’라는말에얼굴을찌푸리는것이왜잘못인지배워야한다.교사는아이들이무심코내뱉는표현에서혐오의씨앗을짚고그것을볼수있게길을터주어야한다.놀랍게도아이들은그것이“교과서속의지식과조금다른종류의배움”이라는것을직감적으로알아차린다.
그러나학교는가장깨어있어야할공간임에도느리고보수적이어서,최고샘의노력에는따가운시선이따라붙기도한다.어느날엔학교밖의사람들이몰려와‘페미니스트교사’를학교에서내쫓으라고소리쳤다.그목소리가무섭게불어나도무지수업을계속할수없었을때최고샘은잠시휴직을하고학교를떠났다.다시돌아온지금,그는여전히낡은관습에머무르려는교사들사이에서계속손을든다.돌아오는것이무감한눈길과지친한숨뿐이라해도,수년째같은말만반복하는고장난라디오처럼그는손을들고말하기를택한다.지난트라우마에본능적으로몸이긴장하면서도뒤로물러나지않는최고샘의단단한모습에누군가는용기를얻고,자신의일터에서또하나의고장난라디오가될수있을것이다.

한선생님이학생을사랑하고,도전하고,무너지고
다시일어서면서찾아낸하나의길

학교는쉬운일터가아니다.집중유지시간이고작15초인저학년교실,엄청난소음과소동이벌어지는그안에서는언제나예상치못한변수들이생긴다.힘든수업을마친교사의얼굴을보면“활력과생기가쪽쪽빨려나간”,그야말로“죽음의색과톤”이다.
오늘의수업이무사히흘러갈지는누구도알수없기에,교사들사이에서는동료참관수업이열려도서로의수업을보지않는게예의이자불문율이되었다.저연차시절최고샘은정년을앞둔선배교사의수업을맑은눈으로참관하다가단단히욕을먹은적이있다.그래서최고샘이흔쾌히열어준교실문이반갑게느껴진다.빼꼼열린그문으로들여다본교실에는분투와씨름이있지만,기쁨과반짝이는장면도분명있다.눈을감고각자의바다로상상여행을떠나보는6학년과학시간,똑같은동작을한몸처럼하며마음을맞춰보는2학년즐거운생활시간,왁자지껄소란스럽던아이들이조용히집중하는사이버폭력예방수업,그러다아이들머리위로깨달음의느낌표가‘띵’떠오르는순간들.최고샘은때로조금만덜열심히하자고,체력을아끼며일하자고다짐하지만아이들이다가오면어느새“스팀팍팍나오는다리미처럼”마음의에너지를뿜어내고만다.그런최고샘의교실에서아이들은울고웃으며자라난다.

하지만그난장속에서도꼭웃음이나는일이생긴다.얼굴을일그러뜨리며웃음을참게되는순간이찾아온다.작은가르침이큰결과로돌아오는때가있고“난내직업이정말좋아”하고꿍얼거리게되는때가있다.그런걸건져올려글로쓰는것이다.난장판속에도기쁨이있다는것을분명히하려는것이다.어떤기쁨이었는지아주사소한것이라도기억하려는것이다.

사랑만으로는부족하지만사랑없이는버틸수없는공간
‘오늘의학교가마음에들었다’고매일말할수있다면

“선생님이너무좋아요.저는화요일이제일좋은요일이에요.선생님을만나서요.”
최고샘은학교에언제까지있을지,교사일을얼마나오래할수있을지모르겠다고말하면서도무거운몸을일으켜교실로향했다.그리고수업이끝나면꼭하얀모니터앞에앉았다.하루치의빛나는순간들이없었던일처럼날아가버리는것이아쉬워서다.
이제는얼마간의노련함을갖춘최고샘이가장두려워하는것은교직은유지하면서교사의마음을잃는일이다.아이들이성장할수있다는믿음,잠깐은미워도결국사랑으로대할수있는마음.최고샘은그마음하나로오늘도교실에선다.사랑이라는전문성을손에꼭붙들고하루하루나아간다.
그러나이책은교사들에게희생을강요하는책이아니다.교실과교사를안전하게지킬최소한의시스템조차부재한우리교육의현실을드러내고,지친교사들에게조용히손을내민다.책의제목인‘오늘의학교가마음에들었다’는최고샘이가르쳤던아이의일기에적힌문장에서왔다.이문장이최고샘의마음에콕박혀하나의글이되고,더나아가마냥희망차지만은않은이책의제목이된것은학교가기본적으로마음에들기어려운공간이기때문일것이다.그럼에도오늘수업이정말재밌었다고,오늘의학교가마음에들었다고말하는아이가있어교사들은마지막힘을낸다.교사에게도“오늘의학교가마음에들었다”고읊조리는순간이더많이모이기를,그순간들의힘이밀어올리는동력으로계속해서교실에설수있다면좋을것이다.

부디나의글에서‘우리교육의희망’을찾지말아주시길바란다.교육의희망은시스템의개선에있다.‘좋은교사’는열악한시스템에서도눈앞의학생한사람한사람을크게보고절망보다는희망을선택하려고하루하루애쓰는사람에불과하다.그러니교사를칭찬하기보다교사와연대하고,어떤방식으로든학교에연루되기를부탁드린다.나의기록이‘훌륭한교사’가학생을변화시키고희망찬교육을일궈낸다는이야기로읽히지않기를진심으로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