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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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초엽”, “천선란”의 탄생을 함께한 한국과학문학상
올해의 수상작이 보여준 공통 키워드, “인공지능”
미래로부터 밀려오는 인공지능의 파도
그 위에 올라탄 신예 작가들의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
“김초엽”, “천선란”의 탄생을 함께한 SF 등용문, 한국과학문학상 
자유 주제 규칙 속에서 나온 수상작 5편의 공통 주제 “인공지능”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위 구절은 세계적인 SF 작가 윌리엄 깁슨의 2003년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나온 것인데,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현재 상황에 위 구절을 적용한다면 다음과 같이 수정해야 마땅할 것이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그리고 이젠 널리 퍼져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는 2023년 현재.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5편 모두 자유 주제 규칙 속에서 ‘인공지능’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다. 미래로부터 밀려오는 변화의 파도 앞에서 그 거대한 변화에 움츠러들기는커녕 그 위에 올라타 생동감 넘치는 상상력을 맘껏 펼쳐낸 올해 수상 작가들. 이에 심사위원단(구병모·김성중·김희선 소설가, 강지희·인아영 문학평론가)은 “인공지능에서 시작된 특이점을 모두가 경험 중이며, 이런 절묘한 타이밍에 우리에게 도착한 작품들”, “이제 본격적으로 열릴 인공지능 시대를 앞두고, 놀라운 서사가 우리에게 적시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주는 기쁨이 크다”라며 열렬히 화답했다.   
흔히 문학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들 한다. 당연히 SF도 현실을 비춰야 한다고, 심지어 SF라면 자고로 비(非) SF보다 더 정확하게 현실을 담아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바로, SF의 장기인 '사고실험' 때문이다. 다시 말해, 동시대를 보다 더 정확히 보려면 그 시대로부터 조금 더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는데, 이러한 사회적 스케일의 거리두기 앞에서 사고실험만큼 적합한 방식이 없다는 의미다. 그리하여 위와 같은 기대감 속에서 열심히 현실을 기울여서 보게 되는 SF 작가들. 그러나 문학은 근본적으로 사회 변화에 대한 반응이 느린 창작물이란 점에서, 하물며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전 세계가 빠르게 변해가는 중이란 점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SF 작가에게 세계를 포착하기란 굉장히 버거운 일일 것이다. 그런데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 작가들은 도전했고 멋지게 해내고 말았다. 그것도 작가로서 가장 중요한 등용문 앞에서 말이다.
이 호기로운 신인들은 어떤 명민한 상상력을 보여줬을까? 테러와 전쟁으로 물들었던 2003년의 깁슨은 ‘검은 예언자’라는 별명답게 약자는 배제되고 오직 강자에게만 혜택이 주어진 불평등한 미래에 집중하여 사이버펑크 세계관의 뒷골목을 그려냈다면, 2023년의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자들은 인공지능이라는 또 다른 인격의 출현에 집중하여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개인 또는 사회의 불안과 혼란을 그려냈다. 그리하여 이번 『2023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 출현 이래 급변해 가는 사회로부터 우리 모두가 느끼는 불안이 정확히 반영된 결과물이라 봐야 할 것이다. 이처럼 사회적 불안을 포착해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고 나아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위로를 건네는 5명의 신예 작가. 그들을 소개한다.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수상자 “한이솔”, “박민혁”, “조서월”, “최이아”, “허달립”이다. 

저자

한이솔,박민혁,조서월,최이아,허달립

성균관대학교정치외교학과를졸업했고동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인디애나대학교(IUB)에서정치철학을전공하는중이며서구정치사상사에서실천적지혜개념의망각된계보를탐구하는박사학위논문을쓰고있다.2023년「최후의심판」으로제6회한국과학문학상중·단편대상을수상했다.

목차

【대상】한이솔,「최후의심판」7
작가노트·81

【우수상】박민혁,「두개의세계」85
작가노트·157

【우수상】조서월,「삼사라」161
작가노트·195

【우수상】최이아,「제니의역」201
작가노트·235

【우수상】허달립,「발세자르는이배에올랐다」239
작가노트·279

2023제6회한국과학문학상심사평283

출판사 서평

*대상*한이솔의「최후의심판」
오심을저질러법정에서게된인공지능판사
인공지능에대한추앙과혐오로뒤섞인법정서사

“서사와대결하고있다는긴장감을선사하는보기드문작품”
_강지희(문학평론가)

대상수상작「최후의심판」에서는인간의죄를심판하는인공지능판사가등장한다.심지어사법부에대한불신이강해진상황이다보니인공지능판사의인기는하늘높을줄모르고치솟는데,그러던중인공지능판사가명백한오심을저지르게되고,여론의뭇매를맞은사법부는그를재판장석이아닌피고인석에세운다.그리하여열리게된‘세기의재판’.해당법정의안팎에서인공지능판사를중심으로추앙하는자들과혐오하는자들이나뉘어공방전을나눈다.그렇게치열하게법적논리전쟁은인공지능판사가알수없는이유로자동종료됨으로써일단락되고,그후인공지능판사를인류의메시아로믿었던한젊은이는유서를남기고자살한다.「최후의심판」의중심서사는그젊은이의광기어린유서에서부터출발한다.

「최후의심판」의근미래법정서사는유서를쓴젊은이그리고그유서를읽은전직경찰의“의무감”으로추동되며,과연그의무감은어디에서비롯되는지에대한미스터리를통해독자를몰입시킨다.그렇게독자에게집중력을강제무장시킨뒤,뒤이어‘인간’과인간이만든‘법’과‘인공지능’그리고그러한인공지능이다루는‘법’에대한흥미로운논리를전개한다.“인공지능판사와인간의대결을거듭밀어붙이며오늘날인공지능이인간에게무엇일수있는지정면으로질문하는지적이고도발적인소설”이라는인아영평론가와“서사와대결하고있다는긴장감을선사하는작품은드물다.「최후의심판」은놀랍게도바로그런작품이었다”라는강지희평론가의말처럼,작품에서전개하는논리싸움은피튀기게살벌할뿐더러이논쟁은작중세계에서뿐만아니라현실에도적용되다보니그싸움을지켜보던독자또한어느새그싸움에휘말리게된다.그렇게미래의법정에생긴논리의피웅덩이속에서무엇이옳은지그른지알수없는채로혼란스러운발버둥을치던독자는,최종적으로메시아를보았다는젊은이의눈동자와마주하게된다.이모든과정을함께밟은독자라면,구병모소설가의말을빌려표현컨대,“스스로판단하는인간으로서의쾌감”을느끼게될것이다.

*우수상*박민혁,「두개의세계」
인간을나무로만드는팬데믹과발현자의수용치료시설
시설관리자와인공지능의우정과최후를다룬디스토피아

“시의성과더불어소설적인테크닉을두루갖춘반가운작품”
_인아영(문학평론가)

우수상수상작「두개의세계」의세계관은인간을나무로만드는전염성이강한바이러스가발병한근미래로,나무가된발현자를수용하는연구시설의관리자와그를보필하는인공지능이등장한다.연구시설은‘돔’이라는이름처럼둥근지붕을가진반구형의건축구조물로,발현자를돔에서수용해야하는이유는돔바깥의하늘이오랜시간먹구름으로뒤덮여햇살이비치지않기때문이다.그리하여나무를죽이지않는최소한의빛을공급하는인공태양의하늘을구현해낸연구시설돔.시간이지날수록돔바깥에서돔안으로발현자가쏟아져들어오고,돔안에나무를심을공간이부족해질수록세계는점점멸망에다다라간다.물론,돔안이라고해서팬데믹의위협으로부터안전한것은아니다.관리자들도점차나무가되어갔고,설상가상으로돔안에서진행되던치료연구는별다른성과를내지못하면서,돔내부또한외부처럼빠르게무너져간다.

「두개의세계」의서사는돔안에있는화자와돔바깥에있는화자의연인이나누는,상대방으로부터언제답장을받을수있을지헤아릴수없는편지교류속에서진행된다.이렇듯격리와멸망으로부터느낄수있는기나긴기다림과두려움그리고절망감은어떤기시감을느끼게만드는데,그느낌의발원지는당연하게도지난코로나19팬데믹사태일것이다.“코로나시대와그때희생된수많은사람들에게바치는조문”으로보인다는김희선소설가와“코로나19사태,기후위기,동식물권과같은동시대사회문제를강하게환기하는“그리고”시의성과더불어소설적인테크닉을두루갖춘작품”이라는인아영평론가의말처럼,이작품은인공지능에대한상상력만큼이나지금우리에게꼭필요한애도의상상력을갖추고있다고해도과언이아닐것이다.하물며“인류에게있어서는절멸일지라도지구에있어서는더할나위없이아름답고유익한일이아닌가생각되는식물적인상상력”이라는구병모소설가와“극단적으로말해인간에게나종말이지,행성차원에서보면진화일지도모”르게만든다는김성중소설가의말에서알수있듯이,「두개의세계」는애도너머에있는인류세에대한근본적질문을던지고,그질문을받은독자라면이작품을오래도록기억할수밖에없을것이다.

*우수상*조서월,「삼사라」
멸망한인류가출항시킨,아이를낳는우주함선‘삼사라’
인류복원임무를지닌인공지능들의우주창세·멸망신화

“직조된문장과장악력이돋보이는,강렬하고매혹적인작품.”
_김성중(소설가)

우수상수상작「삼사라」는멸망위기에놓인인류가쏘아올린마지막희망인우주함선‘삼사라’를중심배경으로,삼사라그자체이자아이를낳는인공지능시스템과아이를기르는인공지능로봇이주인공으로등장한다.여기까진비교적흔한‘노아의방주’서사지만본작품엔독특한세계관이추가로존재하는데,바로인간의윤회와영혼의존재가과학적으로입증되었단것이다.인간이죽어영혼이된만큼새로태어난인간에게영혼이깃드는것이과학적사실인세계.이흥미로운세계관에서중심서사는삼사라에영혼없는아이들만태어나게되면서시동을걸기시작한다.영혼이없어제대로살아움직이지못하는아이들이라할지라도계속해서탄생시키는인공지능들.그러다결국한정된동력과자원문제에봉착하게되고,인공지능들은대의를위해영혼없는아이들을집단아사시킨다.그렇게우주한복판에서출산과살인이무한반복되고,그영겁의시간을감당해나가는인공지능들은“한명의아이가떠날때마다자신의눈에비친우주의빛깔이더검게변한다는것을깨“닫는다.

“「삼사라」는강렬하고매혹적인우주창세·멸망신화”라는김성중소설가와“인공자궁역할을하는우주선에서만들어진영혼없는영아들이식량으로쓰인다는설정은,미래를소비하여현재를지탱하는실제인간삶의모습을가감없이보여주고있다”라는김희선소설가의말처럼,본작품은우리인류의과거현재미래를관통하는처참한멸망의신화를강렬한방식으로완성해낸다.또한,“균형을잃는일없이차분하게분위기를직조해나가며기어이뭉클함을주는결말에이르는작가의실력“이라는강지희평론가와”무척정합적이고논리적인줄거리로각요소들을넉넉히감당하면서도결말에이르기까지거듭된반전으로팽팽한긴장감을놓치지않는작품“이라는인아영평론가의말을통해여실히느낄수있듯이,결국후반부에이르러선머리로도가슴으로도독자를납득시킨다는점에서누구라도두터운신뢰를보내지않을수없는작품이다.

*우수상*최이아,「제니의역」
농촌의다문화가정과이주여성을위해보급된로봇‘제니’
의문의살인사건추리물과가부장제문제가결합된농촌SF

“미소가지어지도록사랑스럽고,강력한존재감을가진로봇캐릭터”
_구병모(소설가)

우수상수상작「제니의역」은다문화과정과로봇들이뒤섞인근미래농촌과그농촌의풍경에화룡점정처럼찍혀있는언어통역로봇‘제니’를중심으로진행되는이른바‘농촌SF’다.본작품에서제니의자리가예사롭지않은데그곳은바로가부장제문제의발원지라할수있는농촌남성과이주민여성의그사이이기때문이다.그리고그범상치않은지점에다문화가정에서태어난아이인작중화자가다가가면서「제니의역」의중심서사는천천히출발하는데,어느덧제니의자리까지화자가이르렀을때독자는화자의눈을통해서의문의살인사건을마주하게된다.본사건의피해자는할머니,용의자는피해자의며느리인이주여성.여러정황상이주여성이살해하지않았으리라확신한농촌의다른이주여성들은힘을합쳐무죄증거를찾아나선다.그러나이미어느정도일단락돼가고있는사건에초를치고,나아가‘이주여성답지않게’자신들의목소리를내려하는그들을방해하고억압하는농촌의남성들.양측간의긴장감넘치면서도우스꽝스러운충돌은,화자의눈을통해그들의씩씩대는소리가들릴만큼생동감넘치게묘사된다.

“「제니의역」은독특한설정만으로도독자들을끌어들이는힘을지닌작품”이라는강지희평론가와“제니는그기능과행동양상이머릿속에그려지면서슬며시미소가지어지도록사랑스러웠고,그존재감만큼은이번공모전을통해내가만나본모든로봇가운데손꼽을정도로강력했다”라는구병모소설가의말에서알수있듯이,본작품은세계관과캐릭터에서부터독자로선사랑할수밖에없는지점을두루갖추고있다.여기에언어통역을위해보급된제니가포대를나르는등의개연성넘치는디테일과개별사건이하나의주제로모이게하는안정적이고탄탄한소설구성이더해져,세계관과캐릭터의사랑스러움은작품전반에대한애정으로까지확장된다.하물며“이소설은신선함(‘남들은우주에갈때나는농촌으로간다’)때문에지지하고싶어지는작품“이라는김성중소설가와”인간의이기심과욕망으로인해보수화되는섬뜩한장면을익살스러운필치로그리는균형감각이라면이작가의다른소설도기대해보게되었다”라는인아영평론가의말마따나,본작품은맛깔나는문체를통해분명한선악구도속에서도독자를처음부터끝까지매료시킨다.

*우수상*허달립,「발세자르는이배에올랐다」
아내를잃고새지구를찾아떠나는우주선에탑승한‘발세자르’
죽은아내를모방한인공지능과사랑에빠진그의우주항해일지

“독특한아이디어,재미난캐릭터로생명과예술의본질로이끄는작품”
_김희선(소설가)

우수상수상작「발세자르는이배에올랐다」는「삼사라」와마찬가지로‘노아의방주’서사를차용하나본작품에서도특이한설정이있었으니,바로우주선이인간인선장의뇌를통해가동된다는것이다.인간의육체를우주선기체로대체하고또우주선이된육체에맞춰뇌를개조함으로써인간과기계의경계를넘나드는존재가된다는것.이러한기상천외함은선장캐릭터에만국한되는것이아니다.죽은아내를모방해만든인공지능과사랑에빠진우주선엔지니어인주인공‘발세자르’또한피그말리온신화의기시감을느끼게하는인물인데,그가인공지능에게육체를부여하기위해자신의육체뿐만아니라세계의희생마저불사한다는점에서‘모든경계는무의미하다’라는독특한작품주제와맞닿으며기상천외함을배가시킨다.여기서더나아가,본작품은우주선을육체로가진선장이그존재로서던지는‘인간의뇌’에대한질문을반복적으로환기시키면서근본적이고철학적인영역으로나아간다.그리고후반부에이르게되는,인간을포함한모든것이테라포밍의재료로쓰인다는반전상황.이지점에서우리가분명하게나누어서이해하던‘인간과기계’‘육체와정신’‘클라우드의안과밖’등여러개념은뒤섞이게되고,독자는사랑과낭만을초월한아득한감동을느끼게된다.

“생명과예술의본질에대해말하고있다”라는김희선소설가와“인간의자발적종말이어쩌면인간에대한지극한사랑과연결되며그게꽤아름다울수도있다는진실을이소설은선명하게그려낸다“라는강지희평론가의말처럼,「발세자르는이배에올랐다」는독특한상상력과그에어울리는목소리를통해서,한남자의사랑과헌신그너머에있는어떤본질적인것,진실에가까운것까지도달하려는서사전개는굉장히유니크하다.그러면서도”인류를구원하려는추상적인대의보다사랑하는사람을그리워하는구체적인마음으로추동되는서사이기에가능한감동“이라는인아영평론가와”화자가호명하는존재의직접적인목소리를제거함으로써정념을극대화하고아이러니를증폭시킨다“라는구병모평론가의말처럼,본작품이충실하게구현하고있는서정성또한독자의마음을뒤흔들기에충분한힘을갖추고있다.