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전화영어

아무튼, 전화영어

$12.00
Description
“영원히 혼자 탈 수 없는 자전거를 수잔이 뒤에서 잡아주는 게 좋습니다”
외로운 당신을 위한 오늘의 처방약, 전화영어
83번째 아무튼 시리즈는 문보영 시인의 『아무튼, 전화영어』이다. 문보영 시인은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뒤 최단 기간에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하며 과감한 스토리텔러로 주목받아 왔다. 『아무튼, 전화영어』는 시인이 10년간 전화영어를 하며 만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인은 고백한다. 자신이 전화영어를 하는 이유는 영어를 더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단지 아침에 깨워줄 사람이 필요해서, 혼자 보내야 하는 새벽이 외로워서 전화영어를 시작했다고. 시인은 자신의 아침과 새벽을 담당하는 제3세계 여성을 ‘수잔’이라 칭하며 그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나란히 둔다. 구체적인 이름으로 호명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수화기 너머에 있는 익명의 누군가가 아닌, 선명한 한 사람으로 읽는 이의 곁에 자리한다. 나이지리아로 이민을 가 서툰 언어로 일기를 쓰는 수잔, 밖에 나가기 싫어서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 서비스를 운영하고 부업으로 전화영어를 하는 수잔, 승무원이 되고 싶었지만 키가 작아 ‘날지 않는 삶’을 사는 수잔, 이혼이 어려운 필리핀에서 남편과 별거한 뒤 홀로 아이 넷을 키워야 했던 수잔. 전화기 너머의 삶이 기록되는 동안 우리는 수잔들의 삶과, 그 삶을 지켜보는 작가를 동시에 바라보게 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들은 역설적으로 그 낯선 언어 속에서야 서로의 감정을 털어놓는 것이 가능해진다. 모든 것이 비밀처럼 느껴지는 시간,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대화를 나눌 때 어떤 말을 새로이 건넬 수 있을까. 『아무튼, 전화영어』를 따라가다 보면 고독한 시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저자

문보영

시인.10년간전화영어를하다가유학을떠났고,한국어로써오던시를영어로쓰기시작했다.시집『책기둥』,『배틀그라운드』,『모래비가내리는모래서점』,에세이집『일기시대』,『삶의반대편에들판이있다면』,소설집『하품의언덕』등을썼다.독자에게우편으로원고를부치는‘일기딜리버리’를운영한다.영어로쓴연작시「BirdinanEnvelope」으로홉우드(Hopwood)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영원히혼자탈수없는자전거
어느수잔에게
의문문에관하여
전화영어vs.화상영어
아침전화영어vs.밤전화영어
낭독에대처하기위한전략
오렌지던지기
불합격의기록1
불합격의기록2

2부전화기너머의수잔들
불완전한수잔
이야기속으로들어간수잔
집밖을나가고싶지않은수잔
날지않는수잔
그의손을잡지않는수잔
도망간수잔

3부밤부엉이인터뷰
앤무어는63세필리핀여성입니다
콜센터의밤1
콜센터의밤2
앤무어의일본가수도전기
앤무어,마이크를빼앗다
수화기를붙들고있을땐1분1초가소중했다
밤의텃밭

에필로그:이시간에전화를걸면누가받을까?

출판사 서평

“단순한진심을단순한어휘를사용해말하는게좋습니다”
복잡한마음을명징하게고백하는방식

“고백하건대,10년전이나지금이나제영어실력에는큰차이가없습니다.하지만매일서툴게말할수있다는게좋습니다.단순한진심을단순한어휘를사용해말하는게좋습니다.누군가의이야기를듣는게좋고누군가가나의불면을걱정해주는게좋고누군가가제이야기를들어주는게좋습니다.수많은수잔들(어쩌면제게는수백명의언니들이있는셈이군요)은제가이더딘말하기를이어갈수있게도와줍니다.죽었다깨도저는영어를유창하게구사하지못하겠지요.그러니앞으로도무수한수잔에게기대어보렵니다.”(19-20면)

시인은매일수잔에게서걸려온전화를받는다.전화기너머의선생님은매번바뀌지만,시인은그들모두를‘수잔’이라부르며언제헤어질지모르는그들과남모를유대감을쌓는다.시인은지난10년동안영어가늘지않았다고진술한다.그런데도시인이계속해서전화영어를하는까닭은,전화영어가영어를공부하는수단이아니라,모두가잠든시간에타인과연결되어있다는감각의매개이기때문이다.수잔은시인의서툰영어를듣고,불면을걱정해주고,속마음을들어준다.단순한진심을단순한단어로주고받는그짧은시간에시인은위안을얻는다.서툰언어로불완전하게마음을고백할때,시인은그것이궁극적으로“우리에게아름다운것을제공”한다고숨김없이말한다.한편,평화롭던전화영어는시인이유학을결심하며다른국면을맞이한다.낯선나라에서홀로맞는새벽,기댈곳은역시전화영어.그곳에서시인은전화기너머의목소리에더깊이,그리고더많은이유로의지하게된다.

“당신은전화영어강사가되기전에무슨일을했습니까?”
경험해보지못한삶을그려보기

시각정보없이오로지듣기에만의지해소통을이어나가야하는전화는목소리를제외한나머지를상상하도록요구한다.이에응하듯,시인은여러수잔의목소리를따라가며그들의삶을마치한편의영화처럼펼쳐놓는다.그과정에서시인은다양한수잔의삶에서독특한공통점을발견하게되는데,그것은전화영어를하는여성들이여러개의직업을전전하며스스로와가족을부양해야하는제3세계여성이라는점이다.시인은그중듣기보다말하기에만관심을두는수잔에게‘앤무어’라는이름을붙이고그의삶을인터뷰하기시작한다.전화영어강사가되기전에무엇을했냐는시인의질문에앤무어는아이들과떨어져살며필리핀BPO(BusinessProcessOutsourcing)산업의콜센터에서오랫동안일했던시간을전화기너머로털어놓는다.시인의기록을통해옮겨진앤무어의이야기를읽으며독자는한번도겪어보지못한삶의한복판으로들어서게된다.
밖에서만난다면스쳐지나갈것이분명한사람들의삶이우리에게선명한얼굴로다가올때움직이는마음을뭐라고형용할수있을까.경험해보지못한삶이마치나의것처럼다가오는순간,어쩌면우리는타인과한뼘가까워지는것이아닐까.전화기너머의목소리에귀를기울이는일은,보이지않는누군가를향해마음의자리를비워두는일인지도모른다.

“지금전화를걸면누가받을까?”
외로운마음을채워주는오늘의수잔에게

“그동안너무많은전화를받았고너무많은전화를놓쳤다.서로의삶을깊이이해하기에30분은긴시간은아니다.늘덜말한상태로남고,덜이해하고,덜친해진상태로남는다.오늘만난수잔을영원히다시만나지않을지도모른다.
아주드물게전화벨소리가울리기전에눈이떠질때가있다.지금내가수잔에게전화를걸면좋겠다고생각한다.
지금전화를걸면누가받을까?”(151면)

전화영어에는장점보다단점이더많다고이야기하면서도시인은오늘도전화를받는다.새로운수잔과새벽과아침을공유한다.낯선언어로질문한다.그가들려주는삶을일기로쓴다.마치방점이‘영어’가아니라‘전화’에찍혀있다는듯이.
시인은사람을싫어하지만편지로끊임없이외부와이어졌던에밀리디킨슨이전화를두려워하지만10년동안전화영어를해온자신과닮아있다고말한다.어쩌면전화영어는“사람과직접적으로만나고싶지는않지만전화나편지를통해간접적으로연결되고싶은왜곡된욕망”의발현일지도모른다.세계와이어질수있는가느다란실을남겨두기.전화를받고놓치는과정속에서마음을짐작하기.팽팽하게당겨진실한줄에의지해건너편의목소리를듣던유년의순간처럼,전화영어는시인이세계를향해당겨둔가느다란실이된다.끊어질듯이어지고,놓칠듯다시잡히는.그실의끝에서누군가의새벽과아침이건너온다.
전화는상대의얼굴을보여주지않는다.그러나바로그보이지않음덕분에,우리는목소리하나에마음을건다.『아무튼,전화영어』는그렇게마음을거는일에관한책이다.누군가와이어지고싶지만마주앉기는두려운,우리모두의왜곡되고다정한욕망에관한이야기.오늘도어딘가에서벨이울리고,누군가는전화기를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